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8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82화(382/466)
누가 말했던가.
사람은 보통 자신의 신체 변화에는 둔감한 법이라고.
지금껏 딱히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아무래도 맞는 말 같다.
실제로 지금, 내 몸이 변화했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도 실감이 전혀 없다.
그냥 평상시와 다름없는 상태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체감이 안 돼.’
체감되는 변화가 일절 없다.
마법 처리 속도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고.
마나 순환 효율이나, 마나 흡수 효율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다.
드래곤의 마나를 얻기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이러니 눈치를 채려야 챌 수가 있겠는가.
“근데 미미르. 왜 더 빨리 말 안 했어?”
“뭘? 계승자의 몸이 변해가고 있다는 거 왜 말 안 했냐고?”
“응.”
딱히 미미르를 탓하고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순수한 의문이다.
미미르의 말은 아주 논리정연했다. 그 정도로 자세하다는 건, 내 몸의 변화를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근데 왜 나한테 미리 언질을 해 주지 않았던 것일까.
“그냥. 계승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어.”
미미르가 자기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계승자의 감각은 천하제일이니까. 내가 눈치챈 걸 계승자가 눈치 못 챘을 거라곤 생각 못 했어.”
미미르의 감각은 어느 정도 나와 연결이 되어 있다.
미미르가 눈치챈 건, 나도 눈치채야 정상이다.
미미르의 입장에서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할 법도 하다.
“뭔가 말할 계기가 있었으면 모를까. 딱히 계승자의 몸 상태에 대해 말할 기회가 없었잖아? 드래곤의 마나가 소화되면서 당장에 뭔가 큰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었고.”
이번 건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아니. 기회는 있었지만, 다른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아서 굳이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그랬지.”
이해했다.
미미르의 입장에선 내 몸의 변화에 대한 얘기를 꺼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음. 근데 다시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이 좀 짧았네.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 말해 뒀으면 좋았을 텐데.”
미미르가 미안하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미안.”
“네가 미안할 게 뭐있어.”
이 상황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범람하며 그에 따라 최선의 대응을 하다 보니, 발생한 필연적인 맹점이었을 뿐.
미미르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한 건 전적으로 난데.”
이 상황에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나다.
“……저 둘한테 너무 미안하네.”
나는 아직껏 옆에 누워 있는 아델라와 순찬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너무 생각 없이 행동한 바람에…….”
미미르가 내게 내 몸의 변화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은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일상적으로 일어날 법한 미스 커뮤니케이션일 뿐이니까.
문제가 되는 건, 내 행동.
자신들이 돌아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으라 한 미미르의 말을 무시한 내 행동이 문제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내 실수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성급했어.’
하마터면 아델라랑 순찬이의 마법사로서의 생명이 끊길 뻔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착각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끝낼 만큼 가벼운 상황이 아니다.
“……확실히 너무 대책 없이 일을 막 진행하시긴 하셨어요.”
엘레나 님이 아델라를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신하율. 너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아스란 님이 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날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책망’이라는 두 글자가 가득 담겨 있다.
“조급함의 함정에 빠지기라도 한 건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죠.”
확실히 나는 조급해하고 있었다.
미미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광휘마석을 발동했던 거다. 지금 미리 맛이라도 보여주면, 훈련 일정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지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조급함이란 감정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만들어내는 법이지. 지금처럼 말이야.”
“죄송합니다.”
부끄럽다.
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
“이번 일은 단순히 죄송하다고 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네 미숙한 행동 때문에 네 친구들이 죽을 뻔했어.”
“…….”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 책임을…….”
“아스란.”
그때, 엘레나 님이 끼어들었다.
“나무라는 건 적당히 해 두세요. 반성하고 있잖아요.”
아스란 님이 인상을 찡그렸다.
“말했을 텐데. 이건 단순히 반성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야.”
“반성만으로 끝낼 문제에요. 만약 이 둘의 몸에 뭔가 문제라도 생겼으면 모르겠지만, 아무 후유증도 안 남았잖아요.”
“그건 결과론이다. 중요한 건, 그런 행위를 벌이게 된 원인. 그 원인을 제대로 다잡지 않으면 또 같은 일이 일어날 거다.”
“반성을 하는 게 그 원인을 다잡는다는 거잖아요. 하율 군은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실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거예요. 그 이상 기를 죽여 봐야, 아무 의미도 없어요.”
엘레나 님과 아스란 님 사이에 험악한 공기가 흘렀다.
“여전히 네 교육론은 이해할 수가 없군. 사탕처럼 달콤하기 짝이 없어.”
“예. 저도 동감이에요. 당신처럼 채찍만 치는 강압적인 교육.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가 없어요.”
미미르가 그런 둘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는 표정.
“여전하다. 여전해.”
예전, 두 명이 공동으로 교관을 맡았던 시기가 있다고 했었지.
그때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결과적으론 좋은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럼 된 거죠.”
……좋은 결과?
그건 또 무슨 말이지?
“그 또한 결과론이다. 신하율의 생각 없는 행동이 운 좋게, 좋은 결과를 낸 것뿐. 원인과 과정에 문제가 크고, 반성할 점투성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엘레나 님이 무섭게 웃었다.
“머리에 미스릴이라도 들어있나요? 왜 그렇게 유도리가 없어요?”
“그러는 너는 머리에 생크림이라도 들어있는 건가? 세상을 마냥 달콤하게만 보는 게 딱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
두 명의 눈동자 사이로 전류가 튀기 시작했다.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결연한 눈빛들이었다.
“둘 다. 거기까지 해 둬. 너무 흥분했어.”
그때, 미미르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지금 중요한 건 둘의 교육론이 아니잖아.”
미미르가 검지로 누워있는 아델라와 순찬이를 가리켰다.
“중요한 건 일단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랑, 뭐가 됐던 아델라 스테어트랑 지순찬이 벽을 넘어섰다는 거잖아?”
“…….”
“…….”
둘이 입을 다물고 각자의 파트너를 바라봤다.
순찬이는 여전히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고, 아델라는 어느 정도 호흡이 안정되어가고 있다.
“저기. 말씀 중 죄송합니다만. 벽을 뛰어넘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나는 그런 둘을 보며, 아까부터 품고 있던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까, 좋은 결과라고 하신 거랑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아까 전 두 분이 말다툼을 하실 때, 분명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말을 하셨다.
그 말이랑 분명 연관이 있을 터.
“아, 그러고 보니 아직 말 안 했던가. 그냥 말한 그대로의 의미야.”
미미르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저 둘. 광휘마석이 뿜어내는 고출력 마나를 맨몸으로 받아 냈잖아?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버티는 데 성공하기도 했고.”
혼절하지 않은 걸 버텼다고 표현한 거라면, 버틴 게 맞긴 하다.
“그 과정을 통해 저 둘의 마나 적응도가 단숨에 진화했어.”
미미르의 눈이 찬연하게 빛났다.
아주 재밌다는 표정.
“충격요법이라고 해야 하나? 한계를 넘어서는 밀도의 마나를 맨몸으로 버텨내면서, 신체가 살기 위해 변화한 거야. 한 마디로 벽을 넘은 거지.”
“아하.”
저 둘의 몸에 그런 변화가 있었구나.
“그럼 둘이 뒤늦게 기절한 이유가…….”
“응. 몸의 변화에 맞춰 뇌가 일시적으로 셧다운된 거야.”
“아, 그런 거였구나.”
나는 그냥 몸에 문제가 생겨서 기절한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난 또, 뭐 큰 문제가 생긴 줄 알았어.”
몸에 문제가 생겨서 기절한 게 아니라, 반대로 몸에 좋은 영향이 작용해서 기절한 거였구나.
다행이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자만하지 마라. 이번 일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 네가 잘한 건 단 하나도 없다.”
아스란 님이 나를 노려보며 쓴소리를 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이번 일은 무조건 내 실수가 맞다.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지도 마세요.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하신 것도 아니니까요.”
엘라나 님이 아스란 님을 찌릿 째려본 뒤,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는 두 분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엘레나 로 그린우드.”
“갑자기 왜 풀 네임으로 부르나요? 아스란 폴로함루인?”
두 명이 다시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댔다.
“아까도 말했을 텐데. 너무 오냐오냐하지 말라고.”
“오냐오냐한 적 없어요. 당신이 필요 이상으로 강압적으로 대하는 거죠.”
그리고 다시 시작된 말다툼.
“……에휴.”
미미르가 그런 둘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나는 그런 셋과 쓰러져 숨을 색색거리는 아델라, 순찬이를 차례대로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되게 불편하네.’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에휴. 모르겠다.”
미미르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한숨을 내쉬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계승자. 그냥 가자.”
“……가자니? 어딜?”
“다음 구역.”
미미르가 광휘마석 동굴 한쪽에 위치한 통로를 가리켰다.
정보 수집을 하러 가자는 건가?
“엘레나 님이랑 아스란 님은?”
“그냥 놔둬.”
미미르가 저 둘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손을 휘휘 젓고는. 내게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놔둬 두고 가도 되는 거 맞아?”
“어. 신경 안 써도 돼. 저렇게 되면 말려봤자 소용없어.”
나는 마지막으로 아스란 님과 엘레나 님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진짜 가도 되나?
나는 혼나는 입장인데.
“그래도…….”
“괜찮다니까 그러네. 내가 책임질 테니까, 그냥 따라와.”
미미르가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됐으니까 어서 따라오기나 하라는 표정.
“음. 그래 뭐…….”
책임진다면야 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미르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 * *
미미르를 따라, 통로를 걸었다.
“어디까지 가게?”
“통로 끝까지 가 보려고. 조금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시험해 보고 싶은 거?”
“응.”
미미르가 그대로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봤다.
나를 향한 채, 몸을 뒤로 이동시킨다.
신체를 지니지 않은 미미르이기에 가능한 이동 방법이었다.
“다음 구역으로 넘어 갈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녹성으로 진입한다고? 지금 바로?”
할라마니움의 터는 총 4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스테이지가 바로 이곳, 광휘마석 동굴이고.
두 번째 스테이지가 지금 내가 말한 녹성이란 곳이다.
“녹성에 바로 진입하는 건 모르겠고. 지금의 계승자라면 첫 번째 스테이지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진짜 지금 바로 시련에 도전하라고? 아직 훈련다운 훈련도 안 했는데?”
벌써 시련을 통과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훈련다운 훈련도 안 했는데, 광휘마석 동굴의 고밀도 마나를 쬐고도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바로 시련을 받으러 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너무 심각하게 생각 안 해도 돼. 시련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1번뿐인 것도 아니고.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도전하면 될 뿐이니까.”
“할라마니움의 터의 시험은 여러 번 도전 가능한 구조야?”
“엉.”
난 1번밖에 도전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드레드의 서 후반부 시험부터, 미미르의 서에서 치른 시험까지.
모두 1번밖에 기회가 없었으니까. 당연히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뭐…….”
기회가 여러 번 있다면, 아무 문제 없지.
무거웠던 마음이 단숨에 가벼워졌다.
“그냥 본시험에 대비한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갔다 오면 되겠네.”
“응. 마음 편히 먹어도 돼.”
미미르가 다시 몸을 돌려, 내게 등을 보였다.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공중을 부유하고 있는 미미르의 다리 너머로, 특이한 형태의 문이 하나 보였다.
저 문 너머에 시험장이 준비되어 있는 거겠지.
“바로 갔다 와.”
미미르가 문의 중심부에 새겨져 있는 문양을 가리켰다.
저기에 손을 대라는 제스처.
“갔다 올게.”
나는 그곳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번쩍-!
내 손에 닿는 것과 동시에 문에서 새하얀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직후.
“첫 번째 시련을 시작하겠다.”
이전과 달리, 굉장히 생생하게 들리는 스승님의 목소리와 함께.
“……어?”
쏟아지는 빛을 뚫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남자의 얼굴을 발견함과 동시에, 내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시련은 아주 간단하다.”
태양 같은 금발이 도드라지는 미남.
“나를 이겨 보여라.”
레이 벨 바이테너.
“……스승님?”
스승님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