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2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27화(427/466)
스텔라의 예상치 못한 활약으로 첫 번째 고비는 넘어섰다.
파티 밸런스 및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보험 삼아 데려온 스텔라가 처음부터 이런 큰일을 해 줄 줄이야.
기쁜 오산이라는 건 이럴 때 하는 말이겠지.
“어떻게 벤 거야?”
스텔라가 만든 틈새를 이용해 흑성 내부로 진입.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통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중.
미미르가 스텔라에게 찰싹 달라붙은 채 물었다.
“원래대로면 벤 순간 바로 재생되었어야 하는데. 어떻게?”
미미르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 서려 있다.
스텔라가 보인 기예를 보고, 흥미가 폭발한 듯하다.
“……그냥.”
마나를 벤 직후의 자신만만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다시 소심해진 스텔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엮여 있는 마나의 집결지를…… 일일이 다 벴어요.”
“……뭐?”
세상 소심한 표정과 세상 소심한 목소리로 세상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다.
“다 베?”
“네.”
“내 예상대로면, 최소 몇백 개의 집결지가 존재했을 텐데. 그걸 일일이 다 벴다고?”
“예.”
“모두 다 동시에?”
“네에.”
“…….”
미미르의 넋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이건 또 무슨 괴물이지?
미미르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 뭐야?”
미미르가 연구대상을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스텔라를 바라봤다.
얜 진짜 뭐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과 눈빛이었다.
“그런 거. 세인 비노슈도 못해.”
“어머니가……!”
스텔라가 순간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세인 님을 무시하는 듯한 말에 순간적으로 울컥한 듯하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어머니도 할 수 있어요.”
울컥함도 잠시.
곧장 침착함을 되찾은 스텔라가 조곤조곤 미미르의 말을 부정했다.
아직 화가 남아있는 듯, 목소리에 열기가 서려 있다.
“아니. 못해.”
미미르가 다시 한번 부정했다.
스텔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미미르를 노려보는 눈동자에 제대로 날이 서 있다.
“세인 비노슈의 검은 너보다 나랑 계승자가 더 잘 알아. 네가 방금 보인 검기는 세인도 못하는 기예야.”
“…….”
스텔라가 여전히 날카로운 표정을 유지한 채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내게 저 의견의 진위여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맞아.”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의 집결지 수백 개를 동시에 베는 건, 제아무리 세인 님이라고 해도 불가능해.”
평범한 물체를 수백 개 동시에 베는 건 세인 님도 충분히 가능했을 테지.
하지만 이번에 스텔라가 벤 건 평범한 물체가 아니라, 마나.
그것도 온갖 마나가 한데 뒤섞여 있는 장소에 위치한, 마나의 집결지다.
그런 거 수백 개를 동시에 베는 건 제아무리 세인 님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럴…….”
“세인 님의 검은 어느 쪽이냐고 하면 강검이거든. 그런 세밀한 운용은 불가능해.”
“…….”
뭐라 따지려고 하던 스텔라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세인의 검이 강검이라는 건 스텔라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테지.
“아예 이 공간 전체를 일격에 절단 내는 건 가능하셨을지도 모르겠네.”
세인 비노슈의 검은 나무를 일도양단 내는 건 가능해도, 나무의 썩은 부위만을 도려내진 못한다.
검의 특성이 그러하다.
“아무튼 마나의 집결지를 수백 개 동시에 제거한다는 기예를 보일 수 있는 건 스텔라 너뿐이야.”
스텔라의 검은 유검.
위력보다 컨트롤에 조예가 있는 검이다.
그렇기에 저런 기예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심검을 저 정도로 세밀하게 사용할 수 있다니…….’
대체 지난 몇 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세인 님이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하셨길래, 저렇게까지 성장한 것일까.
“……겉치레 말이 아니셨구나.”
“겉치레요?”
“아.”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와 버린 모양이다.
“아니. 그냥. 세인 님께서 하신 말이 떠올라서.”
“어머니가…… 뭐라고 하셨는데요?”
“내 딸의 재능은 나를 넘어설 수준이라고.”
지금이 최저점이니까 매수해 두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런 말을 하셨었다.
“어머니가요?”
“응.”
“……진짜요?”
“진짜지 그럼.”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겠는가.
“저…… 훈련 내내 욕밖에 안 먹었는데요?”
“욕을 먹어?”
“네. 이것밖에 못하냐고…….”
“…….”
이것밖에 못하는 게 심검으로 수백 개의 마나를 동시에 베는 거구나.
그렇구나.
‘음…….’
이것밖에의 벽이 너무 높은 건 아닌가 싶네.
“그냥, 더 열심히 하란 의미로 하신 말 아닐까?”
“그럴……까요?”
“그럴 거야.”
세인 님 성격에, 칭찬을 자주 하실 분도 아니고.
그냥 채찍으로 키울 생각이셨던 거겠지.
“그렇군요. 어머니가…….”
스텔라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는 표정. 세인 님께 인정받았다는 게 저리도 기쁠까.
‘……아니지.’
생각해 보면 기쁜 게 당연하다. 검사로서 세인에게 인정받았다는 건, 최고의 찬사나 마찬가지니까.
인정받으면 기쁠 수밖에.
“뭐가 됐던, 안심이 좀 되는구만.”
미미르가 뒷목에 깍지를 끼고, 그대로 뒤로 드러누웠다.
보이지 않는 소파에 드러누운 듯한 그런 모양새였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내심 네가 발목을 잡거나 하면 어쩌나 걱정 많았거든.”
“……그, 죄송해요.”
스텔라가 면목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또 그런다. 그런 면이 문제야. 알아?”
미미르가 몸을 옮겨, 스텔라의 얼굴 바로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댄다.
“자신감을 좀 가져. 발목을 잡을까 걱정했던 건 아까까지고, 지금은 그런 생각 전혀 안 하고 있으니까.”
“……예.”
자신감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
미미르가 오묘한 표정으로 스텔라를 바라봤다.
얘를 믿어야 해, 말아야 해?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앗.”
그때 스텔라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기성을 냈다.
순식간에 날카로워지는 표정.
눈 깜빡할 사이에 소심함 따윈 찾아볼 수 없는 냉철한 검사의 표정이 되었다.
서걱-!
그 상태로 검을 발도했다.
발도술의 묘리에 따라, 순식간에 검을 빼서 휘둘렀다가.
다시 검집에 납도.
그 과정은 0.5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뭐야?”
미미르가 뭘 한 거냐는 의미를 담아 물었다.
스텔라가 검에서 손을 떼고, 미미르의 뒤를 가리켰다.
미미르가 천천히 몸을 돌려 스텔라가 가리키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히익!”
미미르가 시퍼레진 안색으로 기성을 내질렀다.
기겁한 표정. 거부감이 도드라지는 방어 동작.
“뭐야 저 역겨운 건!”
스텔라가 가리킨 곳에는 몬스터가 있었다.
스텔라의 검에 베인 듯, 반으로 나뉘어 있는 벌레 형태의 몬스터.
“기분 나빠…….”
아니, 벌레의 형태를 하고 있는 몬스터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그냥 벌레스럽게 생겼다 뿐이지, 진짜 벌레 같진 않다.
“우웩.”
미미르가 시체를 보다보다, 못 보겠는지.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나도 지금 보고 있는 게 힘겨울 만큼, 역겨운 외견의 몬스터다.
저럴 만하다.
“……이 몬스터는 뭘까요?”
이 중에서 오직 스텔라만이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저 역겨운 외견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건가?
이 세상 모든 오물과 오물은 다 합쳐서, 구더기의 형태로 만든 것 같은 몬스터를 보고도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다니.
그렇다면 대단한 비위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다.
“하율 씨?”
“……아.”
스텔라의 부름에 정신이 들었다. 너무 역겨운 외견이라 순간적으로 생각이 멈춰 버렸었다.
“모르겠어. 나도 처음 보는 몬스터야.”
나는 다시금 몬스터의 외견을 샅샅이 살폈다.
다시 봐도 모르겠다.
내 기억에는 없는 몬스터다.
“미미르 씨는요?”
“……몰라! 이딴 몬스터, 기억에 없어!”
미미르가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린 채로 답했다.
“……음. 두 분이 모르신다는 건, 신종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네요. 이 마나의 틈새에서 탄생한 미지의 몬스터라는 걸까요?”
“그럴 확률이 높겠지.”
몬스터란 마나에서 태어난 미지의 생명체를 의미한다.
여긴 몬스터가 태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장소다.
“그나저나 신종 몬스터라…….”
나는 몬스터를 다시 한번 샅샅이 살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델라. 순찬아. 여기. 이쪽으로 와 봐.”
앞에서 선행하며, 주위를 경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던 아델라와 순찬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왜? 벌써 교대하…….”
순찬이가 뭐라뭐라 말하다 말고 갑자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몬스터의 사체를 보고 비위가 상한 것이리라.
“우웩. 뭐야 그놈은? 어디서 튀어나왔어?”
순간 역류할 뻔한 위액을 필사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한 듯.
순찬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눈치 못 챘구나.”
나는 그런 순찬이에게서 눈을 떼고 옆에서 멀뚱멀뚱 서 있는 아델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델라, 너는?”
“……몰랐어요. 뒤에서 습격이 있었군요.”
아델라도 순찬이와 마찬가지였다. 둘 다 이 몬스터의 출현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둘 다 아예 몰랐단 말이지. 큰일이네.”
이게 문제다.
몬스터의 외견은 뭐, 어떻게든 익숙해지면 된다고 쳐도.
이 감지가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이 몬스터. 아무래도 마법사는 감지가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거 같은데.”
“……마법사는 감지가 불가능하다고? 어떻게 하면 그런 게 가능해?”
“흑마도왕의 말에 따르면 이 안에는 대 마법사용 무력화 함정이나 마법진 수십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하니까. 그 마법진들에서 탄생한 몬스터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보통 몬스터는 탄생 당시의 마나에 맞는 특성과 외견을 지니게 된다.
저 신종 몬스터도 이 안에 존재하는 온갖 마나 성질에 영향을 받아 특성이 결정되었을 터.
마법사를 무력화시키는 마법진에서 마법사의 기감을 무시하는 형식의 특질을 얻었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법사는 감지가 불가능한 몬스터란 말이지…….”
순찬이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잠깐만. 마법사라는 건…….”
순찬이가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럼 하율이 너도 감지 못한다는 말이야?”
“……어. 나도 너희랑 똑같아.”
몬스터의 습격을 감지하지 못한 건 비단 아델라나 순찬이 만이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다.
스텔라가 움직여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럼 뭐야. 지금 이 몬스터를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의 시선이 스텔라에게로 집중되었다.
“맞아. 스텔라뿐이야.”
마법사가 아닌 기사.
이 몬스터의 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스텔라뿐이다.
“어…… 그…….”
갑작스레 몰린 시선에 당황한 듯, 스텔라가 어버버 거렸다.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이리라.
“그…….”
그렇게 스텔라가 뭐라 말을 하려던 찰나.
다시금 스텔라의 표정이 일변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냉정한 검사의 표정이 되었다.
그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습격.
아까 그 몬스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리라.
‘마침 잘 됐어.’
나는 그대로 스텔라를 향해 소리쳤다.
“스탑!”
검을 쥐었던 스텔라가 움찔 떨며 몸을 멈췄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 내가 할게.”
나는 그대로 스텔라가 바라보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스텔라는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즉, 여기에 몬스터가 있다.
나는 그대로 손을 들어, 전력을 담아 화염구를 쏘았다.
화르르르르륵!
8서클 수준의 위력을 담고 있는 화염구.
그것이 보이지 않는 몬스터에게 격돌하였다.
그리고.
키키키키키킥!
화염구는 꺼림칙한 웃음소리와 함께 소멸하였다.
흔적도 없이 완전히 소멸하였다.
“마법…… 무효화…….”
아델라가 경악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네.”
마법사에게 감지되지 않는 특성을 지닌 신종 몬스터.
흑성이 낳고, 흑성이 진화시킨 특수 몬스터.
“이 몬스터. 마법을 삼키는 특성까지 지니고 있어.”
이 몬스터는 마법사의 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