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7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74화(374/466)
“여전히 눈썰미가 좋군.”
소피아 님.
아니, 흑마도왕이 픽 웃었다.
긍정의 의미가 가득 담겨있는 말과 표정이었다.
“…….”
나는 적대심을 가득 담아 흑마도왕을 노려봤다.
긴장으로 인해 전신의 솜털이 쭈뼛쭈뼛 솟는다.
‘왜 흑마도왕이? 소피아 님이랑 세인 님은 어떻게 된 거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머리가 복잡하다.
왜 갑자기 흑마도왕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분명…… 아직까진 충분히 억누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셨는데…….’
저번 만남 때, 소피아 님은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당신과의 만남으로, 흑마도왕의 인격이 아주 조금 눈을 뜨긴 했습니다만, 아직 충분히 억누를 수 있는 수준이에요. 일주일 정도만 고생하면 다시 잠재울 수 있어요.’
일말의 미혹도 느껴지지 않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아직 첫 번째니 말이지.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이어지면 억누를 수 없게 되겠지만, 지금은 괜찮다.’
세인 님도 마찬가지였다.
흑마도왕이 깨어날 걱정은 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단언하는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웃으셨었지.
그렇기에 흑마도왕이 다시 눈을 뜰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았다.
두 명이 100% 확신하고 있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흑마도왕이 깨어나 버렸다.
소피아 님과 세인 님의 확신이 무색하게, 흑마도왕은 소피아 님의 신체를 빼앗아, 자유를 되찾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흑마도왕이 작게 웃었다.
“네가 걱정하는 것 같은 일은 없었으니까.”
내 표정이 썩 재미있었던 듯, 내 표정을 관찰하며 연신 웃음을 짓고 있다.
나는 그런 흑마도왕의 말에 침묵을 고수하며, 한층 더 눈에 힘을 담아 흑마도왕을 노려봤다.
네놈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겠다. 네 말을 믿지 않겠다.
그런 의도를 한가득 담은 경계의 눈빛이었다.
“……소피아 님과 세인 님을 어떻게 한 거죠?”
당장이라도 전투에 임할 채비를 하고, 경고의 의미를 가득 담아 물었다.
“흠.”
흑마도왕이 조금 곤혹스럽다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소피아 님의 얼굴로 저런 표정과 동작을 하니, 이렇게 안 어울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말했음에도 경계를 풀지 않는가. 너라면 내 진심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흑마도왕이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내기는 네 승리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뭐?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하율 군이 당신의 말 따위를 믿을 리가 없다고.”
내 동공이 천천히 축소되어갔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도 믿기 힘든 광경이어서.
동공이 작아지고,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심외(心外)로군. 나는 지금껏 신하율에게 만큼은 상당히 친절하게 대했는데 말이야. 이 정도 진심도 알아주지 못할 줄은. 조금, 아니, 상당히 섭섭해.”
소피아 님의 얼굴이 번갈아 가며 변한다.
이전, 세인 님과 소피아 님이 번갈아 가며 말할 때와 같은 수준의 변화.
두 인격이 한 몸으로 대화하는 듯한, 그런 모습.
“당신이라면 믿겠나요?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적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다짜고짜 이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하면.”
지금. 흑마도왕과 소피아 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말에 무슨 문제가 있나? 믿음을 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부터 건넨 거였다만.”
“예. 문제있어요. 그 상황에서 다짜고짜 이 자리를 뜨라고 하면, 당연히 경고나 협박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호오.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나. 맹점이었군.”
흑마도왕이 다시금 씨익 웃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내 실수군. 깔끔하게 내 패배를 인정하지.”
“……처음부터 이길 거라곤 조금도 생각 안 했으면서, 말은 잘하네요.”
소피아 님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나는 승기가 있다고 생각해서, 내기를 제안했던 거였다만.”
“거짓말하지 마세요. 지금 저희는 제 몸이라는 매개체로 이어져 있어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어느 정도 알아요.”
소피아 님이 날카로운 눈으로 말했다.
“내기고 뭐고, 그냥 하율 군을 놀래키기 위한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잖아요.”
흑마도왕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과연.”
오묘한 표정과 눈빛이었다.
소피아 님의 말이 썩 마음에 든다는 표정.
“이해했다.”
“……설마. 시험해 본 건가요?”
“그래. 아무래도 내 생각을 타인에게 읽힌다는 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니니 말이지. 어느 정도까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나. 그걸 시험해 보고 싶었다.”
흑마도왕이 내 눈을 바라보며 아주 작게 웃었다.
“덕분에 아주 잘 알았다. 확실히 ‘어느 정도’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듯해. 그리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눈빛.
나를 바라보는 흑마도왕의 눈동자 너머로 오만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왜 말하다 말죠?”
“아무것도 아니다.”
흑마도왕이 픽 웃고는 눈을 감았다.
“아무튼. 내기는 내 패배다. 나는 다시 얌전하게 네 몸 안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하지.”
“하던 말은 끝까지 하고 가세요. 그리고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고……. 아, 진짜…….”
소피아 님이 인상을 팍 찡그린 채, 입술을 짓씹었다.
“저 남자는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흑마도왕이 아주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한 거다. 저 남자와 대화하는 건, 백해무익. 아무런 득이 없다고.”
그때, 다시금 소피아 님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검을 연상케 하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표정.
세인 님이었다.
“그건 저도 알아요. 근데, 어쩌겠어요. 이 제안을 거절하면 입을 닫고 있을 거라는데.”
소피아 님이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애초에 저딴 놈과 말하고 싶지 않다고, 제게 대화를 다 떠넘긴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맞아요?”
“…….”
세인 님이 입을 다물었다.
불리한 화제는 피한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또, 또! 그렇게 대답을 피하기만 하고. 당신이 그렇게 나오니까, 얘기가 길어진…….”
“저기. 말씀 중 죄송합니다만.”
내가 소피아 님의 말을 끊고 말했다.
“설명부터 부탁드려도 될까요?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어지간하면 계속 듣고 있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일이 일인지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
“……흠.”
소피아 님이 입을 다물고, 세인 님이 작게 침음을 흘렸다.
“그, 음……. 이걸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소피아 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그냥, 있는 그대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면 될 뿐 아닌가.”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시면 세인. 당신이 설명하세요.”
“흠. 그러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다만, 아쉽게도 난 검을 휘두르는 것 외에는 아무런 재능도 지니지 않아서 말이지. 설명 같은 요령이 필요한 일은 젬병이다.”
세인 님이 픽 웃었다.
“어차피 네가 다시 설명하는 일이 되겠다만……. 그래도 좋다면 내가 설명하겠다.”
“……하아. 됐어요.”
소피아 님이 다시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할게요. 세인. 당신은 잠시 조용히 하고 계세요.”
“알겠다.”
그 후, 소피아 님이 또 한 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팔자야…….’
그렇게 말씀하시는 듯한 표정과 한숨이었다.
“가능한 한 최대한 요약해서 말씀드릴게요. 세인의 말대로, 차근차근 설명하면 저도 편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 상황이 그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서요.”
소피아 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먼저. 결론만 말씀드리면, 저희는 흑마도왕과 거래를 했어요.”
“……거래?”
“예. 거래라고 하기보단, 동맹을 맺었다. 그렇게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흑마도왕과 동맹을 맺었다고?
왜?
“왜 그런 짓을 했냐. 그렇게 묻고 싶으신 듯한 표정이네요.”
소피아 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희도 흑마도왕 같은 남자와 동맹을 맺고 싶진 않았어요. 않았는데…….”
소피아 님이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했다.
소피아 님의 침울한 심정이 숙인 얼굴 너머로 그대로 전해져 온다.
“어쩔 수가 없었어요. 거기서 그 남자와 동맹을 맺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었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어쩔 수가 없었다.
흑마도왕을 그 누구보다도 경계하는 분이 어쩔 수 없다고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게 대체 뭘까.
“그가 깨어났어요.”
그라는 한 음절 단어에 불안감이 치솟았다.
“그라니……. 설마…….”
순간, 한 가지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소피아 님과 흑마도왕이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는 존재.
흑마도왕과 우리의 공동의 적.
그리고 나와 미미르가 최근 세운 가설.
“예.”
소피아 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일 스톨.”
베일 스톨.
“그는 이미 부활을 끝마쳤어요.”
흑마법의 시초가 부활했다.
미미르와 내가 세운 세 가지 가설 중, 최악의 가설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 * *
‘저희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어요. 6개월 뒤는 베일 스톨이 완전하게 부활하게 되는 날을 의미했을 뿐.’
‘6개월 뒤 개기 일식은 베일 스톨이 모든 힘을 되찾는 날을 의미했을 뿐. 베일 스톨 자체는 이미 생을 되찾은 상태였어요.’
소피아 님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런 말이었다.
베일 스톨은 이미 2달 전에 이 시대에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그렇게 부활한 베일 스톨은 전성기 자신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힘을 지니고 있는 상태다.
그 힘을 온전히 되찾는 때는 지금으로부터 6개월 뒤에 있을 개기 일식.
소피아 님과 세인 님이 흑마도왕의 영혼을 통해 감지해 낸, 베일 스톨 부활의 전조는 바로 그 베일 스톨의 ‘완전’ 부활의 시기였을 뿐이었다.
‘당신과의 만남으로, 흑마도왕의 의사가 아주 잠깐 돌아왔을 때 알게 된 사실이에요.’
흑마도왕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베일 스톨의 부활이었을 테지.
‘저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베일 스톨이라는 거대한 악이 이미 부활을 끝마친 지금. 흑마도왕이라는 족쇄를 달고 움직이는 건 너무 큰 페널티였으니까요.’
‘무엇보다 흑마도왕. 그의 목적은 베일 스톨의 타도. 이 목적만큼은 저희와 일치하니까요.’
적의 적은 아군이다.
베일 스톨을 상대함에 있어, 흑마도왕이란 악은 극약처방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동맹을 맺었다.
‘이 동맹 덕에 저희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흑마도왕의 자의식을 억누르지 않는 채로 둬야 한다는 불안 요소가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 대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남는 장사라고 해도 되겠죠.’
흑마도왕이라는 폭탄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놔두는 대가로 자유를 얻었다.
리스크가 작다곤 못하겠지만, 그 리스크를 뛰어넘는 리턴임은 확실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주세요. 바로 도와드리러 갈 테니까요.’
소피아 아네체프리와 세인 비노슈.
두 영웅이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우리와 함께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이상이에요. 당신이니까, 이 정도 설명이면 다 이해하셨겠죠.”
그렇게 약 2분에 걸친 설명이 끝났다.
“예. 이해했습니다.”
소피아 님 다운 짧고 간결한 요약 설명이었다.
“좋아요. 그럼 상황은 다 이해하셨다고 보고.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본론이요?”
“예. 아까 전. 흑마도왕이 등장과 동시에 다짜고짜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예. 이 자리를 뜨라고…….”
협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협박의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을 테지.
소피아 님이 흑마도왕에게 ‘상대가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일 거 아니에요.’라고 하신 걸로 보아, 협박 외에 다른 의도가 있었음은 확실하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딱 그 말이에요. 10분 이내에, 아니, 가능한 한 빨리 이 자리를 뜨세요.”
“……이유가 뭔가요?”
“베일 스톨. 그가 근처에 있어요.”
소피아 님이 인상을 찡그린 채, 이어 말했다.
“그러니, 일단…….”
아니, 말하려고 하셨다.
“말을 끊어서 미안하다만.”
돌연 흑마도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그러셨을 테지.
“이미 늦었다.”
흑마도왕이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베일 스톨. 놈은 10초 이내에 이곳에 도착한다.
흑마도왕이 혀를 찼다.
“신하율. 소피아 아네체프리. 숨어라.”
나는 곧장 미미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미미르!”
“응!”
미미르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나를 움직이며, 소피아 님의 손을 잡았다.
‘움브라!’
“움브라!”
그 직후, 나와 소피아 님의 신체가 그림자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각, 또각.
구두가 연구소의 대리석 바닥을 밟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