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1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19화(419/466)
피니스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무형의 경계가 그림자를 닥치는 대로 흡수하고 있었다.
“……이래서 이 근처에만 독기가 없었구나.”
이곳에 독기가 없는 건, 모종의 장치가 독기를 모두 정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피니스가 경계의 틈새로 독기를 모조리 빨아들인 거였다.
‘근데 모라를 찾으라니까 왜 피니스를 찾아온 거야?’
움브라가 물었다.
“찾고 싶어도 모라에 대한 단서가 없어서요.”
‘흐음. 모라를 찾은 단서를 얻기 위해 피니스를 먼저 찾아왔다?’
착각일까. 흐릿하게 들리던 움브라의 목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예.”
“나쁘지 않은 방법이네. 피니스는 모라의 제자나 마찬가지인 애니까.”
아니, 착각이 아니다.
확실히 선명해지고 있다.
“모라에 대한 단서 하나나 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하지.”
목소리만이 아니다.
움브라의 신체가 서서히 구현화되고 있다.
“왜 그렇게 쳐다봐?”
순식간에 구현화가 끝나, 온전한 신체를 지니게 된 움브라.
나는 그런 움브라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떻게 신체를 구현화시킨 거지?’
움브라는 이미 죽었다.
성유물 내의 움브라는 정신체일 뿐이다.
이렇게 현실에 신체를 구현화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대체 어떻게 신체를 만들어 낸 것일까.
“얘. 내가 뭘 그렇게 보냐고 묻잖니.”
움브라가 내게 다가와 얼굴을 내밀었다.
여자 치곤 장신이긴 하나, 나보단 작기에, 필연적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아하.”
움브라가 음흉하게 웃었다.
“꼬맹인 줄 알았는데. 남자구나?”
움브라가 고혹적인 미소를 띤 채로 포즈를 취했다.
“하긴. 지금 내가 입은 옷이 좀 면적이 적긴 하니까. 그런 눈으로 볼만도 해.”
움브라의 복장은 이전에 만났을 때와 달랐다.
이전에 입고 있던 옷이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린 드레스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 옷은 격식 따윈 다 던져버린 일상복 같았다.
아니, 일상복이 아니라 자신의 편리함에 중점을 둔 실내복 같다고 해야 할까.
천의 면적 보다 살색의 면적이 더 크다.
“익숙해지도록 해.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그때마다 그 답답한 전투 드레스를 입긴 싫거든.”
그게 전투 드레스였구나.
뭔가 격식을 차린 예복 같은 느낌이긴 했는데. 전투용일 줄은 몰랐다.
‘……듣고 보니, 그림자를 사용하기에 최적의 복장 같기도 하고.’
그림자를 천으로 만든 것 같은 드레스. 그 드레스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오면, 쉽사리 대처하긴 힘들 거다.
“그래도 남자답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거 보면.”
움브라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래. 봐. 몰래몰래 보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내 침묵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 것일까.
움브라는 한층 더 고혹적인 자세를 취했다. 보고 싶은 대로 봐라. 이렇게 말하는 듯한 행동과 표정이었다.
“……어떻게 실체화하신 겁니까?”
나는 그런 움브라의 착각을 무시하며 질문했다.
“음? 아. 그게 궁금한 거였어? 난 또.”
움브라가 살짝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세를 풀었다.
“일단, 오해부터 풀자면 실체화한 건 아니야.”
움브라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곤 그대로 눈웃음 짓는다.
손을 잡아라. 그렇게 말하는 듯한 행동들이었다.
나는 그대로 움브라의 손을 잡았다.
“……어?”
그러나 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 손이 움브라의 손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진짜 실체화한 게 아니라. 네 눈에만 보이도록 형상을 만든 것뿐이야.”
움브라의 주위에 그림자가 일렁였다.
“아까 뿜어낸 그림자를 이용해서.”
그림자는 순식간에 ‘페르소나’의 형상으로 변했다.
움브라와 달리, 움직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외형만 보면 페르소나 그 자체였다.
“이렇게.”
“빛과 어둠을 이용해 만든 허상…… 인가요?”
“맞아. 결국 시각이란 건 모두 빛에 의해 전달되는 데이터일 뿐이니까. 빛과 어둠을 이용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단 말씀. 어때 감쪽같지?”
나는 다시 움브라의 신체를 이리저리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진짜 같다.
허상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다.
“흐음. 진짜 아무 생각도 없나보구나?”
움브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이거 좀 자존심 상하네.”
자신의 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데, 자존심이 상한 듯하다.
“혹시 그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움브라가 슬며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음. 그건 아니구나.”
움브라가 오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시선이었다.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나. 내가 네 후대까지 걱정해 줄 이유가 없으니까.”
문득 이런 속담이 떠올랐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나는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혼자 이상한 망상을 하고, 이상한 결론을 내 버린 것 같다.
“아무튼. 딱히 실체화에 성공한 건 아니야. 오케이?”
“예. 이해했습니다.”
한없이 진짜에 가까운 허상.
그림자로 저런 것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움브라. 보면 볼수록 활용 가치가 뛰어난 힘인 것 같다.
“좋아.”
움브라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나저나…….”
그리고는 천천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쪽의 아가씨가 그때 말한 파트너?”
움브라의 시선이 미미르에게 꽂혔다.
“……!”
미미르가 경악했다.
내가 보여? 어떻게? 라는 의문이 눈동자 너머로 뻔히 들여다보인다.
“흐음. 첫인상으로만 봤을 땐, 네가 극찬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로는 안 보이는데.”
움브라가 도끼눈으로 미미르를 훑어봤다.
“뭔가 멍청해 보여.”
“…….”
미미르의 표정이 굳었다.
발끈한 표정.
놀란 건 놀란 거고. 저 말은 도저히 못 참겠다.
미미르의 표정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그렇게 미미르가 한바탕 분노를 터트리려는 찰나.
“아. 그렇다고 오해하진 마. 진짜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
움브라가 끼어들었다.
“계약자가 칭찬하는 덴 다 이유가 있겠지 뭐. 그냥 첫 인상 얘기를 한 것뿐이니까 오해하진 마. 멍~한게 좀 귀여워서. 놀린 것도 좀 있고.”
“…….”
미미르가 뭔가 묘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저 말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
‘여기서 화를 내면 쫌팽이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화나고.’
그런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리라.
“같은 배를 탄 사이끼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움브라가 싱긋 웃으며 미미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미르가 세상 찝찝하단 표정으로 움브라의 손을 잡았다.
둘 다 실체가 없기에, 진짜 잡은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악수를 하는 것 같은 모양새는 나왔다.
“……근데 왜 이렇게 밖으로 나오신 겁니까?”
“아. 이거?”
움브라가 자리에 선 채로,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그냥.”
“……그냥이요?”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밖으로 튀어나왔다고?
“……은 농담이고.”
움브라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피니스랑 만나는 데 내 힘이 필요할 거 같아서.”
“……움브라 님의 힘이요?”
“응.”
……피니스를 만나는 데 움브라 님의 힘이 왜 필요하다는 걸까.
“딱히 내 힘이 아니라도 상관없긴 한데. 지금 네게 협력할 수 있을 만한 신은 나밖에 없잖아? 페르소나 걔 힘으론 밖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딱히 자신의 힘이 아니라도 된다. 도울 만한 신이 자기밖에 없다.
이 말은 즉.
“……피니스를 만나기 위해선 신력이 필요하다는 말인가요?”
“음……. 조금 달라.”
움브라가 곧바로 이어 말했다.
“피니스가 나랑 똑같은 상태였다면, 굳이 내가 없더라도 만날 수 있었을 거야.”
움브라와 똑같은 상태?
무슨 상태를 말하는 거지?
“네 전대한테 힘을 양도하지 않은…… 온전히 성유물 내에서 대기하고 있기만 한 상태 말이야.”
“아.”
그 말이구나.
“지금 피니스는 네 전대……. 레이 벨 바이테너한테 힘을 양도하고 완전히 잠든 상태야. 네가 가지고 있는 다른 성유물…… 이그니스도 똑같은 상태고.”
“……다른 성유물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군요.”
“맞아. 페르소나는 어정쩡하게 반만 힘을 양도해서 만날 수 있었던 거고.”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피니스를 만나려면 모종의 방법을 이용해서 피니스를 강제로 잠에서 깨게 해야 해.”
“그 모종의 방법을 사용하는 데, 신력이 필요하고요?”
“정답.”
움브라가 ‘참 잘했어요~’라고 덧붙이며 박수를 치는 시늉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도와주러 온 거야.”
“그런 거였군요.”
이해했다.
진짜 큰 도움을 주러 오신 거였네.
“뭐, 한 번쯤 바깥세상을 보고 싶기도 했고. 시대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었거든.”
움브라가 주위를 살폈다.
“……그건 힘들 거 같긴 한데. 아무튼.”
바깥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잡담이 길어졌네. 그 지겨운 성유물 밖으로 나와서 그런가. 조금 텐션이 올라갔던 모양이야.”
움브라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고는, 경계의 틈새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서 보고 있어. 금방 끝날 테니까.”
움브라가 경계의 틈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우우우우웅-!
내 쇄골에 새겨져 있던 성흔이 한층 더 검게 빛났다.
“거부하지 마. 네 힘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 하니까.”
성흔을 중심으로 내 마나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성흔을 통과한 마나들은 모조리 ‘그림자’로 변화하여, 움브라의 손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 성흔은 이런 용도였구나.’
움브라가 말했던 보험이란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
이 성흔을 이용하면 움브라가 직접 내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리라.
“진짜. 보면 볼수록 역겨운 힘이긴 한데…….”
움브라의 손에 응집된 그림자가 뱀 같은 형상을 이뤘다.
“피니스가 직접 다루지 않아서 그런가. 그냥 역겹기만 하네.”
완성된 검은 뱀이 쏜살처럼 하늘을 날았다.
진짜 뱀처럼 S자 형태를 이루며 경계의 틈새로 날아든다.
“역겹지만, 더럽지는 않아.”
뱀은 경계의 틈새에 아가리를 쳐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콰득!
뱀이 무언가를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잡았다.”
움브라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나오렴.”
움브라가 뱀을 당겼다.
마치 당긴 채찍이 돌아오는 것처럼 뱀의 신체가 쫘악 늘어났다.
허나 신체가 늘어날 뿐.
뱀의 머리는 틈새 바깥으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진짜 역겹다니까. 무의식인데도 그렇다니.”
움브라가 치를 떨었다.
“계약자. 조금 어지러울 거야.”
“네?”
움브라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신체에 충격이 달렸다.
망치로 후드려 맞은 듯한 통증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듯한 기분.
마나의 급격한 유출로 인해, 반사 통증이 발생한 것이다.
“그만 반항하고…….”
내가 그러든 말든, 움브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마나를 빨아들였다.
“밖으로 나와! 이 역겨운 놈아!”
다음 순간.
카아아아아아아앙-!
경계의 틈새가 한 차례 밝은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이어.
“그렇지! 나와야지. 어딜 반항하고 있어.”
경계의 틈새 너머로 검은 뱀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뱀이 무언가를 깨물고 있다.
“……육방체 모양의 붉은 보석! 계승자! 저거!”
뱀이 물고 있는 보석을 보고 미미르가 소리쳤다.
“맞아. 피니스의 성유물이야.”
피니스의 성유물.
그것이 경계의 틈새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그림자…….’
붉은 보석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움브라?’
피니스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