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0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01화(401/466)
갑작스레 튀어나온 구미호.
상상치도 못한 지원군의 등장에 모두가 놀란 기색을 보였다.
‘세인 비노슈. 표정을 관리해라. 지금 이 장면은 네가 놀라선 안 되는 장면이다.’
흑마도왕이 세인에게 충고했다.
세인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흑마도왕의 말이 맞다.
지금 이 상황은 세인이 놀라선 안 되는 상황이다.
‘지금 구미호는 네 파트너다. 네가 부른 지원을 보고 놀라는 건 말이 안 돼.’
현재 세인은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를 연기하고 있다.
구미호의 등장에 놀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마친 세인이 빠르게 표정을 지웠다.
‘……진정해야 해.’
세인에 이어 엘레나도 표정 관리에 들어섰다.
정황상 구미호의 지원은 이쪽이 미리 계획해 둔 것이라는 말이 된다.
미리 준비해 둔 지원군을 부른 건데, 놀라서야 되겠는가.
이 이상 놀라고 있으면, 베일이 의심할 거다.
엘레나의 표정에서 순식간에 감정이 사라졌다.
아스란도 마찬가지였다.
세인, 엘레나와 비슷한 타이밍에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포커페이스에 들어섰다.
그때였다.
‘다들 표정에 티 내지 말고 듣기만 해 주세요.’
세 명의 머리에 목소리가 울렸다.
신하율의 목소리.
세 명의 눈이 다시금 움찔 떨렸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진 알고 있습니다. 미미르가 엘레나 님에게 연결해 둔 파이프를 이용해 다 봤습니다.’
세 명이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신하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베일 스톨은 현재 세인 님이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그 오해를 풀지 않고 두고 싶습니다.’
베일의 착각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다.
그래야 이쪽의 승률이 더 높아진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 신하율이 모습을 드러내면, 베일 스톨은 신하율이 진정한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라는 걸 단숨에 눈치챌 터.
지금 이 유리한 상황을 계속 이어 나가게 하기 위해선, 그건 피해야 한다.
‘물론 아예 방관하고 있겠다는 건 아닙니다. 제아무리 미호가 힘을 보탠다고 해도, 저 없이 지금의 전력으로 베일 스톨을 상대하는 건 힘들 테니까요.’
미미르를 통해 전황의 파악은 이미 끝마쳤다.
미호가 가세한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하려면, 신하율의 개입이 필수 불가결이다.
‘다들 베일 스톨의 눈을 피해 개입할 방법이 있냐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세 명의 눈이 살짝 떨렸다.
속내를 읽혀, 저도 모르게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요.’
신하율이 걱정 말라는 듯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대략적인 개요는 이해하신 걸로 알고, 세부적인 작전 지시로 넘어가겠습니다.’
신하율이 살짝 뜸을 들이고 말했다.
‘세 분 모두. 제가 지시한 대로 움직여주세요.’
신하율이 셋에게 각자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 * *
신하율이 모두에게 연락을 하는 중, 베일은 구미호를 관찰하고 있었다.
‘다행히 전성기 시절의 힘을 되찾은 건 아니군.’
구미호의 힘에 대한 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만약 구미호가 전성기 시절의 힘을 되찾은 상태였다면, 승기는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불완전한 상태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계획을 수정할 필요는 없겠어.’
그래서 경계에 힘쓰고 있었던 것이다.
행동을 멈추고, 탐색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해, 구미호의 전력을 분석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더 확실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일단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할만하다.’
그렇게 탐색에 걸린 시간은 총 37초.
세심한 분석 끝에, 구미호가 어느 정도 힘을 잃은 상태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여전히 승기는 이쪽에 있다.
구미호까지 묶어서 처리하면 될 뿐이다.
“눈싸움은 이 정도면 되겠지.”
상황 파악을 끝마친 베일이 행동을 개시했다.
“그럼 이제 슬슬 죽어라.”
마나를 움직여, 죽음의 마법을 준비한다.
“일단 구미호. 너부터다.”
처음 노리는 건 구미호.
여기서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부터 하나씩 제거한다.
“다음은 엘레나. 그 다음은 아스란. 마지막으로 세인 비노슈.”
몽글몽글 뭉치기 시작한 검은 기운. 죽음을 형상화한 그로테스크한 외견의 마탄이 베일의 손바닥 위에 두둥실 떠 올랐다.
쒜에에에에에엑!
그 마탄을 중심으로 촉수 같은 것들이 뻗어나갔다.
마탄을 핵으로 뻗어나간 촉수들이 각각 특이한 궤적을 그리며 구미호를 향해 날아간다.
벽에 튕기고, 허공에 튕기며, 변화하는 궤적.
1초도 채 지나지 않아, 구미호는 촉수에 포위되어 버렸다.
꽈득!
구미호가 포위됨과 동시에 베일이 구체를 꽈악 쥐었다.
뿌드득, 소리를 내며 짓이겨지는 구체.
그 순간, 촉수들이 수축되었다.
스프링이 튕겨나가기 전, 몸을 한껏 수축하고 있는 것처럼.
한껏 몸을 웅크렸다.
“가라.”
그리고 다음 순간,
쒜에에에에에에에엑-!
촉수들이 스프링처럼 튀어 나갔다.
쿵쿵쿵쿵!
대지에 튕기고, 허공에서 굴절되며 날아드는 촉수의 무리들.
불규칙적으로 튕기며, 자유롭게 궤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튕길 때마다 분열하기까지 한다.
“증식하는 가시.”
베일 스톨이 즐겨 사용하는 마법.
증식하는 가시가 만 년의 시대를 넘어, 현대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아우우우우우-!
빠르게 가까워지는 촉수를 보며, 구미호가 포효했다.
화륵, 화르르르륵!
그런 미호의 울음소리에 맞춰 피어오르는 영혼의 불길, 혼불.
다가오는 촉수들에 대항하고자, 혼불을 압축시킨다.
그리고 그대로 방사.
화르르르르르르르륵-!
혼불이 돔의 형태로 방사되었다.
츠으으으-!
가장 먼저 쇄도한 촉수들이 혼불이 만들어 낸 구체에 닿아 소멸했다.
다음 촉수도, 그다음 촉수도.
셀 수도 없는 촉수들이 혼불에 닿아 불타, 소멸했다.
그렇게 베일과 구미호의 힘겨루기가 시작했다.
무한히 증식하는 성질을 지닌 공격 일변도의 흑마법 ‘증식하는 가시’.
그리고 악을 태우고, 혼을 태운다는 성질을 지닌 신수의 불꽃, ‘혼불’.
서로가 서로의 카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마법들이 쉴 새 없이 격돌했다.
상성은 호각.
이 승부는 순수하게 서로의 ‘힘’에 의해 결정 난다.
“내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군.”
그때, 베일이 작게 중얼거렸다.
일순,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목소리에 담겨 있는 당당함이, ‘후회’와는 거리가 먼 중얼거림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베일의 말은 ‘내가 상대를 너무 얕잡아 보고 있었다.’라는 의미로 한 말이 아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해.”
상대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베일이 코웃음을 치며, 마나를 한층 더 불어넣었다.
촉수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졌다.
튕기는 속도도, 분열하는 속도도, 날아드는 속도까지.
모든 마법적 요소가 한 단계 진화를 이뤘다.
“그대로 다시 잠들어라. 빌어먹을 신수.”
가히 압도적인 폭력.
미호의 혼불이 급격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 기세라면 5초 이내에 혼불의 배리어는 뚫리고, 미호는 맨몸으로 촉수를 받아내야 하는 처지가 되리라.
“디멘션 게이트!”
상황이 불리해지고 있음을 단숨에 파악한 아스란이 공간 마법을 사용했다.
노리는 건 구미호.
구미호를 증식하는 가시의 공격 범위 밖으로 이동시키려 하였다.
“말했을 텐데. 아스란 폴로함루인. 너는 조용히 있으라고.”
그때, 베일이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렸다.
아스란을 향해 뻗어 올린 손.
그 손에서 옅은 흑색의 마나가 뿜어져 나간다.
옅은 만큼 빠르다.
베일의 마나는 순식간에 아스란의 신체에 닿았다.
“지금의 네게 마나는 사치다.”
그 순간, 아스란의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마나가 소멸하기 시작했다.
베일의 마나가 다른 마나를 지워버린 것이다.
마나가 소멸하며, 아스란의 마법이 캔슬되었다.
“거기서 무력감에 찌들어 절망하고 있어라. 수준 미달 아스란 폴로함루인.”
아스란이 미간을 찌푸렸다.
수준 미달이라는 표현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솟은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군.”
지순찬이 욕을 들은 건데, 왠지 자기가 욕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라,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전성기 시절의 네게 들은 거면 모를까. 이런 간단한 양동도 간파하지 못하는 덜떨어진 네게 그런 말을 들으니, 아주 기분이 나빠.”
“…….”
이번엔 베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딱히 아스란의 비아냥에 기분이 상한 것은 아니다.
베일의 표정이 심각해진 것은 ‘양동’이라는 말 때문이다.
‘설마 그 몸으로……?’
베일이 눈을 날카롭게 뜬 채, 엘레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시… 나무…….”
그 순간, 엘레나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등불!”
캔슬된 디멘션 게이트 아래로 솟구쳐 오르는 가시나무.
그것이 구미호의 혼불을 뚫고 나가, 촉수들과 부딪쳤다.
마나를 흡수한다는 성질을 지닌 가시나무 등불이 촉수의 마나를 흡수해내기 시작했다.
빠르게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증식하는 가시’.
이 기세라면 30초 이내에 완전히 무력화될 것이다.
첫 교전은 일행 쪽의 판정승이라 해도 될 테지.
“……멍청한 놈.”
하지만 저건 텅 빈 승리다.
구미호가 버티고, 아스란이 시선을 끌어 변수를 제거하고, 엘레나가 지원을 한다.
평소였다면 훌륭한 연계였을 테지만.
“너 스스로를 지킬 힘까지 모조리 사용해 버리다니.”
지금은 얘기가 좀 다르다.
엘레나는 지금 지원을 해선 안 됐다.
여기선 지원에 힘쓰기보단, 힘을 온존해서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했어야 한다.
적어도, 베일이 무영창, 무동작으로 펼치는 마법에 대응할 정도의 힘은 남겨뒀어야 한다.
스으으….
베일이 마나를 쏘았다.
아무런 사전 동작도, 준비도 필요 없는 죽음 속성의 기초 마법.
그것이 엘레나의 신체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걸로 하나.”
사전 준비가 필요 없기에 속도가 빠르다는 것밖에 장점이 없는 가벼운 마법.
평소의 엘레나였다면 저런 마법 따위 아무렇지 않게 튕겨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지금의 엘레나는 저런 기초적인 마법에 대응할 수도 없을 만큼 피폐한 상태다.
“……멍청한 놈. 그런 하찮은 공격이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스란이 가소롭다는 듯이 소리쳤다.
저딴 공격, 세인 비노슈가 어련히 막아 줄 터.
그렇게 생각하며, 비아냥대려 하였다.
“멍청한 건 너다.”
베일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웃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검지가……?’
그렇게 치켜올린 베일의 오른손에는, 검지가 없었다.
“그 마법에는 내 신체를 담았다.”
지금 쏘아 낸 마탄은 베일의 자신의 검지를 이용해 만들어 낸 것이다.
“잘라 낸 게 아니라, 마나로 치환시킨 것이기에 지금도 엄연히 내 신체로서 작용하고 있지.”
아스란의 눈이 커졌다.
베일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눈치챈 것이다.
“그래.”
베일이 씨익 웃었다.
“그 마법은 내 신체의 일부. 세인 비노슈. 너는 금제에 의해, 그 마법에 일절 손을 댈 수 없다.”
베일이 준비해 둔 와일드카드 중 하나.
세인 비노슈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해 둔, 신체 변용 마법과 죽음 속성 마법의 혼용.
그것이 엘레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엘레나!”
아스란이 소리쳤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앞에서 엘레나를 지키고 있는 세인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세인은 저 공격을 막지 못할 테고, 엘레나는 이대로 목숨을 잃을 테지.
베일의 입꼬리가 한층 더 위로 치솟았다.
빠르게 나아가는 마탄을 보며, 환희를 품었다.
‘내 승리는 확고하다.’
그렇게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때였다.
“……우둔한 놈.”
세인이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해 둔 게 너뿐이라 생각했더냐.”
화아아아아악-!
세인의 뒤로, 마나가 집중되었다.
“……!”
오소소소-!
그 마나를 마주한 순간, 베일의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무자비할 정도로 폭력적인 마나.
‘저 마나는…… 뭐지?’
파괴를 형상화하면 저런 기운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나.
그것이 세인의 전신을 휘감았다.
“나, 세인 비노슈에게…….”
세인의 신체를 파고든 파괴의 기운.
그것은 순식간에 세인의 중추에 자리 잡고 있는 자물쇠까지 파고들었다.
“벨 수 없는 것은 없다.”
빠직, 빠직, 빠지직!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한 자물쇠.
‘흑언’이란 이름의 ‘금제’가 부서지고 있다.
“기억해 두거라.”
휘이이이이익-!
세인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별거 아닌 종베기.
심검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초 검술.
서걱-!
그 별거 아닌 검이 베일의 마탄을 베었다.
마탄과 함께, 베일의 신체를 그대로 절단냈다.
빠각, 뿌드득!
완전히 금이 가, 박살나기 시작한 자물쇠.
그 자물쇠를 둘러싸고 있는 마나가 한층 더 파괴적인 기세를 품었다.
‘디솔루티오.’
파괴의 신화 마법.
디솔루티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신화.
그것이 세인의 족쇄를 천천히 파괴시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