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2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22화(422/466)
베일의 시선이 정확히 나를 향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쥐새끼.”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날 발견했어? 어떻게?’
지금 나는 움브라를 사용해 기척을 감추고 있는 상태다.
지금의 베일이 내 존재를 감지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어떻게 내 위치를 특정지은 걸까.
‘움브라를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힘을 회복한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베일은 이전에 동해에서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움브라를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힘을 회복한 건 아니다.
‘그리고 가령 힘을 회복했어도, 이렇게 단숨에 내 위치를 간파하는 건 말도 안 돼.’
베일이 모종의 이유로 급격하게 힘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쳐도, 내 위치를 꿰뚫어 보는 건 불가능하다.
‘움브라와 직접 계약하면서, 은신도 한층 강해졌어. 이렇게 순식간에 간파당할 리가 없어.’
내 은신은 이전보다 한층 더 성장했다.
지금의 베일이 간파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근데 어떻게…….’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베일은 어떤 방법으로 내 위치를 특정 짓고 있는 걸까.
“계속 그렇게 숨어 있을 생각인가. 그렇다면…….”
베일의 마나가 일점에 응축되기 시작했다.
타락한 마나의 덩어리.
이제 곧 저 마나의 덩어리는 하나의 마법이 되어, 나를 향해 날아오리라.
“강제로 나오게 해 주마.”
마나의 덩어리가 점점 하나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죽음의 기운.
흑마법의 시초인 베일 스톨만이 다룰 수 있는 흑마법.
죽음 속성 마법.
죽음이 베일의 손바닥 위에 구체의 형태로 집결되었다.
‘피해야 한다.’
지금의 나로선 막을 수 없는 마법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피하는 것뿐.
나는 곧장 회피 동작으로 이행했다.
아니, 이행하려 했다.
‘……가만히 있어.’
갑자기 머릿속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울리지 않았다면 그리했을 테지.
‘그냥. 그대로 있어. 움직여선 안 돼.’
익숙한 저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평탄한 음색.
‘페르소나 님?’
페르소나.
‘다시 한번 경고할게. 절대 움직이지 마.’
그가 내게 경고하고 있었다.
절대 움직여선 안 된다고.
이대로 있으라고.
‘하지만 안 피하면…….’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지금 저 마법에 직격을 당하면, 최소가 중상이다.
회피 동작으로 이행해야 한다.
‘됐으니까. 가만히 있어.’
페르소나의 목소리가 일순 흔들렸다.
아주 미약한 떨림이었으나, 원래 목소리가 너무 얕고 무감각해서 그런가, 뭔가 큰 떨림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야. 차선도, 차악도 아닌 최선. 가만히 있는 것 외엔 모두가 최악이야.’
페르소나의 목소리는 열기로 인해 떨리고 있었다.
답답함이라는 이름의 열기로 말이다.
“이래도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때 베일의 눈에서 검붉은 안광이 쏟아져 나왔다.
“그대로 죽어라.”
베일의 손바닥 위에 형성된 죽음의 결정체가 나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피하지 않으면 죽는다.
0.1초의 망설임이 죽음을 부르게 될 것이다.
피한다면 지금 피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피하는 게 옳다.
피해야 한다.
‘……하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페르소나가 굳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내게 직접 경고를 하고 있다.
그 페르소나가 말이다.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피하지 말라는 덴 이유가 있을 터.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이유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피하지 않는 게 옳다.
‘어떻게 해야…….’
피해야 하는가.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어느 쪽을 선택해도 시원하지 않은 양자택일.
조금 더 길게 고찰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는…….’
나는 내 감과 순간적인 판단을 믿기로 했다.
‘가만히 있는다.’
페르소나를 믿는다.
페르소나를 믿고 움직이지 않는다.
“계승자! 뭐하고 있……!”
페르소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미미르가 경악했다.
왜 피하지 않느냐.
그렇게 말하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나는 그런 미미르와 눈을 잠깐 맞추고, 다시 베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니, 베일이 내게 쏜 마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왔다.’
점점 커져가는 죽음의 결정체.
이제 곧 내게 닿는다.
아무런 방비조차 하지 않았기에, 닿음과 동시에 죽게 될 테지.
“계승자!!”
미미르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직후.
‘……직격.’
죽음의 결정체가 내 신체에 닿았다.
순간, 내 신체가 먼지가 되어 산산이 흩어지는 이미지가 머리를 가득 채웠다.
먼지처럼 변해 공기 중을 흩날리는 내 모습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잘했어.’
그러나 그건 내 불안과 공포에서 비롯된 망상이었을 뿐.
‘……아무렇지도 않아?’
내 신체는 멀쩡했다.
“계, 계승자? 괜찮… 괜찮아?”
미미르가 놀란 표정으로 내 신체 곳곳을 살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어버버거린다.
“…….”
나는 내 양손을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왜 이렇게 멀쩡하지?
분명 베일의 마법이 내 신체에 닿았는데.
“흠.”
그때, 베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쾌감으로 가득 찬 목소리.
“……잘못 생각했나.”
세상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벼, 변했어?”
베일의 모습이 변했다.
아니, 베일의 모습이 변했다고 하기보단, 베일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변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게 아니었어?’
지금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는 의미가 아니다.
베일의 시선이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뒤틀렸다.
마치 동영상을 뒤로 넘긴 것처럼.
갑자기 베일의 시선이 내 쪽에서,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
“계승자? 저건 대체…….”
미미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그런 미미르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환영 마법이야.’
그때 다시금 페르소나가 말을 걸었다.
‘놈은 이 구역 전체에 환영 마법을 걸었어. 반사를 이용한 아주 기초적인 환영 마법인데. 그걸로 모든 방위에, 자신이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환영을 건 거야.’
‘모든 방위에, 그곳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환영……?’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러니까. 베일은 진짜 제 존재를 감지한 게 아니라, 한번 떠본 것뿐이라는 말인가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날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환각으로 나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줬을 뿐.
‘맞아. 아직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고, 한번 떠본 거야. 네 은신을 감지한 게 아니라.’
베일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저런 방법을 떠올리다니.
대체 얼마나 두뇌회전이 빠른 거지?
‘아니지. 이건 두뇌회전이 빠르다기보단, 노련하다고 해야겠네.’
실전 경험에서 오는 노련함이라고 하는 게 맞으리라.
방금 전 작전은 은신을 많이 상대해 본 사람만이 세울 수 있는 작전이다.
‘……영리한 놈이야. 은신 마법이라는 건, 보통 시전자 본인의 마나를 지우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으니까. 저런 기본적인 환영 마법에도 쉽게 걸리게 되거든.’
은신 마법은 마나를 감추기 위해, 몸에 두르고 있는 기초적인 마나까지도 모두 해제하게 된다.
은신을 하고 있을 땐 일반인이나 다름없다.
그런 상태에선 환영 마법에 대응하기는커녕, 감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베일은 그걸 알고, 환영 마법을 통해 상대를 떠본다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만약 거기서 내가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그랬다면 베일에게 내 존재가 알려지게 됐을 것이다.
그럼 내가 진짜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라 알게 됐을 거고.
지금껏 우리가 준비해 온 연막작전들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을 테지.
‘……위험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 상황에서 이성을 억누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내게 큰 박수를 보낸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타이밍에 조언을 하러 나와 준 페르소나에게 감사한다.
‘인사는 됐어. 나도 내 목적을 위해 한 일이니까. 네가 여기서 죽으면 곤란하거든.’
페르소나가 평소의 무감각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난 좀 잘게. 연달아서 무리를 했더니, 좀 졸리네.’
페르소나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렇게 바깥에 개입하는 건, 피로가 큰 거겠지.
이 위기 상황에서 움브라가 굳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하나의 증거가 되리라.
‘움브라. 페르소나를 포함한 성유물 내에 존재하는 신들은, 나와의 계약을 통해 바깥 일에 개입할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상당한 힘을 소모하게 된다.’
대충 이런 느낌일까.
지이이이이익-!
그런 생각을 하는 중.
베일의 주변에서 묘한 노이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파수를 잘못 맞춘 라디오 같은 소리.
혹은 전파 상태가 좋지 않은 무전기 같은 소리였다.
‘무전기구나.’
정답은 후자였다.
베일이 주머니에서 작은 무전기 하나를 꺼내 입에 가져다 댔다.
“……쥐새끼는 놓쳤다.”
무전이 연결됐기 때문일까.
노이즈 소리가 조금은 나아졌다.
―그렇습니까. 흐음.
무전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노이즈 때문에 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남성의 목소리임은 확실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거리가 거리였으니…….
“……쯧.”
베일이 세상 모든 짜증을 담아 혀를 찼다.
“여러모로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는군. 조금만 더 거리가 가까웠다면…… 혹은 조금만 더 일찍 감지했다면,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두 가지 정보가 담긴 말이었다.
하나. 베일의 현 거점은 여기서 제법 먼 곳에 위치해 있다.
둘. 감지가 늦었다는 걸로 보아, 이곳에 모종의 장치를 설치해 둔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만약 여기에 장치를 설치해 둔 거였다면, 감지가 늦는다는 말을 할 리가 없다.
‘베일이 혼자면 모를까. 저렇게 부하들까지 대동하고 있는데, 장치의 수치 변화를 늦게 발견했다는 건 말이 안 돼.’
대충 독기가 정화되며, 대기중의 바람이 변화하는 것을 감지한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형성된 바람에는 마나도 어느 정도 깃들어 있었을 테니,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베일이 바람을 통해 이곳의 상황을 감지했다고 치면…….’
이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위치지만, 이곳의 바람이 갈 수 있는 장소.
‘이 두 가지 정보를 이용하면 현재 베일의 거점을 특정 지을 수 있다.’
미미르의 도움을 받으면, 오늘 이곳에서 분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 100% 파악할 수 있다.
그 정보를 이용해서 추적을 하면, 베일의 위치를 특정 지을 수 있으리라.
―그럼 일단 복귀하시는 겁니까?
“아니. 복귀는 이틀 뒤에 하겠다.”
―또 그걸 찾으러 가시는 겁니까?
“그래.”
그냥 듣고 넘어가기 힘든 키워드가 튀어나왔다.
그거.
‘뭘 찾는다는 거지?’
베일은 지금 뭘 찾고 있는 걸까.
―저희가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이 일에 한해선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먹이를 준비하는 데나 집중하도록.”
―……하하. 예. 슬프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보가 하나 더.
베일이 찾고 있는 물건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 말은 즉, 물건을 찾을 수단을 지닌 것이 베일 본인만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 이것도 어느 정도 특정 지을 수는 있다.’
아마 베일의 특수한 힘에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단테로아의 서와 할라마니움의 터에 존재하는 흑마법에 관한 서적을 싸그리 훑어보면, 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럼 일단 저희는 이곳에 남아서 드래곤의 영혼을 조율하는 데 집중하고 있겠습니다.
“실수는 용납지 않는다. 절대 실수하지 말도록.”
―물론입니다. 저는 전임자와 다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베일 님께서 드실 영혼인데. 실수 따위를 할 리가요.
전임자.
처음 베일과 만났을 때, 베일과 격돌이 있던 그 남자를 말하는 건가.
베일이 자신을 실험체 보듯이 보지 말라고 경고를 했었지.
그 남자는 죽은 걸까.
―걱정마십시오. 이틀 뒤. 베일 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잘 준비해 두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중요 키워드가 나왔다.
이틀.
‘베일이 자리를 비우는 건 이틀이다.’
즉, 지금 베일이 머물고 있는 거처는 이틀간 실질적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얻은 정보를 이용하면 거점을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틀간 거점에 베일은 없다.
이 말은 즉.
‘……기회다.’
베일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찬스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