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1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18화(418/466)
중심부로 향할수록 독기는 점점 짙어져 갔다.
얼마나 짙은지, 만들어 온 바람 구체가 오염되기 시작했을 정도.
부랴부랴 오염을 막긴 했지만, 산소의 손실은 어쩔 수가 없었다.
덕분에 지금 활동 시간이 상당히 아슬아슬하다.
“계승자. 말하면서 소모되는 산소도 아껴야 하니까, 듣기만 해.”
미미르가 내게 말했다.
“일단 여기까지 뚫었으면 충분해. 산소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일단 밖으로 빠져나가자.”
이 이상 탐색을 진행하기엔 산소가 부족하다.
일단 퇴각했다가 다시 오는 게 좋으리라.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갈 땐 조금 서둘러야 할 거야. 남은 산소로는 30분도 못 버텨.”
내게 남은 활동 시간은 단 30분.
30분이 지나면 나는 더 이상 호흡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최단 시간 내에 나갈 수 있는 루트를 설정해 놨어. 루트대로 이동하면 돼.”
미미르의 손짓과 함께 눈앞에 3D 내비게이션 화면이 떠올랐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움직였다.
‘부지런히 움직여도 바깥까지 나가는 데 25분. 아슬아슬하네.’
미미르가 짠 최단 루트대로 이동해도 25분이 걸린다.
조금만 지체돼도, 위험하다.
“미안해. 안전을 생각하면 조금 더 빨리 나가자고 했어야 하는데. 앞에 산맥까지는 확인해 두고 싶었어서.”
우리가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탐색을 이어 간 덴 다 이유가 있다.
아프리카 서부 대륙의 중심에는 험준한 산맥이 위치하고 있다.
피니스가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지형이 산맥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본디 산맥이란 가장 자연의 변화에 민감한 지형이기에.
얼마나 변화했는지, 육안으로 미리 확인해 둬야 했다.
그래서 이렇게 무리를 하게 된 것이다.
“…….”
나는 발걸음을 서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딱히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 미미르를 바라봤다.
‘애초에 탐색이 꼬인 건 내가 바람 주머니를 제대로 관리 못해서 그런 거야.’
미미르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애시당초 산소가 아슬아슬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기도 했고.
스스로도 알고 무리를 한 거다. 미미르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도. 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네게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지게 한 거니까…….”
미미르가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진짜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런 의지를 가득 담아서 힘차게 도리질했다.
미미르가 다시금 쓰게 웃었다.
“알았어. 자조는 여기까지 할게.”
그 말과 함께, 미미르의 표정이 평소대로 돌아왔다.
반성은 여기까지.
지금은 밖으로 나가는 데 집중하겠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 계승자. 루트 좀 바꿀게. 오는 중, 조사해 본 지형 변화 분포를 보면, 이쪽이 더 안전해.”
지형 변화도 나름의 법칙이란 게 존재한다.
동일한 지형인 이상, 변화 자체는 어느 정도 일정할 수밖에 없다.
미미르의 지식과 초커의 성능이라면 지형 변화 데이터를 이용해,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의 지형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나는 그대로 미미르가 가리킨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3D 내비게이션.
도착 예정 시간이 3분 줄어들었다.
‘……이러면 안정권인데?’
3분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마음의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
이 정도라면 산소가 다 떨어지기 전에 무조건 밖으로 나설 수 있다.
‘외곽으로 나갈수록, 독기가 약해져서. 산소의 소모량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못해도 10분 정도는 여유가 있겠어.’
3분의 시간이 10분의 여유를 벌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무난히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걱정과는 다르게 이 안에 몬스터는 없어 보이고. 변수가 생길 여지는 없다고 봐도 될 테니까…….’
이 정도 독기에서는 몬스터도 살 수 없다는 걸까.
이 안에는 몬스터가 없다.
몬스터가 없는 이상, 큰 문제는 발생할 수가 없다.
어지간한 변수라는 게 발생할 여지가 없다.
‘좀 편하게 생각해도 되겠네.’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
이대로 15분만 달려나가면 이 거지 같은 독안개와도 작별이다.
……물론 일시적인 작별이긴 하다만.
“계승자! 멈춰!”
그때였다.
미미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너무 다급한 목소리.
나는 곧바로 급제동을 걸어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미미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10분의 여유가 생긴 지금, 굳이 말까지 아껴가며 산소를 보존할 이유는 없다.
“계승자. 말하지 마.”
미미르가 날 노려보며 말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산소는 충분할 텐데.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걸까.
“잠시 확인해 보고 가야 할 곳이 생겼어. 산소가 아슬아슬할지도 몰라.”
“……?”
갑자기 확인해 보고 갈 곳이 생겼다고?
“여기 봐.”
미미르가 내가 서 있는 방향 기준 우측의 지형을 가리켰다.
“내 계산대로면, 이렇게 이쪽 지형은 이렇게 푹 파여 있을 수가 없어.”
다른 지형들 보다, 유독 깊게 파여 있다.
‘……확실히. 지금껏 이런 식으로 움푹 파여 들어간 지형은 없었지.’
이런 변화를 보이는 건, 여기뿐이다.
“이건 자연적인 변화가 아니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거야.”
나는 그대로 함몰된 지형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대로 토양의 흙을 살폈다.
‘……누군가가 한번 파헤친 흔적이 남아 있어.’
이곳의 토양만 묘하게 색이 다르다. 누군가가 한번 토양을 파헤쳐, 토양 내부의 다소 부드러운 흙과, 외부의 건조된 흙이 어정쩡하게 섞여 있다.
“계승자.”
미미르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미미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웅, 웅!
나는 그대로 마나를 이용해 함몰된 대지 주위를 탐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아래에 있어선 안 될 공백감이 느껴진다.
‘비밀 통로?’
이 아래 통로로 보이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42년간,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은 땅에 최근 흙을 판 흔적이 있으며.
그 위치에 비밀 통로로 보이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 말은 즉.
“……여기야. 이곳의 독기를 만든 놈은. 이 안에서 뭔가를 한 거야.”
이 안에 무언가가 있다.
베일 스톨이든, 그의 수하든.
이 땅을 이런 상태로 만든 원인이 이 안에 존재한다.
이런 말이었다.
“……8분. 그 정도는 여유가 있어.”
미미르가 빠르게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계승자. 초입까지만 들어가 보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수상한 장소를 발견했는데,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혹시 안에 사람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지면을 뚫었다.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비밀 통로.
나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르게 통로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 * *
통로 내부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8분이고 뭐고, 산소를 걱정할 일이 없겠는데?”
“……그러게?”
미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 장치가 설치돼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
“……이 정도의 독기를 대체 무슨 수로 정화시키고 있는 거지?”
아니, 예상할 수가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이곳의 독기가 얼마나 끔찍한 수준인지 알고 있기에.
이곳의 독기를 정화시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에, 통로 내부에 이런 상황이 펼쳐져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코와 입 쪽에 설치해 놓은 바람 주머니를 해제했다.
“……진짜 완벽하게 정화됐네.”
내 코로 직접 숨을 쉬어보니,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안의 공기는 완벽하다.
산소에 등급을 붙일 수 있다면, 1등급 청정 공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뭘 어떻게 한 걸까.”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는 동굴.
아니, 동굴이라고도 부르지 못할 땅굴.
그냥 단순히 땅을 팠을 뿐인 이 허름한 구조물 내에, 이 정도로 완벽하게 독기를 정화시킬 수 있는 장치를 준비해 뒀다고?
이런 전기고, 마나 공급원이고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장소에?
“이런 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불가능하다.
화성에 호수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계승자. 다시 한번 확인해 봤는데. 역시 이 안에 마공학 장치 같은 건 없어.”
“……역시 없구나.”
심지어 이 안에 장치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
마공학 장치 특유의 마나 회로를 일절 찾아볼 수가 없다.
“……대체 독기가 어떻게 정화되고 있는 거지?”
정화 장치가 없는데, 스스로 독기가 정화되고 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걸까.
“계승자. 일단, 조금 더 안으로 들어 가 보자. 혹시 안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게 있을까?”
우리가 감지할 수도 없는 장치라니. 그런 게 존재할 수가 있을까.
“베일 스톨이라면 혹시 몰라.”
“……하긴.”
이 통로를 만든 게 베일이라면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방법으로 이곳의 독기를 정화시키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안에 아직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가 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길을 나아갔다.
아무렇지 않게 막 파인 땅굴.
나는 그 땅굴을 천천히 나아갔다.
“미미르. 뭐 느껴지는 거 있어?”
“없어.”
나아가도, 나아가도 뭔가 느껴지는 게 없었다.
이 안엔 아무런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갈수록, 그런 확신만 들었다.
“뭐지?”
“……모르겠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나와 미미르. 둘 다 순간적으로 뇌정지가 왔다.
우리가 아예 감지조차 불가능한 기술력이라니.
베일 스톨의 힘은 우리의 예상을 아득히 초월할 정도라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는데.’
별의별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미스테리로부터 시작된 나쁜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런 나쁜 생각들은 길을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커져갔다.
“……끝?”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땅굴의 끝에 도달한 순간, 절정으로 치달았다.
여기까지 왔음에도, 원인을 일절 파악할 수가 없다니.
우리와 베일 사이의 기술력이 그 정도까지 크게 차이가 난다는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미미르.”
“……잠깐만. 잠깐만 있어 줘. 나. 생각 좀…….”
미미르가 크게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었다.
납득할 수가 없다는 표정.
지금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너네. 생각보다 되게 멍청하구나?’
그때. 머릿속에 직접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최근에 익숙해진 여인의 목소리다.
‘왜 충격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네. 기뻐해야 할 상황 아니야?’
여신 움브라.
그녀가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말해줬는데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움브라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내 계약자가 이런 간단한 것도 눈치 못챌 정도로 멍청하다니. 이건 좀 곤란한데.’
한탄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 움브라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원래 감지하기가 힘든 신이긴 해도. 그 정도 거리까지 다가갔으면 감지해야지.’
순간 눈이 부릅떠졌다.
신? 감지하기 힘든 신이라고?
‘아직 성장 단계라 그런 거지? 그런 걸로 이해해 둘게. 아니면 좀 많이 슬플 거 같아서.’
움브라가 ‘에효’하고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잘 봐.’
그와 동시에 움브라의 성유물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왔다.
움브라 특유의 그림자 같은 마나가 일대를 가득 채웠다.
“……!”
그리고 그 순간, 미미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 없는 경악성을 내뱉었다.
“계, 계승자. 저거…….”
검은빛으로 가득 찬 땅굴 내부.
홀로 검은빛을 거부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경계와 틈새의 신. 피니스.’
피니스.
그의 성유물이 어둠을 삼키고 있었다.
‘진짜……. 다시 봐도 참 엿같은 힘이라니까.’
피니스를 보며 움브라가 작게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