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7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78화(378/466)
스텔라는 울다 지쳐 잠에 들었다.
세인 님은 침대 옆에 걸터앉아, 잠에 든 스텔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라붙은 눈물 자국을 손으로 훔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기다리게 했구나.”
여전히 시선은 스텔라에게 집중한 채로, 내게 말을 거셨다.
“너도 보고 있었을 테니, 별다른 의견 조율은 필요 없겠지. 베일 스톨. 그 남자는 나를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라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
세인 님의 시선이 천천히 내게 향한다.
“흑마도왕의 말에 따르면, 흑마도왕의 영혼과 소피아의 영혼, 그리고 내 영혼이 뒤죽박죽으로 섞이며, 그런 착각을 일으키게 된 것 같다고 하더군.”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이번에 베일 스톨이 흑마도왕을 보고 착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흑마도왕이 신화 마법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
영혼의 뒤섞임은 그다음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베일 스톨. 흑마도의 시초나 되는 인물이 고작 영혼의 뒤섞임 하나로 착각을 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세인 님이 스텔라에게서 손을 떼고 완전히 내 쪽으로 몸을 돌리셨다.
“하율이 너라면, 베일 스톨이 착각을 하게 된 이유. 진실을 간파해 낼 수 있을 테지.”
내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픽 웃으신다.
“……아니. 이미 간파해 냈을 수도 있나.”
정확하다.
나는 베일 스톨의 착각이 어떠한 구조와 흐름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정확히 파악했다.
“만약 네가 그 진실에 도달했거나, 앞으로 도달하게 된다면. 굳이 내게 그 진실을 전하진 말거라.”
세인 님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흑마도왕을 떠올리는 것이리라.
“내게 진실을 고하면, 나와 소피아만이 아니라 흑마도왕도 그 진실을 알게 될 터. 그건 아니 될 일이야.”
지금, 운 좋게 손을 잡게 되긴 했으나. 흑마도왕은 적이다.
적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를 주는 건 옳지 않다.
하물며 이번에 얻은 정보는 핵심 중의 핵심 정보.
베일 스톨과 흑마법, 그리고 바이테너식이 얽혀있는 기밀 중의 기밀이다.
이런 중요한 정보를 흑마도왕에게 넘길 수는 없다.
“예. 알겠습니다.”
세인 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세인 님이 저런 말을 하지 않으셨더라도, 나는 이번에 얻은 정보를 감추고 있을 생각이었다.
세인 님과 소피아 님에게 진실을 전달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흑마도왕에게 정보가 넘어가며 잃는 손해가 더 크다.
“나는 미끼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전력을 다하겠다.”
세인 님과 소피아 님은 베일 스톨의 눈에 제대로 찍혔다.
베일 스톨은 세인 님만을 경계하며, 세인 님을 상대할 준비를 하는 데 전력을 쏟을 테지.
고로 미끼.
세인 님은 베일 스톨을 낚을 수 있는 최상급 미끼다.
“그사이에 너는 베일 스톨을 상대할 준비를 해라. 베일 스톨의 성장세를 뛰어넘어. 베일 스톨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 보여라.”
그렇게 베일 스톨이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나는 힘을 쌓으면 된다.
베일 스톨이 힘을 되찾는 것보다 빠르게 힘을 쌓아서, 베일 스톨을 쓰러트린다.
이게 지금 이 상황에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네가 쓰러트리지 못하면, 그 누구도 베일 스톨을 막을 수 없어.”
현재 유일하게 베일 스톨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인물인 세인 님과 소피아 님은, 흑마도왕의 영혼 때문에 베일 스톨에게 대항할 수 없는 상태다.
지금 베일 스톨과 싸워, 승리할 가능성을 지닌 건 이 세계에 오직 하나.
나뿐이다.
“그 사이. 드래곤의 처리는 내게 맡겨라. 베일 스톨. 그자가 드래곤의 영혼을 섭취하는 것도 최대한 막아 보겠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나는 수련에만 몰두하고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현장에서 빠질 수가 없었다.
마나만 충전되면, 핵폭탄 이상의 위력을 지닌 위험물을 그냥 방치해 둘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수련은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드래곤의 위치 정보를 확정 지을 수 있는 지도를 완성시키기 전까지는, 현장에서 빠질 수가 없었다.
“가령 드래곤이 완전체로 등장한다고 해도 막아 보이겠다.”
하지만 지금, 세인 님이 전선에 설 수 있게 된 이상, 내가 전선에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
드래곤 위치 정보 지도 같은 것도 필요 없게 됐다.
흑마도왕이라는 족쇄에서 풀려난 세인 님은 말 그대로 세계 최강.
드래곤이라고 해도, 세인 님을 어찌할 수는 없다.
“예. 드래곤은 전적으로 세인 님께 일임하겠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세인 님은 공간참을 이용해 공간을 뛰어넘기까지 하시니.
전 세계가 세인 님의 사정권에 들어서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세인 님이 이쪽에 합류한 순간부터, 드래곤의 위협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세인 님과 소피아 님께서, 시간을 벌어주시는 동안. 힘을 쌓는 데만 집중하겠습니다.”
“그래. 그리하는 게 옳다.”
세인 님이 다시 내게서 시선을 떼고, 스텔라를 바라봤다.
“그럼 이제 그만 할 일을 하러 가 보거라.”
완곡한 축객령이었다.
“세인 님은…….”
“나는 한동안 이곳에 있을 예정이다.”
세상 편안한 표정으로 잠에 든 스텔라를 바라보며 어머니다운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가 일어났을 때. 내가 없다면, 또 꿈이라고 생각해 버릴 테니 말이야. 이 아이가 눈을 뜰 때까진. 여기 이렇게 있을 생각이야.”
“……그렇군요.”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메이드 분께 말씀드려서 이 방엔 아무도 들지 말라 전언을 해 두겠습니다.”
“부탁하마.”
나는 그런 세인 님에게 작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별관을 떠났다.
* * *
그 후,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단테로아의 서로 향했다.
미이-!
단테로아의 서에 들어선 나를 미호가 반겼다.
내 품에 그대로 뛰어들어,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부린다.
나는 그런 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미미르랑 테이는?”
미호가 내 가슴에서 얼굴을 떼고, 한 방향을 바라봤다.
“저기구나. 고마워.”
미호가 다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미호를 껴안은 채, 미호가 가리킨 방향의 책장으로 향했다.
“황녀님. 여기, 이 정보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뭔데? 이리 줘 봐.”
그리고 미미르와 테이를 발견함과 동시에, 경악하고 말았다.
“이건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 보이네. 그 구간만 따로 기록해 줘.”
“알았어.”
미미르와 테이.
견원지간인 두 명이 사이좋게 마주 앉아, 합동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꽤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테이는 몰라도, 미미르가 테이랑 협업을 할 생각을 하다니…….’
도서관의 관리는 오로지 자신의 역할이라며, 테이가 간섭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던 미미르가, 테이와 협업을 하고 있다니.
평소 미미르의 테이 혐오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 나이니만큼, 놀라 자빠질 만한 광경이었다.
“미미르. 테이. 뭐하고 있는 거야?”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내 인기척도 못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
두 명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깜짝이야……. 계승자. 인기척 좀 내고 다녀. 놀랐잖아.”
대놓고 놀란 표정의 미미르.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그리고, 무표정을 가장하곤 있으나, 속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테이.
“인기척 내면서 왔어. 여기, 미호는 바로 눈치채고 반겨줬잖아. 아, 그리고 방금 막 도착했습니다.”
나는 차례대로 미미르와 테이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래? 너무 집중하고 있었나?”
미미르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표정이 됐다.
“…….”
반면 테이는 여전히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집중하고 있었다곤 하나, 내 인기척을 완전히 놓쳤다는 사실이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 온 게 아닐까.
“대체 뭐에 그리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래?”
2년 반 사이.
테이가 내 인기척을 놓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 테이가 내 인기척을 완전히 놓쳤을 정도로 집중할 만한 일이라. 그게 대체 뭘까.
“바이테너식의 구조 분석.”
“……바이테너식의 구조?”
“어.”
아까 전, 움브라를 사용해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미미르는 따로 조사해 보고 싶은 게 있다며, 단테로아의 서로 돌아갔다.
그 조사해 보고 싶은 거란 게 바이테너식의 구조였구나.
“베일 스톨. 그 남자의 말에 따르면, 바이테너식은 흑마법과 어느 정도 궤가 닿아 있다는 말이 되잖아?”
베일 스톨은 세인 님을 보며, 바이테너식이 흑마법을 양분으로 삼아, 진화를 이뤘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즉, 바이테너식은 흑마법을 흡수할 수 있다는 말이고. 흡수할 수 있다는 말은, 두 마법이 어느 정도 궤가 닿아 있다는 말과 같다.
서로 완전히 다르다면, 흡수 같은 게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근데. 나는 아바마마께, 바이테너식과 흑마법은 완전히 궤가 다른, 다른 뿌리에서 탄생한 마법이라고 들었단 말이지.”
미미르가 의아하단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베일 스톨이 알고 있는 걸, 아바마마가 모르고 계셨을 리는 없고. 그럼 아바마마가 거짓말을 했다는 건데. 그 이유가 뭘까 싶어서.”
스승님의 성격에, 자신의 업적을 치하하고자, 바이테너식을 독보적인 마법으로 두고자, 그런 거짓말을 하셨을 리도 없고.
분명 다른 이유가 있으실 테지.
“바이테너식의 구조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조사해 보고 있는 거야.”
바이테너식의 구조와 흑마법의 구조를 분석해, 공통점을 찾아낸다.
아마 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레드 드래곤이랑 베일 스톨의 입에서 나온 ‘죄악’이라는 게 뭔지도 알아볼 겸해서.”
바이테너식에 포함되어 있는 15%의 죄악.
그 죄악에 대한 것도, 바이테너식의 구조를 뜯어보면 알 수 있을 확률이 크다.
“근데 바이테너식의 구조를 분석한다는 게 가능해?”
외면적인 구조 자체를 파악하는 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을 테지.
하지만, 지금 미미르가 하고자 하는 건 외면적인 구조 분석이 아닌, 더욱 깊은 곳에 위치한 내면의 구조.
바이테너식의 근간이다.
찾고 싶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솔직히 힘들 거 같긴 한데…….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으니까.”
미미르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재미있는 연구 거리를 찾은 연구원의 표정.
옆에 있는 테이도 마찬가지였다. 아주 흥미롭다는 눈빛.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미미르는 연구자로서 순수한 의문을 품고 있는 거라면.
테이는 앞으로 두고두고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찾은 듯한 아이 같은 표정이라는 것 정도일까.
참으로 둘다운 표정과 반응이었다.
“그래서 그, 미안한 말인데. 나 한동안은 여기 박혀있어야 할 것 같아.”
미미르가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 물론 실전에 투입된다거나 하면 바로 서포트하러 갈 거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훈련이야 나 혼자 할 수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훈련은 온전히 나 혼자 해야 의미가 있다.
미미르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은 그렇게까지 많진 않을 터.
효율을 생각하면 나는 혼자 훈련하고, 미미르는 여기서 연구를 하는 게 맞다.
“애초에 이번에 할 훈련에서 미미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거기도 하고.”
“……내 서포트가 무용지물이라는 거야?”
미미르가 나를 찌릿 째려봤다.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번에 한해서는 크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말이야.”
나는 손사래를 치며, 빠르게 이어 말했다.
“이번 훈련은 순전히 나 혼자 해야 의미가 있는 훈련이거든.”
“아.”
미미르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눈을 빛냈다.
“맞아. 슬슬 여덟 번째 고리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생각이야.”
드래곤의 마나도 70% 이상 소화시켰겠다.
이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