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2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24화(424/466)
흑마도왕은 예전에 신화 마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이제 3년이 되는가.”
그 연구의 결과물이 바로 2년 전에 사용했던 ‘어둠’이다.
“신하율. 그때. 내가 사용하던 신화 마법을 기억하고 있나.”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둠’을 다루는 신이라는 것만 예상할 수 있을 뿐.
다른 건 전혀 모른다.
“그 마법의 이름은 녹스. 어둠의 신 녹스의 성유물에서 파생된 어둠 마법이다.”
“……녹스.”
녹스라는 이름이었구나.
“녹스는 신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위치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신계에서 빛을 다루는 신은 최고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빛은 어둠과 대칭을 이룬다.
당연히 어둠을 다루는 신 녹스 또한 그에 준하는 위치에 올라 서 있었을 것이다.
“녹스와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그래.”
“……그렇습니까.”
예상대로 흑마도왕은 녹스와 만나, 녹스에게 힘을 직접 양도받은 듯하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하며, 녹스가 꽤나 높은 위치에 올라 서 있는 신이라는 정보를 간접적으로 얻은 것일 테지.
“그때 녹스에게 들은 것들 중에 모라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녹스가요?”
녹스가 모라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고?
굳이?
왜?
“모라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내게 모라를 찾으라는 조언을 하더군.”
“왜 모라를…….”
녹스는 누가 봐도 악신 쪽에 속해 있는 신이다.
모라와는 연이고 친분이고 아무것도 없을 확률이 높다.
굳이 모라를 찾으라는 조언을 할 이유가 없다.
“단순히 찾는 게 좋을 거다. 같은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다. 무조건 찾아라. 녹스는 그렇게 말했다.”
“……무조건?”
“그래. 모라를 찾지 못한다면, 내 힘을 다룰 수 없을 거라고 했지.”
흑마도왕이 다시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난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덕분에 고생 좀 했다. 이름밖에 모르는 성유물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는지…….”
“잠시. 잠시만요.”
방금 전 말들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말들이다.
“모라를 찾기 전에는 힘을 사용할 수 없을 거라고 했다고요?”
“그래.”
“근데…… 썼잖습니까.”
“아직 부족했지만, 사용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
“그 말은…….”
흑마도왕이 픽 웃었다.
“그래. 나는 모라를 찾는 데 성공했다.”
흑마도왕은 모라를 찾아냈다.
모라를 찾아내서, 녹스와의 계약이 무사히 이행되었다.
저 말은 그런 말이었다.
“3년 전. 너희와 싸우기 2달 전에 찾았지.”
흑마도왕이 다소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다시 생각해도 아쉽군. 조금만 더 일찍 찾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흑마도왕이 다루던 어둠은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견고했을 것이다.
그럼 우리에게 승기는 없었을 테지.
“저희한테 있어선 다행인 일이군요.”
“흠. 너희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 맞지.”
흑마도왕 입장에선 아쉽겠지만, 내 입장에선 다행인 일이었다.
“아무튼. 그때 나는 시간의 여신 모라의 성유물을 찾아냈다. 찾아서, 어떠한 장소에 숨겨두었지.”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흑마도왕이 이미 모라를 수중에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거기가 어딘가요?”
흑마도왕이 웃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글쎄. 맨입으로 말해주긴 좀 그렇군.”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흑마도왕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나올 리가 없지.
뭔가 원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지금 제가 모라를 찾지 못하면, 세상은 베일 스톨의 손에 넘어갈 겁니다. 그건 당신도 바라는 바가 아닐 텐데요.”
“확실히. 그건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지.”
흑마도왕이 여전한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을 이었다.
“허나. 베일 스톨을 쓰러트린 후. 팽당하는 것도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라서 말이야.”
“…….”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흑마도왕은 사정상 우리에게 손을 빌려주고 있긴 하지만, 원래는 적이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 볼 수 있기에 손을 잡고 있을 뿐이다.
“내 입장에서 한쪽이 압도적으로 이기는 건 손해일 뿐이야.”
만약 이대로 전투가 우리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나면 다음은 어떻게 될까.
말할 것도 없겠지.
흑마도왕은 뭘 해 볼 여지도 없이, 이 세상을 뜨게 될 것이다.
우리 쪽에 여력이 남으면 남을수록, 흑마도왕의 최후는 더 빨리 찾아올 테지.
흑마도왕은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원하는 게 뭔가요.”
흑마도왕의 입장은 이해했다.
흑마도왕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건을 다는 게 당연하다.
‘조건을 달지 않으면 절대 넘겨주지 않을 거야.’
모라라는 강력한 패를 그냥 넘겨 줄 리가 없다.
가능한한 저쪽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게 좋다.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다.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너무 무리한 조건은…….”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과한 조건을 제시하는 건, 혹 떼려다 미래에 더 큰 혹을 붙이는 꼴이나 마찬가지지. 너희가 그런 제안을 수용할 리가 없다는 건,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잘 아시는군요.”
“알 수밖에. 지금 며칠을 이 둘과 함께 보내고 있는데.”
흑마도왕이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세인 님과 소피아 님 사이에 껴서 꽤나 시달린 듯하다.
“아무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조건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건 그리 대수로운 게 아니야.”
아무리 봐도 별거 아닌 조건을 제시할 거 같진 않은데.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생각하는 건 조건을 듣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나는 흑마도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 번이면 된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한번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
“세인 님이나 소피아 님의 허락 없이, 무조건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그건…….”
굉장히 묘한 조건이다.
뭔가, 거창한 조건을 예상했는데.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진짜 별거 아닌 조건인가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일단…… 제가 승낙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몸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저건 내가 아니라, 세인 님과 소피아 님에게 허락을 받을 일이다.
“네가 승낙할 일이다. 이 둘은 네가 허락한다면 상관없다는 입장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세인 님과 소피아 님이 내게 선택권을 넘기셨다.
……골치 아픈 일을 떠넘기셨네.
“왜 그렇게 고민하지? 딱히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
흑마도왕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여유롭게 웃었다.
내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단순히 약속일뿐이다. 강제력 같은 건 일절 없어. 이 자리에서 약속을 했다고 해서 꼭 지켜야 하는 건 아니야.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무시해도 좋은. 이건 그런 사소한 약속일뿐이다.”
“……그래서 더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흑마도왕이 제시한 조건은 너무 묘하다.
‘중요한 순간에 세인 님한테서 몸의 주도권을 빼앗는 것으로 양쪽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약속이고 뭐고, 현재 몸의 주도권은 세인 님이 꽉 붙잡고 있다.
세인 님이 넘겨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다.
강제성 따윈 일절 없는 한낱 ‘약속’일 뿐이기에, 그런 짓은 절대 불가능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조건을 건 거지?’
저 조건에 무슨 득이 있을까.
무슨 득이 있어서 저런 제안을 한 걸까.
아예 짐작도 안 간다.
그렇기에 뭔가 찝찝하다.
지금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게 바로 이 이유다.
“꺼림칙하다면 거절하면 된다. 그렇게 대답을 아끼는 걸 보니, 모라를 찾을 다른 방법을 지니고 있는 걸 테지. 그 방법으로 찾으면 될 뿐이다.”
대답이 늦어지는 것으로 말미암아, 내게 다른 수단이 있다는 확신을 얻은 듯하다.
확실히. 내게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깊게 고민하고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정말 그거면 됩니까?”
“그래. 내가 원할 때. 이 몸의 주도권을 얻을 수 있는 권한 1회. 그거면 충분하다.”
“……약속이고 뭐고, 세인 님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밖으로 나오는 건 불가능할 텐데요? 그래도 그 조건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래.”
“…….”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제안이었다.
대체 흑마도왕은 뭘 노리고 있는 걸까.
뭘 노리고 저런 제안을…….
‘……아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깊게 생각해 봐야, 신경만 날카로워질 뿐이다.
지금은 깊은 고찰 보다, 확고한 결단력이 필요할 때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쪽에서 손해 볼 게 전혀 없는 조건이다.
‘피니스를 이용하면, 모라를 찾을 수는 있겠지만. 최소 일주일은 걸릴 거야.’
일주일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대가가 지켜도 안 지켜도 되는 약속을 하는 것뿐이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흠. 승낙이라. 네가 지닌 수단이란, 시간적으로 소모가 많은 수단인 모양이로군.”
빠르고 확실하게 찾을 수 있는 수단을 지니고 있었다면, 굳이 이 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고민하면서 제안을 수락한 건, 지니고 있는 수단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흑마도왕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
“다행이군. 그쪽이 내 제안을 거절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야.”
흑마도왕이 안도 따윈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대로 하여금 찝찝함을 불러일으키기에 아주 적합한 표정이었다.
“……됐으니까, 모라가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주시죠.”
이대로 흑마도왕에게 질질 끌려다닐 수는 없다.
나는 바로 본제로 넘어갔다.
“모라는 네가 잘 알고 있는 곳에 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장소?
“……설마 한국에 있는 건 아니겠죠.”
내가 잘 알고 있는 장소라 함은 한국밖에 없다.
“아니. 아쉽게도 한국은 아니다.”
“그럼…….”
한국을 제외하고, 내가 잘 알고 있는 장소라 함은…….
“내가 말을 좀 잘못한 것 같군. 네가 알 만한 장소에 있다고 해야 했어.”
“…….”
말의 뉘앙스가 너무 확 달라졌는데.
“아니. 너와 나. 그리고 내 안의 둘과 연관이 있는 장소에 있다고 하는 게 맞았겠군.”
“……여기 넷과 관련이 있는 장소에…… 제가 잘 알 만한 장소면…….”
답은 한 군데밖에 없다.
“구 흑색 마탑의 본거지…… 인가요?”
3년 전.
우리가 최종 결전을 치른 땅.
흑마도왕의 성이자, 흑색 마탑의 본거지.
“정답이다. 모라는 흑성에 숨겨두었다.”
흑성.
모라를 숨겨 둔 장소는 흑성이었다.
“자세한 위치는…… 나도 모른다. 원래 놓아두었던 장소는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아.”
“……그렇겠죠.”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흑성은 그 누구도 발일 들일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
딱히 통제상의 이유로 출입이 금지됐다는 말이 아니다.
출입이 금지된 건, 위험상의 이유다.
“그렇게 철저히 붕괴됐으니……. 그 자리에 없는 게 당연하죠.”
흑성은 지금 완전히 붕괴되었다.
1년 반 전에 발생한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그 구조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다만. 모라를 찾기가 그리 쉽진 않을 거다. 그 안은 이미, 미궁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야.”
흑성은 흑마도왕이 온갖 마법을 사용해 만든 마도 요새다.
결계부터, 내부 구조까지.
하나하나 마법이 사용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요새가 붕괴했다.
붕괴하며, 내부의 설치된 마법들과 마도적 장치들이 하나같이 다 붕괴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군. 설마 그 성을 파괴할 생각을 하다니.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지?”
그렇게 붕괴된 마법과 장치들이 뒤섞이며, 마찰하고, 융합되었다.
그 결과 지금 흑성은 하나의 미궁, 던전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흑성은 저희가 파괴한 게 아닙니다. 흑색 마탑의 잔당들이 벌인 테러에 가까운 사건이죠.”
“과연. 그런 거였나. 그런 거였다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군.”
흑마도왕이 픽 웃었다.
나는 그런 흑마도왕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좀 쉽게 풀리나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
이번 일도 쉽게 해결될 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