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7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73화(373/466)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 대통령궁.
그 안에 존재하는 귀빈실에서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있었다.
“정말 뭐라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독대라고 보긴 힘든가.
나한텐 미미르가 붙어 있으니까.
“말은 참 잘해요. 어휴.”
미미르가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아주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
“진짜 한 대 쥐어박고 싶네.”
주먹을 불끈 쥐고, 그대로 머리를 쥐어박는 시늉을 취한다.
“이집트에 용무가 있다고, 입국 허가증 내 달라고 할 땐. 별의별 이유를 다 대가면서 거절했으면서. 이제 와서 감사하긴 개뿔.”
미미르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도 그럴게, 이집트 대통령은 너무나도 비협조적이었다.
얼마나 비협조적이었냐면, 입국 허가서조차 제대로 발행해 주지 않았을 정도다.
만약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공식적으로 이집트에 입국하는 건 불가능했을 테지.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왔던 사람이 이제 와서 내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같잖을 수밖에.
“인사는 괜찮습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솔직히 나도 미미르와 비슷한 심정이다.
처음부터 협조적으로 나왔으면 좀 좋아?
왜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굴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크흠.”
대통령이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스스로도 지금 하는 말이 염치없는 말이라는 건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 입국 허가서의 발행이 늦어진 점에 대해선…….”
대통령이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변명을 시작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법적인 절차가 오래 걸려서 그런 것뿐…….”
“그렇게 필사적으로 변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그런 대통령의 변명을 단호하게 끊어냈다.
“요즘 제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저도 다 알고 있으니까요.”
“…….”
대통령이 입을 꾹 다물었다.
서서히 붉어지는 표정.
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해합니다. 저와 깊게 관련된 사람들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했으니까요.”
일주일 전.
나는 작은 영웅이라 불리며, 세계 사람들의 칭송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런 훈훈한 분위기는 3일을 채 가지 못했다.
드래곤의 폭주가 재시작된 시점을 시작으로, 나에 대한 호칭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몰고 다니는 자. 사신. 그런 존재가 온다고 하는데, 꺼려질 만도 하죠.”
지금 인터넷상에서 나는 ‘사신’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나와 연관된 사람들은 대부분 죽는다고 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세인 비노슈.
프랑스.
그 외 기타 등등.
나와 관련된 사람은 대부분 죽었다.
그렇기에 사신.
죽음을 몰고 다니는 자라 불리고 있다.
“그게 아니라…….”
이집트 대통령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부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카일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고……. 불안하실 만도 합니다.”
그런 내 별칭에 마침표를 찍은 사건이 4일 전에 벌어졌다.
영국의 유망주이자, 차기 녹색 마탑주.
카일 벤티아.
그가 4일 전, 드래곤과 전투를 치르다 전사했다.
그 사건 이후, 내 별칭은 아예 ‘사신’이 되어 버렸다.
카일 벤티아도 나와 연을 맺었기 때문에 죽은 거라고.
그와 연을 맺으면 죽는다고.
그런 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군요. 그런 허황된 소문 따위에 휘둘리다니…….”
이집트 대통령이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워 죽겠다는 표정.
귀가 아주 시뻘겋다.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집트 대통령이 그 상태로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정식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카이로를 지켜주셔서. 국민들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고개를 들고, 나와 똑바로 눈을 맞췄다.
진심이 한가득 담긴 눈동자.
그 시선에는 온통 진심만이 가득했다.
“……음. 예.”
나는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쓰게 웃으며 답했다.
저렇게까지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사람에게 더 뭐라고 하겠는가.
“진심으로 제게 고마움을 느끼고 계신다면, 다음에는 부디 쉽게 입국 허가서를 발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비아냥이 끝이다.
“……하하. 뼈가 담긴 말이네요. 마음속에 새겨두겠습니다.”
대통령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그런 대통령과 살짝 눈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식사라도 하고 가심이…….”
“식사는 이동 중에 하겠습니다.”
“이동 중……? 멀리 가시는 겁니까?”
“예. 사우디아라비아로 갑니다.”
“이제 막 격전을 벌이신 후인데. 제대로 쉬지도 않으시고…….”
이집트 대통령의 두 눈에 걱정이 가득 담겼다.
진심으로 내가 걱정된다는 표정.
정말 3시간 전까지, 내게 비협조적으로 나온 사람이 맞나 싶다.
“제 컨디션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그런 대마법을 사용하신 후에, 바로 움직이시는 건…….”
두 눈동자에 걱정만이 아니라, 존경심이 엿보인다.
아마 내 마법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한 것이리라.
그럴 만도 하다.
내가 생각해도, 내 마법은 사기적인 수준이니까.
이집트 대통령은 대통령이기 이전에 마법사이기도 하니까.
그 광경을 눈앞에서 직접 목도하게 되면, 저렇게 될 법도 하다.
“정말 괜찮습니다.”
나는 이집트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여유롭게 웃었다.
“크게 무리한 것도 없고. 벌써 다 회복됐습니다.”
“……네?”
이집트 대통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버, 벌써 다 회복됐다고요?”
“예.”
“그게…… 그럴…….”
이 이상 놀랄 수가 없다는 표정.
놀람의 교과서적인 표정이 내 앞에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그렇게 묻는 거겠지.
나는 그런 대통령과 다시금 눈을 맞추고, 작게 웃었다.
“아무튼…… 저는 진짜 가 보겠습니다.”
대통령이 여전히 부릅뜬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내가 몸을 돌리고, 방을 나설 때까지.
그의 시선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 비호감. 표정만큼은 되게 재밌네.”
방을 나선 직후. 미미르가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고작 이 정도로 저런 반응이라니. 만약 계승자의 전력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이번에 카이로에 출현한 드래곤은 마나 충전량이 7%밖에 되지 않았다.
딱히 전력을 다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었다.
카이로에 설치한 결계형 방어 마법 정도가 그나마 전력에 가까운 마법이었다.
“졸도하시지 않을까?”
그런 수준의 마법이었음에도 저렇게 격한 반응을 보였다.
내 전력을 보면 그 자리에서 졸도하지 않을까.
“졸도라……. 그건 좀 보고싶네.”
미미르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뭐, 아무튼. 이번 일로 비협조적으로 나왔던 나라들도 마음을 좀 바꿔 먹었겠지?”
“다는 모르겠고. 효과는 있겠지.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바로 반응이 왔고.”
내 입국을 꺼려하고 있는 나라는 약 20국 정도.
사우디아라비아도 그 20국에 속해 있는 나라였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방금 전, 연락이 왔다.
입국 허가서고 뭐고 다 발행해 줄 테니 어서 와 달라고 말이다.
“에휴. 이제야 정신들을 좀 차리네. 그치. 이게 맞지. 사신은 무슨 사신이야.”
미미르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옳게 된 세상이지.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온다고 가정하면……. 3일 정도면 완성할 수 있으려나.”
“3일이 뭐야. 2일이면 완성할 수 있어.”
미미르가 허공에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눈앞에 데이터 맵 하나가 떠올랐다.
미미르가 전 세계의 데이터를 총합해 만든 드래곤 탐색 지도다.
“많이 완성됐네. 대충 7할 정도는 완성된 거 아냐?”
“정확히는 72%야. 엘레나랑 아스란이 열심히 움직여준 덕분에 여기까진 수월하게 완성됐어.”
이게 다 완성되기만 하면, 드래곤을 일제히 소탕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시 봐도 신기하네. 이거. 이 맵. 대체 어떻게 드래곤의 위치를 특정 짓고 있는 거야?”
“아, 이거? 별거 아니야. 앞서 드래곤이 출현한 장소에서 얻은 마나의 변화를 분석, 산출해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의 마나 변화 데이터를 기입, 드래곤의 발생 빈도랑, 마석의 주요 분포처를 추가 기입해서…….”
미미르의 입에서 이번 드래곤 탐색 지도의 설계에 이용된 온갖 데이터와 그 데이터의 활용법.
그리고 그 활용법에서 파생된 계산식에 대한 얘기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솔직히 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체 드래곤의 마나 성질을 데시아피안토의 가설로 분석한 디폴트값은 뭐야?
“이 값을 세계 각지의 마나량과 대조시키는 게 문제였는데. 다행히 이 시대에는 마나 감지 인공위성이라는 게 있잖아? 그 덕분에 쉽게…….”
미미르의 말은 내가 대통령궁을 완전히 빠져나간 후로도 멈추지 않았다.
말이 점점 더 어려워져서, 이제는 반은커녕, 1/4도 제대로 이해 못 하겠다.
“이 값과 이 값을 대조해서 미지수를 특정짓는 데 성공했어. 그 결과 이런 값이 도출됐다는 거지. 그래서 이 값을 대입해서 각국의 지형 데이터랑 합산시켜 본 거야. 이해했지?”
미미르가 날 보며 싱긋 웃었다.
‘이 정도 쉬운 계산. 계승자라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나는 그런 미미르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얘는 진짜…… 얼마나 머리가 좋은 거야?’
이미 만개했다고 생각했는데.
미미르의 재능은 아직 성장 도중이었던 모양이다.
* * *
이집트를 떠난 후로 약 3시간 반 정도가 흘러.
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함과 동시에 미미르의 맵 완성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수집하고, 드래곤이 숨어있을 것으로 보이는 위치를 수색하며, 마석 생산 공장 및 판매 라인을 검토했다.
“미미르. 여기. 제대로 빙고 같은데?”
“빙고? 이건 빙고 수준이 아니라 잭팟이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렇게 약 5시간 정도의 탐색 끝에, 우리는 드래곤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를 찾는 데 성공했다.
“드래곤을 발견하다니.”
이전, 이탈리아 Rid 가구 공장 지하에서 발견했던 것과 비슷한 상태로 잠들어 있는 드래곤.
나는 그놈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근데…… 왜 아무도 없지?”
주변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마르코의 부하 한두 명은 있어야 정상인데.
이 폐시설 내에선 그 어떠한 인기척도 찾아볼 수가 없다.
혹시 기척을 감추고 있나 싶어서 신안을 최대 출력으로 활성화시킨 채로, 탐색을 해 봤는데.
개미 한 마리 감지되지 않았다.
“인력 부족으로 방치된 개체인가?”
“인력 부족으로 방치…….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미미르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확인해 볼게. 데이터 로그를 보면 방치된 게 맞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야.”
미미르가 드래곤 인근, 컴퓨터에 손을 얹고, 해킹을 시작했다.
지금의 미미르에게 저 정도 수준의 보안을 뚫는 건 일도 아니다.
“계승자. 이 컴퓨터. 사람이 손을 댄 흔적이 있는데?”
미미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4시간 전에 누가 이 드래곤의 안정화 코드를 입력한 로그가 남아있어.”
“며칠 전도 아니고 4시간 전?”
“어. 정확히 3시간 52분 전.”
“……그래? 그럼 방치된 개체는 아니라는 거네? 잠시 자리를 비운 건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이렇게 아무도 안 놔두고 자리를 비웠을 리는 없지 않아?”
이놈을 이대로 두고 자리를 비웠을 리가 없다.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 있었더라도, 한 명은 남기고 갔어야 정상이다.
“그치. 폭주 코드를 입력하고 도망간 거면 모를까……. 안정화 코드를 입력해 놓고 자리를 비워 둘 리는 없긴 하지.”
핵폭탄의 폭발 타이머를 걸어두고 멀리 도망친 거라면 이해가 된다만.
안정화 코드를 입력해 놓고 자리를 비웠다고?
그럴 이유가 있나?
“미미르. 혹시 또 정보가 될 만한 거 있어?”
“잠시만. 확인해 볼게.”
그렇게 미미르가 다시 컴퓨터에 연결을 하려고 할 때였다.
“……!”
돌연 등골이 오싹해졌다.
‘인기척?’
인기척이 느껴진다.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서.
부지불식간 인기척이 솟아났다.
나는 그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또각, 또각.
어둠 속, 푸른 로브를 입고 있는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고 있다.
익숙한 실루엣이었지만, 그 걸음걸이가 묘하게 어색했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하겠다.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라.”
어둠을 뚫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푸른 로브의 여인.
나는 저 여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너는…….”
소피아 아네체프리.
아니.
“흑마도왕…… 인가?”
흑마도왕.
그가 소피아 님의 얼굴로, 소피아 님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어두컴컴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