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9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95화(395/466)
단테로아의 서 한구석.
미미르는 홀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페르소나는 신화 마법 특유의 임팩트가 없어.’
세상의 모든 걸 불태우는 이그니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파괴하는 디솔루티오.
그림자로서, 세상에 간섭할 수 있는 움브라.
신수를 비롯한 온갖 것들과 계약할 수 있는 팩티오.
하나같이 화려하기 짝이 없는 신화 마법들 사이.
페르소나만이 상당히 소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페르소나의 사용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외모 변경. 영혼의 집약.’
대상의 외견을 바꾸는 힘.
그리고 대상의 영혼을 집속시켜, 어딘가에 귀속시키는 힘.
이게 페르소나의 대표적인 성능이다.
‘둘 중, 외모 변경은 사실 메타몰포시스로도 할 수 있는 거니까, 페르소나만의 특출난 힘이라 할 수는 없어.’
실제로 첫 번째 사용법인 ‘외모 변경’은 사실 페르소나가 아니더라도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흑마법의 메타몰포시스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신장은 물론, 마나의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그래 봐야 그뿐이다.
다른 신화 마법들의 오리지널리티와 비교하면, 굉장히 보잘것없다.
‘그나마 두 번째 힘은 오리지널리티가 있기는 한데…….’
페르소나의 두 번째 사용법.
영혼의 집약.
이 힘은 여타 다른 신화 마법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오리지널리티를 지니고 있다.
여타 신화 마법과 마찬가지로 대체할 수 있는 마법이 없다.
‘하지만 두 번째 사용법은 범용성이 너무 떨어져.’
하지만 이 두 번째 사용법은, 범용성이란 측면에서 지나칠 정도로 뒤떨어진다.
다른 신화 마법은 ‘오리지널리티’와 ‘범용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데.
페르소나는 한 마리 토끼만을 겨우 잡고 있다.
‘물론 첫 번째 힘인 외모 변경이랑, 두 번째 힘인 영혼의 집약이 각각의 토끼를 잡고 있기는 한데…….’
외모 변경은 범용성이란 측면에서 뛰어나지만, 오리지널리티가 없다.
영혼의 집약은 오리지널리티는 확실하지만 범용성이 떨어진다.
페르소나는 두 가지 힘이 각각 다른 토끼를 잡고 있다.
‘아무리 봐도 페르소나만 구조가 기형적이야.’
그렇기에 미미르는 생각했다.
페르소나라는 신화 마법은 아직 미완성인 게 아닐까.
아바마마도 아직 100% 분석을 끝낸 게 아니기에, 온전한 사용법을 찾아내지 못한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분명 이 기형적인 구조에 힌트가 있을 거야.’
그렇게 가설을 세우고 연구에 들어섰다.
페르소나의 온전한 사용법을 찾아내기 위해.
반쪽짜리 페르소나를 온전한 페르소나로 만들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심전력을 다해서 분석과 연구를 거듭했다.
‘분명 이 책에 힌트가 있어.’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현재 지니고 있는 책을 읽고, 또 읽어나갔다.
‘아바마마가 정말 내 행복을 바라셨고. 내 마음을 알고 계신다면……. 분명 여기에 정답을 남겨두셨을 거야.’
신화 마법 일람.
몇몇 신화 마법의 심화 단계까지 적혀 있는 정보서.
이 책에 힌트가 있을 거다.
그렇게 확신하며,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기 위한 작업에 몰두했다.
[신화 마법, 이그니스는 이니스라고도 불리며, 벼락을 다뤘다는 전승 또한 있다.] [이그니스는 어떠한 조건 아래, 벼락의 신으로서 이 세상에 천벌을 내리는 천벌신의 모습을 띠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 조건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 조건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그니스를 한층 더 높은 지평으로…….]신화 마법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첫 페이지부터 차례차례 모든 걸 공부해 나갔다.
페르소나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
다른 신화 마법의 특이성을 분석하고, 습득하며, 차이점을 학습하고, 공통점을 수집했다.
[신화 마법 페르소나의 전승. 가면의 신은 굉장히 자유분방한 신이다.]그렇게 책장을 얼마나 넘겼을까.
페르소나에 대한 내용이 적힌 구간에 들어섰다.
[자유분방하기에, 다른 신들과 달리 신화 마법으로 벼릴 때, 특별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가면의 신은 마음대로 하라는 말과 함께,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의 전승을 내게 양도하였다.]그 학습이 미미르로 하여금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페르소나는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결여.
이 단어가 미미르의 뇌리에 강하게 꽂혔다.
[이 의문은 내 머리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으나. 이 의문을 풀 방법은 없었다.] [당시에는 베일 스톨과의 전쟁이 한창이었기에.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을 마법에 여력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미미르는 뭐에 홀린 것처럼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쟁은 끝났다. 종전이 아닌, 길고 긴 휴전이긴 하나, 내 시대의 전쟁은 끝이 났다 보아도 좋을 테지. 지금의 내겐 충분한 시간이 있다.]페이지 뒤로 페르소나의 연구 기록이 한가득 기록되어 있었다.
미미르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갔다.
[페르소나의 다른 사용법을 발견했다.]레이 벨 바이테너가 겪은 시행착오를 간접 체험으로써 답습하고.
그가 얻은 성취를 함께 만끽했다.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하면 내 가신들을 미래에 남길 수 있을 것이다.]레이 벨 바이테너가 처음 이드레드의 서를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느꼈다.
[영혼의 집속. 이 방법을 사용하면 내 딸에게 다른 미래를 선물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미미르의 서에 담긴 기원을 느꼈다.
[마지막 가신은 누구를 택해야 할까. 엘레나. 아스란에 이은 마지막 가신.] [테이. 그래. 테이로 하자. 테이라면 분명 계승자를 잘 이끌어 줄 것이다.]단테로아의 서에 탄생 비화를 읽었다.
총 27페이지.
거기에는 페르소나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아.”
미미르가 나지막한 탄성을 터트렸다.
“알겠어…….”
알 것 같다.
페르소나라는 게 무엇인지.
어째서 페르소나라는 게 기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었는지.
“이런 거였구나.”
레이 벨 바이테너의 연구 일지를 본 것만으로, 진리에 도달했다.
레이 벨 바이테너가 죽기 전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정답이라는 마지막에 아무렇지 않게 발을 딛었다.
“페르소나는 여러 가지 능력을 지닌 복합 능력형 신화 마법이 아니었어.”
마법사로서는 레이 벨 바이테너가 훨씬 뛰어나지만.
연구자로서는 미미르 벨 바이테너가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미미르의 뛰어난 재능은 레이 벨 바이테너가 놓친 것들까지 모조리 붙잡아, 하나의 가설로서 응집시켰다.
“지금까지 우리가 파악한 힘들은 모두 오리지널 페르소나의 잔재일 뿐……. 페르소나의 진짜 힘은 따로 있었던 거야.”
외모 변경도, 영혼의 집속도, 이드레드의 서를 만드는 데 쓰인 특수한 힘도.
모두가 곁다리.
페르소나가 지닌 본래의 힘에서 파생된 열화 카피였을 뿐이었다.
“아바마마…….”
미미르가 떨리는 손으로 책을 쓰다듬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정답을 선물해 준, 이 책에게 무한한 감사를 담아서.
이런 책을 남겨 주신 아바마마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미미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왜 눈물이 나는지는, 미미르 본인도 알 수가 없었다.
드디어 찾아 헤매던 걸 찾았다는 기쁨에서 오는 눈물일까.
아니면, 아바마마의 배려에 감동이 차올랐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말로…… 감사해요.”
만 년의 세월을 원망했다.
사라지기 전, 모든 걸 버리고 떠나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했다.
“저를…… 미미르의 서에 남겨 주셔서.”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만 년의 고독함은 이때를 위한 기다림이었을 뿐이었다.
이별의 고통은 지금의 기쁨을 위한 다소 가혹했던 시련이었을 뿐이었다.
지금 미미르의 마음속엔 기쁨과 감사라는 감정만이 가득했다.
“나는…… 이제 계승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어.”
미미르가 책을 가슴에 품고 환하게 웃었다.
“오로지 나로서. 계승자와 함께…….”
그렇게 미미르가 속에 꽁꽁 감춰뒀던 마지막 소원을 입 밖으로 내뱉으려 할 때였다.
“나랑 뭐?”
“……!”
갑작스레 들려 온 목소리에 미미르가 갓 잡힌 활어처럼 튀어 올랐다.
싱싱한 활어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것 같은.
이보다 더 격렬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계, 계, 계, 계승, 계승자!”
미미르가 세상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뭘 그리 당황해?”
신하율이 벙찐 표정으로 답했다.
“다, 당황? 누가? 내가? 당황을? 그럴 리가 없을걸?”
미미르가 새빨개진 표정으로 횡설수설했다.
“울었어?”
신하율이 날카로운 눈으로 말했다. 미미르의 충혈된 눈을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안 울었는데?”
미미르가 시선을 돌렸다.
충혈된 눈을 감추려는 듯, 머리를 앞으로 끌어모으기까지 한다.
“……연구가 잘 안돼?”
“아니~? 잘 되고 있는데?”
억지로 앞으로 끌어모은 머리칼.
마치 처녀 귀신 같았다.
“근데 왜…….”
왜 울었느냐.
신하율은 그렇게 말하려다 말았다.
미미르가 말하기 싫어하는데 굳이 억지로 말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래. 연구가 잘 되고 있다니 다행이네.”
나중에 말해 줄 때가 되면 어련히 말해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대충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다행이지. 연구는 맡겨 둬. 쭉 살펴보는데 이그니스의 다음 스텝도 있고……. 팩티오의 심화 사용법도 있고……. 도움이 될 게 굉장히 많아.”
미미르가 조금 안도한 듯, 침착해진 표정으로 답했다.
신하율이 이 이상 물고 늘어질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안도한 것이다.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계승자는 어떻게 그 타이밍에 딱…….’
하마터면 평생 남을 흑역사를 만들 뻔했다.
‘어우. 상상하기도 싫네. 본인 앞에서 그런 말을 했을 거라 생각하면……. 으으.’
신하율이 듣는 앞에서, ‘계승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을 걸 생각하면…….
생각한 것만으로도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미미르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흔들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낼 겸, 억지로 한데 모은 머리를 원래 위치로 돌리기 위한 도리질이었다.
“어라?”
그렇게 정신이 안정되어가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근데 왜 벌써 돌아왔어? 지금이면 한창 훈련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아냐?”
“빨리도 물어본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 거야?”
“…….”
미미르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 말엔 답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의지가 도드라지는 행동이었다.
“그래.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신하율은 그런 미미르를 보며 픽 웃었다.
“훈련은 끝났어.”
“응? 끝나? 벌써?”
“응. 가뿐히 통과했어.”
미미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테이 그 돌아이는 진짜……. 대충하지 말라니까.”
테이가 훈련을 대충해서 벌써 훈련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테이 지금 어딨어? 내가 가서 따끔하게 한 마디…….”
“왜 불러?”
그때, 미미르의 옆에 테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미르가 깜짝 놀라서 몸을 떨었다.
“너, 너…… 인기척 좀 내고 다녀!”
미미르가 놀람을 필사적으로 감추고, 테이를 노려봤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테이 너. 훈련 대충하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이나…….”
“대충 안 했어.”
테이가 미미르의 말을 끊고 답했다.
“대충 안 했으면? 왜 벌써 훈련이 끝난 건데?”
“계승자가 강했으니까.”
“……강해?”
“응. 전력으로 싸워서 졌어.”
테이가 태연하게 답했다.
“졌다고?”
“응.”
“네가?”
“응.”
“대충한 게 아닌데 졌다고?”
“응. 몽환충이랑 악몽의 선물까지 썼는데. 상대도 안 됐어.”
“…….”
미미르가 인상을 찡그렸다.
‘몽환충에 악몽의 선물까지 썼다고 하면……. 진짜 힘을 뺀 건 아니라는 건데…….’
미미르가 신하율에게 시선을 돌렸다.
“계승자. 진짜 이긴 거야?”
“이겼어.”
“……어떻게?”
환몽석으로 만든 가상 세계에서, 테이는 전성기 시절의 힘을 그대로 되찾은 상태였을 터.
전성기 시절의 테이를 지금의 신하율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단, 미미르의 계산상으론 불가능하다.
“디솔루티오를 썼어.”
미미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디, 디솔루티오?! 그거 안 쓰기로 했잖아. 근데 왜…….”
경악으로 커졌던, 미미르의 눈이 침묵과 함께 한층 더 커졌다.
“디, 디솔루티오를 정상적으로 사용했다고?”
“어.”
“……어떻게?”
“나름의 방법을 찾았어.”
신하율이 만면의 미소로 답했다.
다시 생각해도, 짜릿한 깨달음이었다.
“이야. 정말 굉장한 마법이었어. 설마 내 육체가 일격에 붕괴될 줄은.”
테이가 옆에서 생생한 실감을 전했다.
“……전성기 시절의 네 육체가?”
“응. 산산조각.”
미미르가 침묵한 채로 입을 반쯤 벌렸다.
“훈련 시작 1분 만에 순살당했어.”
“1분 만에…….”
테이가 미미르에게서 시선을 떼고 신하율을 바라봤다.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다.
“응?”
그때, 미미르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1분 내에 승부가 났는데, 왜 지금 돌아온 거야? 30분 전에 돌아왔어야 하는 거 아냐?”
1분과 30분.
그 사이의 빈 시간에 대해 눈치챈 것이다.
“아델라랑 순찬이의 훈련을 좀 보다 왔어.”
“30분이나?”
“응. 참고할 게 좀 있어서.”
신하율은 대련이 끝난 직후.
대기실에서 아델라와 지순찬의 훈련을 관찰했다.
그냥 가볍게 보고 말 생각이었는데, 둘 다 움직임이 생각 이상으로 좋아서 30분이나 보고 말았다.
“늦는다 했더니. 역시 보다 왔구나.”
테이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자기도 보고 싶었다는 표정.
“쩝. 결국 저 돌아이 눈에 들어갔구나. 엘레나가 알면 기겁을……. 응?”
미미르가 테이의 집착을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때였다.
“……잠깐. 잠깐만.”
나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30분 전에 대련이 끝났다고 했지?”
“응? 어. 맞아.”
“그니까, 30분 전에…… 테이의 신체가 붕괴됐고 테이의 정신은 30분 전에 단테로아의 서로 돌아왔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그러면…….”
끔찍한 상상이 미미르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설마…….’
미미르가 떨리는 눈동자로 테이를 바라봤다.
테이의 입꼬리가 천천히 위로 향했다.
“테이…… 설마 너…….”
“황녀님. 난 응원해.”
나쁜 예감이 들어맞았다.
“아…….”
미미르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다…… 보고 있었어?’
테이는 30분 전에 단테로아의 서로 복귀한 뒤로, 줄곧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말은 즉.
‘혼자 주접떨던 모습은 물론, 계승자와 함께 살 수 있다고 했던 말까지 전부 다…….’
이 세상에서 제일 성격 나쁜 괴짜에게 약점을 잡혀 버렸다.
‘난…… 망했어.’
미미르는 절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