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2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20화(420/466)
피니스가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움브라는 피니스와 대화할 마음이 없다는 듯, 피니스의 말을 무시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저딴 덜떨어진 위선자 새끼랑은 말 섞기가 싫네.”
움브라가 세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피니스의 성유물을 한번 째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년…….’
피니스의 목소리에 분노가 잔뜩 서려 있다.
움브라의 말에 모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봐.”
움브라는 피니스의 말을 다시 한번 무시했다.
어디서 개가 짖나, 소가 우나.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기다려라. 움브라!’
인사와 동시에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한 움브라.
움브라의 신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피니스의 숨에 노기가 잔뜩 서려 있다.
숨소리만으로도 움브라를 향한 날선 분노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대화하라며? 상대를 이렇게 화나게 하고 가면 어쩌라는 거야.’
피니스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끝까지 좀 도와주지.
마지막에 와서 이렇게 초를 칠 게 뭐람.
움브라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
나는 여전히 화가 잔뜩 서린 숨을 뿜어내고 있는 피니스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피니스를 상대로, 어떤 식으로 화두를 던져야 할까.
어떤 화제를 제시해야 반발감이 적을까.
“안녕하세요.”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너는 누구지?’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신하율이라고 합니다. 피니스 님께서 힘을 양도하신, 레이 벨 바이테너의 후계자입니다.”
정공법.
‘움브라가 위선자라고 한 점이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등등으로 봤을 때. 선을 맹신하는 고지식한 신이라 봐도 되겠지.’
이런 타입을 상대할 땐, 정공법이 최고다.
‘그 남자의 후계자인가.’
피니스의 목소리에 의구심이 서렸다.
‘그 남자의 후계자가 움브라까지 대동하고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움브라를 대동하고 왔다는 게 상당히 불만인 듯하다.
움브라가 피니스를 싫어하는 만큼, 피니스 또한 움브라를 싫어하는 것이리라.
“피니스 님을 깨울 수 있는 방법은 움브라에게 힘을 빌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나를 깨운다?’
피니스가 잠시 침묵했다.
자신을 깨운다는 게 무슨 말인지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군. 그 남자에게 힘을 양도한 후. 탈력감과 함께 잠에 들었던가.’
스스로 깊은 잠에 빠졌다는 자각도 없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성유물 내부, 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변화도 없는 장소에 정신만 계속 남아있는 상태였으니. 잠에 들었다는 자각이 없을 만도 하다.
‘나를 강제로 깨우기 위해, 움브라의 신력을 빌린 건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군. 그래서 내 몸에 움브라의 신력이…….’
피니스가 작게 혀를 찼다.
본인의 신체에 움브라의 신력이 깃들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리라.
‘……네가 움브라를 대동하고 온 이유는 이해했다.’
목소리에 여전히 노기가 서려 있긴 하나, 아까 전보단 훨씬 줄어들었다.
‘그럼 이번엔 다른 질문을 하겠다. 날 찾아온 이유는?’
네가 움브라를 데리고 온 것까진 이해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했다.
악의 힘을 빌렸다는 게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정상참작해 줄 수 있다.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단, 자신을 찾아온 용건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말이다.
‘만약 대수롭지 않은 이유라면…….’
만약 별거 아닌 이유라면, 너와 할 얘기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 잘 대답해라.
그런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질문들이었다.
만약 여기서 시답잖은 답을 하면, 피니스는 이대로 자취를 감출 테지.
자취를 감추고 다시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다.
“모라 님에 대해 여쭈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나는 시답잖은 이유로 피니스를 찾아온 게 아니니까.
‘모라 님을?’
“예.”
‘……모라 님을 왜 찾는 거지?’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게 되면, 피니스도 자연스레 내게 협력하게 될 것이다.
“종말신을 소멸시키기 위해선, 모라 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종말신을…… 소멸시킨다?’
남아있는 모든 신들의 원수.
신들의 배신자, 신계의 파멸자.
종말신의 죽음은 피니스의 염원일 터.
신이라면 이 화제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자세히 말해 봐라.’
피니스의 목소리에 서려 있는 노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나를 향한 노기가 아닌, 종말신을 향한 노기였다.
‘종말신을 소멸시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런 피니스를 향해, 천천히 지금 상황을 설명해 나갔다.
* * *
모든 설명이 끝났다.
‘…….’
피니스는 10분째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들어서, 머리가 복잡한 것이리라.
‘……믿기지 않지만, 믿지 않을 이유가 없군.’
그렇게 12분이 흘러, 피니스가 입을 열었다.
‘이해했다. 지금 이 상황을 타파할 유일한 타개책은 모라 님의 지혜를 빌리는 수밖에 없겠군.’
다행히 내 말을 믿어 준 듯하다. 혹시나 내 말을 못 믿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을 약속하마.’
“감사합니다.”
장장 1시간 30분에 걸친 피니스의 설득은 무사히 끝났다.
‘알고 있겠지만, 나는 모라 님에게 힘을 하사받았다.’
“예.”
사실 힘을 하사받은 것까진 모르고 있었지만, 뭔가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려니 넘어가도 되겠지.
‘내 신력에 깃들어 있는 모라 님의 신력을 이용하면 모라 님을 찾을 수 있을 거다.’
피니스의 성유물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물론 평범하게 내 힘을 사용하는 걸로는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내 힘에 깃들어 있는 모라 님의 신력은 약 10%. 평범하게 힘을 사용할 경우, 모라 님의 신력은 내 신력에 함몰되어 버려.’
경계와 틈새를 다루는 힘.
그 힘의 중심에서 뭔가 다른 힘이 흘러나오고 있다.
‘모라 님을 찾기 위해선 내 신력을 억제하고, 모라 님의 신력만을 외부로 표출시켜야 한다.’
광휘의 빛.
순백의 빛남이 하나의 핵을 이루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모라 님의 신력만을 따로 분리시켜 방출시키겠다. 딱 한 번밖에 못 한다. 잘 기억해 두도록.’
작은 구슬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한 새하얀 빛.
피니스의 힘과는 전혀 다르다.
이게 모라의 신력인가.
‘이렇게 외부로 유출되어 결정화된 신력은 귀소본능에 따라, 원래 자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려 하지.’
신력의 귀소본능.
처음 듣는 말이었다.
‘지금은 너무 거리가 멀어서 아무런 반응이 없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면 반드시 반응을 보일 거다.’
저 신력의 구슬은 일종의 다우징 팬듈럼이었다.
다우징 펜듈럼이 수맥을 향해 움직이듯이, 저 신력의 구슬은 모라의 신력을 향해 움직인다.
‘이상이다.’
피니스의 말과 함께 신력의 구슬이 소멸했다.
‘한번 봤으니 따라 할 수 있겠지. 다음엔 네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도록.’
목소리에 피곤이 가득 서려 있다.
‘미리 말해두지만 두 번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내겐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아.’
피니스는 이미 스승님께 모든 힘을 양도했다.
지금의 피니스는 껍데기일 뿐.
지금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움브라가 어느 정도 신력을 양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양도받은 신력은 지금 신력의 구슬을 만드는 걸 보여주는 데, 모두 소모해 버렸다.
재시연은 불가능하다.
“괜찮습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피니스가 픽 웃었다.
뭔가 나른한 기색이 전해져 오는 웃음이었다.
‘네게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당장이라도 잠들 것 같은 목소리였다.
‘만약 네가 모라 님을 만나게 되면…… 이 말을 전해 줄 수 있겠나.’
늘어지는 목소리.
억지로 잠을 참아가며, 피니스는 말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라고.’
어머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신이 어머니라…….’
신들은 신력에서 태어나는 존재이기에, 어머니란 존재할 수가 없다.
어머니란 존재가 있다면, 그건 신력이지 다른 신이 될 수 없다.
‘모라는 피니스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걸까.’
하지만 어머니란 건, 생물학적으로 피가 연결되어 있는 존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마도 모라는 피니스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것이리라.
‘부탁하겠다.’
피니스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마지막 소원이라는 듯이.
그 한마디를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는 듯이.
“예.”
저 말로 알 수 있었다.
이 순간이 끝나면, 피니스는 완전히 소멸한다.
꺼져가는 불꽃을 강제로 피워올리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생명이란 이름의 심지가 모두 타 버렸다.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피니스는 곧 죽는다.
이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한다.
‘……믿겠다.’
피니스의 성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아. 그래. 이 말을 하는 걸 잊고 있었군.’
죽어가는 와중, 피니스가 필사의 의지로 죽음에 거역하며 말했다.
‘네가 날 찾아오기 전. 내 성유물에 접근한 인물이 있다.’
나는 조용히 피니스의 얘기를 들었다.
피니스에게 시간이 없는 걸 알기에, 질문에 답할 여력도 없다는 걸 알기에.
조용히 얘기를 듣는 데만 전념했다.
‘당시, 나는 잠에 들어 있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만. 성유물에 그 흔적이 확실히 남아있어.’
피니스의 목소리에 혐오감이 깃들었다.
‘아주 꺼림칙한 흔적이 말이야…….’
꺼림칙한 흔적.
타락한 마나를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종말신의 힘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 네가 말한…… 베일 스톨이란 놈일 거다. 네 말을 듣고 나니 그놈이란 확신이 들었다.’
베일 스톨.
이 상황을 만든 건 역시 베일 스톨인가.
‘그러니…… 조심해라. 종말신의 힘을 품은 자. 베일. 그놈도 너와 마찬가지로…… 신들의 힘을 이용하려 하고 있어.’
베일 스톨이 성유물을 노리고 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예. 조심하겠습니다.”
나는 피니스의 경고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그래.’
피니스가 안심했다는 듯이 답했다.
그리고.
턱….
그게 마지막이었다.
피니스의 성유물은 빛을 잃고, 흙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경계와 틈새의 신 피니스는 소멸했다.
나는 천천히 피니스의 성유물로 다가가, 성유물을 손에 쥐었다.
“……사라진 건, 피니스라는 신의 인격뿐이구나.”
성유물엔 경계와 틈새의 힘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라진 건, 피니스의 인격뿐.
신력은 고스란히 남았다.
“미미르.”
나는 피니스의 성유물을 손에 쥔 채, 미미르를 불렀다.
“얘기 다 끝났어?”
지금껏 모습을 감추고 있던 미미르가 내 부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끝났어.”
움브라에게 들은 ‘가설’은 미미르에게 말할 수 없다.
이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
그렇기에 미미르를 일단 단테로아의 서로 돌려보내 뒀었다.
“모라를 찾을 수단도 생겼고.”
지금 당장 신력의 구슬을 재현하긴 힘들겠지만, 조금만 훈련하면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될 거다.
그것만 재현하는 데 성공하면 모라를 찾을 수 있다.
“역시 피니스한테 방법이 있었구나.”
미미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얻을 건 다 얻었으니까. 빨리 빠져…….”
그때였다.
쿠구구궁-!
땅굴이 마구 요동쳤다.
지금이라도 붕괴될 것처럼, 사방이 떨린다.
“……붕괴되기 시작했어.”
피니스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던 구조가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계승자! 나가자!”
미미르의 경고와 거의 동시에,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끝마쳤다.
“산소 주머니 만들고!”
“아.”
순간 까먹을 뻔했다.
지금 이대로 나가면 중독된다.
나는 재빨리 산소 주머니를 만들어 입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