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7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79화(379/466)
그날 저녁.
청와대에 가 있던 아버지와 청색 마탑주님.
그리고 일본에 가 있던 샤를 단장님과 순찬이, 아델라가 거의 동시에 복귀했다.
나는 복귀한 다섯을 모두 모아,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했다.
베일 스톨이 불완전하게나마 부활했다는 것.
드래곤의 역할은 테러가 아닌 에너지 보급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소피아 님과 세인 님, 그리고 흑마도왕이 정전 협정을 맺고, 본격적으로 이쪽을 도울 수 있게 됐다는 것.
마지막으로 베일 스톨이 세인 님을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라 착각하고 있다는 것까지 모조리.
바이테너식과 흑마법 사이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
“…….”
“…….”
그렇게 모든 얘기가 끝난 후.
방 안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들 너무 한 번에 많은 얘기를 들어서 생각을 정리하기 바쁜 것이리라.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그 정적을 뚫고 아델라가 입을 열었다.
아무런 미혹도 찾아볼 수 없는 확신에 찬 눈동자.
생각의 정리는 이미 다 끝낸 것이리라.
“지금 베일 스톨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한가요?”
모든 상황 파악을 마치고, 핵심에 도달하기까지 했다.
예전에도 이해력이 좋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엘레나 님이 붙은 뒤로부터 두뇌 회전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다.
“결론만 말하면, 불가능해. 지금 우리의 전력으론 베일 스톨을 쓰러트릴 수 없어.”
“불완전한 상태인데도 말인가요?”
“불완전한 상태라고 해도, 9서클 마스터급 전력이야. 지금의 우리로선 대항할 방법이 없어.”
“9서클 마스터급……. 2년 반 전의 소피아 님 이상, 흑마도왕 이하. 대충 이런 느낌일까요.”
“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지금 베일 스톨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세인 비노슈.
혈혈단신으로 한계를 뛰어넘어, 정상에 도달한 희대의 천재 검사뿐이다.
“만약 세인 님에게 제약 같은 게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체크메이트였겠지만. 세인 님이 베일 스톨에게 대적할 수 없는 지금. 우리에게 베일 스톨을 쓰러트릴 수 있는 수단은 없어.”
“……그렇군요.”
아델라가 씁쓸하게 웃었다.
힘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는 듯한, 그런 미소였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지?”
조용히 내 얘기를 듣고만 계시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베일 스톨을 쓰러트릴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들여 베일 스톨을 쓰러트릴 준비를 할 수도 없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 베일 스톨. 그 괴물의 편이니 말이지.”
베일 스톨은 현재 힘을 회복하는 중이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질 터.
그냥 방치해 두면, 베일 스톨의 힘은 이쪽이 손 쓸 도리 없이 커져갈 것이다.
“괜찮습니다. 베일 스톨의 성장은 소피아 님과 세인 님께서 억제해 주실 테니까요.”
허나, 방치해 두지 않는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세인 님과 소피아 님이라면, 베일 스톨의 성장을 충분하리만큼 늦춰 주실 거다.
“어떻게 억제를 한다는 거지?”
“간단합니다.”
“……베일 스톨이 드래곤의 흡수하는 걸 최대한 막아낸다. 이거군요.”
그때, 아델라가 내 말을 끊고 말했다.
“맞나요?”
“정확해.”
지금까지 주어진 정보와 내 ‘억제’라는 단어에서 다음 내가 할 말을 읽어 낸 것이리라.
‘상황 판단 속도도 빨라.’
두뇌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건, 마냥 내 착각이 아닌 모양이다.
“세인 비노슈는 베일 스톨과 싸울 수 없는 거 아니었나? 무슨 수로 방해를 한다는 거지?”
“그건…….”
“세인 비노슈 님은 베일 스톨과 싸울 수 없는 게 아니라, 베일 스톨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어요.”
이번에도 아델라가 내 말을 끊고 말했다.
“즉, 베일 스톨에게 위해를 끼치는 일 없이 드래곤의 영체만을 정확히 파괴하면 된다는 말이죠. 현재 세인 님의 무력이라면, 그게 가능할 테고요. 맞죠?”
“……정확해.”
또다시 할 말을 빼앗겼다.
뭔가 머쓱하다.
“반면 저희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힘을 쌓을 수 있어요.”
아델라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이러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베일 스톨의 무력을 뛰어넘는 순간이 올 거예요.”
제약이 걸려,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는 베일 스톨의 무력과.
아무런 제약도 없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우리의 무력.
이 곡선대로라면, 우리의 무력이 베일 스톨을 넘어서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때. 베일 스톨을 쓰러트린다. 이게 하율이의 계획일 거예요.”
아델라가 나를 바라보며, 눈으로 ‘맞죠?’라고 물었다.
“다 맞는 말이야.”
다 맞는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대신해 줬다.
“딱 하나만 빼고.”
허나, 딱 하나. 부족한 게 있다.
“……틀린 게 있나요?”
“틀린 건 아니고.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어.”
아델라가 그게 뭐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대로 힘을 쌓으면, 언젠가 베일 스톨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말. 그 말엔 조금 어폐가 있어.”
“어떤……?”
“네 말대로 한동안 베일 스톨의 성장 곡선은 완만한 곡선을 그릴 거야. 세인 님이 베일 스톨을 확실하게 억제해 주실 테니까.”
지금 당장은 아델라의 말대로 일이 진행될 것이다.
“근데. 세인 님의 방해는 영원할 수가 없어.”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을 거다.
“세인 님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베일 스톨의 성장을 100% 완전히 틀어막을 수는 없어. 베일 스톨은 조금씩 성장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 시점이 올 거다.
“언젠가 세인 님이 베일 스톨을 방해할 수 없는 순간이 올 거야.”
세인 님의 무력으로도 베일 스톨을 방해할 수 없게 되는 시점이 말이다.
“베일 스톨이 세인 님의 무력을 뛰어넘을 만큼 회복할 시기를 말하시는 거면…….”
“딱히 세인 님의 무력을 뛰어넘을 만큼 회복할 필요 없어.”
“……아!”
아델라가 아차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맞네요. 현재 세인 님은 베일 스톨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제약을 짊어지고 계셨죠.”
“그래. 베일 스톨은 딱히 세인 님을 쓰러트릴 만큼 강해지지 않아도 돼. 그냥 자신의 몸을 방패로 삼아 드래곤을 지킬 수 있는 수준까지만 강해지면 되거든.”
이쪽이 베일 스톨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이유는 세인 님의 무력이 현재 베일 스톨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압도적이기에, 베일 스톨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제약을 달고도 베일 스톨을 방해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무력 차는 영원하지 않다.
무력 차는 어느 정도 계속 나 있을 테지만, ‘압도적’이라는 단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테지.
그때가 되면, 세인 님이 베일 스톨을 막기 점점 버거워질 테고.
그럼 베일 스톨의 성장 곡선은 서서히 가파른 형태를 그리게 될 터.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우리의 성장 곡선을 능가해, 완전한 힘을 되찾을 게 분명하다.
“세인 님은 자기가 베일 스톨을 완벽히 억제할 수 있는 시간은 1달 정도라고 하셨어.”
그 기점이 바로 1달이다.
1달을 지난 시점으로부터 저쪽의 성장이 가속도를 받기 시작할 거다.
“그리고 2달이 지난 순간부터,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질 거라고 하셨고.”
그리고 2달이 지난 시점부턴, 우리의 성장 속도를 능가하는 속도로 탄력을 받기 시작할 거다.
“실질적으로 유예는 2달이라는 말이네요.”
“그렇지.”
요컨대, 우리에게 남은 유예는 2달뿐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2달 내에 베일 스톨보다 강해져야 해.”
나는 순찬이와 아델라를 차례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베일 스톨을 넘어 설 만큼의 성장 포텐셜을 지니고 있는 건 나와 순찬이, 그리고 아델라뿐이다.
엘레나 님과 아스란 님. 그리고 미미르의 전폭적인 백업을 받고 있는 우리만이, 베일 스톨에게 대항할 수 있다.
“지금. 엘레나 님과 아스란 님은 그 준비를 하기 위해 단테로아의 서에서 계획을 짜고 계셔.”
“아…….”
“그래서 아까부터 조용하셨구만.”
엘레나 님과 아스란.
그리고 미미르와 테이.
네 명은 지금 단테로아의 서에서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일정을 짜고 있다.
늦어도 오늘 밤 안에는 모든 계획 수립을 마치고, 우리에게 그 계획을 전달해 주실 테지.
“아마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한 훈련이 2달간 계속될 거야.”
지금은 수단을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여차하면 마법사로서의 수명이 끊어질 거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은 생명도 보장할 수 없는 지옥도다.
“원래라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훈련을 받겠냐고 묻겠지만. 미안해. 이번에 한해선 너희의 의사는 묵살할 거야. 너희 둘 중. 한 명만 빠져도 이번 계획은 성립할 수가 없거든.”
2달 사이 1:1로 베일 스톨과 싸워 이길 만큼 강해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3:1이라면 얘기는 좀 다르다.
아델라와 순찬이와 연계한다면, 조금 전력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러니까…….”
“거기까지.”
그때, 순찬이가 내 말을 끊었다.
“이거, 우릴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네. 안 그래? 아델라?”
“…….”
아델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실시간으로 지옥도를 달리고 있는데. 새 지옥도가 대수겠냐.”
순찬이가 낄낄 웃는다.
“이번엔 같이 걸어가 줄 친구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까짓것. 그냥 가면 되지.”
입은 장난스럽게 웃고 있지만, 두 눈은 세상 진지하다.
“최대한 보폭 맞춰가며 따라가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친구.”
“…….”
아델라가 멍한 표정으로 순찬이를 응시했다.
“…….”
나도 순찬이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순찬이가 코 밑을 쓱 비비며 웃었다.
“짜식. 감동했구만.”
훈훈한 미소.
자기가 한 말이지만, 끝내주게 멋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감동 안 해도 돼. 친구로서 당연한…….”
“……우웩.”
그때, 샤를 단장님이 토를 하는 시늉을 했다.
“……그만. 그만해. 너무 역해서 못 보겠어.”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하. 그렇습니까? 저는 보기 좋았는데 말이죠. 바야흐로 청춘다워서.”
청색 마탑주님이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최대한 보폭 맞춰가며. 따라가 줄 테니까. 친구. 이야. 멋지지 않습니까.”
“…….”
그 순간, 순찬이의 귀가 빨개졌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제야 자각한 표정.
“…….”
아버지가 슬쩍 고개를 돌리셨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런 의지가 전해져 오는 반응과 표정이었다.
“아니, 그게. 내 말은…….”
순찬이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횡설수설했다.
“아델라. 너라면 내 마음 알지?”
그렇게 어버버거리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아델라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아델라라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하는 걸까.
“……그게, 음…….”
그럴 리가.
아델라가 저런 데 공감해 줄 수 있을 리가 있겠는가.
타인의 감정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아델라는 아델라다.
저런 낯부끄러운 말에 공감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조금. 부끄러운 말을 하시는구나. 싶었어요.”
“…….”
아델라가 내민 건 구원의 손길이 아니라 최후의 일격이었다.
순찬이가 이 이상 붉어질 수 있나 싶을 만큼 시뻘게진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으아아아아.”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아, 수치심에 몸부림친다.
세상 모든 후회와 회한이 느껴지는 그런 표정이다.
“크크크.”
그런 순찬이를 보며, 샤를 단장님이 세상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소피아 님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일까.
근 1년간 본 샤를 단장님의 표정 중, 가장 밝다.
“뭐, 저 낯부끄러운 명언쟁이는 저대로 두고…….”
“명언쟁이는 좀…….”
순찬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명언쟁이가 싫으면, 뭐, 청춘 드라마 주인공이라고 해 줄까?”
“……으아아아.”
순찬이가 지면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귀까지 막아버렸다.
그런 순찬이를 보며, 샤를 단장님이 소리 내 웃었다.
아주 유쾌하다는 표정.
“큭큭. 저 부끄러운 놈은 그렇다 치고……. 하율이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진 다 알았어.”
그런 표정으로 내 눈을 똑바로 마주한다.
“너희 셋이 성장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 늙은이 삼인방은 세인 비노슈와 마담의 백업에 전념해 달라. 이거잖아?”
“예.”
아버지와 김강인 님. 그리고 샤를 단장님.
세 분의 성장 포텐셜은 그리 높지 않다.
2달 동안 수련에 몰두해 봐야, 유의미한 변화를 얻긴 어려울 테지.
세 분이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100% 수행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백업에 전념하는 것뿐이다.
“수수한 역할이구만. 여러 의미로 내 성격이랑 안 맞아.”
샤를 단장님이 그대로 뒷목에 깍지를 끼고, 소파에 한껏 기대 누운 채로, 다리를 꼬았다.
“그래도 우리가 시간을 벌면. 이길 수 있는 거지?”
“예.”
나는 샤를 단장님의 눈을 뚫어져라 직시했다.
“2달. 딱 2달만 벌어주십시오.”
그리고 자신감과 진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2달 내에, 반드시 베일 스톨을 압도할 만큼 강해져 보이겠습니다.”
8서클은 이미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9서클 또한, 그리 멀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나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9서클.’
멀게만 느껴졌던 아득한 정상의 경지가, 지금은 왠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