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2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21화(421/466)
대서양 어딘가에 위치한 적당한 크기의 무인도.
베일은 드래곤의 영혼을 포식하고 있었다.
“……이제 좀 먹을 만하군.”
아직 역한 냄새와 맛이 남아있긴 한데.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만하다.
이전까지 먹던 썩은 날달걀 같은 맛을 생각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다.
“이 영혼의 회복률은 몇 퍼센트지?”
베일이 옆에서 영혼의 조율에 힘쓰고 있는 연구원에게 물었다.
“30%입니다.”
“……30%라.”
베일이 작게 혀를 찼다.
“50%는 돼야 이 역겨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 건가.”
0%에서 30%까지 오는 동안의 경험으로 봤을 때.
최소 50%는 돼야 이 역겨운 맛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짜증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50%까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한 노인이 베일에게 다가와 말했다. 얼굴에 욕심을 그득그득 매달고 있는 70대 남성.
그가 베일의 옆에 바로 섰다.
“오늘로 베일 님의 힘은 완전한 회복기에 접어드셨습니다. 이제부턴 하루가 다르게 힘을 되찾으실 겁니다.”
중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경환자를 치료하는 게 더 쉬운 법.
마찬가지로 0%부터 힘을 회복할 때와 30%부터 힘을 회복할 때는 다른 법이다.
이 정도까지 회복했으면, 이후부턴 회복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내가 힘을 모두 회복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 거라 예상하고 있지?”
“흠. 글쎄요. 100%라…….”
노신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후, 회복 속도에 가속이 붙을지. 아니면 제동이 걸릴진, 가 봐야 아는 거라. 확신하긴 힘듭니다만…….”
곧바로 생각을 마친 듯, 노신사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길어야 1달. 그 안에는 전성기 시절까지 힘을 회복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1달.”
베일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적당하군. 나쁘지 않아.”
1달이면 딱 절절한 시기다.
“칭찬해 주마. 용케 회복 시간을 앞당겼어.”
만약 이 노인이 없었다면, 최소 2달은 필요했을 것이다.
이 노인이 드래곤을 먹기 좋은 수준으로 조율하는 기술을 개발해 내지 못했다면, 지금 이렇게 여유롭게 있을 수 없었으리라.
“허허. 베일 님의 입에서 칭찬이 나오다니.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봅니다.”
노인이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흠. 해가 서쪽에서 뜬다라.”
베일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쪽 방향을 바라봤다.
“글쎄. 천지가 뒤집히지 않는 이상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은 없을 것 같다만.”
노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노인이 베일에게 해가 서쪽에서 뜬다라는 말의 내포된 의미를 설명하려 할 때였다.
“조만간 해가 뜨지 않을 수는 있겠군.”
베일의 의미심장한 말에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해가 뜨지 않는다 하심은……?”
해가 뜨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일식이 있을 거라 말씀하시는 겁니까?”
베일이 노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니.”
베일이 턱을 괸 채로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태양이 사라질 거란 의미다.”
“태, 태양이……?”
설마 태양을 없앨 수 있다는 건가?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노인이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태양을 지운다니.
그런 건 불가능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일이다.
“태양을 없애겠다는 말이 아니다.”
베일이 픽 웃었다.
“내 말은 태양을 지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베일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세상에서 태양을 관측할 수 없게 될 거라는 말이었다.”
“태양을 관측할 수 없게 된다…….”
노인이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베일의 말을 곱씹으며, 저 말의 진의를 파악하려 힘썼다.
“아.”
답은 바로 나왔다.
“이해했습니다. 아프리카 서부의 독기와 탁기가 대기권을 가득 채우게 되면, 미래영겁 태양을 볼 일은 없게 되겠군요.”
아프리카 서부, 독기 지대에 설치해 둔 장치가 발동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5일 후. 이 세상은 탁기와 독기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허허. 그런 시적인 센스도 지니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독기로 가득 차게 될 거란 말을, 태양이 사라지게 될 거라 표현하시다니.”
베일이 노인을 보며 작게 웃었다.
“이 말을 시적인 센스라 표현하는가. 역시 너도 상당히 비틀려 있어.”
“예. 비틀려 있고 말고요. 비틀려 있으니, 이렇게 베일 님에게 복종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군.”
베일이 다시 시선을 돌려, 드래곤의 영혼을 바라봤다.
영혼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곧 포식은 끝난다.
“다음 포식은 언제지?”
“이틀 후입니다.”
노인이 스케줄표를 확인하며 답했다.
“이번에 드실 영혼은 35%까지 마나를 채운, 중하격의 영혼입니다. 오늘 드신 것보단 다소 나을 겁니다.”
“……35%라. 글쎄. 오늘 먹은 것과 크게 다를 거라 생각되진 않다만.”
베일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힘을 잃고 소멸하기 직전의 영혼으로 다가가, 그대로 입을 벌린다.
가까워진 거리만큼이나 빨라진 흡수 속도.
드래곤의 영혼은 순식간에 베일의 뱃속으로 흡수되었다.
“……역시 역겨워.”
마지막 이 순간. 이때가 제일 최악이다. 썩은 날달걀의 껍질을 핥는 느낌이 딱 이러할까.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노인이 베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럼 바로 이동하시지요. 소화에 도움이 되도록, 가볍게 운동하실 수 있는 곳을 준비해 뒀습니다.”
노인이 북쪽 방향을 가리켰다.
“근처에 작은 나라가 하나 있습니다. 아니, 나라라기보다 부족이라고 해야겠군요.”
“원주민들의 국가인가.”
“예.”
“……싱거운 운동이 될 것 같군.”
“하하. 개미를 짓밟는다고 운동이 되진 않겠습니다만, 스트레스를 푸는 덴 다소 도움이 되실 겁니다. 가볍게 산책 갔다 오신다고 생각하고 다녀오시지요.”
“……과연. 산책이라 생각하면 썩 나쁘지만은 않군.”
베일이 노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다녀오십시오.”
노인이 다시 베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후우우우우우웅-!
그때, 바람이 불어와 노인과 베일의 신체를 휘감았다.
베일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베일 님? 갑자기 왜…….”
노인이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험악해진 베일의 표정을 보고, 괜히 불안해진 것이다.
“……이 바람.”
베일은 지금도 불고 있는 바람을 느끼며 말했다.
일순, 평범한 바람 같지만, 묘하게 불쾌한 느낌이 드는 바람.
“바람에…… 뭔가 문제가 있습니까?”
“이건 마법의 여파로 부는 바람이다.”
마법사가 아닌 노인은 모르겠지만, 이 바람은 자연적인 바람이 아니다.
이 바람에는 미약하게나마, 마나가 깃들어 있다.
“마법의 여파라 하심은……. 놈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지금 부는 바람은 그냥 후폭풍일 뿐이다.
베일이 눈을 감고 감각을 예민하게 벼렸다.
바람에 서려있는 마나를 기반으로, 바람의 움직임을 역으로 예측.
바람이 불기 시작한 장소를 찾는다.
‘찾았다.’
목적지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서부.”
이 바람은 아프리카 서부에서 시작된 바람이다.
“아프리카 서부……. 설마 벌써 독기가 폭발한 겁니까?”
“아니.”
베일이 눈을 감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
“반대다.”
이 바람은 독기를 일절 품고 있지 않다.
이 바람은 그런 바람이 아니다.
“독기가 사라졌다.”
“네? 그게 무슨…….”
아프리카 서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독기와 탁기의 폭풍이 소멸했다.
이 바람은 그런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바람이다.
“……세인 비노슈인가?”
베일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 * *
피니스를 사용해 만든 경계의 틈새가 아프리카 서부를 가득 채운 독기를 미친듯한 속도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블랙홀 같네.”
미미르가 감상을 내뱉었다.
독기와 탁기가 소용돌이치며 빨려가는 모습이 딱 블랙홀 같았다.
“계승자. 정신력은 괜찮아?”
“좀 힘겹긴 한데, 괜찮아. 못 버틸 정도는 아니야.”
범위가 범위다 보니, 정신력의 소모가 장난이 아니다.
여차하면 이대로 마법이 폭주해 버릴지도 모른다.
“힘들면 내가 좀 더 컨트롤 점유 좀 더 가져갈까?”
현재 미미르는 내 보조로서, 3할 정도의 마법식을 컨트롤하고 있다.
덕분에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괜찮아. 이대로 둬도 돼.”
미미르에게 컨트롤을 조금 더 양보한다면, 편해지긴 하겠지.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이 이상 넘기면, 반대로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버티는 게 나아.”
누가 뭐라고 해도 이 마법의 주체는 나다.
이 이상 미미르에게 컨트롤권을 넘기면, 주체가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마법은 나라는 중심점을 잃고 폭주하게 될 테지.
그건 안 될 일이다.
“그건 내가 조심하면 될 문제긴 한데…….”
미미르가 조금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알았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은 안 하는 게 낫긴 하니까.”
미미르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힘내서 버텨 줘.”
“……버텨야지.”
미미르가 내게서 시선을 돌려, 피니스의 중심지를 바라봤다.
나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5분 정도면 다 빨아들이겠네.”
“이 기세면 5분까지도 필요 없어. 3분 이내에 끝나.”
3분.
버티는 데 전혀 문제없는 시간이다.
나는 그대로 피니스의 컨트롤에 집중했다.
그렇게 3분이 흘러.
“……어후.”
피니스가 모든 독기와 탁기를 빨아들였다.
“고생했어.”
세계 붕괴의 위기는 이걸로 사라졌다.
위험 수위 치고는 꽤나 허무한 마무리였다.
“그럼 바로 할라마니움의 터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힘을 회복한 후에, 피니스를 이용해서 모라를…….”
그때였다.
“……! 계승자!”
미미르가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숨어!”
“움브라!”
미미르가 숨으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움브라를 펼쳤다.
숨어의 ‘어’와 움브라의 ‘라’는 거의 동시였다.
미미르가 감지한 걸 나도 감지하고, 그 즉시 은신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그림자 속으로 몸을 감춤과 동시에.
“……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벌써 이탈했는가.”
검정을 형상화한 듯한 남자.
‘……베일 스톨.’
자칭 베일 스톨.
그가 세상 불쾌하단 표정으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베일이 수작을 부려둔 게 맞았구나.’
미미르가 인상을 찡그렸다.
‘비겁한 놈. 실력으로 안되니까 이딴 수작질이나 부리고 말이야.’
베일의 비겁한 행동에 분노한 듯하다.
‘진정해. 흑마법사들이 비겁하게 움직이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미미르가 눈을 날카롭게 뜬 채로 베일을 바라봤다.
‘그보다. 베일은 어떻게 알고 온 걸까?’
베일이 천천히 하강하며 지면에 내려섰다.
그리곤 피니스의 중심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알람 장치 같은 걸 설치해 뒀나보지. 독기의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 둔 걸 수도 있고.’
독기의 농도가 줄어들고 있는 걸 확인하고 바로 이쪽으로 이동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세인 비노슈의 공간참?”
베일이 피니스가 만들어 낸 참상을 눈앞에 두고 중얼거렸다.
피니스가 만든 공간의 틈새를 보고, 세인 님의 공간참을 떠올린 듯했다.
‘세인 님이 한 거라고 착각해 주면 고맙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걸로 베일의 안에서 세인 비노슈 =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라는 공식이 한층 더 확고해 졌을 것이다.
“아니.”
그러나.
“……이건 세인이 아니군.”
기쁨은 찰나였다.
“누군가가 피니스를 사용했어.”
베일의 눈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인이 아닌 누군가가. 피니스를. 신화 마법을 사용했다.”
베일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베일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그놈은 아직 이곳에 있다.”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