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9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97화(397/466)
“……어쩌면 좋을까요?”
아델라가 세상 당황한 표정으로 엘레나에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엘레나의 표정도 아델라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똑같이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엘레나. 생각할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해.”
아스란이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 움직여도 시원찮을 상황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결론도 내지 못한 엘레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어……. 그, 일단 저희끼리라도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세상 각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명 사이.
지순찬 만이 홀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엘레나 로 그린우드. 네가 결정을 못하겠다면, 내가…….”
“기다려 봐요!”
엘레나가 짜증이 가득 차오른 표정으로 소리쳤다.
“바깥이 심각한 상황인 건 알아요! 저건 그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신호기니까요.”
적색 사이렌의 의미는 ‘세인으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심각한 상황’을 의미한다.
아스란의 말마따나,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엘레나도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
“근데, 이쪽도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안쪽도 이런 상황인데…….”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문제가 생겨버렸다.
“뭐가 문제지? 광휘마석 동굴은 봉쇄됐지만, 바깥으로 나가는 입구가 봉쇄된 건 아니다. 녹성에도 출구는 있어.”
“제가 그걸 모르겠어요? 제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
엘레나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신하율에 대한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저 정신 나간 마나 밀도 속에 방치된 채, 연락이 두절됐는데.”
현재 신하율은 광휘마석 동굴에 갇힌 상태다.
강제로 신하율을 데리고 나오려고 해도, 그럴 방법이 없다.
광휘마석 동굴은 현재 외부의 차단을 완전히 막아내는 형태의 결계를 형성하고 있다.
내부로 잠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엘레나의 걱정은 당연했다.
“그놈이 아무 생각도 없이 저 안에서 둥지를 텄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때가 되면 알아서 밖으로 나올 거다.”
아스란은 그런 엘레나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동굴이 봉쇄된 건 사고가 아니라 필연. 신하율이 스스로 봉쇄한 것일 확률이 컸다.
여덟 번째 인피니티 서클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서, 저런 결계를 형성한 걸 테지.
신하율이 스스로 선택한 봉쇄인 이상, 걱정할 이유는 없다.
지순찬이라면 모를까. 신하율은 믿어도 된다.
적어도 제 앞가림은 확실히 하는 놈이니.
“……하율 군이라면 알아서 할 거다. 그 말엔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해요.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하율 군이라면 알아서 잘 해결하고 나오겠죠.”
광휘마석 동굴 내부 상황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긴 하는데.
엄청나게 큰 문제가 생길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알고 있다면 왜 그리 고민하는 거지?”
아스란이 인상을 찡그렸다.
알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저희끼리 나가서 뭘 할 수 있나 싶어서요.”
엘레나가 고개를 숙였다.
“세인 비노슈. 그녀는 강해요. 단순히 전투력만을 두고 따지면, 전성기 시절의 저희를 아득히 상회하는 수준이죠.”
그런 강자가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린 현 상황에, 아델라와 지순찬이 지원을 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아델라와 순찬 군은 하율 군의 들러리 수준일 뿐이에요. 지금 저희끼리 밖으로 나가는 건 득보다 실이 더 커요.”
애초에 저쪽도 신하율의 지원을 바라고 지원 요청을 보낸 것일 터.
신하율이 움직일 수 없는 지금. 지순찬과 아델라를 따로 보낼 이유가 있을까.
아니. 없다.
“저는 하율 군이 밖으로 나오는 걸 기다리는 게 맞다고 봐요.”
제 아무리 신하율이라고 해도, 저 상태로 그리 오랜 시간을 버틸 수는 없을 터.
근시일 내에 결계를 풀고 밖으로 나올 것이다.
지금은 그때를 기다리면서, 대기하는 게 맞다.
“나랑은 생각이 많이 다르군.”
아스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반박했다.
“난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죠?”
누가 엘레나와 아스란 아니랄까 봐, 또다시 둘의 의견이 갈렸다.
“이 둘이 아직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말에 대해선 백번 동의한다. 이 둘이 신하율이나 세인 비노슈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건 사실이지.”
아스란의 말에 아델라와 지순찬이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아직 들러리밖에 될 수 없다는 게, 굉장히 분했다.
“하지만 그건 비교 대상이 너무 규격 외일 뿐. 이 둘의 전력은 충분히 세계 탑급에 도달해 있다.”
아스란이 두 명을 차례대로 바라봤다.
아스란과 엘레나의 전폭적인 백업을 받는다는 전제하에, 이 둘의 실력은 세계 탑급이다.
“지금 이 둘이라면, 신하율이 움직일 수 있게 될 때까지, 어느 정도는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을 거다.”
평소와 다름없는 무감각한 시선 속, 선명하게 빛나는 신뢰를 엿볼 수 있었다.
엘레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스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신하율과 세인, 베일에 비해 부족한 거지. 지금의 아델라와 지순찬도 충분히 훌륭한 전력이다.
지원을 보내는 게, 의미가 없진 않을 테지.
“……너무 위험해요.”
하지만 굳이 보낼 의미도 없다. 아델라와 지순찬을 보낸다고 해서 전세가 급격히 기우는 것도 아닐 터.
위험도를 생각하면, 굳이 보낼 이유가 없다.
“위험한 상황이기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아스란이 다시 시선을 돌려 엘레나의 눈을 직시했다.
“저 둘을 보내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신하율이 모든 일을 끝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조금이라도 유예가 생기겠지.”
“그건…….”
맞는 말이다.
바깥 상황을 정확히 몰라, 몇 분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지만.
몇 분이던,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대기한다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아스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때 가서, 1분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그렇게 말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어.”
제국 시절, 숱한 전쟁을 봐 온 아스란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1분만. 30초만. 아니, 10초만.
그때 지원이 조금만 더 빨리 도착했다면.
그때 움직임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딱 숨을 고를 정도의 시간만 있었다면, 결과는 바뀌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품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신하율이 움직일 수 없는 지금. 신하율이 움직일 수 없는 만큼의 시간을 버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아스란이 냉정하게 말했다.
“비록, 우리가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왕을 지키기 위해, 신하는 목숨을 바쳐야 하는 법.
지금이 바로 그때다.
“…….”
엘레나가 분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침묵.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
이들의 행동 방향이 정해진 순간이었다.
* * *
한반도 동쪽, 동해.
세인 비노슈는 눈앞의 두 괴물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앞선 잡졸들은 모두 내 힘을 정밀 분석하기 위한 제물이었나?”
세인이 보고 있는 괴물 중 하나, 베일 스톨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다.”
베일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방향에는 드래곤이 있었다.
마나를 75%까지 충전시킨 위험도 S랭크 드래곤.
파충류 특유의 쫙 찢어진 동공 너머, 망막에 세인이 가득 담겨 있다.
“확실히 네 힘은 대단하다. 흑마법만이 아니라, 검술까지도 흡수한 그 힘. 솔직히 경탄스러울 정도야.”
바이테너식.
미래를 위한 힘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훌륭한 진화다.
“만약 네가 흑마법을 흡수한다는 멍청한 선택만 내리지 않았다면, 나도 힘들었을 거다.”
흑마도왕이 비웃음을 지었다.
“아쉽겠군. 흑마법을 흡수하지 않았더라도, 날 쓰러트리는 덴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텐데.”
욕심에 눈이 멀어 흑마법까지 흡수한다는 악수를 둔, 세인을 비웃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지금 이렇게 패배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현재 순수하게 전력만 따지고 보면, 베일은 세인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마나 충전량 75%의 드래곤의 힘을 더해도 승산이 없다.
세인 비노슈의 힘은 그 정도다.
“지금 어떤 심정이지? 분한가? 자신보다 훨씬 약한 상대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 무력감에 치가 떨리나?”
하지만 이는 순수하게 ‘힘’만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일 뿐.
세인 비노슈가 지니고 있는 ‘금제’를 끼워 넣으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왜 대답이 없지? 무슨 기분이냐고 물었…….”
세인 비노슈가 다짜고짜 검을 휘둘렀다.
세인 비노슈를 정상의 경지까지 오르게 해 준 검.
심검.
마음으로서 베는 검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드래곤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순간 승부는 났을 것이다.
지금까지 드래곤들은 세인 비노슈의 심검에 제대로 된 대응을 보이지 못했다.
이는 이전에 등장한 마나 충전량 60%에 준하는 S랭크 개체도 마찬가지다.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마법에 한해선 가히 완벽에 가까운 대처를 보였으나, ‘검술’에 대해선 아무런 대응도 보이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순간 승부는 났어야 정상이다.
“쯧. 여전히 손버릇이 나쁘군.”
만약 베일 스톨이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 결착이 났을 테지.
“사람이 말을 하면 일단 끝까지 들어라.”
베일 스톨이 한 걸음 옆으로 움직여, 드래곤의 목에 자신의 오른손을 박아 넣었다.
푸우우욱-!
세인이 노리고 있던 곳에 그대로 깊숙이 파고든 베일의 오른손.
“그게 예의란 거다.”
그 순간, 세인의 몸이 굳었다.
정확히는 세인의 몸에 자리 잡은 ‘금제’가 몸을 강제로 굳게 한 것이다.
‘세인 비노슈. 조심해라. 그 이상 금제에 반하려 하면, 신체가 그대로 붕괴될 수도 있다.’
흑마도왕이 세인에게 충고 같지도 않은 충고를 했다.
‘……퍽이나 도움이 되는 충고 고맙다.’
세인이 눈살을 찌푸리고 비아냥댔다.
지금 세인이 베일에게 위해를 끼칠 수 없는 게 누구 때문인데, 누가 누구에게 충고를 하고 있는 건지.
‘저번에 싸울 때보다 대응 속도가 훨씬 빨라졌어요.’
신체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마지막 영혼. 소피아 아네체프리도 한 마디 꺼냈다.
‘당신의 심검이 보이기 시작한 게 확실해요.’
‘……그래 보이는군.’
드래곤의 목덜미에 오른손을 꽂아 넣었던 베일 스톨이, 그대로 오른손을 뽑았다.
뚫린 피부 너머로 피가 주르륵 쏟아져 내렸다.
베일 스톨이 그 상처에 왼손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3초도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아문 상처.
드래곤은 곧바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왜 더 공격하지 않지?”
베일이 드래곤의 목에서 왼손을 떼고 세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제야 네 검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안 건가? 아니면 금제가 강해져서 움직일 수 없는 건가?”
베일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위로 솟았다.
“대답이 없군. 그럼 후자인가?”
쿠오오오오오오오-!
그 순간, 드래곤이 포효했다.
입 안에 모이는 마나.
브레스를 쏘기 위한 사전 준비 동작이었다.
“확인해 봐야겠지.”
과연 마나량 75% 충전 개체라는 걸까. 순식간에 브레스를 쏠 준비를 끝낸 드래곤이, 곧장 브레스를 뿜어냈다.
세인을 향해 날아드는 브레스.
과거, 파리를 불태워버린 위력에 준하는 수준의 위력을 품은 숨결.
저 숨결에 닿으면, 제아무리 세인이라고 해도 무사하진 못하리라.
“……네 금제 따위가 날 속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세인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닿으면 무사하진 못하겠지만, 닿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세인의 심검이 ‘브레스’라는 현상. 개념을 베어냈다.
“……흐음.”
그 모습을 보며 베일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너무 얌전하길래, 금제가 강해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생각을 잘못한 모양이다.
“세 번의 강제 집행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가. 역시 네게 흑언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 같군.”
이러면 저쪽이 움직임을 멈출 거란 생각은 버리는 게 맞다.
‘놈에게 걸린 제약은 내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는 제약 하나뿐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게 옳다.’
지난 전투를 통해 상대의 데이터는 쌓을 만큼 쌓였다.
지금 막 얻은 데이터로, 모든 데이터 수집은 끝났다.
“강제 구속 상태가 됐다면, 일이 훨씬 편했을 텐데. 아쉽군.”
베일이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조금 귀찮아지긴 했다만……. 감내해야겠지. 지금 싹을 잘라내야 나중이 더 편해질 테니.”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베일의 표정은 곧바로 평소의 무표정으로 되돌아갔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표정과 자세.
그런 베일의 움직임에 맞물리듯, 드래곤 또한 전투태세를 취했다.
“선언하겠다. 지금부터 네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나는 네 검의 궤도에 내 몸을 가져다 댈 것이다.”
베일의 입꼬리가 천천히 위로 향했다.
“어디 내 몸을 피해가며, 드래곤을 쓰러트려 보거라.”
“…….”
세인 비노슈의 눈이 한껏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