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8화(38/466)
신비위가의 저택.
신비위가의 현 가주이자 아델라의 아버지.
위상철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위상철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40년 지기 친구.
마도신가 가주 신인혁을 힐끔 바라보며 넌지시 화두를 열었다.
“하율이 말인가?”
“그래.”
신인혁은 시선도 돌리지 않고 답했다.
그는 현재 홀로그램 스크린 속, 신하율과 아델라의 전투에 이 이상 없을 만큼 집중하고 있다.
“인혁이 네 앞에서 자식욕을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솔직히 순간 반짝하고 곧 다시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
“이해해. 하율이는 부적합자니까.”
딱히 대수로운 말도 아니다.
실제로 신인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수에게 이긴 것도 결국 실력으로 이겼다기보단, 기교와 전략으로 이긴 거였으니 말이지. 결국 정보 분석이 시작되고, 한계가 드러나면 곧 추락할 거라고 생각했네.”
현대 마법은 확실한 정보와 철저한 전략 아래 펼쳐지는 고도의 수 싸움이다.
그 중, 정보 수집 및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정보의 밀도에 따라 승률은 크게는 50%까지 차이가 날 정도다.
왜, 스포츠계에도 있잖은가.
처음에 반짝했던 루키가 분석이 완료된 시점부터 아무런 힘도 못 쓰고 처참하게 몰락해 버리는 경우가.
신하율의 경우가 딱 이랬다.
신하율은 이러한 정보라는 측면에서 완전한 백지였다.
그 누구도 신하율에 대한 정보를 지니지 못 했다.
즉, 현대 마법전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측면에서 완벽한 이점을 지니고 있던 상태였다는 말이다.
“실제로 전투 초반까지는 내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당장 이번 전투의 양상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델라는 중간 종합 평가 이후로 신하율의 정보를 끊임없이 모아, 분석했다.
그 결과가 전투 초반의 양상이다.
제 아무리 아델라가 4서클이 되었다곤 하지만, 이미 한번 이겼던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신하율은 완벽하게 수세에 몰렸다.
분석이 끝난 루키, 신하율은 아델라에게 제대로 된 반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압도당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군.”
위상철이 허허 웃으며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하율이는 한순간 반짝하고 사라질 루키 같은 게 아니었던 모양이야.”
위상철의 말에 신인혁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아들의 칭찬에 조금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설마 지금의 지수와 호각으로 싸울 줄은…….”
위상철은 신하율의 전투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인혁이. 대체 저 마법은 뭔가?”
홀로그램 스크린 속.
신하율에게 날아가던 월광탄이 신하율에게 닿기 직전 꺾여 나갔다.
마치 월광탄이 신하율을 피해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마법이기에 마법의 궤도를 비튼다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건가?”
다시 봐도 어이가 없는 마법이었다. 상대의 마법을 굴절시키다니.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글쎄. 나도 모르겠군.”
신인혁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들은 게 없어서 말이야.”
“……하율이가 자네에게도 말을 안 했다고?”
“그래.”
신인혁의 입꼬리가 조금 더 치켜 올라갔다. 지금 상황이 아주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의외로군. 하율이가 자네에게 뭔가를 감추다니.”
오벨리스크 아카데미 입학 전의 신하율을 떠올린 위상철이 신기하다는 듯이 턱수염을 쓸었다.
“1년 사이에 꽤나 당돌해져서 말이지. 이젠 나한테 말을 하는 것보다, 숨기는 게 더 많아.”
“하율이가 집을 떠났던 1년 동안 많이 변하긴 했나 보군.”
“아주 많이 바뀌었지.”
“흐음. 역시 남자는 집을 떠나 봐야 성장한다는 건가?”
위상철이 신인혁의 웃는 낯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아무튼 다행이야. 하율이가 다시 저렇게 돼서.”
위상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하율이 부적합자라는 페널티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 덕에 지수도 다시 의욕이 생기기도 했고.”
라이벌을 잃고 방황하던 자신의 딸이 의지를 다잡았으니, 겹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거, 이 기세면 내년의 올림피아드에선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 같구만. 허허허.”
위상철이 내년이 진심으로 기대된다는 듯이 대소했다.
“글쎄. 굳이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내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그건 무슨 말인가.”
신인혁의 의미심장한 말에 위상철이 그게 뭔 의미냐는 듯이 되물었다.
“하율이는 올해 금메달을 따 낼 생각인 것 같거든.”
“올해에 금메달을? 하율이가 직접 그렇게 말하던가?”
“그래.”
신인혁이 스크린 속, 신하율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나한테 아주 당당하게, 올해 금메달을 선물해 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더군.”
세상 당돌하게 2달의 보호를 요구하던 신하율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허어. 그건 또, 엄청난 포부구만.”
위상철이 혀를 내둘렀다.
“뭐,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금메달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건 좋은 거지.”
위상철이 두어 번 고개를 끄덕였다.
삐이이이!
그 순간, 스피커에서 시험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크게 울렸다.
시험이 끝난 것이다.
“흐음. 결국 이렇게 됐군.”
“예상했던 일 아닌가.”
“뭐, 그렇기야 하지.”
위상철이 허허 웃었다.
“시간 부족으로 대결 종료라. 둘 다 아쉽겠어.”
스크린 너머 신하율과 아델라가 세상 불만스럽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시험 종료로부터 1시간이 흘렀다.
나와 아델라는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번 시험은 승부가 날 때까지 하는 대련이 아니라. 배틀 서바이벌 시험.
32시간 동안 생존하는 게 목적인 시험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승패고 뭐고 전투는 끝나는 게 당연했다.
“계속 싸웠으면 제가 이겼을 거예요.”
“아니. 결국 평소처럼 내가 이겼을 거야.”
덕분에 전투는 어정쩡하게 끝이 났고. 현재 아주 찝찝한 상태다.
“슬슬 그 궤도를 꺾는 마법에 대한 공략법도 보이기 시작하고 있었고. 딱 5분만 더 있었으면 제가 이겼을 거예요.”
“반대야. 5분 뒤면 정신력 고갈로 네 패배였어.”
“……계속 싸울거면 나 간다?”
나와 아델라의 유치하다면 유치한 설전을 보고 있던 순찬이가 너네 진짜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26번째 탈락자는 빠져 있어.”
“이건 자존심 싸움이에요.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즈기요 두 분? 저한테 말이 좀 심하신 건 둘째 치고. 전투 피드백 한다고 모인 거 아니에요?”
순찬이가 세상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체 이 사이에 껴서 나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이게 나라냐.
라고 말하고 있는 얼굴이다.
“그렇게라도 승부를 가리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다시 붙어 보시던가요.”
“아니. 그건 안 돼.”
“네. 안 돼요.”
나와 아델라가 칼 같이 거절했다.
“……왜?”
“그때랑 지금이랑은 조건이 다르잖아.”
“지형, 컨디션, 그때의 상황. 그때와 모든 게 동일하지 않으면 공평한 승부가 아니에요.”
“……아, 예. 그러시구나. 제가 그걸 몰랐네요.”
순찬이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는 표정으로 허허 웃었다.
“……누가 소꿉친구 아니랄까 봐, 진짜 똑같네. 아주 똑~같아.”
그리곤 나와 아델라를 똑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제 아델라에 대한 거부감과 어색함은 아예 사라진 모양이다.
“자자. 그럼 이렇게 하자.”
순찬이가 ‘나라도 정신 차려야지.’ 라고 다짐한 듯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그렇게 계속 입으로 싸워 봐야 끝도 안 나는 거. 일단 전투 피드백부터 하는 거야. 그렇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전투를 뜯어보다 보면, 그대로 갔으면 누가 이겼을 지에 대한 것도 자연스레 답이 나오지 않겠어?”
웬일로 순찬이 답지 않게 현명한 의견이었다.
“좋은 방법이네.”
“네. 저도 동의해요.”
나와 아델라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
순찬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살았다는 표정이 돋보인다.
“그럼 어디부터 시작할까? 둘이 싸우기 시작한 직후부터 보면 될까?”
순찬이가 리모콘으로 시험 당시 영상을 조작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왜? 한 10분 전부터 봐야 하나?”
아델라가 이상한 놈 보는 얼굴로 순찬이를 바라봤다.
“아뇨. 처음부터 봐야죠.”
“……처음부터?”
“네.”
“시합 영상을 풀로 본다고?”
“네.”
“……왜?”
순찬이가 진심으로 무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야 더 확실한 분석이 되니까요. 비단 저희 둘이 싸운 것 외에도 피드백할 게 있을 수도 있고요.”
“…….”
순찬이가 입을 반쯤 벌리고, 허탈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뭔가 내게 도움을 구하는 표정이다. 제발 뭐라고 좀 해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는 표정이 썩 재미있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봐야지.”
나도 아델라의 의견에 동의하거든. 기왕 세 명이 모여서 집단 지성을 발휘해 피드백을 하기로 했는데. 그 짧은 전투만 보고 넘기면 쓰나.
처음부터 샅샅이 콤마 단위로 분석해야지.
“……조졌다.”
순찬이가 절망했다.
내가 왜 여기 낀다고 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빨리 틀어.”
“시간은 금이에요.”
나와 아델라의 닦달에 순찬이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통탄했다.
“아. 발 닦고 잠이나 잘걸.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길 와서…….”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 * *
그렇게 정확히 14시간이 흘렀다.
“……아, 둘 다 죽었…으면 좋겠다.”
순찬이는 이미 잠든 지 오래다.
책상에 머리를 기대고 침을 흘리며. 잠꼬대로 나와 아델라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다.
“으으…. 분석…… 싫어.”
뭔가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하다.
그런 순찬이를 바라보며, 아델라가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왜 웃어?”
“아뇨. 너무 재밌으셔서요.”
“얘?”
“네.”
“순찬이가 또 한 재미 하긴 하지.”
“네. 유쾌하시네요. 착하시고.”
아델라가 악몽에 시달리는 순찬이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1서클 기초 마법 중 하나, ‘슬립’이었다.
그 순간, 순찬이의 중얼거림이 사라졌다. 깊게 잠에 든 것으로 악몽에서 해방된 것이다.
“솔직히 도중에 못 해 먹겠다고 도망가실 줄 알았어요.”
순찬이는 계속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고 투덜대기만 했으니.
도망갈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뭐, 말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깍쟁이 같은 놈이라서.”
“예. 실제로 조금 놀랐어요. 톡톡 튀는 발상도 그렇고…….”
“얘가 좀 생각이 4차원이라서 그런 면에서 뛰어난 게 있어.”
나도 순찬이의 뜬금없는 발상과 의견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정말 좋은 친구 분이시네요.”
“나한텐 과분할 정도로 좋은 친구지.”
모든 걸 잃었을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 법이라고 했던가.
순찬이가 딱 그런 친구다.
“……죄송해요.”
아델라가 돌연 사과를 했다.
“갑자기 뭐야?”
“1년 동안…… 말 안 건 거요.”
“응?”
뭔 말을 하나 했더니.
“그게 왜 미안해. 네가 보낸 시그널을 거절한 건 난데.”
1년 전, 부적합자라는 진단과 함께 처참하게 무너진 날.
아델라는 분명히 날 위로하려 했다.
그런 아델라를 거절한 건 나다.
좀 복합적인 이유였다.
자존심도 상했고. 멘탈도 조금… 아니, 많이 그랬고.
‘나를 쓰러트린다는 일념만으로 프랑스 진학도 포기하고, 한국에 남은 앨 그때의 내가 무슨 낯으로 보겠어.’
여러모로 아델라를 볼 낯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델라가 다가오는 걸 거절했다.
즉, 아델라와 서먹서먹해진 건 내가 원인이라는 말이다.
아델라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뭐, 네가 나한테 말만 안 걸었을 뿐이지. 뒤에서 엄청 신경 써 준거 다 알아.”
지난 1년 간, 백사혁이나 몇몇 악질들을 제외한 학생들이 내게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던 건, 아델라가 뒤에서 은연중에 나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아마 아델라가 아니었다면, 훨씬 힘든 1년을 보냈을 거다.
“사과는 내가 해야지. 고맙다는 말도 내가 해야 하고. 네가 왜 사과를 해.”
“……그냥요.”
아델라가 쓰게 웃었다.
“두 분의 관계를 보고 있다 보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가 됐던 계속 다가가는 게 맞지 않았을까…….”
뭔가 생각이 많아진 모양이다.
“됐어. 다시 말하지만,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당연히 후회할 일도 아니고.”
1년간의 어색함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제 와서 뭐라 할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빠르게 주먹을 치켜 올려, 엎드려 자고 있는 순찬이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으억!”
“그런 낯부끄러운 얘기를 할 거면 둘만 있는 데서 해. 이런 두고두고 우려먹을 놈이 있는 데서 하지 말고.”
순찬이가 쭈뼛쭈뼛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알았어? 제대로 숨죽이고 있었는데.”
순찬이는 1분 전부터 깨어나 있었다.
“어떻게 알긴. 숨을 죽이니까 알았지.”
잠들어 있는 사람 특유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아니었다.
“와. 님 무슨 무림 고수세요?”
순찬이가 혀를 내둘렀다.
옆에서 아델라도 조금 놀란 듯했다. 뺨이 조금 붉다.
순찬이가 듣고 있는 앞에서 저런 부끄러운 얘기를 꺼냈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됐고. 일어났으면 얘기 좀 하자.”
“엉? 뭔 얘기?”
순찬이가 목에서 뚜둑뚜둑 소리를 내며 스트레칭을 했다.
“내 마법에 대한 얘기.”
“네?”
“……갑자기? 되게 뜬금없네.”
두 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올림피아드를 대비해서 너네 둘이랑 합을 좀 맞춰야 할 것 같아서 그래. 합을 맞출 거면 내 마법에 대한 걸 알고 있는 게 좋잖아?”
물론 바이테너식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겠다는 건 아니다.
간섭 마법을 포함한 올림피아드에서 공개할 마법들을 미리 알릴뿐.
올림피아드에서 한층 쉽게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
“자세히 설명 좀 해 줄래? 뭐가 너무 많이 생략된 거 같은데.”
“일단 이것부터 봐. 그래야 설명하기가 편해.”
나는 가볍게 마나를 회전시켰다.
그 순간.
웅-!
내 손 위에 흑(黑)과 백(白)의 융합체가 일렁였다.
“……!”
아델라가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워, 월광탄?”
“맞아.”
신비위가가 자랑하는 마법.
“이게 내 마법이야.”
월(月) 속성 마법이 내 손바닥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