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9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96화(396/466)
그 후.
디솔루티오에 대한 정보를 미미르에게 최대한 자세히 전달한 뒤에 곧장 훈련장으로 복귀했다.
“의외네. 황녀님이랑 같이 디솔루티오의 조율부터 할 줄 알았는데.”
참고로 테이 님도 함께다.
“디솔루티오를 축약하는 건 그리 급한 일이 아니니까요.”
솔직히 좀 놀랐다.
신체가 박살 난 뒤로 아직 30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신체 복구를 끝마치실 줄이야.
괜히 몽환 술사라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건가.
“흠. 하긴. 지금 당장 쓸 일도 없을 테고. 급하게 할 이유가 없긴 해.”
“예. 미미르도 지금 연구하고 있는 쪽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것 같았고요.”
이제 척하면 척이라고.
미미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미미르는 다른 데 신경을 쓸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걸 완성할 때까진 저대로 놔두는 게 낫다.
“그리고 저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요.”
만약 내게 달리 할 일이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겐 디솔루티오의 축약보다 훨씬 급한 일이 남아 있다.
“무(無)의 고리?”
“예. 슬슬 마무리해야죠.”
여덟 번째 인피니티 서클을 만드는 것. 이게 최우선 사항이다.
“그래. 그게 제일 중요하긴 하지. 많이 늦어졌기도 하고.”
“예. 여러모로 일이 많았다 보니……. 진짜 준비만 주구장창 했네요.”
테이 님이 무표정하게 답했다.
“그럼 다시 광휘마석 동굴로 돌아가겠네?”
“예. 그럴 생각입니다.”
인피니티 서클은 그 특성상, 마나 밀도가 진하면 진할수록 좋다.
녹성도 충분하리만큼 높은 밀도를 자랑하지만, 광휘마석 동굴에 비할 바는 아니다.
새 서클을 엮는 데 있어선, 광휘마석 동굴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
“그래. 그럼 고생해.”
테이 님이 그대로 몸을 돌렸다.
나도 내 갈 길을 갈 테니, 너도 네 갈 길을 가라.
테이 님의 등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델라 한테 가시려고요?”
“응.”
예상은 하고 있었다.
테이 님의 성격에 굳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부서진 신체를 다시 복구시키신 이유가 달리 뭐가 있겠는가.
“훔쳐보지 말라고까진 하지 않겠습니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훔쳐보시는 건 자제해 주세요. 엘레나 님이 눈치채시면 여러모로 귀찮아집니다.”
“현실이라면 모를까, 여기선 절대 안 걸려.”
물 만난 물고기.
혹은 초원 위의 야생마.
녹성은 테이 님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전성기 시절의 엘레나 님이라고 해도, 테이 님의 시선을 감지하긴 힘드실 거다.
테이 님이 ‘절대’라고 표현하실 법하다.
“원래라면 절대 안 걸리긴 하시겠죠. 근데 지금의 테이 님이라면 걸리실 것 같아서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평소의 테이 님이라면 그렇다는 거고.
지금은 조금 얘기가 다르다.
“지금의 내가 왜?”
“지금의 테이 님이라면 선을 넘는 것도 서슴치않으실 테니까요.”
지금 테이 님의 상태를 봐선, 선 위에서 탭댄스를 추실 수도 있다.
테이 님이 아델라에게 품고 있는 흥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호기심에 눈이 멀어서 그대로 선을 넘어버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훈련장에 난입한다거나, 아델라에게 접근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아델라만 따로 소환한다거나 하실 수도 있어.’
선을 넘으면 엘레나 님도 눈치를 채실 거다.
그럼 여러모로 귀찮아진다.
안 그래도 시간이 촉박한 지금, 내부 분열이 일어나는 건 피하고 싶다.
“음……. 선을 넘는다. 부정 못하겠네.”
테이 님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뭔가 고민이 많아 보인다.
“그래. 뭐. 아직 시간도 많고. 벌써부터 엘레나한테 집중 마크당할 필요는 없지. 알았어. 이번엔 최대한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게.”
“…….”
‘이번엔’.
엘레나 님이 들으면 기겁을 할 만한 말이었다.
진짜 나중에 아델라한테 무슨 짓 하시는 거 아닌가 몰라.
‘엘레나 님이 어련히 막아 주시긴 하겠다만…….’
테이 님의 악명을 생각하면 조금 걱정되긴 한다.
미미르에게 한 것 같은 행위를 아델라에게도 할 수도 있다.
‘나도 조금 신경 쓰긴 해야겠네.’
테이 님의 호기심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충분히 주의를 해 둬야 한다.
‘그래도 뭐, 당장 무슨 일이 날 리는 없으니까. 지금은 무의 고리를 엮는 데만 집중하자.’
당장 무슨 일이 날 것도 아니고.
지금은 내 일에만 전념해도 될 테지.
나는 그 생각을 끝으로, 광휘마석 동굴로 발길을 옮겼다.
* * *
신하율과 일행들이 녹성으로 진입한 뒤로, 어언 일주일이 흘렀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델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엘레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수고하셨어요.”
엘레나가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답했다.
아델라만큼은 아니지만, 숨이 상당히 거칠다.
“이제 좀…… 아니, 상당히 버겁네요.”
엘레나가 쓰게 웃었다.
분명 3일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여유로웠는데.
고작 3일 사이에 이 정도로 상대하기 버거워질 줄이야.
“이 기세면…… 내일은 정말 질 수도 있겠어요.”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아무리 빨라도 2주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일주일 만에 패배할 위기에 처할 줄은.
성장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아뇨. 아직 거기까진…….”
아델라가 숨을 가다듬으며, 최대한 또박또박 답했다.
어제까지 만해도, 훈련이 끝난 직후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말을 못 하기는커녕, 발음도 일절 새지 않는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하루 사이에 몰라보게 강해졌어.’
저건 성장이라는 뜨뜻미지근한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바야흐로 ‘진화’.
번데기가 나비로 진화해,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처럼.
아델라는 하루 사이에 비약적인 진화를 이뤘다.
‘하룻밤 사이에 벽을 또 하나 부순 거야.’
어제 훈련 중에 뭔가를 깨달은 듯한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설마 그 깨달음을 하루 만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이야.
수많은 천재들을 봐 왔지만, 저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천재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어떻게 가면 갈수록 더 성장 속도에 가속이 붙는 거지?’
분명 처음 만났을 때도, 눈을 부릅뜰 수준의 천재였긴 했다.
하지만 결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의 아델라는 엘레나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 다른 사람이다.
‘제아무리 솔 루나리 가문의 피를 이었다고 해도 그렇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몸인 걸까.
더 놀라운 건, 지금도 실시간으로 재능이 성장하고 있다는 거다.
훈련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힘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재능이라는 스테이터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재능이란 건 타고나는 것. 어지간해선 변하지 않는 법인데.’
재능이 성장하고 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지금 이 속도면 하율 군을 넘어서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니야.’
지금 이 성장 속도가 이어진다면 1달 내로 9서클에 도달할 수 있다.
진짜 신하율을 넘어서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가.’
엘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니다.
‘하율 군의 성장 속도가 아델라보다 느릴 리가 없으니까.’
아델라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필히 신하율의 성장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었을 테지.
제아무리 아델라의 재능이 특출나다고 해도, 신하율이 지닌 바 재능에 비할 바는 못 되니까.
‘하율 군에 준하거나 그보다 살짝 못한 수준. 그게 현실적인 한계야.’
신하율과 아델라.
둘을 교육해 본 적이 있는 엘레나이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아델라가 신하율을 넘어설 날은 영영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무슨 수를 써도, 레이의 발치에도 도달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델라는 하율 군을 넘어설 수 없어.’
바이테너식 사용자와, 범용 마법 사용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있다.
아델라의 재능이라면 그 벽을 어느 정도 부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뿐이다.
결코 그 벽을 허물 수는 없다.
그게 순리다.
‘저 정도 재능을 지녔음에도, 결코 정상에 설 수 없다니.’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만약…….’
엘레나의 머릿속으로 나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아델라의 성정이 조금이라도 안 좋은 쪽으로 기울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높은 확률로 악에 물들었을 것이다.
‘……상상하기 싫네.’
결코 1등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질투를 품은 끝에 결국 신하율의 적이 되지 않았을까.
“둘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아델라가 자못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읊조렸다.
자신과 다른 장소에서 훈련에 힘쓰고 있을 두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과 말.
그 모습을 보며 엘레나가 작게 웃었다.
‘아델라에게 영원한 2등이라는 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인 걸까.’
아델라는 결코 신하율을 시기하지 않는다.
신하율의 재능을 부러워하고, 시기하지 않는다.
“하율이는 지금쯤 얼마나 강해졌을까요.”
아델라는 그저 기쁠 뿐이다.
자신의 앞을 달리는 친구가 있다는 게.
자신이 쫓을 등이 있다는 게.
평생을 따라가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라이벌이 존재한다는 게.
“아델라. 당신 같은 제자를 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
아델라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는 표정.
지금 칭찬이 나올 만한 흐름이었나? 그렇게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평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음. 어…….”
아델라가 뭐라 반응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끙끙대다가, 짧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엘레나의 입가가 한층 더 위로 치솟았다.
아델라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
엘레나가 그대로 아델라를 껴안았다.
“에, 엘레나 님?”
“가만히 계세요.”
한 손으론 아델라의 뒷머리를 쓸어내리고, 다른 손으론 아델라의 등을 꼬옥 껴안는다.
“……네에.”
아델라는 경직된 자세로 그대로 멈췄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지 모르겠다는 표정.
참으로 아델라 다운 반응이었다.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요.”
그런 어리숙한 모습이 또 귀엽다. 엘레나가 그대로 아델라의 뺨에 자신의 뺨을 가져다 댔다.
엘레나가 진심으로 믿는 사람에게만 하는 스킨쉽이다.
“그, 엘레나 님……. 답답해요.”
“저는 따뜻하고 좋은데요?”
“따뜻하긴 한데……. 으…….”
아델라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아둥바둥댔다.
엘레나는 그런 아델라의 반응을 즐기듯이, 아델라를 한층 더 꼭 껴안았다.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주세요. 이렇게 직접 당신을 껴안아 드릴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
아델라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랬……죠.”
현재 엘레나의 신체는 녹성 내 환몽석을 이용해 만든 가상의 신체다.
훈련이 끝나고, 녹성을 나서는 것과 동시에 소멸한다.
“그러니까…… 잠시만 이대로…….”
그렇게 엘레나가 눈을 감고 아델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을 때였다.
쿠구구구구궁-!
돌연, 공기가 떨렸다.
할라마니움의 터에 들어 온 뒤로, 숱하게 느껴 온 떨림.
“……누가 흑마법의 시초 아니랄까 봐. 분위기를 못 읽네요.”
드래곤의 마나로 인해 발생한 마나진이다.
“크네요.”
아델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예. 일주일 동안 좀 잠잠하다 싶었는데. 이번 건 유독 크네요.”
녹성에 진입한 후로 약 일주일 동안, 총 4회의 마나진이 발생했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마나진이 ‘발생’했다 정도였을 뿐.
“이번에 출현한 드래곤은 최소 70%는 되겠네요.”
“네.”
이번에 발생한 마나진으로 감지할 수 있는 드래곤의 수준은 가볍게 위험도 S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전에 출현한 놈보다 최소 한 단계는 더 강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진행이 빠르네요. 이 정도 급이 나오는 건, 못해도 1~2주 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이러면 훈련 시간이 훨씬 단축될 수도 있겠어요.”
베일 스톨이 또 한 번 엑셀을 밟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땐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그땐 훈련을 조기 종료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
“대응 안 해도 될까요?”
“예. 일단 이번까진 괜찮겠죠. 세인 비노슈가 있으니까요.”
제아무리 마나 충전량 70%의 드래곤이라고 해도, 세인 비노슈에겐 안 된다.
이쪽에서 움직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저쪽에서 연락을 하겠죠.”
엘레나가 훈련장 한편에 놓아둔 소형 통신 장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신하율과 미미르, 그리고 테룬이 합동으로 만든 특수 통신 장치.
무슨 일이 있으면 저 통신 장치에 반응이 있을 거다.
“그러니까 이번 일엔 신경 쓸 필요…….”
그렇게 엘레나가 아델라를 안심시키려 할 때였다.
삐이이이이-!
통신 장치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이건…….”
붉은색 사이렌.
긴급 지원을 요구하는 신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