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8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88화(388/466)
그 후.
우리는 근처에 준비되어 있는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묻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물어보거라. 10분. 내가 사라지기 전까진, 가능한 한 모두 답해주겠다.”
10분.
지금 여기 구현화 된 상태의 스승님은 10분 후 사라진다.
나를 시험한다는 목적을 달성했기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였기에. 이제 자신은 다시 마나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스승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시간이 없으니, 바로 여쭈겠습니다.”
10분은 짧은 시간이다.
나는 빠르게 첫 번째 질문을 건넸다.
“이전 드래곤과 전투를 벌이던 중.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드래곤?”
스승님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참 전에 멸망한 드래곤이 어떻게 다시 부활한 것이냐.
그렇게 묻는 듯한 눈이었다.
“네 마법은 우리의 마법과 굉장히 흡사하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스승님의 의문을 풀어드려도 됐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죄송한 말이지만, 내 의문을 푸는 게 먼저다.
나는 스승님의 의문을 무시하며, 내 말만을 이어 나갔다.
“비율로 치면 대략 85% 정도. 그 외에 15%는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섞여 있다.”
“…….”
스승님의 눈이 순간적으로 떨렸다.
내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얼추 예상이 간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15%의 죄악은 무엇이더냐. ……라고 말이죠.”
스승님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린다.
복잡한 심사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그런 눈동자와 표정이었다.
“그리고 베일 스톨. 그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베일 스톨이라고?”
스승님의 눈에 커졌다.
놀람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경악.
지금 이 시기에 베일 스톨이 부활할 리가 없는데.
아직 한참 뒤의 일이어야 할 텐데.
어째서 지금 베일 스톨이 이미 부활을 끝마쳤는가.
그렇게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 마법을 구성하고 있는 죄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에는……. 이라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또다시 스승님의 의문을 무시했다.
말했듯이, 지금은 스승님의 의문을 풀어드릴 시간이 없다.
“대체 바이테너식의 죄악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미미르와 수십 시간을 함께 고민하고 고찰해 봤음에도,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한 의문.
대체 바이테너식의 죄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하나 더. 스승님과 베일 스톨이 원래는 하나였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가요?”
생각해 봐야 답이 없기에.
지금껏 필사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의문들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
스승님이 눈을 감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눈꺼풀.
생각을 정리하고 계신 것이리라.
“그 말까지 들었다는 건……. 베일. 그와 직접 만났다는 말이겠군.”
“예. 만났습니다.”
스승님이 천천히 눈을 뜨고, 나와 눈을 맞추었다.
“아직 7서클에 불과한 네가. 베일. 그자를 만나고도 어떻게 멀쩡히 살아있을 수 있었던 것인가. 그게 매우 궁금하다만…….”
눈에서 이채가 흘러나온다.
뭔가를 결심하신 듯한 표정.
“굳이 묻지는 않겠다. 지금 이 금쪽같은 시간을 그렇게 쓸데없이 소모할 수는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스승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
의문을 풀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내 의문을 풀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승님의 말은 그런 의미였다.
“마찬가지로, 시간이 아까우니 돌려 말하는 거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스승님이 아주 잠시 뜸을 들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와 베일. 그는 하나의 존재에서 비롯되었다.”
“형제라는 의미인가요?”
나와 미미르가 세운 가설 중 하나.
레이 벨 바이테너와 베일 스톨은 같은 부모를 둔 형제다.
만약 둘이 같은 핏줄을 타고났다면, 베일 스톨이 한 ‘하나의 존재에서 비롯되었다.’라는 말도 납득이 된다.
“아니. 형제라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하나의 존재에서 파생되었다는 의미다.”
“…….”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같은 존재에서 파생되었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한 명의 사람이었던 게, 둘로 분열되어 스승님과 베일 스톨이 되었다는 말은 아닐 테고…….”
사람이 아메바도 아니고.
어떻게 둘로 나뉘겠는가.
“그 말이 맞다.”
“……네?”
“네 말대로. 우린 한 명에서 분열된 존재가 맞다는 말이다.”
“…….”
……맞다고?
“어떻게…… 사람이 둘로 나뉠 수 있는 거죠? 무슨 신화 속 신도 아니고…….”
“감이 좋구나.”
스승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와 베일은. 신화시대의 신이었다.”
“……신?”
순간, 머리에서 한 가지 가설이 스쳐 지나갔다.
분열.
신.
바이테너식.
드래곤의 말.
그리고 드래곤의 꿈을 꾸면서 본 드래곤의 최후.
“그 신이란 게 혹시…… 드래곤을 멸망으로 이끈 그 신입니까?”
그 꿈에서 자신을 신이라 소개한 남성은 스승님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품고 있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이목구비만큼은 본인이라 해도 믿을 만큼 판박이였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드래곤의 꿈을 통해 봤습니다.”
“네가 드래곤의 꿈같은 걸 왜…….”
스승님이 뭐라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지.”
솟아오르는 의문을 다시 속에 꽉꽉 눌러 담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드래곤을 멸망으로 이끈 신. 그 신이 바로 나와 베일이 하나였을 시절의 모습이다.”
“……역시 그렇군요.”
뿔뿔이 흩어져있던 의문의 퍼즐들이, 이제야 서서히 맞춰져 가는 느낌이다.
“왜 분열된 건지는 모른다. 그 기억은 내게도. 아마, 베일에게도 없을 거다.”
드래곤을 가뿐히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가 어찌하여 분열 따위를 하게 되었는가.
그에 대한 건 스승님도 모르시는 듯했다.
“눈치채고 보니. 나와 베일은 둘로 나뉘어 분열되어 있었다.”
자신이 이전에 신이었다는 기억만 남은 채, 둘로 분열되었다.
헌데, 어째서 분열되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런 말이었다.
“나는 ‘선’과 ‘질서’를 지니고. 베일은 ‘악’과 ‘혼돈’을 지니고. 그렇게 둘이 되었다.”
선과 질서.
악과 혼돈.
스승님과 베일 스톨에게 잘 어울리는 단어들이다.
“그렇게 내가 나임을 자각했을 때. 동시에 베일이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걸 자각했다.”
스승님이 본인임을 자각했듯이.
베일 스톨도 본인임을 자각했을 터.
악과 혼돈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한 베일 스톨은 그 즉시, 이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움직일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는 힘을 쌓고자 하였다. 베일이 힘을 쌓는 것보다 빠르게. 선과 질서의 화신으로서 베일에게서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만의 무기를 만들려 하였다.”
“나만의 무기…….”
그 무기가 무엇인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둘로 분열되었기 때문인가, 당시의 나는 신으로서의 힘은 거의 지니지 못했었다. 그때의 내가 힘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중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뽐내던 종족의 힘을 카피해, 진화시키는 거였다.”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는 모양이다.
“드래곤. 나는 그들이 다루던 힘을 모방해, 내 몸에 남은 일말의 신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나만의 무기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바이테너식……이군요.”
스승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드래곤이 말한 85%의 흡사한 구조에 15%의 죄악이라는 건…….”
“드래곤의 마법을 기반으로, 내가 지닌 ‘선’과 ‘질서’라는 성질을 끼워 넣은 게, 바이테너식이니 말이지.”
“선과 질서가 그 드래곤이 말한 ‘죄악’이군요.”
“그러하다.”
“……그런 거였군요.”
이해했다.
‘선과 질서가 어째서 죄악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이 한 말의 의미는 100% 이해했다.
“그럼 베일 스톨이 만든 흑마법은…….”
그리고 동시에, 하나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그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품고, 드래곤의 마법을 골조로, ‘악’과 ‘혼돈’을 끼워 넣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었다.”
“역시. 그게 흑마법이군요.”
베일 스톨.
그가 했던 말.
그가 어째서 바이테너식이 흑마법을 흡수했다고 착각했는가.
그 의문이 이제야 풀렸다.
‘선과 질서. 악과 혼돈. 원래는 하나였던 힘이야. 바이테너식과 흑마법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마법이니만큼. 서로가 서로를 흡수할 수 있어.’
그는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었다.
흑마법과 바이테너식.
애초에 하나에서 비롯된 힘이니만큼, 한쪽이 한쪽을 흡수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뒤는 네가 알고 있는 대로다. 나와 베일. 둘은 서로가 서로를 쓰러트리기 위해, 자신만의 성을 구축했고. 서로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싸웠다.”
순간, 한 연구일지가 떠올랐다.
레이 벨 바이테너의 신화를 분석한 연구 일지.
그 연구 일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레이 벨 바이테너가 만든 마법 체계는, 최초로 만들었다고 치기엔 너무나도 정교하고 완벽한 마법이었다.]그 의문에 대한 답이 지금 나왔다.
바이테너식은 0에서 시작된 완전히 새로운 마법 체계가 아니었다.
드래곤의 마법을 카피해서 진화시킨 진화 카피.
이미 완성되어 있던 마법 체계를 한 단계 진화시킨 것뿐이기에, 정교할 수밖에 없었다.
‘흑마법도 마찬가지고.’
하나씩 퍼즐이 풀려가고 있다.
안개 때문에 흐릿했던 전경이, 서서히 맑아져 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는 듯했다.
“이게. 바이테너식과 흑마법. 그리고, 나와 베일 사이의 진실이다.”
“……이해했습니다.”
여러모로 개운한 기분이다.
머리가 맑다.
‘바이테너식이 신화를 마법으로서 벼릴 수 있었던 이유도 납득이 가.’
신적인 힘이 섞인 게 바로 바이테너식이기에.
신화시대의 힘을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흑마도왕이 신화를 다룰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로 납득이 됐다.
“그럼 바로 다음 질문입니다.”
제일 컸던 의문은 해결되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의문이 해결된 건 아니다.
나는 곧장 다음 질문을 건넸다.
“베일 스톨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부활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또, 베일 스톨이 드래곤의 영혼을 포식하는 걸로 힘을 되찾아가고 있는데.
이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요?
……라고 물으려고 했다.
허나.
“……아쉽게도. 시간이 됐다.”
그런 내 질문들은 입 밖으로 나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한다고 했는데. 10분은 너무 짧았던 모양이야.”
10분이 흘러, 스승님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다음 질문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꾸나.”
과거, 이드레드의 서와 미미르의 서에서 본 적 있는 풍경이다.
물감에 색이 빠져, 완전한 백지로 돌아가는 듯한 풍경.
곧, 스승님은 사라진다.
이 장소와 함께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지금의 나는 여기서 사라지겠지만, 다음 시련의 문엔 또 다른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
사라지는 세계의 중심에서, 스승님은 미소를 지었다.
“네 남은 의문도, 근시일 내에 해소할 수 있을 거다.”
쓸쓸함이 깃든 미소였다.
“마지막으로, 미미르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가면 좋을 텐데 말이야.”
쓸쓸함 사이로 후회가 엿보인다.
“베일을 쓰러트리는 것만 신경 쓰느라. 제대로 신경 써주지도 못했던 내 딸. 미미르. 그 아이가 얼마나 훌륭히 성장했는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간다는 게, 아주. 아주 조금 아쉬워.”
스승님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계승자. 네게 하나만 부탁하고 싶다.”
“말씀하십시오.”
“미미르에게. 전언을 부탁한다.”
이제, 스승님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물에 빠진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이 물감이 빠지며, 서서히 흐려지는 것처럼.
스승님의 형상이 아주 흐릿해졌다.
“못난 아비가 네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이다.”
이젠 이목구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다음 구역, B-3에 진열되어 있는 책장의 서적을 살펴보거라. 그곳에 네가 바라는 답이 있을 거다. 그리고…….”
하지만.
왠지 웃고 계시는 것 같았다.
“부디 이 시대에서만큼은 행복하거라.”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