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7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75화(375/466)
신하율과 소피아가 그림자로 숨어든 것과 거의 동시에.
두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원임을 증명하는 새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노인과 날렵한 인상의 젊은 남성.
두 명이 드래곤의 앞에 서서 드래곤을 올려다봤다.
“여기, 명령하신 대로, 드래곤을 완전 가사 상태로 만들어 뒀습니다.”
노인이 드래곤을 가리키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정화 코드를 이용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걸어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셔도 될 겁니다.”
자신의 업적을 스스로 치하하는 듯한 표정.
칭찬을 바라는 애완동물 같은 느낌도 조금 들었다.
“…….”
남자가 여전한 무표정으로 드래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느긋한 걸음걸이만큼이나, 느릿한 손동작으로 드래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완벽하게 잠들어 있군.”
남자가 드래곤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시선을 돌려 연구원을 바라봤다.
“잘했다. 칭찬해 주마.”
듣는 사람에 따라선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칭찬.
“허허. 감사합니다.”
그러나 노인은 기분 나빠 보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느껴지는 건 기쁨뿐.
눈앞의 남자에게 인정받았다는 데서 오는 감동뿐이다.
“이러면 길게 끌고 갈 필요도 없겠어.”
“예. 바로 시작하시지요.”
노인이 그대로 자리를 옮겨, 컴퓨터를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초 단위로 변화하는 컴퓨터 화면. 이 연구원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바로 실행해라.”
“예. 그럼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순식간에 모든 준비를 끝마친 듯. 연구원이 엔터키를 눌렀다.
“자. 드시지요.”
드래곤의 신체가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
드래곤의 신체 위로, 반투명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다.
“여전히 순도는 처참하기 짝이 없군.”
“그래도 어제 드신 것보단, 훨씬 나을 겁니다.”
남자가 그 반투명한 기운을 붙잡았다.
남자의 손아귀에 잡혀, 스르르 빠져나오는 반투명한 무언가.
남자는 그것을 그대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오오…….”
빠른 속도로 남자에게 흡수되기 시작한 반투명한 에너지.
그 모습을 보며, 연구원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소울 이터.’
벌써 세 번째 보는 마법이지만,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영혼을 포식해서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마법이라니.
‘대체 어떤 구조로 만들어진 마법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흥미가 가시질 않는다.
‘가능하다면, 해부라도 해 보고 싶군.’
지금 당장 저 신체를 둘로 나누어,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저 신체에 스며든 영혼은 어떠한 형태로 변해, 남자의 힘이 되는 것일까.
먹는 즉시 소화되어, 형태는 남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내부에서 모종의 형태로 수속해 형상을 이루는 것일까.
궁금하다. 궁금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
“후읍.”
연구원이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남자가 영혼의 흡수를 끝마쳤다.
“맛없군. 썩은 달걀을 먹은 듯한 느낌이야.”
지금 흡수한 영혼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껏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그래도. 어제 먹은 것보단 낫군. 어제 먹은 건, 썩어 문드러진 언데드의 살을 먹는 느낌이었는데.”
남자가 드래곤의 신체에서 손을 뗐다.
그 순간, 드래곤의 신체가 빛을 뿜어내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형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드레이크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드래곤의 영혼을 잃고, 다시 원래의 드레이크로 신체로 되돌아간 것이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걸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몸 상태로 봤을 때…… 대충 순도 15% 정도의 영체면 적당하겠군요.”
“……쯧. 아직도 고작 15%인가.”
남자가 인상을 찡그린 채,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마음 같아선 그냥 온전한 드래곤의 영체를 포식하고 싶다만…….”
“안 됩니다. 지금 그 몸 상태론, 버티실 수 없습니다.”
남자의 신체는 아직 드래곤의 영체를 온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지금은 천천히, 순도가 낮은 영체부터 차례대로 포식해서. 힘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온전한 드래곤의 영체를 포식하는 건 그 후의 이야기다.
“지금 이 속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달 내로 드래곤의 영체를 온전한 상태로 흡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만 인내해 주시길.”
“……2달 동안, 이 썩은 달걀 같은 걸 먹어야 한단 말이지.”
남자가 혀를 찼다.
“하이에나가 된 기분이라 기분이 좋지 않아.”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이렇게 깨작깨작 저순도 영체를 먹고 있는 현 상황도.
성공적으로 부활을 끝마쳤음에도, 계속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지금 이 상황도.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건…….”
남자가 연구원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그 상태로 허공을 움켜쥐듯이, 주먹에 힘을 가한다.
“커허어어억!”
그 순간, 연구원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양손을 아등바등대며, 목을 마구 긁는다.
“네가 날 실험체 보듯이 보고 있는 거다.”
목에 새겨진 손 모양의 자국.
남자는 지금, 마법을 이용해 연구원의 목을 조르고 있다.
“자, 자비…… 자비를.”
연구원이 새하얀 안색으로 끅끅대며 용서를 구했다.
남자가 그대로 주먹에 힘을 풀었다.
털썩-!
“허억, 허억!”
연구원이 그대로 지면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원래라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해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도록 만들어줬을 테지만. 네 유능함을 봐서 한번 봐주겠다.”
남자가 연구원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구두 소리가, 마치 사신의 자장가 같이 들렸다.
“만약 다음에도 그딴 헛생각을 품는다면…….”
남자가 연구원을 내려다봤다.
시커먼 동공.
“그땐 용서치 않겠다.”
그 눈동자와 직접 마주했을 뿐인데. 노인의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살아있는 게 분명한데,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질 않는다.
“마음에 새겨두도록.”
“예, 예. 아, 알겠, 알겠습…….”
노인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려 했으나, 입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 그럼 전, 다, 다음 식사의 준비를 해 보러 가보겠습니다.”
노인이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갓 태어난 사슴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노인이 그대로 자리를 뜨려 할 때였다.
“멈춰라.”
남자가 노인을 만류했다.
“아직 묻고 싶은 게 남아있다.”
노인이 딸꾹질을 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무, 무엇입니까?”
남자가 노인에게서 시선을 떼고, 왼쪽 공터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다만, 저기 있는 저놈은 네 부하인가?”
“네?”
노인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
당연하게도 거긴 아무것도 없었다.
“저기에…… 뭐가 있습니까?”
“그 반응. 그렇군. 이해했다.”
남자가 픽 웃었다.
“일단. 네 부하는 아니라는 말이로군. 그럼…….”
그 직후.
“쥐새끼인가.”
남자의 신체가 신기루처럼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내라. 쥐새끼.”
다시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빠르게 요동치는 허공.
아무것도 없었을 터인 허공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치 못 챘다고 생각했다만, 연기가 능숙하군.”
소피아 아네체프리.
아니, 세인 비노슈가 검을 쥔 채, 남자를 노려보았다.
* * *
세인 비노슈는 눈앞의 남자를 마주한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위험하다.’
가까이서 마주하고 보니 아주 잘 알겠다.
이 남자는 베일 스톨 본인이다.
현재 세인 비노슈와 함께 있는 흑마도왕의 영혼이 이 남자가 진짜 베일 스톨이라 말하고 있다.
‘이길 수단이 없다.’
이 남자가 베일 스톨인 이상, 이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승률은 0%.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수천, 수억 번을 싸워도 수천, 수억 번 패배할 테지.
‘난감하군. 분명 실력은 내가 우위에 서 있는데. 이길 수가 없다니.’
실력으로는 이쪽이 우위다.
베일 스톨은 아직 완전히 힘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금의 베일 스톨은 세인 비노슈 보다 약하다.
만약, 1:1로 붙는다면 세인이 이겼을 것이다.
‘이게 흑마도왕이 말한, 흑마법의 족쇄인가.’
하지만 지금 세인은 혼자가 아니다.
지금 세인은 족쇄를 차고 있다.
베일 스톨에게 절대 반항할 수 없다는 저주에 가까운 주박에 걸려 있는 흑마도왕이란 무거운 족쇄를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이 안 되는 놈이로다.’
흑마도왕이 함께 있는 이상, 세인은 베일 스톨을 이길 수 없다.
쥐가 고양이를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인은 결코 베일 스톨을 이길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놈이 하율이의 존재는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정도인가.’
베일 스톨이 감지한 건 세인의 기척뿐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만, 베일 스톨은 신하율의 존재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묘하군. 네놈의 영혼에 분명 내 주박이 걸려 있는데. 그 기운이 옅어도 너무 옅어.”
‘……과연.’
세인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방금 전 베일 스톨이 한 말로 모든 걸 이해했다.
‘놈은 내 기운을 감지한 게 아니라, 흑마도왕에게 걸려 있는 주박과의 연결고리를 느낀 건가.’
그렇기에 신하율의 존재는 감지하지 못한 거다.
신하율에겐 주박 같은 게 걸려있지 않으니까.
“네놈. 뭐하는 놈이지?”
베일 스톨이 세인을 노려봤다.
마나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
흑마법사로 하여금, 복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강제력을 지닌 ‘마언’이었다.
흑마법이라는 주박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명령.
흑마도왕이라는 족쇄를 달고 있는 이상, 이 남자의 말에는 반항할 수 없다.
그때, 예상치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베일 스톨도, 세인 비노슈도,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흑마도왕 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 말이다.
“글쎄. 나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군.”
세인 비노슈가 베일 스톨의 ‘마언’을 무시해 낸 것이다.
“……네놈.”
베일 스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감히 자신의 ‘마언’을 무시한 괘씸한 놈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과연. 영혼의 뒤섞임 때문에 주박 또한 옅어졌다는 건가.’
내면의 흑마도왕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베일 스톨에게 반항할 수 없다는 최우선적인 제약은 유지되고 있으나, 베일 스톨의 말에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이차적인 제약은 옅어져 소멸했다. 이런 거겠지. 기쁜 오산이야.’
흑마도왕이 들뜬 목소리로 세인에게 말했다.
‘세인 비노슈. 도망가라. 놈의 명령을 무시할 수 있는 이상. 도망가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 세인에게 걸려 있는 주박은 베일 스톨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이것뿐이다.
베일 스톨에게서 도망가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어차피 놈은 지금 신하율의 존재를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면 아무 위험 부담 없이 후퇴할 수 있어.’
움브라를 신화 마법으로 벼린 건 레이 벨 바이테너가 아닌 신하율이다.
베일 스톨 입장에서 처음 볼 터인 마법이니만큼, 움브라에 대한 대처는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온전한 상태라면 모르겠는데, 지금 베일 스톨은 힘을 반밖에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움브라를 감지해 내는 건 굉장히 힘들 터.
지금 자리를 뜨면 아무런 손실 없이 정보만 얻고 돌아갈 수 있다.
‘……그게 최선 같군.’
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의 생각에도, 지금 이 상황에선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다.
‘이탈 후, 하율이가 어찌할지가 다소 걱정이긴 하다만. 하율이라면 알아서 상황 파악을 마치고, 자리를 뜨겠지.’
세인은 그대로 검을 쥐었다.
이대로 공간을 베어, 도망가리라.
그렇게 마음먹고 천천히 검을 치켜들었다.
“과연. 그렇게 된 건가.”
그때였다.
베일 스톨이 세인을 노려보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뇌까렸다.
“네놈. 레이의 후계자로군.”
“……뭐?”
세인이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