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8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84화(384/466)
어째서 내가 다루는 신화 마법은 스승님이 다루는 신화 마법 같은 임팩트가 없는가.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분명 미미르와 재회하고 처음으로 신화 마법을 무영창으로 사용해 봤을 때였을 거다.
위력이나 출력 모두 올랐는데, 어째서 이렇게 볼품없이 느껴지는 걸까.
미미르의 서에서 베일 스톨을 상대하며 스승님께서 사용하셨던 신화 마법은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내 신화 마법과 스승님의 신화 마법은 무엇이 다른 걸까.
……하고 말이다.
이 고민에 대한 결론은 ‘성취 부족’이었다.
내 성취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있는 것뿐이라고.
내가 8서클, 9서클에 오르면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그 당시에는 그렇게 결론을 냈었다.
“그게 아니었어. 내 신화 마법이 뭔가 부족하게 보였던 건, 내 성취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신화 마법에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었던 것뿐이었어.”
하지만 아니었다.
내 신화 마법이 스승님의 신화 마법보다 나약해 보였던 건, 내 성취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내 신화 마법이 부족했었던 것뿐이었다.
“계승자. 일단 진정하고,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미미르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일단 진정하고, 차근차근 설명해 보라는 제스처였다.
“그니까. 우리의 신화 마법에 대한 접근법 자체가 틀려먹었었다고.”
미미르와 재회한 직후, 스승님과 내 신화 마법의 차이점에 대한 고민을 품었을 때.
나는 이 고민을 미미르에게도 털어놓았었다.
내 신화 마법이 훨씬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인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미미르의 대답은 내가 스스로 낸 답과 같았다.
‘계승자의 성취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미미르는 그날, 내게 그렇게 말했었다.
미미르의 말이기에, 나와 같은 결론이기에 당연히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우리의 신화 마법이 부족하게 느껴졌던 건. 우리가 신화 마법을 단순히 위력과 출력을 극대화시킨 고위 마법 정도로 생각하고 개량을 실시했기 때문이야. 알맹이가 빠져있으니까, 약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내가 틀렸던 것처럼, 미미르도 틀렸다.
우리의 신화 마법은 우리의 오해와 착각으로 빚어진 어설픈 신화 마법 비스무리였다.
“……더 자세히 말해 봐.”
미미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
아까까진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뭐라 반응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는 이해됐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놓친 신화 마법의 알맹이라는 게 뭔지. 어째서 그 알맹이를 놓친 건지.”
다만, 아직 100% 이해하진 못했다. 뉘앙스는 알겠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된 건진 전혀 모르겠다.
대충 미미르의 머릿속에서 무엇이 맞물리지 않고 있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영창. 우리는 영창이라는 행위에 담긴 필연적 요소. 근원이 되는 힘을 아예 놓치고 있었어.”
“영창의 근원이 되는 힘?”
불편한 전통.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어서.
마치 그 말이 내 심장을 날카롭게 찌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창은 생략하면 좋은 불필요한 행위가 아니었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바뀌어가는 불편한 관습이 아니라, 시대가 흘러도 지켜야 하는 전통이었던 거야.”
온고지신(溫故知新).
나는 이 말을 잊고 있었다.
바이테너식 자체가 온고지신의 대명사였는데.
바이테너식을 구조 중 하나인 영창은 아예 버려야 할 것이라 단정 짓고 있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고, 오만한 판단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영창…….”
미미르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영창의 구조를 다시금 곱씹으며, 우리가 놓쳤다는 ‘근간’이란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
“내가 분석했을 땐, 딱히 그런 요소가 안 보였는데. 계산식에 의하면 그냥 영창이란 건…….”
“영창은 그런 계산적인 접근법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저 접근법 또한 잘못되었다.
“우리가 핵심을 놓친 이유가 바로 그거고.”
우리는 바이테너식을 너무 계산적으로만 보고 있었다.
바이테너식이라는 마법 자체가 계산과는 한 차원 정도 거리가 먼,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수학적으로. 계산적으로. 1과 0으로 구성된 현대의 마법을 보듯이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미미르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은 알 것 같다는 표정은 완전히 사라져. 다시 ‘전혀 모르겠다.’라는 표정으로 회귀했다.
“모르는 게 당연해. 미미르는 바이테너식의 사용자가 아니니까.”
바이테너식의 특수함은 바이테너식을 사용하는 나만이 알 수 있는 것.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다.
미미르가 이해할 수 없을 만도 하다.
“…….”
미미르가 세상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모르는 게 있다는 것도 기분 나쁘고, 가설이 틀렸다는 것도 찝찝하고…….
“내가 뭘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건…….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네?”
무엇보다 날 도울 방법이 없다는 게 분한 듯했다.
영창이라는 행위에 담긴 근간을 이해할 수 없는 이상. 날 도울 방법은 없는 거라 생각한 것이리라.
“아니. 그럴 리가.”
하지만 저건 잘못된 생각이다.
확실히 미미르는 영창이라는 행위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지금부터 신화 마법을 재개량할 거야.”
“재개량?”
“응. 내가 이번에 스승님의 신화 마법을 보고 깨달은 바를 중심에 두고. 네가 정립한 신화 마법의 알고리즘을 더해서. 이번에야말로 진짜 신화 마법을 만들어 내는 거지.”
우리는 파트너다.
파트너의 부족함은 내가 채우면 된다.
미미르가 영창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면, 그건 내가 채우면 될 뿐인 문제다.
“아마 이 조율에는 0.01%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을 거야. 네 도움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어.”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영창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만, 그것뿐이다.
신화 마법의 자세한 구조를 0과 1의 데이터로서 벼리고, 그에 따른 개량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서로가 서로를 보충해 줘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한 마디로 영혼의 공동작업이라는 거네.”
“그렇지.”
“……그래. 그렇구나.”
미미르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아주 즐겁겠다는 표정.
“그거 좀, 재밌겠네.”
미미르가 한껏 상기된 얼굴로 입술을 핥았다.
* * *
그 후, 우리는 광휘마석 동굴로 복귀했다.
복귀해서 모든 걸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따로 빠져서 연구에 몰두하려고 해.”
참고로 설명은 미미르가 했다.
괜히 두 명이 설명하는 것보다, 한 명이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미미르에게 모든 설명을 일임했다.
“……신화 마법의 재개량. 쉽지 않은 길을 가시네요.”
엘레나 님이 걱정 반, 기대 반의 표정으로 나와 미미르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흠. 네 신화 마법. 주군이 다루시던 신화 마법과는 무언가가 다르다고 생각하긴 했다만. 내 착각이 아니었군.”
아스란 님은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는 듯, 자못 환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헌데, 의문과는 별도로. 재개량이라는 게 가능하긴 한 건가?”
“음.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계산적인 접근 하에 수식을 바꾸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게는 미미르라는 계산의 천재가 붙어있으니 말이다.
“이번 일은 감성과 이성을 둘 다 살려야 하는 난해한 작업이에요. 쉽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 우리가 하려는 행위는 예술을 0과 1의 수식의 계산식으로 표현하려 하는 것과 같다.
감성과 감각의 세계에만 허용되는 무언가에 계산식을 끼워 넣는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해 봐야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이런 말이 있어요. 도전하지 않는 자에게 광명은 일평생 찾아오지 않는다.”
엘레나 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격언이에요. 도전이라는 행위엔, 그 행위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죠.”
엘레나 님의 미소가 한층 더 밝아졌다.
“응원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대견하다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다.
“흠. 잘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만. 노력은 해 보도록.”
아스란 님이 팔짱을 낀 채, 저주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을 했다.
아스란 님의 성격을 생각하면, 에둘러 격려해 주신 거겠지.
“예.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스란 님이 그대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네. 아델라랑 순찬 군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엘레나 님의 입가가 장난스러운 곡선을 그렸다.
‘이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라고 말하시는 듯한 표정이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순찬이와 아델라를 바라봤다.
내 실수 때문에,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두 친구.
내 실수를 커버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이렇게 자리를 비우게 되다니.
안 그래도 컸던 미안함이란 감정이 한층 더 커졌다.
“너무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말했듯이.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으니까요.”
벽을 넘었다.
라고 표현하셨었지.
“지금 저 상태라면…… 1주일 이내에 광휘마석의 시련을 넘어설 수 있을 거예요.”
“아델라 스테어트라면 가능하겠군.”
순찬이는 1주일로 무리다.
아스란 님은 그렇게 말하고 싶으신 듯했다.
“어머. 순찬 군도 가능할걸요?”
“……흠. 저 반푼이가 말인가? 나는 못 해도 열흘은 필요할 거라고 본다만.”
“저는 빠르면 5일 이내에도 가능할 거라고 봐요.”
“여전히 낙천적이군.”
“당신이 비관적인 거예요.”
두 명이 시선을 맞췄다.
시선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두 명의 시선 사이로 전류가 튀는 듯했다.
“내기하실래요?”
“내기?”
“네.”
엘레나 님이 씨익 웃었다.
“순찬 군이 일주일 이내에 시련을 통과해 낸다면 제 승리. 아니면 당신의 승리.”
“……호오.”
아스란 님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재미있군. 승자가 얻는 건 뭐지?”
“뭐, 너무 큰 걸 거는 건 그렇고.”
엘레나 님의 눈에서도 이채가 흘렀다.
“할라마니움의 터를 나갈 때까지, 상대의 말에 토 달지 않기. 정도면 어떨까요?”
“나쁘지 않은 조건이군.”
아스란 님의 입꼬리가 천천히 위로 솟았다.
“내가 이기면, 네 그 쫑알거림을 안 들어도 된단 말이지…….”
“예. 제가 이기면 당신의 그 비아냥을 안 들어도 된다는 말이죠.”
둘의 시선 사이로 전류가 아니라, 화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너무 뜨거워서, 보고 있는 내가 타 버릴 것만 같았다.
“좋아. 승낙하겠다.”
“좋아요. 나중에 두말하기 없기에요.”
아스란 님과 엘레나 님이 서로 똑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둘 다, 자신이 승리할 거라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뭐, 아무튼.”
그렇게 서로를 째려보길 약 1분.
엘레나 님이 다시 미소로 무장하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듯, 저희는 이렇게 의욕이 넘치고 있답니다. 그러니 이쪽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하율 군이랑 미미르는 할 일을 하러 가 보세요.”
아스란 님도 무언으로 턱짓했다.
어서 꺼져라.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과 제스처였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두 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몸을 돌렸다.
“엘레나. 아스란. 나중에 봐~ 싸움은 적당히 하고~”
미미르도 두 명에게 짧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내 뒤를 따랐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광휘마석 동굴의 끄트머리.
시련의 문 앞으로 돌아갔다.
“미미르. 시작하자.”
“응.”
그리고 적당한 곳에 앉아, 초커에 내장되어 있는 홀로그램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근데……. 시작한다고 해도. 뭘 어떻게 시작하면 되는 건데?”
이번 개량의 핵심은 영창이라는 행위에 담긴 진정한 의미.
이번 개량은 내가 주도해야 한다.
“일단…….”
나는 완전히 구동을 끝마친 홀로그램 모니터 위에, 글을 적어나갔다.
“이그니스의 영창을 최소 단위로 분할시킬 거야.”
홀로그램 모니터 위로 이그니스의 영창이 두둥실 떠올랐다.
“……영창을 그렇게 분할시키는 데 의미가 있어?
“있어.”
영창은 단순히 마법 처리를 대신하는 행위가 아니다.
“말에는 힘이 있거든. 그 힘을 그대로 살리려면, 일단 분해 분석부터 해 봐야 해.”
말. 정확히는 영창을 구성하고 있는 신화시대의 구결.
일단 이 구결들을 100% 이해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말에 담긴 힘…….”
미미르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뭔가, 드래곤의 용언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