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6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69화(369/466)
꿈에서 본 신과 스승님의 얼굴이 똑같다.
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미미르와 함께 고찰하길 꼬박 10시간.
눈치채고 보니 아침이 되어 있었다.
“그럼 바이테너식의 탄생에 신의 힘이 영향을 끼쳤다는 건가?”
“바이테너식의 탄생 비화에 신이라는 존재가 얽혀 있다? 음. 일리 있네.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바이테너식은 무(無)에서부터 만들어 냈다고 보기엔 너무 완벽한 마법 체계니까. 신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힘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이상한 건 없지.”
그럼에도 나와 미미르의 토론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레드 드래곤에게 들었던 의문들과 내가 꿈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정보들을 차례차례 나열하다 보니 끝이 없었다.
“그럼 레드 드래곤이 죽기 직전에 했던 말……. 내 마법에 포함되어 있는 이질적인 15%라는 게 그 신의 힘인 걸까?”
“바이테너식이 드래곤들의 마법에 신의 힘을 더해서 만들어진 마법 체계라는 가설대로라면, 그럴 확률이 매우 높겠지.”
아마 이대로 놔둔다면, 앞으로 만 하루는 더 토론을 할 수도 있으리라.
“근데 또 그렇다고 보기엔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그러나 우리의 토론이 계속되는 일은 없었다.
“도련님. 실례하겠습니다.”
석현 아저씨가 나와 미미르의 대화를 끊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예. 몸은 괜찮습니다만…….”
표정에서 조바심이 엿보인다.
뭔가 일이 생긴 걸까.
“무슨 일인가요?”
석현 아저씨가 잠시 침묵했다.
여러모로 면목이 없다는 표정.
“아직 컨디션도 다 회복하지 못한 도련님께, 이런 말씀을 드려야 하는 제 자신의 무능함이 뼈아프군요. 제게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면…….”
석현 아저씨가 깊게 한숨을 내쉬곤,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도련님. 아무래도 지금 비상 대책 본부로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비상 대책 본부요? 드래곤에 관한 대책 회의가 열린 건가요?”
“……예.”
“그런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란 말은 못 들었는데요.”
그런 게 열렸다는 건 처음 듣는데.
“가주님께서 하율 도련님께는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대책 회의가 열린다는 걸 알면 제가 무리할 거라 생각하셨나 보네요.”
“……예.”
석현 아저씨의 미소가 한층 더 씁쓸하게 번졌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숨긴 것도.
숨겨 놓고 결국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면목 없다.
그렇게 말하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렇군요.”
나는 아저씨에게 들은 말을 기반으로, 현재 상황을 추측해 봤다.
내가 무리를 할까 봐, 대책 회의가 열린다는 것도 숨기셨던 분이, 갑자기 나를 부른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답은 아주 간단했다.
“각 나라에서, 제 출석을 요구했습니까?”
“예.”
석현 아저씨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드래곤과 직접 손속을 겨뤄 본 사람의 의견이 듣고 싶다고……. 8할 이상의 대표들이 도련님의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혹시 몰라 묻는 겁니다만, 강제 소환 요청은 아니죠?”
“당연히 아닙니다.”
“강제는 아니지만, 참가는 요망한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겠네요.”
강제 소환 요청이 아님에도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셨다.
지금 회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대충 알았다.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해했습니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서 벗어나, 아에스를 꺼내 두른 뒤,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옷 한 벌을 꺼내 갈아입었다.
“가시죠. 자세한 얘기는 이동 중에 듣겠습니다.”
“예.”
나는 마지막으로 외투를 걸치고, 병실을 나섰다.
* * *
대 드래곤 관련 비상 대책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대회의실에는 각국의 정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드래곤과의 전면전 따윈 사양입니다.”
이탈리아의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즉, 이탈리아 대표님은 마르코를 풀어주는 게 옳다. 그렇게 말하시는 겁니까?”
그런 이탈리아 대표의 의견에 반발하듯이, 신인혁이 인상을 찡그린 채 답했다.
“예.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당한 이탈리아 대표의 말에 절반가량의 참석자들이 인상을 찌푸렸고, 나머지 절반의 참석자들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다들 단체로 세뇌라도 당하신 겁니까?”
신인혁을 필두로 한, 인상을 찌푸린 대표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탈리아 대표가 돌아버렸나.
그들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제 쪽입니다.”
이탈리아 대표가 코웃음을 치며 이어 말했다.
“드래곤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 이상 출현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그것도 폭주한 상태로요. 그놈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레드 드래곤 한 마리도 제대로 막지 못했는데. 수십 체의 드래곤을 막을 수 있겠는가.
“마르코의 제안대로, 마르코를 풀어주고, 드래곤의 폭주를 막는 게 우선입니다.”
“……마르코가 다른 마음을 품고 드래곤들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린다면 어쩔 생각이시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마르코에게 금제를 걸어두면 될 뿐입니다.”
“상대는 드래곤의 영혼을 드레이크에 심어 넣는다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현실로 구현한 놈들입니다. 금제 같은 게 통할 거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둔 계약서를 작성시킨다는 방법도 있죠.”
“계약서는 이미 무력화되었던 전과가 있지 않습니까. 더더욱 믿을 수 없습니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회의장은 완전히 양분되어 버렸다.
“아니면 놈에게 감시를 붙이면 됩니다.”
“그 감시가 마르코를 놓칠 가능성은 생각 안 하는 겁니까?”
회의장이 이렇게 양분된 건, 모두 마르코 때문이다.
그가 던진 말이 이 자리의 대표들을 분열시켜 버렸다.
‘나는 전 세계 곳곳에 47체의 드래곤을 준비해 뒀다.’
‘지정된 시간 내에, 내가 직접 제약 장치의 스위치를 누르지 않으면, 일제히 폭주하도록 설계해 뒀지.’
‘놈들의 폭주를 막고 싶다면 나를 해방해라.’
‘만약 나를 해방해 준다면, 그 대가로 드래곤들을 모두 폐기처분하겠다.’
드래곤 47체의 동시 폭주.
그 말에 겁을 먹은 대표들은 마르코의 제안을 수락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약 절반가량의 대표들이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나섰다.
당연히 남은 절반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범죄자 따위의 말을 어떻게 믿냐며, 애초에 저 말이 진짜일 리가 없다며 마르코의 제안 따위 들을 가치도 없다고 일갈했다.
“마르코를 일단 풀어서, 폭주부터 막는 게 우선입니다. 저놈도 자기 목숨은 소중할 터. 무차별 폭주는 무조건 막을 겁니다.”
“막기야 하겠죠. 대충 절반 정도의 폭주는 말이죠. 나머지는 그대로 둔 채, 저희의 전력을 깎기 위해 쓸 겁니다. 좋은 무력 시위가 되기도 할 테고요.”
그러한 대립이 계속된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회의장 내 대표들은 완전히 분열되었다.
‘……답이 없군.’
그런 대표들을 보며 신인혁이 속으로 혀를 찼다.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대응해도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판국에.
저렇게 두 패거리로 나뉘어서 싸움이나 하고 있는 꼴이란.
까놓고 말해서 보기 역겨웠다.
‘문제는 둘 다 틀린 말을 하고 있진 않다는 건데…….’
답이 없다는 건, 비단 저렇게 싸우고 있는 대표들만을 향하고 있는 말이 아니다.
지금 이 상황 자체도 답이 없다.
‘마르코의 제안을 받는 것도, 마르코의 제안을 무시하는 것도 문제가 크다.’
마르코의 제안을 무시할 경우, 마르코의 말대로 47체의 드래곤이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마르코를 풀어주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대표들의 말처럼, 세계 자체가 멸망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한 마리가 프랑스를 10분 만에 멸망시켰는데, 47마리를 어떻게 막겠는가.
그렇다고 마르코를 풀어 줄 수도 없다.
그를 풀어주면 당장의 폭주는 막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끝이다.
당장의 위협은 막을 수 있을지언정,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위협이 도래할 게 분명하다.
자유의 몸이 된 마르코가 조용히 있을 리가 없다.
‘……다시 생각해도 빌어먹을 상황이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이 없다.
‘아니. 제일 답이 없는 건 나인가.’
신인혁이 자조의 미소를 지었다.
‘아픈 아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못난 아버지라. 참으로 답이 없어.’
자신의 무력함에 한숨밖에 안 나온다.
‘총체적 난국이군.’
이 회의의 대표인 자신부터, 참가자, 마지막으로 상황까지.
모든 게 답이 없다.
이 세계는 이미 글러 먹었을지도 모른다.
신인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화가 아예 안 통하는군요. 됐습니다. 저희는 저희대로, 따로 행동하겠습니다.”
“지금, 세계의 대의를 저버리고 단독 행동을 하겠다. 이런 말입니까?”
“세계의 대의요? 언제부터 그쪽의 의견이 세계의 대의가 됐습니까?”
“범죄자를 옹호하는 당신네 따위의 말이 세계의 대의는 아닐 테니까요.”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아뇨. 덜 했습니다. 이 회의장을 빠져나가서 마르코에게 붙어먹을 생각이냐고는 안 물었잖습니까?”
“이게…… 뚫린 입이라고…….”
점점 험악해져 가는 분위기.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폭탄 같은 분위기 속.
끼이이익-
회의장이 문이 아주 천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또각.
구두 특유의 발소리와 함께 회의장 내부로 들어서는 남성.
“늦어서 죄송합니다.”
모두의 말이 멈췄다.
“방금 막, 병원에서 나온 참이라서요.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하율.
모두가 출석을 요구하던 남성의 등장과 함께, 한껏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단숨에 가라앉았다.
“오는 길에 얘기는 들었습니다. 현재, 마르코의 협박에 가까운 제안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또각, 또각.
천천히 회의실의 중심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신하율.
모두가 그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의견이 둘로 나뉘어서 제대로 된 의견 교환도 한 번 못 했다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의 행동과 말에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그의 움직임에서 눈을 뗄 수 없고, 그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마력.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도움이 되고자 마르코를 생포해 온 건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밖에 안 된다니.”
누군가는 리더십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카리스마라 부르는.
위에 서는 자들이 자연스레 뿜어내는 모종의 마력.
그것이 신하율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실망이 큽니다. 명색이 각 나라의 대표로서 참석하신 분들이 그딴 3류 악당의 말재간에 놀아나시다니요.”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한 워드의 선정과 말투.
비아냥에 가까운 시비조에 모두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군.”
“어딜 봐서 우리가 놀아났다는 거지?”
반발심은 오히려 대상의 말에 더더욱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놀아나신 거죠.”
예정된 반발심을 끌어올린 신하율이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애초에 답이 정해져 있는 일에, 서로 핏대를 세우며 싸우신 거니까요.”
“……답이 정해져 있는 일?”
“헛소리. 이번 일에 최선책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남아있는 건, 차악이냐, 최악이냐 뿐이지.”
모두의 시선이 더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아뇨. 최선은 존재합니다. 여러분들은 모르시겠지만요.”
“……말만으로 그리 주장하는 건 세 살 먹은 아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딱히 말로만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모두의 시선을 여유롭게 받으며, 신하율이 싱긋 웃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회의장의 불이 꺼지며, 중간에 홀로그램 스크린이 떠올랐다.
“보시죠.”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중, 미미르의 힘을 빌려 만든 PPT.
“이게 그 증거입니다.”
10분.
완전히 분열되었던 대표들이 다시 하나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