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9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93화(393/466)
엘레나 님이 태초의 녹을 사용하고 난 후로 약 10분.
압도당해야 하는 실력 차임에도 불구하고, 아델라는 꽤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괴물은 괴물이야. 저 정도로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선방하고 있는 걸 보면.”
테이 님이 세상 즐겁다는 표정으로 두 명의 전투를 관찰했다.
엘레나 님의 마법은 이미 제국 시절에 분석이 끝난 듯, 아델라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고 있다.
“……열흘 사이에 또 엄청나게 성장했네요.”
나도 마찬가지였다.
엘레나 님의 궁극 마법이라 할 수 있는 태초의 녹(綠).
저걸 보는 건 처음이기에, 그쪽에 눈이 갈 법도 한데.
그쪽으론 시선이 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현재 내 눈은 오직 아델라만을 쫓고 있다.
“계승자. 긴장해야겠는데? 여차하다간 따라잡힐 수도 있겠어.”
“……예.”
빈말이 아니라, 여차하면 이대로 따라잡힐 수도 있다.
저대로 엘레나 님의 힘을 온전히 습득하는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땐 아예 나와 아델라의 위치가 역전될 수도 있다.
현재 아델라의 포텐셜은 그 정도 수준이다.
“……더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네요.”
의지가 샘솟는다.
아델라의 전투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투지가 끓어오른다. 이대로 따라잡게 둘 수는 없다.
“저희도 이제 슬슬 시작합시다.”
궁금한 건 다 해소됐다.
관찰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제 나도 훈련으로 들어설 때다.
“조금만 더 보고 가면 안 될까?”
테이 님이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채로 답했다.
아델라를 조금이라도 더 지켜보고 싶다는 듯. 세상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미 볼 만큼 보셨잖습니까.”
“그렇긴 한데…….”
아예 대놓고 입맛을 다시기까지 한다.
테이 님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미미르와 일이 있었을 때도, 나와 뭔가 일이 있었을 때도, 저렇게까지 아쉬워하진 않으셨었는데.
그렇게나 아델라가 마음에 드신 걸까.
“관찰은 오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하긴.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도 재밌긴 하지만, 텀을 두고 보는 것도 그 나름의 재미니까.”
엘레나 님이 들었으면,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 같은 말이었다.
전신에 닭살이 돋은 채, 아델라의 앞을 가로막고, ‘다가오지 마세요.’라고 말하셨을 거 같다.
“그럼 가자.”
테이가 마지막으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아델라를 비추고 있는 스크린을 지워버렸다.
“저기 저 방패 친구도 나름 관찰할 맛이 있을 거 같은데……. 생각할수록 아쉽단 말이지.”
그리고 이어 순찬이를 띄우고 있는 스크린도 지워버렸다.
참고로 순찬이 쪽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련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아스란 님의 특강이 이어지고 있다.
분위기로 보아, 순찬이가 본격적으로 대련을 시작하는 건 못해도 1시간 뒤가 아닐까 싶다.
“……어쩔 수 없지. 임무는 임무니까. 가자.”
모든 정리가 끝나고. 테이 님이 반대쪽에 열려있는 포탈을 가리켰다.
순찬이와 아델라가 들어간 것과 비슷한 형태의 포탈.
저곳이 바로 내 훈련을 위해 마련된 훈련장이다.
“예.”
나는 천천히 테이 님을 따라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포탈을 지나.
특이한 형태의 연무장에 도착했다.
“여기. 구조가 상당히 신기하네요.”
뭐라고 해야 할까.
연무장의 형태는 띠고 있지만, 묘하게 연구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제국 시절에 마법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었고, 테이 님이 그 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었다면 딱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국 시절의 내 성역… 연구실을 모토로 만든 공간이니까. 신기할 만해.”
역시 그렇구나.
“환몽석이고 뭐고, 유환각 계열의 마법을 쓸 땐, 익숙한 걸 상상하는 게 제일 효율이 좋거든.”
환몽석으로 만드는 세상은 술자의 상상력 여하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상상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익숙한 장소가 제일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엘레나 님은 숲이었고, 아스란 님은 성내 연병장이었군요.”
“그치.”
이해했다.
“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이런 류의 마법이 특기라서, 마음만 먹었으면 어떤 구조의 구조물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었긴 한데…….”
테이 님이 멍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귀찮으셨군요.”
“응.”
굳이 그렇게 힘을 빼기 싫으셨던 모양이다.
“만약 미궁 같은 걸 만들라고 했으면 힘내서 만들었을 거 같은데. 대련장 같은 건 뭐……. 솔직히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되잖아? 넓이만 적당하면 되는 거니까.”
테이 님이 적당히 중간에 서서 몸을 풀었다.
평소 테이 님 특유의 유유자적한 분위기 사이로 묘한 열기가 느껴진다.
저 열기에 이름을 붙인다면 아마 ‘전투 의지’가 되지 않을까.
“그럼 바로 시작하자.”
아니. 조금 다른가.
저건 순수한 전투 의지랑은 조금 다르다.
전투 의지는 확고하지만, 그런 의지를 품게 된 계기가 다르다.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으신 마음밖에 없으신 거 같네요.”
지금 테이 님은 한시라도 빨리 훈련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으신 거다.
빨리 돌아가서 아델라를 관찰하고 싶은 거겠지.
그래서 평소랑 다르게 저렇게 의욕이 만땅이신 거다.
비유하자면, 금요일에 칼퇴를 하기 위해 오후에 밀린 업무를 초인 같은 스피드로 처리하고자 하는 직장인의 의지 같다고 해야 할까.
“에이. 그럴 리가.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딱히 쿨 뷰티 친구만이 아닌걸.”
아델라 만큼이나 내게도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으신 듯하다.
“난 네 마법에도 관심이 많아. 애초에 너한테 관심이 없었으면, 이렇게 훈련을 맡지도 않았을 거고.”
확실히 맞는 말이다.
“제게 관심이 있고 뭐고. 지금은 아델라가 더 신경 쓰이시잖아요?”
하지만 그뿐이다.
내게 관심을 갖고 계실 뿐.
지금 테이 님의 모든 흥미는 아델라에게 쏠려 있다.
“……티나?”
“예. 티납니다.”
테이 님이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눈치 빠르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조금. 아주 조금 서운하네요.”
“왜? 내가 너한테 관심을 안 줘서?”
“아뇨. 관심을 못 받아서 서운하다기보단…….”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내가 애도 아니고. 나한테 관심을 안 준다고 서운해 하겠는가.
“새롭게 개발한 신화 마법이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내가 서운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내 마법이 무시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개량을 끝마친 신화 마법.
이 마법이라면 테이 님이 흥미를 주체하지 못해야 정상인데.
그런 거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오로지 아델라 하나에만 전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그렇기에 서운하다.
아니, 서운한 게 아닌가.
‘괜히 자존심이 상한다고 해야 할까.’
이 마법을 만든 사람이자,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묘하게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 딱히 무시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들렸으면 사과할게.”
테이 님이 조금 의외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네 마법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야. 그냥 신화 마법은 신화 마법이겠거니 싶어서. 조금 후순위로 밀린 것뿐.”
“…….”
그 말에 순간 눈썹이 꿈틀거렸다.
테이 님의 성격에 그럴 의도는 없으셨겠지만, 왠지 우리를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다.
너희가 신화 마법을 만져 봐야 거기서 거기 아니겠냐.
라고 말이다.
“……그렇습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내 몸에 발작 스위치라는 게 있다면, 그걸 눌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 인식. 조금 수정해 드릴 필요가 있겠네요.”
원래대로였다면 천천히 하나하나씩 스텝을 밟아 갈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좋습니다. 바로 시작하시죠.”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그래.”
테이 님의 신체 주위로 마나가 일렁였다.
테이 님이 다루는 ‘몽(夢) 계열 마법’ 특유의 유령 같은 에테르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선수는 양보할게.”
완전무결한 전투태세.
지금의 테이 님에겐 그 어떠한 빈틈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를 양보한다. 그 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후회? 내가? 왜?”
“선수를 양보하시겠다는 말은, 제가 얼마나 시간을 들여서 첫수를 준비하든 간에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법 대련에 있어, 첫수를 양보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큰 페널티다.
“제게 그 정도의 시간을 주시면, 위험하실 텐데요.”
보통 마법이란, 쓰는 쪽보다 막는 쪽이 어려운 법.
시간을 충분히 들여 준비한 마법을 막는 건 한 단계 높은 성취를 지닌 마법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글쎄. 별로 안 위험할 거 같은데.”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사람이.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고 있다.
즉, 나는 상대로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제아무리 전성기 시절의 전투력을 지닌 상태라지만, 날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그럼 말씀하신 대로, 선수는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이렇게 무시 받은 채로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지금껏 익혀왔던 것들을 총동원하여, 서클을 회전시켰다.
“……흐음.”
테이 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네가 무슨 마법을 쓰려하는지 다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그니스를 쓸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첫수로 무조건 이그니스를 사용할 거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걸 테지.
내가 지닌 마법 중, 최고 화력을 지닌 마법이자, 가장 뛰어난 위력을 지니고 있는 마법.
더불어 ‘개념’을 태운다는 힘을 지녔기에 테이의 몽 계열 마법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마법.
그런 마법은 이그니스뿐이니까.
‘화 속성 마법에 대한 대비를 하고 계실 거야.’
내가 이그니스를 사용할 거라 확신하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해 두셨음이 분명하다.
지금 이대로 이그니스를 쓰면, 높은 확률로 내 패배가 결정된다.
그렇기에.
‘첫수로 이그니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첫수에 이그니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적이 예측, 대비하고 있는 마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평범한 마법도 당연히 패스.’
적이 예측하고 있다고 해서, 이그니스를 포기하고 평범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
그건 적이 대포에 대비하고 있다고, 소총만 준비해서 전쟁에 나서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그럴 바엔 그냥 이그니스를 사용하는 게 낫다.
‘내가 첫수로 사용할 마법은…….’
지금 첫수로 어울리는 마법은 이그니스는 아니지만, 이그니스에 준하는 위력을 지닌 신화 마법.
‘디솔루티오.’
과거, 폭주를 일으킨 전과가 있는 위험한 마법.
파괴의 신의 전승을 계승한 신화 마법.
디솔루티오.
‘이 마법밖에 없어.’
지금 테이 로바인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처음 써 보는 거라서, 잘 될진 모르겠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내 내면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후우.”
가벼운 심호흡.
내 정신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면 디솔루티오도 사용하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지금의 나라면 디솔루티오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지 않냐고 했던 아델라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지금이라면 디솔루티오도 다뤄 보일 수 있지 않겠냐고.
왠지 지금이라면 될 것 같다고. 아델라는 그렇게 말했다.
‘가능해.’
아델라의 말이 맞다.
지금의 나라면 디솔루티오를 사용할 수 있다.
폭주시키지 않고, 확실히 컨트롤 해 낼 자신이 있다.
‘아직 축약시키지 못한 마법이라, 나만의 방식으로 발동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전 방식대로.
스승님이 다루던 신화 마법의 방식대로 사용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신화 마법의 영창에 대해 100% 이해하고, 신화 마법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성공한 지금이라면…….’
스승님도 다루지 못하셨다던, 사나운 야생마.
디솔루티오를 다루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시작하겠습니다.”
마나를 가득 담은 숨을 내쉬었다.
“세상은 무(無)로 화하였을 때 비로소 지고일지니.”
디솔루티오의 영창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