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화(4/466)
그날 이후로 내 삶은 180도 달라졌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내 인생 전부를 리스크로 걸고 얻은 리턴은 가히 천상의 감미로움 그 자체였다.
[마나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마나는 뇌에 스며들게 되면 뇌에는 두 가지 이상의 의사가 충돌하게 되고, 그것을 처리하지 못해 과부하를 일으키며, 이윽고 파열한다.] [마나가 뇌에 독소로 작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레이 벨 바이테너.
시간을 초월해 스승으로 모시게 된 그 대영웅이 남긴 책에는 수많은 지식들이 잠들어 있었다.
[허나 나와 너의 뇌는 마나의 의지를 원천부터 차단하는 성질을 지녔다. 덕분에 우리는 뇌라는 예민한 기관을 직접 마법을 사용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나는 그 책에 기록된 문장들을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미지의 지식을 향유한다는 사치를 나 혼자 만끽한다는 쾌감과 압도적인 성취감.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범용 마법은 ‘수집―가열―변환―응집―전달―확장―증폭―발현’의 8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범용’ 마법일 뿐이다. 뇌에 마나를 전달할 수 없는 가신들을 위해 짐이 만든 하위 마법 체계.]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론이다. 모두 잊어라.]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마나 순환 경로부터 알려 주겠다.]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얼마 만에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새로운 마법 체계를 익히는 것은 제법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
[전신을 이용한 마나 순환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숙달시킨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마도학에 있어 조급함은 독이라는 걸 언제나 잊지 말도록.]현대 마도학에서 금기시되는 뇌를 경유하는 마나 순환.
나는 그 마나 순환 경로를 숨 쉬듯이 자연스레 하게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반복 훈련을 했다.
하루에 자는 시간 4시간을 빼고는 모두 마나 순환 경로를 숙달시키기 위해 시간을 보냈다.
“현대 마도학에서 중요시되는 6가지가 있다. 신하율 학생. 뭔지 아나?”
“…….”
“신하율 학생?”
“……네, 네?”
“좋은 팔자군. 수업 중에 딴짓을 할 여유가 있다니.”
“죄송합니다. 집중하겠습니다.”
가끔 수업 중에 지적을 받곤 했으나, 후회하진 않는다.
어차피 다 알고 있는 지식들이기도 하고, 지금의 나랑은 상관없는 이론들이니까.
[쉽진 않을 거다. 마나 순환의 방식을 바꾼다는 건 호흡법을 바꾼다는 것과 같다.] [입으로 호흡하던 인간에게 사실 네겐 아가미가 있으니, 아가미로 호흡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한 달 정도 느긋하게 몸에 익힐 수 있도록.]그런 생활은 무려 열흘이 넘도록 이어졌다.
어느덧 오늘은 11일차 저녁.
‘이제 좀 감을 잡을 거 같은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아예 정신을 팔고 마나 순환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순찬이가 내 옆에 앉았다.
식판이 비어 있다.
이미 밥을 다 먹고 나가다가 날 발견해서 다가온 모양이다.
“그냥. 이번에 새로 얻은 고서에 적힌 이론에 대한 고찰을 좀?”
“뭐가 잘 안 되나 보네? 요즘 계속 멍하니 있던데.”
순찬이의 표정에 그냥 ‘나 너 걱정돼.’ 라고 쓰여 있는 느낌이었다.
“제법 재미있는 이론이라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래. 뭐가 잘 안 되는 건 아냐.”
“그래? 그럼 다행인데… 요즘 열흘 동안 단련실에도 안 나오고. 진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아니라니까.”
순찬이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이 학교에서 나는 부적합자임과 동시에 중증의 훈련 중독자로 알려져 있다.
주말을 포함해서 단 하루도 단련실에 나가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 내가 무려 열흘이나 단련실에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뭔 일 있는 게 아닌가 걱정할 수밖에.
“내 얼굴을 봐라. 이게 무슨 일 있는 사람의 표정처럼 보이냐?”
요즘 하루하루가 이렇게 즐거운데 근심 걱정은 무슨.
“하긴. 요즘 안색이 좋아 보이긴 하더라.”
“그치?”
나는 껄껄 웃으며 식판의 남은 음식들을 최대한 빠르게 입에 쑤셔 넣었다.
빨리 먹어 버리고 방에 돌아가서 훈련에 집중하고 싶다.
순식간에 모든 음식이 내 입 안으로 사라지고.
나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먼저 간다! 내일 보자!”
“어? 어. 내일 보자.”
멍하니 손을 흔드는 순찬이를 뒤로하고, 나는 쏜살같이 기숙사로 달려갔다.
아.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
내 얼굴에선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 * *
다음날.
첫 수업은 ‘마법의 이론과 그 응용’이라는 과목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대하는 수업이기도 하며, 시험 과목 중에 가장 배점이 큰 5개의 주요 과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수업이다.
“현대의 마법사에게 중요한 것은 99% 가량 태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일 싫어하는 ‘교관’이라고 해야 할까.
“마나를 지닌 자와 마나를 지닌 자가 결혼하면, 99% 확률로 마나를 지닌 아이가 태어난다. 이 시점에서 이미 핏줄의 중요성은 증명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렝 스미스 교관.
43세 프랑스 출신 마법사로, 프랑스의 아주 고명한 집안의 차남이라고 한다.
“또한 핏줄이 고귀하면 고귀할수록 성장 한계가 늘어나고, 엮을 수 있는 마나 서클의 숫자가 늘어난다. 이 또한 통계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아주 악명이 자자한 교관이다.
선민사상에 아주 푹 쩔어 있어서 학생을 가문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법의 중간식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현대 마도학에서 결국 중요한 건 선천적인 재능이라는 말이다.”
관상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했던가. 간신 같은 수염에 족제비 같은 얼굴. 그냥 딱 그 관상대로 노는 교관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운 좋게 마나를 지니고 태어난 자는 6서클의 벽을 넘지 못한다. 이 또한 통계학적으로 증명된 정설이다.”
간신 족제비가 내 뒤에 앉아 있는 순찬이를 노골적으로 째려보며 말했다.
누가 봐도 악의적인 행동이었다.
몇몇 학생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큭큭. 장사꾼이 뭔 마법사야. 마법사는.”
“내 말이.”
간신 족제비의 선민사상에 동조하는 몇몇 덜떨어진 놈들의 웃음이었다.
아주 쌍으로 지랄 났다.
“물론 태생이 모든 것은 아니다. 세상 만물에 100%란 수치는 존재하지 않는 법. 1%의 오차는 항상 있다. 내가 99%라고 말한 이유다.”
얼씨구.
이번엔 날 노려본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명문에서 태어났음에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량품으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야.”
그래.
오늘은 왜 날 안 걸고넘어지나 했다.
“아, 신하율 학생. 오해하지 말도록. 딱히 자네를 보고 말한 건 아니니까.”
“……예.”
이러니 내가 이 교관의 수업을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역시 렝 스미스 교관님은 다르시다니까. 뭘 좀 알아.”
“마법사의 표본 같은 분이시지.”
“아오. 저 족제비. 진짜 재수 없어.”
“저 얌체 같은 수염 뽑아버리고 싶다.”
렝 스미스 교관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대부분 정규 입학자들은 호, 일반 입학자들은 불호다.
“흠. 이거 괜히 신하율 학생의 기분을 언짢게 한 거 아닌가 싶군. 영 마음이 좋지 않아.”
누가 봐도 노린 거면서 아닌척하는 꼬라지란.
진짜 역겹다, 역겨워.
“좋아. 대신이라곤 뭐하지만, 조언이라도 하나 해 주겠다.”
족제비 수염이 아주 사악하게 웃었다. 척 봐도 좋은 얘기는 아니라고 알 수 있었다.
“15일 뒤인 4월 30일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검증 평가가 있는 건 알고 있을 거다.”
“예.”
2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중간 종합 평가다.
평가 목적은 1년 동안 얼마나 실력이 늘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중요한 시험이긴 한데, 저걸 왜 언급한 걸까.
“그 시험에 이번에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새 규칙 말입니까?”
뭔가 불안하다.
“그래.”
족제비 수염의 인상이 더욱 더러워졌다.
불안감이 증폭됐다.
“올해부터 기준 미달을 받는 학생은 자격 박탈. 그 즉시 퇴학이다.”
“퇴학?”
“헐. 대박.”
주위에서 소곤거림이 커졌다.
“마도신가 가주 신인혁 님께서 새롭게 발안하신 룰이라고 하더군. 마법사로서 재능이 없는 수준 이하의 학생을 계속 데리고 있을 필요가 있냐고 하셨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와, 진짜 대박.”
“저거 그냥 신하율 저격 아니야?”
“지금 신하율 자기 아버지한테 버림받은 거야?”
아버지께서 요즘 한창 조용하시다 했더니, 이런 걸 준비하고 계셨구나.
어떻게든 날 퇴학시키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인다.
씁쓸하다.
“뭐,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기준 미달이라는 게 어지간해선 나오는 게 아니니까. 신체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다들 가뿐히 통과할 수 있을 거다.”
족제비 수염이 뱀처럼 추잡한 시선으로 날 바라본다.
넌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아, 조언이 아직이었지. 신하율 학생. 이번 종합 평가에 대비해서, 최소한 마법 발동 속도만이라도 어떻게 하도록. 이상이다.”
“…….”
조언 같지도 않은 조언 잘 들었습니다.
부디 나가 죽으셨으면 좋겠네요.
나는 속으로 욕을 하며 겉으론 웃음을 지었다.
“예. 조언 감사합니다.”
“흠?”
족제비 수염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너무 태연한 반응을 보여서 의아한 모양이다.
내 의욕을 꺾기 위해 저런 말을 한 거 같은데.
열흘 전까지의 나였다면 모를까, 지금의 나한텐 통하지 않는 말이다.
‘15일이면 충분해.’
뇌부터 시작해서 심장, 손끝, 발끝을 따라 이동하는 마나를 느끼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서도 마나는 일정한 경로로 돌고 있다.
완전 숙달이 그리 멀지 않았다.
‘기대되네.’
득의양양하게 웃고 있는 렝 스미스 교관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아주 기대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당황하는 표정도.
* * *
“……됐다.”
14일차 밤.
드디어 목적을 달성했다.
뇌를 경유하는 새로운 마나 순환 방식이 완전히 몸에 익었다.
이제는 자면서도 순환을 유지시킬 수 있게 됐다.
사실 12일차에 끝났는데, 혹시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틀 정도 더 유예를 뒀다.
스승의 말마따나 마도학에 조급함은 치명적인 독이니까.
아무튼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때다.
[전신 마나 순환을 숨 쉬듯이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됐다면, 다음은 마나 서클을 만들 차례다.]현대 마도학에서도 마법사의 입문이라 불리는 첫 걸음.
마나 서클 생성.
그걸 할 차례였다.
물론 평범한 마나 서클을 만든다는 건 아니다.
[미리 경고하지만, 네 머릿속에 있는 범용 마나 서클의 생성법은 완전히 잊어라.] [지금부터 네가 만들 것은 내가 가신들을 위해 범용으로 만든 ‘심장 순환형’ 마나 서클이 아니라, ‘전신 순환형’ 마나 서클이다.]스승님의 마나 서클은 심장에 새기는 현대식 마나 서클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네 신체를 하나의 고리라 생각하고, 전신을 이용해 서클을 그려라.] [만약 네가 내 말대로 마나 순환을 숨 쉬듯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마나의 고리는 자연스레 엮일 것이다.]이 뒤로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완전히 백지.
아마 내 경지에 따라 새로운 문장들이 갱신되는 식이 아닐까 싶다.
저번에 마나 서클을 파괴하고, 뇌에 마나를 돌리라고 했을 때도 그 후에 새로 글자들이 생겨났었고.
걱정할 필욘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가부좌는 아니다.
현대 마도학은 심장에 집중하기 위한 자세로 가부좌를 추천하지만, 나는 심장에 서클을 만드는 게 아니다.
다리 부근의 순환에 방해되는 가부좌를 틀 필요는 없다.
“후우…….”
나는 내가 제일 편안하다 생각되는 자세로 앉았다.
지금도 전신을 타고 자연스레 돌고 있는 마나에 한층 집중한다.
숲속 한복판에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은 상쾌함.
내 몸이 내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 신비로운 감각.
내 감각이 몸이라는 껍질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마나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꺄르르.’
‘즐거워.’
‘괴로워.’
‘재밌어.’
마나는 의지를 지닌 존재라는 걸 증명하듯, 마나의 목소리도 들린다.
내 의식은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내가 호흡을 하는 것도 잊고.
내가 생각을 하는 것도 잊고.
내가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잊었다.
무아지경.
내 모든 신경은 마나의 움직임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오른다리에서 왼팔과 머리를 지나 왼다리와 오른팔.
그리고 다시 머리.
마나는 계속해서 회전했다.
무한을 상징하듯, 뫼비우스의 띠(∞) 형태를 이루며 회전했다.
계속.
계속.
일정한 속도로 돌았다.
이 또한 무한을 상징하듯이.
멈추지 않고 돌았다.
바이테너식 마법의 근간.
무한을 상징하는 뫼비우스의 띠.
‘인피니티 서클’이 내 몸에 새겨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