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0화(40/466)
일요일 밤.
김강인에게 전화가 왔다.
―시험 영상 봤습니다. 놀랐어요. 설마 에메랄드 터틀을 단독으로 격파하실 줄은.
“운이 좋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는데. 4서클에 도달한 아델라 양에 그런 아델라 양과 호각으로 싸우기까지! 너무 흥미로워서 그날 제 연구에 전혀 집중을 못 했지 뭡니까. 하하!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체 무슨 수로 에메랄드 터틀의 갑각을 뚫은 건가요? 아니, 그것도 그건데 아델라 양의 마법을 굴절시킨 건 대체 어떻게 한 건가요? 마나 왜곡 필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영상을 자세히 분석해 보니 그건 또 아닌…….
김강인의 TMI 토크는 여전했다. 아니, 이전보다 심해진 것 같다. 그만큼 내 마법에 흥미진진하단 의미겠지.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제 마법에 대한 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 물론이죠. 껄끄러운 질문이었다면, 굳이 대답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법사에겐 자신의 비밀을 지킬 권리가 있으니까요.
김강인이 사람 좋게 웃었다.
―하율 군의 마법에 대한 건 제가 직접 알아내 보겠습니다.
마법사에게 자신의 비밀을 지킬 권리가 있듯이.
마법사에겐 타인의 마법을 관찰하고 분석할 자유도 존재한다.
김강인은 내 마법을 파헤쳐 낼 자신이 있는 거다.
―하율 군의 마법을 직접 볼 날이 기대되네요.
“하하.”
그에겐 ‘홍옥의 눈’이라는 세계 최고의 탐지 계열 마안이 있다.
내 마법을 직접 관찰할 기회만 있다면, 적어도 간섭 마법에 대한 건 곧바로 알아 챌 테지.
그의 눈은 내 마나가 상대의 마법식에 스며드는 걸 놓치지 않을 테니까.
―아, 이런. 서두가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김강인이 서두를 마치고 본론을 꺼냈다.
―오늘 이렇게 전화를 드린 건, 아티팩트 제작 관련으로 드릴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티팩트 제작.
엘리멘트 마나라이트를 맡긴 건을 이야기하는 거다.
“좋은 쪽인가요? 나쁜 쪽인가요?”
―좋은 쪽입니다.
다행히 좋은 쪽이었다.
―현 시간부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내일부터 곧바로 제작에 들어 설 예정입니다.
“부속품 선정까지 모두 끝난 건가요?”
―네. 호환성 체크까지 모두 끝났습니다.
아티팩트 제작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해당 마석의 성질에 맞는 부속 재료들을 하나하나 선택하는 것부터가 고역이다.
특히 고순도 마석이 소재일 경우, 이 부속 재료 선택의 난이도가 훨씬 상승한다.
선택한 재료들을 일일이 대조해 가며 마나 거절 반응을 비롯한 부작용이 없나 관찰해야 하고.
마석과의 동조율도 최대한 높게 나오도록 조율 및 세공까지 해야 한다.
준비가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엄청 빨리 끝난 거 아닌가요?”
―예. 굉장히 빨리 끝난 편입니다.
엘리멘탈 마나라이트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최소 2달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1달도 채 안 걸렸다.
이건 둘 중 하나다.
김강인이 마탑의 세공사들을 갈아 넣었거나, 아니면 아티팩트 제작을 설렁설렁하고 있거나.
“다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쉬엄쉬엄하셔도 되는데.”
김강인의 성격에 아티팩트 제작에 힘을 뺄 리가 없으니, 밑에 부하들을 갈아 넣고 있는 거겠지.
―하하. 다들 새로운 마석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뼛속까지 장인들이라서요. 쉬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더군요.
“아…….”
본인들이 좋아서 그러고 있는 거면 뭐, 할 말 없지.
―아무튼 아티팩트에 관해선 걱정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다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라서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김강인의 목소리에서 즐겁다는 기색이 120% 전해져 온다.
―아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김강인이 저 정도까지 자신할 아티팩트라.
안 그래도 높았던 기대치가 한층 높아졌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또 나중에…….
“아, 잠시만요.”
나는 전화를 끊으려는 김강인을 제지했다.
―아직 용건이 남아 있나요?
“네.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흠. 부탁인가요? 저번 일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저번 일에 대한 대가.
과거 내 정보 덕분에 흑색 마탑의 렝 스미스를 검거한 것으로 청색 마탑이 이득을 본 일에 대한 대가를 얘기하는 거다.
“그건 마탑주님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시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과연. 또 무슨 기상천외한 제안을 준비해 오셨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김강인의 목소리가 기대감으로 한층 낮아졌다.
―어디 한번 들어보죠.
“이번 올림피아드에 청색 마탑의 아티팩트 장인분들을 한국 팀의 엔지니어로서 파견해 주셨으면 합니다.”
―올림피아드. 월드 아카데미아 올림피아드를 얘기하시는 건가요?
“예.”
―그 대회에 저희 측 아티팩트 장인들을 엔지니어로서 파견해 달라. 그렇게 말씀하신 거고요?
“맞습니다.”
―그건 또 굉장히 뜬금없는 제안이군요.
김강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하율 군이 저희 쪽 장인들의 몸값을 모르실 리도 없고. 그 제안 어디에 청색 마탑에게 이득이 있는지 여쭤도 될까요?
청색 마탑의 아티팩트 장인들의 몸값은 아주 비싸다.
그런 비싼 인력을 무상으로 지원해 달라고 하고 있으니, 당연히 저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명예입니다.”
―명예?
“예. 올림피아드 우승 팀을 만들어냈다는 명예. 청색 마탑은 그 영예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우승?
“네.”
나는 목소리에 힘을 가득 실어 말했다.
“이번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건 한국이 될 거라서요.”
―……재밌네요.
스피커 너머 김강인의 목소리가 미약한 웃음기를 품었다.
―계속 얘기해 보시죠.
* * *
“예.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나중에 뵙죠.”
신하율과 통화를 끝마치고.
김강인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한입 마셨다.
전화가 길어졌다보니, 차가 다 식었다.
“새로 끓여올까요?”
앞에 앉아있던 정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가 식었으니 새로 타 오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니야. 괜찮아.”
김강인이 싱긋 웃으며 정수아를 다시 앉혔다.
그리곤 다 식은 차를 한입에 털어 마신 뒤, 테이블 위에 내려뒀다.
“그럼 다시 회의로 돌아가자.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닙니다.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신하율과의 전화가 너무 길어져서, 어디까지 얘기했었는지 까먹었다.
김강인이 빠르게 서류를 훑으며, 이전에 했던 대화들을 답습해 나갔다.
“그, 마탑주님. 다시 제작 관련 얘기로 돌아가기 전에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뭔데?”
“신하율 님께서 마탑주님께 무슨 제안을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합니다.”
대체 신하율이 뭐라고 했기에 올림피아드 메인 후원이라는 손해가 막심한 자리에 앉아달란 요구에 적극적으로 검토해 본다는 말을 한 건지.
정수아는 그게 궁금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이번 올림피아드에 우리 측 장인들을 엔지니어로서 파견해 달라고 하더라.”
“저희 측 장인들을요?”
“어.”
“……그건 또 뜬금없는 부탁이네요. 대가는요? 올림피아드 준비 기간을 생각하면 약 한 달. 그 기간 동안의 몸값을 생각하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필요할 텐데요.”
김강인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돈은 모르겠고. 명예로 보답해 준 다더라.”
“명예요?”
“어. 올림피아드 우승팀을 만들어 냈다는 명예라나.”
“……예?”
정수아가 벙쪘다.
간만에 보는 정수아의 표정 변화에 김강인도 덩달아 웃었다.
“재밌지? 아직 2학년밖에 안 됐으면서 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논하는 것도, 금메달을 딸 거라 확신하고 있다는 것도.”
“……네.”
정수아가 빠르게 표정을 갈무리했다. 과연 포커페이스의 달인 정수아답게,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확실히 금메달만 따 낸다면, 저희의 이득은 이루 말할 수 없긴 합니다만…….”
“그치. 안 그래도 우린 신설된 마탑이라, 그런 가시적인 실적이 필요하니까.”
“그렇죠.”
하지만 정수아의 무표정은 이어진 김강인의 말에 곧바로 다시 붕괴되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했어.”
“……예?”
얼빠진 얼굴로 되묻는 정수아의 모습에 김강인이 빵 터졌다.
정수아가 저렇게 당황한 모습은 오랜만에 봤다.
“왜… 왜 그런 얼토당토않은 제안에 그런 대답을……?”
“재밌잖아.”
김강인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올라갔다.
정수아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나쁜 버릇이 도지셨군요.”
김강인의 나쁜 버릇.
그건 재능 있는 마법사를 보면, 득실 상관 않고 도와주는 것이다.
“마탑주님. 진지하게 충언하겠습니다. 거절하십시오. 현재 청색 마탑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을 생각하면, 장인들을 외부로 돌릴 여유는 없습니다.”
“에이. 내가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규모의 일을 감정만으로 움직이겠어?”
김강인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조건을 걸었어.”
“……조건이요?”
“어. 그렇게 자신한다면, 금메달을 따 낼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했지.”
제 아무리 김강인이라고 해도, 이번 일은 감정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규모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김강인은 조건을 걸었다.
“어떤 조건인가요?”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걸 어떤 방법으로 증명해야 할까.
정수아로서는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1:1로 5서클 마법사를 이길 것.”
“네?”
이번에야 말로 정수아의 포커페이스가 완전히 깨졌다.
“5, 5서클 마법사를 이겨요?”
“어.”
김강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번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는 학생들 사이엔 5서클 유저가 둘이나 껴 있잖아? 금메달을 논할 거면 그 정도는 가뿐하게 해 내야지.”
* * *
“그래서 5서클 유저랑 싸우기로 했다고?”
“어.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
미미르가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의 내가 5서클 유저를 이길 수 있나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5서클 유저는 못 이길 것 같은데. 어쩌게?”
“지금은 못 이기지. 그래서 열흘 정도 유예를 받아놨어.”
“아하. 그 사이에 파훼를 익혀서 승부에 임하겠다?”
“그렇지.”
“음. 파훼가 있으면 어떻게든 되기야 하겠다만…….”
미미르가 꾹 다문 입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열흘 안에 파훼를 마스터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 텐데?”
“힘들어도 해야지. 어쩌겠어. 올림피아드 참가자 명단 제출일이 11일 뒤인데.”
열흘 내로 무조건 확답을 받아야 한다.
“근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 가면서 청색 마탑에게 엔지니어 파견을 요구해야 해? 그냥 너희 가문이나 아델라란 친구의 가문에 지원을 요구하면 되는 거 아냐?”
“안 돼. 그럼 의미가 없어.”
“왜?”
“대회 규정에 맞는 대회용 아티팩트 조정과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건 우리나라에 청색 마탑밖에 없거든.”
“청색 마탑이란 데가, 여러모로 대단하긴 한가 보네?”
“어. 차원이 달라.”
“성능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최소 10%.”
청색 마탑의 장인들이 조정한 것과 일반 장인들이 조정한 걸 비교하면, 최소 10% 이상의 성능 차이가 날 거다.
그만큼 청색 마탑의 장인들은 격이 다르다.
“그 정도면 확실히 지원을 받아 내긴 해야겠네.”
“그치. 팀전인 만큼 아티팩트 성능 차이는 전체적인 승률을 좌우할 테니까.”
“이해했어. 그럼 뭐가 됐던 열흘 이내에 3서클 마스터에 들어서야 한다는 거네?”
“그렇지. 그래서 이렇게 파훼에 대한 서적을 읽고 있는 거고.”
나는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책의 타이틀을 부각시키며 말했다.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엔 언제 들어가게?”
“음. 네가 준비해 준 책들을 다 읽은 뒤에 들어가려고. 애초에 네가 그렇게 하라고 했으면서 뭘.”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는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와 출입 조건이 다르다.
[간섭이 완숙되었다고 생각되면, 214페이지의 마법진을 발동시켜,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서 거라.]이드레드의 서 81p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근데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부터 왜 이렇게 달라진 거야?”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 입장 조건이 2서클 마스터였다면.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 입장 조건은 3서클 러너. 즉, 마스터 직전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비밀이야. 미리 알고 가면 재미없잖아.”
미미르가 웃었다.
뭔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악한 웃음이었다.
“가면 고생 좀 할 거야. 그것만 알아 둬.”
미미르가 픽 웃으며 말했다.
“아, 맞아.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들어가면, 내 안부나 좀 전해 줘.”
“……안부?”
알파, 베타와 같은 마법 인격체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건 아닐 테고.
“그 안에 네가 아는 사람이라도 기다리고 있는 거야?”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누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걸까.
“응. 있어.”
“……미미르?”
“미미르는 잘 살고 있다. 대충 그 정도만 전해주면 돼. 그럼 알아들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미미르의 표정은 뭔가 굉장히 서글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