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1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14화(414/466)
움브라의 말이 이어졌다.
“종말신과 인신. 둘은 아마도 거의 대등한 힘을 지니고 있었을 거야.”
증거는 없다.
허나 확신할 수 있다.
인신은 종말신에 밀리지 않는 수준의 힘을 지니고 태어났을 것이다.
“아니……. 마지막에 이긴 건 인신이라고 했으니까. 인신이 조금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하려나.”
결과가 그 증거다.
종말신은 인신에게 패배했다.
인신은 종말신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말이 된다.
“아쉽지만 인신이 태어난 뒤의 일은 나도 예상할 수가 없어.”
“……예.”
인신의 탄생까지는 기존에 지니고 있던 정보들과 내게 얻은 정보를 통해 추측이 가능했지만, 그 뒷내용은 추측할 수가 없다.
그에 대한 정보가 단 하나도 없기에. 뭐라 추측이 불가능하다.
“예상할 수 있는 건, 둘이 적대했을 거라는 것 정도.”
인신이 종말신을 쓰러트렸다.
그 정보를 기반으로, 둘이 결코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전투가 얼마나 이어졌는진 모르겠지만, 여차저차 인신이 종말신을 쓰러트렸을 거야. 어떻게 쓰러트렸는진 모르겠지만, 베일이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겠지.”
“예.”
베일의 말대로라면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커.”
“……문제요?”
어떤 문제를 말하는 걸까.
“지금. 다시 부활한 베일 스톨의 몸에 종말신의 힘이 깃들게 된 원인 말이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종말신이 수작질을 부릴 타이밍은 그때밖에 없었겠네요.”
베일이 죽기 전, 스승님께 저주를 건 것과 같다.
종말신 또한 죽기 전, 무언가의 방법으로 인신에게 수작질을 부린 것이리라.
“무언가 저주…… 같은 걸 건 걸까요. 자신의 힘을 인신에게 부여해서. 먼 미래에서 다시 활성화하도록 설계를 해 두었다거나…….”
“방법에 관한 건 지금 단정 짓기 힘들어. 종말신이 지닌 신력을 이용하면 정말 모든 게 가능했을 테니까.”
“……그렇군요.”
맞는 말이다.
방법에 대한 건 지금 생각할 때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때 종말신이 무언가를 했다는 것.
이것뿐이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내 감인데. 인신이 둘로 나뉘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어.”
“인신이 베일 스톨과 스승님… 레이 벨 바이테너로 분열하게 된 이유요?”
“어.”
움브라가 묘하게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거는요?”
“없어. 말 그대로 감이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음에도, 두 눈은 확신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종말신을 쓰러트릴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힘을 지니고 태어난 신이 아무 이유도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몸을 둘로 나눴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아.”
이 또한 맞는 말이다.
몸을 나눈 덴 확실한 이유가 있을 터.
“인신이 종말신이랑 같은 급의 또라이라서, 적이 사라져서 지루해졌다고 스스로의 몸을 둘로 나눈 거면 또 모르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죠.”
“없겠지. 인신. 영웅신이라고 불렸을 정도의 인물이 그런 인격파탄자일 리가 없으니까.”
호칭으로 성격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영웅신이라 불렸던 인물이 그런 정신병자는 아니겠지.
“그래서 가설을 세운 거야. 인신이 둘로 나뉜 덴, 종말신의 힘이 개입해 있다. 라고.”
“……단순히 감이라고 치부하기엔 논리가 너무 확실한데요?”
“그냥 논리정연하게 보일 뿐이야. 증거는 하나도 없어. 이건 추리가 아닌 감성 추리의 영역이니까. 알아서 걸러들어.”
상황 파악도 그렇고.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완벽하다.
여신 움브라.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난 인물인 듯하다.
“여기서 또 하나 감성 추리를 더하자면. 종말신을 쓰러트린 후. 인신 또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을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겠죠. 상대가 상대니까요.”
전쟁은 패자를 멸하지만, 승자 또한 피폐하게 만든다.
인신 또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을 거다.
“그런 상태라면, 종말신의 수작질에 대항하기 힘들었을 거고.”
“……신력에도 회광반조 같은 게 있나요?”
회광반조.
태양은 지기 전이 가장 밝다.
죽기 전 마지막 힘을 짜낸다는 의미다.
“있어.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사용하는 신법이 있을 정도야.”
목숨을 담보로 사용하는 신법이라.
“종말신이 최후의 최후에 모든 힘을 다 짜내서 수작질을 부렸다면…… 인신 입장에선 대항할 방법이 없었겠네요.”
“그렇지.”
납득했다.
“아무튼. 그렇게 종말신이 사용한 모종의 신법에 의해, 인신은 둘로 나뉘게 되었을…….”
“잠시만요.”
그때, 내가 움브라의 말을 끊었다.
“그 가설엔 하나. 맹점이 있습니다.”
“맹점?”
“예. 한참 전의 일이라,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정보가 있습니다만. 그 정보와 상충됩니다.”
저 가설은 그 정보와 완벽하게 상충된다.
“무슨 정보인데?”
“드래곤에 대한 정보입니다.”
“드래곤……? 인성도, 지성도 찾아볼 수 없는 비루한 도마뱀들?”
“아뇨. 아닙니다.”
움브라가 살던 시대에는 드래곤이 존재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같은 신화시대를 살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드래곤은 종말신의 탄생 후에 새롭게 잉태한 종인 모양이다.
“드레이크랑 착각하시는 거 같은데. 드래곤이랑 드레이크는 다릅니다.”
“뭐가 어떻게 다른데?”
“현시대의 원숭이와 사람을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종의 원류는 같을 수 있으나, 같은 종이라 보긴 힘들다.
“한 마디로 드래곤이란 인격이란 게 형성된 드레이크……. 지성체가 된 도마뱀이란 말이네.”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셔도 지장은 없을 겁니다.”
굳이 지금 드래곤에 대한 걸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아무튼. 드래곤이란 존재가 신화시대…… 굳이 분류하자면 신화시대 말기에 존재했습니다.”
“거기까진 이해했어. 그래서?”
“그런 드래곤이 최근 현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신화시대의 잔재들이 지금? 어떻게?”
“영혼을 임의로 만든 몸에 집어넣는 것으로, 형태만 어찌어찌 구현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 온전한 상태로 부활한 게 아니라 형태만?”
“예.”
“그럼 뭐……. 불가능한 일은 아니네.”
움브라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어. 계속해.”
“예. 그렇게 부활한 드래곤들과 최근에 싸우게 되었는데…….”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 드래곤이 죽기 직전에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의식을?”
움브라가 계속 말해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의식을 되찾았는가. 그건 딱히 궁금하지 않으실 테니 넘어가고……. 핵심만 설명하자면…….”
나는 한번, 대화의 호흡을 정돈하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때 그 드래곤이 제게 남은 동포들을 구해달라며, 자신의 힘을 양도했습니다.”
“힘이면… 마나?”
“예.”
레드 드래곤은 내게 뒤를 부탁한다며, 자신의 남은 마나를 모조리 내게 건넸다.
“그 마나를 건네받은 직후. 묘한 꿈을 꿨습니다.”
“어떤 꿈?”
“과거. 드래곤이라는 종이 멸종하게 된 날의 꿈이었습니다.”
“……멸종.”
움브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제 좀 뭔가 알겠다.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알겠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꿈에서 저는 드래곤을 멸종시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신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생생하다.
“그 신은 스승님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머리색과 분위기는 달랐지만, 얼굴은 스승님과 똑같았다.
“인신이네.”
“예. 그런 걸로 생각됩니다.”
내가 스승님과 베일의 과거가 종말신이라 단정 지었던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드래곤에게 멸망을 선언하던 모습은 누가 봐도 종말신처럼 보여서.
그런 거라 단정 지어 버렸다.
“그리고 또 하나. 그 꿈에서 천사라는 존재들이 있었습니다.”
“천사?”
아직 인신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천사라는 자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날개를 지니고 있는 특수 인류라고 할까요. 하늘의 사자라고 불리더군요.”
“하늘의 사자면……. 신계의 사자라는 말이야?”
“아마 그런 것 같았습니다.”
“……신계가 부활했다고?”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럼?”
“……음.”
뭐라 설명해야 할까.
앞에 내용을 다 생략해서 그런가, 설명하기가 굉장히 번거롭다.
“……아예 꿈의 내용을 처음부터 설명해 드리는 게 빠르겠네요.”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건 힘들어 보인다.
그냥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는 게 나을 거 같다.
“처음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꿈에서 본 것들을 설명해 나갔다.
천사들의 존재. 천사와 드래곤의 대화. 그리고 인신의 등장. 마지막 죽음까지.
모두 다 빠짐없이 설명했다.
설명에는 약 8분 가량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신계의 사자가 꼭두각시라고?”
“예. 드래곤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너희처럼 신의 꼭두각시가 될 바에는 죽음을 택하겠다.
드래곤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천사는 확실히 반응을 보였고?”
“예.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 후에 인신이 튀어나왔고요.”
“……그래. 확실히 뭔가가 있네.”
움브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천사. 신들의 열화 카피……같은 건가?”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아 보입니다. 종말신을 쓰러트린 후, 유출된 방대한 신력을 천사라는 종을 만드는 데 사용한 거라면, 말의 앞뒤가 다 맞으니까요.”
천사란 존재는 신의 열화품이다. 이렇게 단정 지어도 크게 지장은 없으리라.
“……그런 천사들을 보고 드래곤이 ‘나는 너희처럼 될 바에야 죽음을 택하겠다.’라고 했단 말이지.”
움브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해 보인다.
“씁. 뭐가 뭔지 모르겠네. 신력으로 신계에다가 새로운 종을 만들어?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리고 드래곤은 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움브라가 답답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었다.
“……아무튼. 네가 말한 맹점이라는 게 뭔진 알겠네. 인신이 종말신과 결착을 낸 직후에 곧장 둘로 나뉜 게 아니라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종말신과 결착이 끝난 후.
꽤나 긴 시간 동안 인신은 인신인 채로 살아있었다.
천사라는 종이 탄생하고, 드래곤이라는 종이 탄생하고, 드래곤이라는 종이 멸망할 때까지.
인신은 인신이었다.
“……그럼 인신이 바로 둘로 나뉜 건 아니라는 말이네.”
움브라가 턱을 쓰다듬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종말신이 인신에게 건 신법이 한참 나중에 효과를 발휘했다고 봐야 하려나.”
“아. 바로가 아니라요?”
“어.”
움브라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그랬잖아. 꿈에서 본 인신은 아무리 봐도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예. 뭔가가 결여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니까, 영웅신이라는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이거 아냐? 그래서 종말신이라 착각했던 거고.”
“예.”
“그럼 확실하지.”
움브라가 답을 찾아낸 탐정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100% 종말신은 인신에게 무언가의 신법을 건 거야. 그 신법이 인신의 정신에 작용해서,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상태가 된 거고.”
“정신이 서서히 붕괴되어갔다……?”
“맞아.”
움브라가 더더욱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정신 붕괴의 끝이 바로 분열인 거야.”
종말신의 신법은 인신의 정신을 부수는 걸로 끝내지 않고, 끝끝내 인신의 정신을 분열시켰다.
이런 말이었다.
……확실히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 추론이었다.
“그럼 종말신이 인신을 분열시킨 이유는요? 자신을 죽인 인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일까요?”
“복수하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겠지만, 주된 목적은 따로 있었을 거야.”
움브라가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베일 스톨이란 놈의 몸에 종말신의 기운이 서려 있다며.”
“……아!”
알겠다.
움브라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종말신의 목적은 부활이야.”
종말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인신의 정신을 분열시켜, 힘을 깎아내고, 힘이 깎여나간 둘 중 한 명의 몸을 차지하는 것으로, 다시 이 땅에 부활하려는 거야.”
흐릿하게나마 종말신의 목적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