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8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81화(381/466)
할라마니움의 터.
스승님께서 날 위해 준비해 두신 마지막 안배.
할라마니움의 ‘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상공간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기에, 순찬이와 아델라를 대동하고 올 수가 있었다.
“……뭐시여?”
순찬이가 눈을 꿈뻑거리며 멍하니 주위를 살폈고.
“……수정 동굴인가요?”
아델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주변을 관찰했다.
“여기가 우리의 목적지. 할라마니움의 터야.”
“여기가요?”
아델라가 여전히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난생처음 보는 공간이니만큼, 쉽사리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거겠지.
“잉? 여기가 훈련장이라고? 어딜 봐서?”
순찬이는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동굴 곳곳을 훑고 있다.
반투명하게 빛나는 동굴 벽면.
아까 아델라가 말한 것처럼, 수정을 닮았다.
“그러게요. 이 구조. 훈련에 적합한 구조로 보이진 않아요.”
아델라가 조심스럽게 동굴의 벽면에 손을 가져다 댔다.
“……!”
그 순간, 아델라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무래도 이 동굴이 어떤 구조를 띠고 있는지 눈치챈 모양이다.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광석들…… 전부 마석인가요?”
“이게 마석이라고? 마나가 안 느껴지는데?”
순찬이가 눈을 크게 뜨고 동굴 내부를 훑었다.
“아무리 봐도 일반 광물인데?”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표정.
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긴 하지.
“마석 맞아.”
수정을 닮은 저 광석들은 모두 마석이 맞다.
“광휘마석.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인 인조 마석이야.”
“반영구적……? 마나를 모두 소진해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맞아.”
마석이란 일종의 일회용 건전지다.
마석을 구성하고 있는 마나가 모두 소모되면 그걸로 끝.
마나의 소실과 함께 마석은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광휘마석은 마나를 다 소모해도 충전시켜서 재활용할 수 있어.”
하지만 광휘마석은 다르다.
일반 마석이 일회용 건전지라면, 광휘마석은 충전식 건전지다.
일반적인 마석과 달리 마나를 다 소모하더라도, 그 구조가 파괴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신기한 마석이네요. 어떤 식으로 가공하면 그런 성질을 띨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아델라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마석을 살폈다.
“……충전형 마석이고 뭐고, 마나가 아예 안 느껴진다니까?”
순찬이가 인상을 한껏 찡그리고, 광휘마석을 째려봤다.
저렇게 보면 마나가 보일 거라 생각하는 걸까.
“아! 혹시 아직 충전이 안 된 거야? 그래서 마나가 안 느껴지는 거면 얘기가 다르긴…….”
“그건 아냐. 충전은 다 돼 있어.”
“……그래?”
순찬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왜 난 아무것도 안 느껴지지?”
순찬이가 인상을 찡그린 채 아델라를 바라봤다.
“아델라. 너는 마나가 느껴지는 거지?”
“아뇨.”
아델라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똑같아요.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잉? 그래?”
“네.”
“근데 어떻게 이게 마석이라고 눈치챈 거야?”
“광석에 손을 대는 걸 기점으로 체내의 마나가 움직였거든요.”
평범한 광물과 접촉했다고, 마나가 움직이진 않는다.
마나에 반응하는 건 마석뿐이다.
애초에 마석의 정의가 ‘마나’에 반응하는 광물이다.
“마나가 움직여……? 난 그것도 모르겠는데.”
“움직였다고 해도, 아주 미약한 움직임이었으니까요. 못 느낄 만해요.”
“아하. 네가 미약한 움직임이라고 표현할 정도면 뭐…….”
순찬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델라가 겨우겨우 감지했을 정도면, 내가 못 느끼는 게 당연하지.’
이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과 몸짓이었다.
“근데…….”
아델라가 광휘마석에서 손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이 마석. 무슨 용도인가요?”
추리를 시작한 탐정 같은 표정이었다.
“할라마니움의 터는 훈련 목적으로 건축되었다고 하셨으니, 훈련용 마석인 건 확실한 거 같은데.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상상도 안 가네요. 이걸로 어떻게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건지…….”
할라마니움의 터가 훈련 시설이라는 건 한참 전에 말해 뒀다.
훈련 시설에 비치되어 있는 특수 마석이니만큼, 훈련용이라 추측하는 건 합리적인 접근이었다.
“궁금해?”
“네.”
하지만 추측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가 전부.
제아무리 아델라라 해도, 지금 이 상태의 광휘마석을 보고 사용법을 떠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잠깐 활성화시켜 볼까?”
“네.”
아델라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흥미를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
“그래. 그럼. 잠깐만 활성화시켜 볼게. 잠깐 키기만 하는 거면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을 테니까.”
“……위험해요?”
“아냐. 맛만 보는 건 괜찮아. 잠시만 기다려. 지금 활성화시킬 테니까.”
나는 동굴 한편에 손을 대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광휘마석의 성질은 흡수.’
광휘마석은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충전형’이라는 구조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흡수라는 성질은 특정 마나에 반응해서 반전한다.’
광휘마석은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마치 지킬과 하이드처럼 말이다.
‘자, 두 번째 얼굴을 보일 때야.’
내 마나가 광휘마석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주 특수한 파장을 품고 있는 마나.
이 파장이 바로 광휘마석을 반전시키는 트리거다.
‘광휘마석의 두 번째 성질은 방출.’
이 순간, 마나를 무한히 ‘흡수’하는 성질을 띠던 광휘마석이 반전하여, 마나를 무한히 ‘방출’하는 성질로 바뀐다.
쿠궁-!
동굴이 떨렸다.
동굴 전체를 감싸고 있는 광휘마석이 일제히 마나를 쏟아내며, 마나진이 발생한 것이다.
“……꺄악!”
아델라가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친다.
“으아아아악!”
순찬이도 아델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반응을 보였다.
그대로 균형을 잃고 쓰러져, 고통스러운 듯 전신을 베베 꼰다.
둘 다 지금 당장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시 흡수의 성질로 재반전.’
나는 그런 둘을 보며, 동굴에 마나를 다시금 불어넣었다.
그 마나를 트리거로, 광휘마석의 성질이 다시 한번 반전되어, 무한히 ‘흡수’하는 성질로 변하였다.
“……으.”
“허억, 허억…….”
아델라가 머리를 짚고 신음을 흘렸고.
순찬이가 지면에 엎드린 채,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 난 거야?”
둘 다,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다.
“어때?”
두 명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광휘마석을 잠깐 활성화시켜 봤는데. 버틸 만해?”
“버틸… 만하냐고? 넌 이게 버틸 만한 사람의… 반응으로 보이냐?”
순찬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방금 그거…….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마나가 아니잖아.”
순찬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쓰러졌다.
다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다리를 바르르 떨고 있다.
“뭐, 뭐야. 몸이 왜…….”
“근육이랑 신경이 놀라서 그래. 가만히 있어.”
“마나 밀도에 억눌려서 신체 기능이 마비됐다고? 말도 안 돼…….”
마나 밀도에 압도당해,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연히 마나도 움직이지 않을 테지.
근육과 신경이 문제가 생겼는데, 마나 서클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아델라. 너도 가만히 있어. 괜히 무리하려고 하면 더 악화돼.”
“으……. 네.”
아델라가 몸에 힘을 풀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단정 지은 것이리라.
“계승자. 우리 왔……. 응?”
그때 미미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 엘레나 님과 아스란 님도 모습을 드러냈다.
“준비 다 끝났어?”
이 셋은 따로 준비할 게 있다고 하며 단테로아의 서로 갔었다.
지금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말이리라.
“어? 어. 그건 다 끝나긴 했는데…….”
미미르가 아델라와 순찬이를 차례대로 바라보고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계승자. 설마 광휘마석 활성화시켰어?”
“어. 1초 정도. 미리 경험시켜 주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하아.”
미미르가 나 보란 듯이 대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근데 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잖아. 그냥 경험시켜 줄 겸해서, 살짝 맛만 보여 준 거야.”
“이게 어딜 봐서 맛만 보여 준 거야……. 메인 디쉬에 디저트까지 맛보여줬구만.”
미미르가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델라. 괜찮나요?”
엘레나 님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아델라에게 물었다.
“그대로 누워서 턱을 들고, 호흡하는 데 집중해라.”
아스란 님도 웬일로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계시다.
“음…….”
“계승자. 지금 왜 저렇게 호들갑 떠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
“…….”
정곡을 찔렸다.
미미르가 다시금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계승자. 지금 광휘마석을 활성화시키고. 어땠어?”
“어땠고 뭐고, 그냥 별 느낌 없었어. 최소 출력으로 활성화시킨 건데. 느낌이 와야 얼마나 오겠어.”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미미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날 바라보는 눈빛이 묘하다.
개구쟁이를 바라보는 유치원 선생 같은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탓하는 듯하면서도, 애정이 섞여 있는 게, 진짜 딱 유치원 선생님 같은 표정이었다.
“계승자. 계승자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는데. 광휘마석에 마나 방출량을 조절하는 기능은 없어.”
“……어?”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마나 방출량을…… 조절할 수가 없다고?”
“어. 불가능해.”
“……왜?”
단테로아의 서에 준비되어 있던 ‘할라마니움의 터’에 대한 정보가 서술되어 있던 책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무려 스승님이 ‘힘든 시련’이라고 표현하실 정도.
그렇기에 나는 광휘마석의 마나 방출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광휘마석이 내포하고 있는 마나는 결코 ‘힘든 시련’이라 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 위 단계가 있다고, 이건 그냥 맛보기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마나 방출량을 조절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럼 이 마나 방출량이…… 최소 출력이자 최대 출력이라는 말이야?”
“맞아.”
“……이게?”
고작 이 정도가 끝이라고?
스승님이 ‘힘든 시련’이라고 경고까지 하셨던 시련이 고작 이 정도라고?
“이렇게 쉬울 리가 없을 텐데…….”
머리가 아프다.
당연했던 상식이 사실은 비상식이라 전해들은 듯한 느낌.
“계승자. 이대로 두면 언제까지고 오해할 거 같으니까. 딱 잘라 말해줄게.”
미미르가 세상 진지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방금 그 마나 밀도 내에서 버티는 건, 힘든 시련이 맞아. 여기 있는 광휘마석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마나량은 치사량을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이야.”
“…….”
다시 한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온다.
인지부조화가 온 듯한 느낌.
뭔가 내 생각과 미미르의 말이 맞물리질 않는다.
“다시 생각해 봐도 치사량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그냥 조금 방대한 마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착각했다는 건 더 말이 안 되고. 내가 마나량도 제대로 못 파악할 리가 없으니까.”
내 마나 감지 능력은 세계 최정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내가 마나 밀도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계승자가 착각한 게 맞아.”
미미르가 다시금 단언했다.
일말의 의혹조차 느껴지지 않는 확신에 찬 표정.
“계승자는 지금, 본인의 몸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래.”
“……내 몸 상태?”
“응.”
미미르가 이어 말했다.
“지금 계승자는 서클만이 아니라 신체까지 마나와 상당히 비슷한 성질을 띠게 됐어.”
“……몸의 성질이 변해? 왜?”
“흡수한 드래곤의 마나가 완전히 소화되기 시작했으니까.”
“아.”
드래곤의 마나를 흡수하는 작업은 거의 다 끝났다.
이제 남은 건 흡수한 마나를 온전히 내 것으로 벼리는 작업뿐.
미미르의 말마따나, 소화를 시키고 있는 상태다.
“마나와 가까운 몸이 되었기에, 외부의 마나 밀도를 받아들이는 감각에 변화가 생긴 거야.”
감각이 달라졌기에 생긴 착각이라는 말이었다.
1G가 기본인 행성에서 살던 사람이 4G의 중력을 느끼는 감각과 3G가 기본인 행성에서 살던 사람이 4G의 중력을 느끼는 감각은 다른 법이니까.
“지금. 계승자의 몸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이형의 무언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