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39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399화(399/466)
세인 비노슈의 진화.
심검의 새로운 진화 덕에 전투 구도는 다시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뭘 그리 뜸을 들이고 있는 거지? 베일 스톨을 무시하고, 드래곤을 베어 버려라. 그걸로 모든 게 끝난다.’
흑마도왕이 의견을 제시했다.
세인은 벨 대상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
베일 스톨을 무시하고 드래곤의 목만을 정확히 베어내면 그 순간 모든 상황은 끝이 난다.
‘그건 불가하다.’
세인이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지?’
‘확실히 지금 내 검이라면, 베일 스톨을 무시하고 드래곤에게만 피해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드래곤의 목에 상처를 입힐 수 있을 뿐. 목을 동체에서 떼어내는 건 불가능해.’
흑마도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벨 대상을 취사선택하게 되면, 검기의 위력이 줄어드는 건가?’
‘당연한 말을.’
대상을 베지 않는다는 건, 검날이 어느 정도는 무뎌진다는 말과 같다.
베일 스톨을 베지 않는 형식으로 심검을 사용하게 되면, 베기의 위력은 현격히 줄어든다.
‘브레스 같은 마나 현상은, 그 근간만 파괴하면 되니 어찌어찌 파괴할 순 있다. 하지만 실체를 베는 건 힘들다.’
마나를 베는 덴 그리 큰 힘이 들지 않는다.
브레스는 지금의 약해진 검기로도 충분히 벨 수 있다.
허나 드래곤의 본체는 얘기가 좀 다르다.
드래곤을 베려면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을 뚫고, 두터운 피부를 뚫고, 그보다 더더욱 강건한 뼈를 뚫어야 한다.
약해진 검기로는 불가능하다.
‘……그렇군. 그런 상황이었나. 이해했다.’
흑마도왕이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괜히 이쪽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겠군. 굳이 저 쪽에게 네 정보를 줄 필요가 없으니.’
약점을 굳이 먼저 나서서 적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
‘지금은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란 말이로군.’
세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괜히 먼저 움직이지 말고, 베일 스톨이 움직이는 걸 기다리는 게 옳다.
‘제일 좋은 건 놈이 이대로 도망쳐 주는 건데.’
드래곤과의 협공이 무력화된 지금, 베일 스톨도 막무가내로 공격을 이어 나가긴 부담스러울 터. 도주를 택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아니, 어지간하면 도주를 택하겠지. 베일 스톨의 신중한 성격을 생각하면 굳이 리스크가 생긴 전장에 남으려 하지 않을 거다.
‘글쎄. 놈이 도주를 택할 것 같진 않은데.’
그러나 흑마도왕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네가 어중간한 힘을 지닌 상대였다면 여기서 물러났을 거다. 하지만 너는 어중간한 힘을 지닌 범골이 아니라, 베일 스톨의 목에 언제라도 칼을 꽂을 수 있는 진골이다. 내가 베일 스톨이라면 여기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아.’
이 자리에서 도주를 택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건 꼴랑 드래곤 한 마리뿐이다.
만약 흑마도왕이 베일 스톨의 입장이라면 그딴 선택은 하지 않는다.
드래곤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상대의 정보를 모은다.
‘네가 베일 스톨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이상 리스크도 그리 크지 않으니.’
베일 스톨은 절대 도주하지 않을 거다.
흑마도왕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귀찮은 놈.”
베일 스톨이 작게 혀를 차고는 말했다.
세인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 속에선 도주의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정말 내 금제마저도 베어 낼 것 같군.”
베일의 두 눈에 담겨 있는 건, 전투에 대한 열망뿐.
눈앞의 적을 죽이겠다는 살의에 가까운 열정뿐이다.
“역시. 어느 정도 무리를 해서라도, 너를 처리해야 한다는 내 판단은 옳았어.”
베일이 다시금 드래곤에 손을 얹었다.
당장이라도 다시 브레스를 쏘려는 모습이었다.
‘……쯧.’
세인이 속으로 혀를 찼다.
‘까다로운 놈. 여기서 조용히 도주를 택했으면 좋았을 것을.’
도주 따윈 전혀 생각지 않는 베일의 모습에 순간 짜증이 치솟은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다시 한번 벤다.’
세인이 검에 손을 올렸다.
아까와 동일한 방법으로 브레스를 베어내겠다.
그런 의지가 검 끝에서부터 전해져 온다.
‘멈춰라. 똑같은 수를 다시 사용해선 안 된다. 놈에게 네 약점을 알려주는 꼴이다.’
흑마도왕이 자못 다급한 톤으로 경고했다.
‘네 심검이 베일 스톨을 통과할 시에 위력이 약해진다는 정보를 줘선 안 된다. 만약 알려지게 된다면, 다음 전투에서 또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거야.’
당장 오늘 습격도, 이전의 전투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줬기에 발생한 거나 마찬가지다.
베일에게 심검의 약점에 대한 정보를 줘선 안 된다.
그럼 또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딴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세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 놈의 브레스를 막을 방법은 이것뿐이야.’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선 세인도 잘 알고 있다.
세인도 가능하다면, 심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싶다.
허나 지금은 불가능하다.
이 방법 말고는 브레스를 막을 수단이 없다.
‘방법은 있다. 대응하지 마라. 서울을 버려라. 그러면…….’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 결국 내 심검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려질 거다.’
여기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심검의 사용에 있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위력 약화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는 것보다야 타격이 적겠지만, 그 대가로 잃는 게 한국이어서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
흑마도왕이 입을 다물었다.
세인의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완성된 브레스.
강렬한 화 속성 브레스가 세인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해한 것 같군. 그럼 조용히 있어라. 집중해야 하니.’
그렇게 세인이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베일을 베지 않는다는 의지를 담아 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세인!’
줄곧 조용히 있던 소피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베일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베세요! 전력으로! 대상의 취사선택 따위 하지 말고!’
‘소피아 아네체프리. 갑자기 무슨 소리를…….’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소피아가 흑마도왕의 말을 끊고 다시금 소리쳤다.
‘…….’
세인의 검이 일순 느려졌다.
고민에 잠긴 표정.
‘됐으니까 제 말대로 해요! 빨리요!’
소피아가 더욱 크게 소리쳤다.
‘……믿겠다.’
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는 전투 시작 직후부터, 줄곧 세인의 보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세인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소피아다.
그런 그녀가 저런 얘기를 하는 덴, 다 이유가 있을 터.
‘힘 조절 같은 거 하지 말고! 전력으로 베요!’
소피아가 다시금 소리쳤다.
세인의 팔에 한층 더 힘이 깃들었다.
세인의 전력이 검에 깃들었다.
번쩍-!
세인의 검이 빛났다.
영혼의 빛남.
마나의 빛남.
그리고 명예의 빛남.
이 세상의 모든 광휘가 그녀에게 깃들었다.
‘벤다.’
그 빛남은 이내, 하나의 선이 되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날아드는 검.
브레스는 물론이고 브레스를 뿜어내고 있는 드래곤마저도 그대로 양단 낼 수 있는 위력의 검.
이대로라면 드래곤은 소멸할 것이다.
베일 스톨이 사이에 끼어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
베일 스톨이 눈을 날카롭게 뜨고 브레스와 심검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세인의 검이 만들어 내는 현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품고.
세인의 검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리에 섰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세인이 자못 당황한 목소리로 소피아를 불렀다.
이대로라면 패배한다.
심검은 금제의 이름 아래 사라질 것이고.
브레스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세인이 다시금 소피아를 불렀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든 소피아를 원망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어떻게든 해 보라는 염원을 담아 소리쳤다.
‘걱정 안 해도 돼요.’
반면, 소피아의 목소리는 굉장히 침착했다.
‘이미 다 해결됐으니까.’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이번 전투에서 맡은 역할은 보조.
세인이 베일 스톨에게 100% 집중할 수 있도록, 세인의 감각에 동조해, 그 밖의 기운을 감지한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믿음직스러운 지원군이 도착했어요.’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오고 있다는 걸.
공간을 뛰어넘어, 이곳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쨍그랑-!!
공간이 산산이 깨져나갔다.
브레스와 심검 사이.
두 거대한 힘이 격돌하게 될 장소에 차원의 균열이 열렸다.
“……엘레나!!”
그 안에서 지순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지순찬답지 않은 싸늘한 표정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알아요!”
그 뒤로, 아델라 스테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아델라 답지 않은 분위기를 품고 있다.
“삼키고, 피어나, 네 광채로 세상을 가득 채워라!”
아델라의 손이 좌우로 쫙 펼쳐졌다.
왼손은 심검으로, 오른손은 브레스로.
“선악과의 뿌리!”
양손에서 쏘아진 마나가 각각 심검과 브레스에 격돌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선악과의 뿌리.
마나를 무한정으로 흡수한다는 성질을 지닌 마목.
그것이 두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내 심검을 막았어?’
세인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심검을 막아 낸 아델라의 마법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저건 궁여지책이다. 아주 잠시 기세를 막았을 뿐.’
흑마도왕이 날카로운 눈으로 말했다.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소멸할 거다.’
심검과 브레스를 동시에 저지했다.
확실히 대단한 마법이긴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품고 있는 ‘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빠직, 빠지지직!
실제로 선악과의 뿌리는 0.5초 만에 부서지기 시작했다.
선악과의 뿌리는 무한정으로 마나를 흡수할 수는 있지만,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0.5초 만에 한계치까지 마나를 흡수해, 내면에서부터 파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충분해요.’
그때, 소피아가 나긋하게 말했다.
‘어차피 저 마법은 시간 끌기용일 뿐. 진짜는 따로 있거든요.’
마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소피아이기에 알 수 있었다.
저 마법은 부족한 시간을 벌기 위한 시간 끌기용.
진짜는 지금부터다.
“아스란!”
아델라의 입을 빌려, 엘레나가 소리쳤다.
“……시간을 벌어도 참 아슬아슬하게 버는군.”
지순찬의 입을 빌려 아스란이 답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여유롭게 시간을 준비하도록.”
지순찬의 양손에 마나가 깃들었다.
공간 속성 마나 특유의 오묘한 색채.
그것이 일순 세상과 동화되었다.
“디멘션 게이트.”
그리고 그 빛은 이내, 어떠한 공간을 잠식하기에 이른다.
“꺼져라. 베일.”
그 공간이란 다름 아닌, 베일 스톨이 목표로 삼았던 자리.
베일 스톨이 심검을 막고자 자리를 옮긴 자리에 차원 문이 열렸다.
‘이건…….’
순식간에 베일을 삼킨 게이트.
심검에 전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베일 스톨은 아스란의 마법에 대응하지 못했다.
베일의 신체가 차원 문에 빨려 들어가, 약 50미터가량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다.
서걱-!
그리고 그 직후.
세인의 검이 드래곤의 브레스를 베었다.
마치 불에 닿은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는 브레스.
세인의 심검은 그대로 브레스를 양단하고, 드래곤의 신체마저 반으로 나누었다.
순식간에 형체를 잃고 부서져 내리는 드래곤.
흩날리는 드래곤의 신체 파편 사이. 드래곤의 영혼이 흩날렸다.
‘이 연계……. 그리고 이 마법들…….’
그 사이에서 베일 스톨은 생각했다.
심검과 브레스.
두 공격을 0.5초 지연시키는 것으로,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공간 마법을 이용해, 상대를 처리한다.
이 연계는 과거, 제국과 전쟁을 하던 시절 몇 번이고 본 적 있는 연계다.
빠르지만 위력이 다소 떨어지는 숲의 마법과 느리지만 위력이 출중한 공간 마법.
두 마법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연계.
‘0.5초의 딜레이를 이용해, 내 위치를 조금 더 길게 고정시키는 것으로, 공간 이동 마법의 정확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까지. 이 정도 수준의 연계를 보일 수 있는 놈들은 그 둘뿐이다.’
이 연계는 그 둘이 즐겨하던 것이다.
‘엘레나 로 그린우드. 그리고 아스란 폴로함루인.’
베일 스톨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아델라와 지순찬, 아니 엘레나와 아스란을 바라봤다.
‘저것들이 어떻게 이 시대에…….’
만 년을 아득히 넘은 적과의 재회. 예상치도 못한 만남에 베일 스톨의 머리가 단숨에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