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9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92화(392/466)
그 후.
우리는 환몽석을 이용해, 총 3개의 훈련 장소를 만들어 냈다.
아델라와 순찬이, 그리고 내가 따로따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프라이빗 훈련장을 만든 것이다.
“나중에 봬요.”
“둘 다 고생하세요~ 저흰 먼저 가 볼게요.”
아델라와 엘레나 님이 세상 훈훈한 분위기로 먼저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둘이 손을 꼭 잡고, 하하호호 웃으며 포탈로 향하는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았다.
같이 손잡고 장보러 가는 모녀 같다고 해야 할까.
“우리도 그럼 먼저 가 보겠다.”
아스란 님이 팔짱을 낀 채, 무덤덤하게 말했다.
“가자.”
그런 아스란 님의 뒤에 순찬이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영혼이 가출한 것 같은 표정.
저 표정을 두 글자로 표현하면 ‘절망’이 되지 않을까.
“엄살 부리지 마라. 우둔한 것.”
아스란 님이 인상을 찡그렸다.
네 나약해 빠진 정신력을 개조해 주겠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살벌하게 순찬이를 노려본다.
“따라와라. 네 나태한 정신에 긴장감을 부여해주마.”
“으아아아아아.”
아스란 님이 순찬이의 뒷덜미를 잡고 그대로 끌고 갔다.
“싫어어어어. 가고 싶지 않아아아! 으어어어.”
마치 도축장으로 팔려 가는 가축을 보는 듯했다.
‘진짜……. 비교되네.’
나들이 떠나는 모녀 같은 한 쌍.
그리고 지옥의 고문관과 죄수 같은 한 쌍.
흑과 백만큼이나 상반된 두 쌍이었다.
“싫어어어어. 살려…….”
순찬이는 마지막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훈련장으로 끌려갔다.
“네 친구들. 듣던 것보다 훨씬 재밌네.”
그렇게 네 명이 사라지고.
이 장소에는 나와 테이 님만이 남았다.
“방패 친구는 리액션이 재밌고…….”
테이 님의 눈동자에서 이채가 흘렀다.
“쿨 뷰티 친구는 그냥…… 다 재밌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열망으로 가득 찬 눈동자.
마치 극상의 연구 재료를 발견한 연구원 같은 표정이었다.
“왜 저런 친구가 있다는 걸 미리 말하지 않은 거야?”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요.”
분명히 말했었다.
내 친구 중, 탁월한 재능을 지닌 친구가 하나 있다고.
아마 보면 깜짝 놀랄 수준일 거라고 말이다.
“재능이 있다고 만했지. 저런 괴물이라곤 안 했잖아.”
테이 님이 이제껏 본 적 없을 만큼 환한 표정으로 입술을 핥았다.
“대체 몸이 어떻게 생겨 먹은 걸까.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도 아닌데, 마나와 저렇게까지 비슷한 구조를 띨 수 있다니.”
희열. 유열.
그러한 감정이 두드러지는 그런 표정이었다.
“다음에 얘기해 보면 알 수 있을까?”
“…….”
나는 그런 테이 님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엘레나 님 말이 맞았네.’
이전, 엘레나 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테이가 아델라에 대한 걸 알게 되면, 분명 무슨 짓을 할 게 분명하다고.
엘레나 님의 말이 옳았다.
테이 님의 저 격한 반응.
이대로 두면 아델라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
먼 과거 제국 시절.
자신의 호기심을 풀기 위해 미미르에게 악몽을 꾸게 했던 것처럼. 아델라에게도 뭔가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
‘신경 좀 써야겠어.’
테이 님이 아델라에게 괜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신경 좀 써야 할 거 같다.
엘레나 님한테도 말해두고.
그럼 뭐 별일은 안 생기겠지.
“그럼 저희도 갑시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내가 할당받은 훈련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려는 찰나.
“잠깐만.”
테이 님이 내 어깨를 붙잡아, 내 걸음을 막았다.
“조금만 보다가 가자.”
아델라를 향한 흥미가 크긴 하신 모양이다.
“너도 솔직히 궁금하잖아?”
“……음.”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 되리라.
나도 아델라와 순찬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하긴 하다.
‘특히 아델라.’
일주일 사이에 한 차원 더 성장한 감각만큼이나, 마법도 일취월장했을 터.
지금 아델라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했을까.
굉장히 궁금하다.
“……그럼 잠깐만 보다가 갈까요?”
이런 중요한 시기에, 한눈을 파는 게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둘의 성장한 모습을 보면, 또 다른 자극이 될 거고.’
나는 그런 자기합리화를 하며, 테이 님의 의견에 긍정을 표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테이 님이 다시금 입술을 핥았다. 아주 즐겁다는 표정.
“그럼. 방패 친구랑 쿨 뷰티 친구 쪽 훈련장 내부 영상을 띄울게.”
테이 님이 주위에 넘실거리는 녹색 마나를 한데 모아, 스크린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두 개의 스크린.
각각의 스크린에는 아델라와 순찬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타이밍 좋네. 켜자마자 하이라이트야.”
“…….”
아델라와 엘레나 님 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반면 순찬이와 아스란 님 쪽은 분위기가 굉장히 잔잔하다.
대련 전에, 기본적인 훈련부터 진행하고 넘어가려는 듯.
둘이 서로를 마주 본 채, 의견을 주고받고만 있다.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로 흘러가네요.”
둘이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아델라 쪽이 흉흉한 분위기고, 순찬이 쪽이 잔잔한 분위기일 줄은.
“엘레나가 조금 막가파적인 면이 있거든. 반대로 아스란은 신중한 면이 있고.”
테이 님이 아예 대놓고 아델라를 비추는 스크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볼까.”
그와 동시에 스크린 너머의 아델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아델라에 대응하듯, 엘레나 님도 움직였다.
“저 괴물이 어떤 방식으로 괴물을 쓰러트릴지.”
두 명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첫 번째 훈련 공간.
엘레나는 눈앞의 아델라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훌륭한 컨트롤이에요. 이제 제 보조가 없어도, 문제없이 숲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됐군요.”
아델라의 신체에 일렁이는 회색과 녹색의 마나를 보고 웃은 것이다.
“아직 많이 어설픕니다.”
“어설픈 건 아니에요. 아직 덜 완성됐을 뿐이죠.”
아델라는 스스로 어설프다고 하고 있지만, 지금 아델라의 컨트롤은 결코 어설프지 않다.
아델라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들을 100% 재현하고 있다.
지금 아델라의 컨트롤은 완벽하다.
“……완성되지 않은 게, 어설픈 게 아닐까요.”
“전혀 달라요.”
지금 아델라가 스스로의 성취를 어설프다고 느끼고 있는 건, 더 먼 뒤의 미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제 갓 5서클에 오른 마법사가 9서클 마법사의 마법을 보고, 자신은 어설프다고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작 본인은 본인의 성취에 걸맞게 완벽한 5서클 마법을 구사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아델라. 당신은 너무 먼 곳만을 바라보고 있어요.”
“……미래를 보는 게 안 좋은 건가요?”
“네. 안 좋은 거예요.”
미래를 꿈꾸고, 미래를 생각한다. 원래대로라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적어도 당신에 한해선, 이보다 나쁠 수가 없어요.”
허나 아델라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당신은 너무 미래만을 봐요. 현실과 마주 보고. 제자리에 설 줄도 알아야 하는데. 끊임없이 나아가려고만 하고 있죠.”
아델라는 너무 먼 미래만을 보고 있다. 가까운 미래도 아니고, 너무 먼 미래만을 강박적으로 쫓고 있다.
“그래선 안 돼요.”
풍선에 끊임없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바람을 불어넣으면, 언젠가 터지는 것처럼.
아델라도 지금 이대로 가면, 언젠가 폭발하게 될 거다.
“당신은 현재에 안주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진취적임과 다급함은 한 끗 차이다.
현재 아델라는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다급함을 숨기고 있다.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 안주했다간…….”
물론 아델라의 심정이 이해는 간다.
베일 스톨과의 전투가 2달 뒤로 다가온 지금, 조바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달 내내 현실에 안주하라는 게 아니에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쉬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죠.”
아스란은 훈련에 가장 필요한 게 ‘정신력’이라고 했다.
아스란의 교육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엘레나지만, 그 말만큼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정신력이야말로 훈련의 근간이자, 기둥이니 말이다.
“쉽게 말해서 당신은 쉴 줄을 몰라요.”
하지만 어느 정도 공감할 뿐.
100% 공감하는 건 아니다.
“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질 좋은 휴식이에요. 당신은 지금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신력이 중요한 건 맞으나,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휴식이다.
강인한 정신력은 훈련의 기둥이 되지만, 휴식은 그런 강인한 정신력을 지지하는 토대다.
“하지만. 당신의 성격에, 쉬라고 해서 제대로 쉴 리가 없죠.”
“…….”
아델라가 침묵했다.
너무 맞는 말이라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당신을 푹 쉬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엘레나의 신체에서 녹색의 마나가 흘러나왔다.
“답은 두 개더라고요.”
그녀의 이명인 ‘숲의 마법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방대한 녹색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하나. 당신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으로, 휴식 중 불안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지금 아델라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대로 쉬고 있다 보면, 미래에 크게 후회할 것 같다.
지금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서 미래의 파국에 대비해야 한다.
신하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러한 불안한 상상이 아델라로 하여금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생각이에요.”
이 불안감만 해소하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오늘 대련을 통해서 당신이 배우고 있는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마법인지 알게 해 드릴게요. 그럼 불안감이 조금은 사라지겠죠.”
엘레나가 사용하는 마법은 아델라가 미래에 사용할 마법이다.
엘레나의 마법이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아델라의 조바심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당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천재인지도. 알게 해 드릴 생각이에요. 저를 이기고 나면, 저절로 깨달으시겠죠.”
싸우다 보면, 자연스레 깨달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천재인지 말이다.
그걸 깨닫게 되면, 분명 불안감 따윈 순식간에 사라질 테지.
“물론 억지로 져 드릴 생각은 없으니, 처음엔 힘들겠지만요.”
아델라가 제 얼마나 사기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라 할지라도.
지금 당장 전성기 시절의 신체를 되찾은 엘레나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아델라에게 자신감을 되찾아 주는 건, 적어도 몇 주 뒤의 일이 될 터.
“그러니까, 저를 이길 수준이 되기 전까진…….”
숲의 분위기가 반전했다.
잔잔한 산속 같은 분위기에서 맹수가 우글거리는 험준한 야생 같은 분위기로.
녹색이 주위의 모든 걸 찢어발기겠다는 기세를 뿜어낸다.
“휴식 중 다른 생각 따윈 못하도록…….”
아델라의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숲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마물이 눈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듯한.
그런 환각이 보였다.
“강제로 재워드릴게요.”
이게 엘레나가 생각한 두 번째 방법이다.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
혼절하게 되면, 어련히 잡생각은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쓰러진 아델라를 ‘숲의 마법’으로 케어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면, 강제로 질 좋은 휴식을 취하게 할 수 있다.
“잘 보세요. 이게…….”
녹색은 순식간에 숲의 형상을 이루었다.
이전에 아델라가 다루었던 가시나무 등불도 보이고, 사전에서만 봤던 마목들도 다수 보인다.
“제 마법이자, 당신의 미래입니다.”
그렇게 훈련장은 하나의 숲이 되었다.
“9서클 숲의 마법.”
이제는 이 세상에 남지 않은 온갖 희귀 식물들로 가득 찬 고대의 숲.
“태초의 녹(綠).”
전성기 시절.
엘레나 로 그린우드를 엘레나 로 그린우드로서 있게 해 주었던 최고의 마법, 태초의 녹.
그 마법이 1만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금 이 시대를 가득 물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