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8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89화(389/466)
첫 번째 시련의 문이 소멸함과 동시에, 녹성으로 향하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녹(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초록색이 도드라지는 세련된 통로.
“계승자! 통과했구나! 엄청 빨랐네?”
그 중심에서 미미르가 방방 뛰며 기쁨을 표출했다.
“하긴. 이번 개량은 역작 중의 역작이니까. 전성기 시절의 아바마마라면 모를까, 7서클 마스터 정도의 경지로는 막아 낼 재간이 없으셨겠지! 음음!”
현재 미미르의 얼굴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자화자찬(自畵自讚)’이 아닐까.
아주 득의양양하다.
“……와우. 진짜잖아?”
그때, 뒤에서 순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려 순찬이의 목소리가 들려 온 방향을 바라봤다.
순찬이를 필두로 아델라와 엘레나 님, 아스란 님이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진짜 감 좋네……. 아까 그게 하율이 마나라는 건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순찬이는 세상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와 아델라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말하는 걸로 보아, 조금 전 신화 마법의 개량에 성공해, 마나를 흩뿌렸을 때.
오직 아델라만이 그것이 내 마나라는 걸 눈치챈 듯하다.
“저도 아리송했어요. 마나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확신하긴 힘들었을 거예요.”
“아무튼. 뭔가 묘하게 다르다는 건 눈치챘다는 거잖아.”
“그쵸.”
“그럼 대단한 거 맞잖아.”
“……그런가요?”
대화의 흐름을 보니, 내 예상이 맞는 듯하다.
‘대단하긴 하네. 저걸 구분해 내다니.’
나와 미미르가 신화 마법의 개량에 성공한 건, 드래곤의 마나가 다시금 뿜어져 나온 순간이었다.
드래곤이 뿜어낸 잔여 마나를 이용하는 것으로 지금의 신화 마법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드래곤의 마나를 이용해 사용한 마법이라서, 드래곤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흡사한 구조였을 텐데.’
그걸 구분해 낼 수 있다니.
아델라의 감지 능력이 한층 더 진화를 이룬 모양이다.
이러다가 내 감지 능력을 뛰어넘는 게 아닌가 싶다.
“지순찬. 저 애송이에 이어서 너까지…….”
아스란 님이 벌레 씹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거 봐요. 제가 둘 다 일주일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했죠?”
반면, 엘레나 님의 표정은 아주 환했다.
얼마나 환한지, 지금의 엘레나 님 앞에선 태양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까 싶다.
“…….”
아스란 님의 표정이 한층 더 굳었다. 엘레나 님을 바라보는 표정에 짜증이 가득 담겨있다.
“아스란~ 대답해야죠?”
“……뭘 어떻게 대답하라는 거지?”
“제 말이 옳다고. 제가 틀렸었다고. 확실하게 대답하셔야죠. 그런 내기였잖아요?”
“왜 네 마음대로 조건을 바꾸지? 내기의 조건은 서로의 말에 토 달지 않는 것이었을 텐데.”
두 분의 대화를 통해, 대략적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순찬이의 성취를 걸고 한 내기에서 엘레나 님이 승리하신 것이다.
“어머. 그랬던가요?”
“그렇다.”
“음……. 그랬던 거 같기도 하네요. 좋아요. 봐 드릴게요.”
“봐주는 게 아니라, 원래 계약이…….”
“아스란. 토 달지 말아요.”
“…….”
아스란 님이 이를 까드득 갈았다. 이보다 더한 굴욕은 없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린다.
“네 녀석은 왜 이럴 때만…….”
그 표정으로 옆에 멀뚱멀뚱 서 있는 순찬이를 노려본다.
세상 모든 원망을 가득 담아서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질 듯한 기세로 째려보셨다.
“그, 광휘마석 동굴의 시련. 순찬이 너도 통과했어?”
엘레나 님이 내기에서 이겼다는 말은, 순친이가 일주일 만에 광휘마석 동굴의 시련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아델라라면 모를까, 순찬이가 일주일 만에 통과를 하다니.
기적인가?
“……야. 왜 콕 찝어서 나한테만 물어보냐?”
순찬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눈이 ‘아델라는?’이라고 묻는 듯했다.
“아델라는 충분히 통과할 만하잖아.”
“……아하. 나는 통과 못하는 게 당연하다?”
순찬이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어디 더 지껄여보렴. 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어. 아무리 빨라도 2주는 걸릴 줄 알았어.”
“이 새끼…….”
이 새끼 이거, 당당한 거 보소.
순찬이의 얼굴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 됐다. 잘난 내가 참아야지.”
순찬이가 거만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 꺼렸다.
득의양양한 표정이 꽤나 보기 역겨웠다.
“인마. 나는 이제 네가 알던 내가 아냐. 광휘마석 동굴의 시련을 일주일 만에 통과한 천재. 지니어스 순찬이라고.”
“……지니……뭐?”
“지니어스~ 순찬~ 줄여서 지순찬.”
유창한 척 발음을 굴린다.
“와…….”
순간 한대 쥐어박아 줄까 싶은 충동이 일었다.
너무 재수 없고, 역겨워서.
“두고 봐. 다음 시련이 뭔진 모르겠지만, 다음엔 너보다 빨리 극복해 줄 테니까.”
“……그래. 잘해 봐. 응원할게.”
순간 한마디 하려다가,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지금 순찬이는 무적 상태라서, 뭐라고 말하던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길게 말하면 말할수록 내 손해다.
이럴 땐 그냥 적당히 긍정해 두고 넘어가는 게 좋다.
“하율이 보다 빨리 통과하는 건 힘들걸요?”
그때, 아델라가 딴지를 걸었다.
“지금 하율이는 저희가 성장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성장을 이룬 걸로 보여요. 다음 시련은 아마 따라가기도 벅차지 않을까 싶네요.”
아델라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두 눈에 경이로움과 감탄, 그리고 호기심이 가득 서려 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순찬이가 물었다.
“그냥……. 그렇게 보여서요.”
아델라의 눈이 한층 더 짙은 색채를 품었다.
“마나의 밀도. 서클의 견고함. 회전의 안정성. 모든 게 일주일 전보다 한 단계 진화했어요. 아니…….”
아델라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다시 말을 시작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가, 이제야 맞는 옷을 찾은 듯한 느낌…… 이라고 할까요.”
“……!”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미미르가 놀란 표정으로 탄성을 삼켰다.
쟤 뭐야?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아델라의 감지 능력에 놀란 듯하다.
“……그런 것까지 보여?”
“네. 보여요.”
아마 나도 미미르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 테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가, 이제야 맞는 옷을 입었다는 말.
저 말은 내 상태를 그대로 투영하는 말이다.
그런 걸 단숨에 간파해 내다니. 진심으로 놀랐다.
“신기한 느낌이에요. 이전의 마나도 안 맞는 옷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지금 그렇게 바뀐 마나를 보고 나니까. 이전의 마나에 억지로 자신을 맞췄을 뿐이었구나~ 하고 생각돼요.”
내 속을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걸까.
뭔가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다.
“비유가 너무 정확해서 뭐라 반박할 말이 없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표현이 너무 정확해서, 뭐라 대꾸할 수도 없었다.
확실히 이전까지 내가 다루던 신화 마법은 ‘안 맞는 옷’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신화 마법 비스무리였으니까.
“부끄럽네. 이런 어중간한 걸, 바이테너식의 새로운 진화라고 자신하고 다녔던 걸 생각하면…….”
순간 얼굴에 열이 올랐다.
마치 내 흑역사의 증거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 씨. 쪽팔려.”
실제로 미미르의 얼굴은 굉장히 붉었다.
나와 함께 최초의 신화 마법을 개량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공유하는 건 당연했다.
“진짜…… 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다아.”
아니, 오히려 미미르가 더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마법사가 아닌 학자이니만큼, 조금 더 수치스러운 걸 테지.
실패한 연구를 성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닌 거니까.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에요. 뭐든 성공에는 실패가 따르는 법인걸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한 번의 실패로 성공이라는 골에 도달한 거면 아주 빠른 거랍니다.”
엘레나 님의 말엔 진심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진심으로 우리가 대견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
그 옆에서 아스란 님이 작게 혀를 찼다.
뭐라 한마디 하고 싶은데, 내기 때문에 대꾸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과 반응이었다.
“기대하고 있어요. 하율 군과 미미르가 만든 신화 마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엘레나 님은 그런 아스란 님의 반응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오직 우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장소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머? 정말요?”
“네.”
“약속한 거예요?”
“네. 약속하겠습니다.”
엘레나 님이 싱긋 웃었다.
“새 신화 마법…….”
엘레나 님의 옆에서 조용히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던 아델라가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날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흥미롭네요. 지금 바로 다음 장소로 가죠.”
마치 먹잇감을 눈앞에 둔 야수 같은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묘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내 신화 마법을 샅샅이 파헤쳐, 분석해 보이리라.
그런 의지가 돋보이는 눈빛이었다.
“잠시만요. 이동 전에 잠시. 일단 돌아가서 짐을 좀 챙겨 와야죠.”
“아.”
“맞네. 짐 챙겨야 되는구나.”
엘레나 님의 말에 순찬이가 아차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완전히 깜빡했다는 표정.
“……멍청한 놈. 이런 기본적인 걸 잊다니.”
아스란 님이 괜히 순찬이를 갈궜다.
“아니, 깜빡할 수도 있지. 이게 멍청하다는 말까지 들을 일입니까?”
“깜빡한다는 거 자체가 멍청하다는 방증이다. 멍청한 놈.”
“아니…….”
“변명은 듣지 않겠다. 우둔한 놈.”
“……하.”
아무것도 아닌 일로 갈구시는 걸 보니, 순찬이에게 감정이 많이 쌓이신 모양이다.
순찬이……. 할라마니움의 터를 나가기 전까지, 고생 좀 하겠는데.
“그럼 금방 갔다 올게요.”
엘레나 님이 아델라에게 갔다 오자는 제스처를 보냈다.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내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갔다 오겠다는 제스처였다.
“저도 돕겠습니다.”
“괜찮아요. 짐이라고 해 봐야 별거 없거든요. 물은 대부분 마셨고. 먹을 것도 거의 다 먹었으니까요.”
“아하.”
식수랑 식량이 없으면, 사실상 남는 짐은 몇 없다.
즉, 내가 도울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니에요.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시간 낭비죠. 하율 군은 먼저 녹성에 가 계세요.”
“먼저요?”
“네. 사전 답사를 부탁드려요. 혹시 위험한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확실히 탐색 겸, 베이스캠프 확보를 위해서라도 먼저 가는 게 효율상 좋을 테지.
“그럼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네. 좀 있다 봐요.”
엘레나 님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 후, 순찬이가 작게 손을 흔들고, 넷이 함께 광휘마석 동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우리도 가자.”
“응.”
멀어져가는 넷을 뒤로하고, 나와 미미르도 녹성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 * *
녹성(綠城).
초록색 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녹성 내부는 성체처럼 꾸며져 있었다.
연병장으로 보이는 시설부터, 식당, 침실, 서재에 욕실까지.
성 내에 구비되어 있을 만한 시설이 모두 구현화 되어 있었다.
이런 외딴 구역에, 이런 시설들을 어떻게 다 준비해 놓으신 거지?
아니, 애초에 만 년이 가뿐히 넘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말끔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걸까.
나는 그런 의문을 품고, 성체 내의 구조물들을 하나하나 관찰해나갔다.
“이거……. 다 마법으로 만든 거 같은데?”
내가 품었던 의문들은 곧바로 해소되었다.
“마법으로 만들었다고?”
“어.”
이곳의 물건들은 모두 마법으로 만든 모조품들이다.
벽과 바닥, 천장까지 모두 다.
무에서 탄생한 유.
마법을 통해 창조한 것들이다.
“설마 창조 마법인가?”
물질을 만드는 마법, 창조 마법을 사용해 만든 것들로 추측된다.
“……창조 마법이 실제로 존재하는 마법이었구나.”
“그러게.”
미미르도 놀란 듯하다.
미미르도 스승님이 창조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는 거겠지.
“그럼 서재에 있는 책들도 다 마법으로 만든 것들인가?”
“그건 아닌 거 같던데. 마나의 흔적이 옅어. 실물일 거야.”
책에는 아무런 마법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의 서적들은 마법으로 만든 가짜가 아닌, 진짜다.
“그래?”
미미르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서재를 바라봤다.
저 안에 자리하고 있을 서적들을 당장이라도 읽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아. 맞다.”
그때, 문득 스승님이 미미르에게 전해달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바로 말해주려 했는데. 갑자기 엘레나 님네가 도착해서 말할 기회를 놓쳤었다.
“미미르. 스승님이 너한테 전해 달라던 말이 있어.”
“……아바마마가 나한테?”
“응.”
미미르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었다. 아버지의 훈계를 기다리는 딸 같은 표정이었다.
“이 시대에서는 행복하래.”
“……어?”
미미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치도 못한 말이 튀어나와서, 순간 당황한 듯하다.
“가,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지. 아버지로서 딸의 행복을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렇긴 한데…….”
미미르가 묘한 표정으로 옆머리를 비비 꼬았다.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
“그리고 또 하나.”
나는 그런 미미르를 보며 또 하나의 전언을 건넸다.
“이곳 서재의 B-3구역에 네가 바라는 서적이 있을 거래.”
“내가…… 바라는 서적……?”
미미르의 동공이 떨렸다.
“이 시대에서 행복하게……. 내가 바라는 서적…….”
미미르의 입이 반쯤 벌어졌다.
“설마 여기에……?!”
미미르가 다급한 표정으로 서재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B-3구역.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B-3구역에 진열되어 있는 서적들을 빠르게 훑었다.
그렇게 대충 30권 정도의 책을 훑었을까.
“찾았다!”
미미르가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미미르가 보고 있는 책을 꺼내 들어, 표지를 확인했다.
‘……신화 마법의 심화 단계?’
[신화 마법 일람.] [신화 마법의 종류와 각 신화 마법들의 특징.] [각 신화 마법의 자세한 내용과 심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표지에는 스승님의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