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3화(43/466)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리무진 안, 김석현은 신인혁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민혁 도련님과 민지 아가씨 같은 경우는 하율 도련님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김석현은 신인혁에게 명령받아 올림피아드까지 신하율의 신변을 보호하게 되었다.
오늘 보고는 그 신변 보호에 관련된 보고였다.
“그리고 의외로 세아 아가씨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흠.”
굉장히 의외였다.
신민혁이나 신민지는 몰라도, 신세아가 신하율에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니.
“아무래도 가주님의 명령이 크게 작용한 듯합니다.”
“……그 불같은 성정을 조금이나마 억제할 수 있게 된 모양이군.”
신세아의 막나가는 성격을 생각하면, 신인혁의 명령이고 뭐고 신하율에게 해코지를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틀렸다.
그래도 요 1년 사이에 정신적으로 조금은 성장한 모양이다.
“세아 아가씨의 성정이 조금은 유해지신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그런 이유보다는 아무래도 저와 그림자가 하율 도련님께 붙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겠지.”
백사혁 습격 사건에 대한 건 신세아도 알고 있다.
해당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림자가 전체적으로 움직였고. 그런 그림자의 움직임은 신세아도 당연히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김석현과 그림자가 신하율에게 붙어 있다고 확신을 했을 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한 도련님입니다만, 마찬가지로 하율 도련님에게 아예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관심이 없다고?”
“네. 뭔가 경계를 하는 듯한 느낌은 있었습니다만, 그것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세아 아가씨보다 관심이 적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하율이에게 감시를 붙인다거나 하는 정황도 없었나?”
“네. 전혀 없습니다. 깨끗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김석현이 저렇게 단언하는 이상, 신지한은 정말로 신하율에게 그 무엇도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계속 주의는 해 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가주님이 보호를 약속하신 기간까지는 다들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으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래 보이는군.”
신인혁도 김석현과 똑같은 의견이었다.
‘나쁘지 않군.’
신지한과 신세아.
둘 다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행동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1년 사이에 제법 성장한 듯했다.
“보고는 그게 끝인가?”
신인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물었다. 신인혁이 조사를 부탁한 건 저게 끝이 아니었다.
제일 중요한 게 남아 있다.
“…….”
김석현이 리무진의 운전석과 뒷좌석을 나누는 방음막을 다시 체크했다.
혹여나 지금 하는 보고가 운전기사의 귀에 들어갈까 걱정해, 최종 확인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문 내에 흑색 마탑과 내통하는 자가 없는가에 대한 보고를 하겠습니다.”
신인혁은 이전 렝 스미스 사건과 백사혁 습격 사건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렝 스미스는 왜 하필 그 타이밍에 움직였는가.’
‘신하율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 타이밍에 하필 시험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한 이유는?’
‘혹여 렝 스미스의 목적은 신하율이 아니었을까.’
‘백사혁이 신하율을 습격한 건 우연인가?’
‘백사혁이 하필 흑색 마탑의 증거나 다름없는 IL칩과 버서커로 무장하고 있던 것도 우연인가?’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이 두 사건이 각개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라면.’
‘흑색 마탑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하율이를 노린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가 흑색 마탑에게 사주를 해, 하율이를 노렸다면. 그건 십중팔구 마도신가 내의 인물이다.’
가능성은 그리 높진 않지만, 무려 흑색 마탑과 관련된 일이다.
내부의 누군가가 흑색 마탑과 내통했다는 정황이 알려지면, 마도신가의 입지는 처참하게 박살 날테지.
그렇기에 신인혁은 김석현에게 마도신가 내 구성원들을 조사하도록 시켰다.
만에 하나의 경우를 상정해서, 최악만은 면하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다.
“일단 하율 도련님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장로님들과 각 계열사 고위 간부들까지 총 32명의 조사를 끝마쳤습니다.”
“결과는?”
“깨끗합니다. 흑색 마탑에 한해서는요.”
이번에 조사한 32명 중에 내통자는 없다.
“흑색 마탑에 한하지 않으면 깨끗하지 않다고 들리는군.”
“네. 정확히 파악하셨습니다.”
김석현이 서류 가방에서 서류더미를 꺼냈다.
“32명 중 5명의 뒤가 상당히 구립니다. 이 이상 일이 커졌다면 하이에나들이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인혁은 건네받은 서류를 빠르게 읽어나갔다.
과연 김석현이 뒤가 구리다고 할만 했다.
“아무래도 가주님 선에서 빠르게 처리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이놈들은 선을 좀 많이 넘었다.
이 이상 활개를 치게 놔두면 마도신가의 이름에 먹칠을 할 게 분명하다.
“이 다섯 명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석현이 너는 계속해서 조사를 부탁하마.”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인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 후에도 지한이와 세아의 주위는 계속해서 살피도록.”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그 후, 나는 엘레나에게 이끌려 인근 공터로 나왔다.
엘레나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 위해 ‘신안(神眼)’에 대한 전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어머. 미미르를 벌써 만나셨나요?”
공터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중, 문득 미미르가 부탁한 말을 전하는 걸 까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드레이크부터 시작해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네. 미미르가 자기는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 달라 하더군요.”
“……그런가요. 잘 지낸다니 다행이네요.”
엘레나가 쓴 웃음을 지었다.
미미르가 안부를 전해 달라고 할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둘이 뭔가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소식을 들었네요.”
“아닙니다. 저는 말을 전한 것뿐인데요 뭐.”
감사를 들을 일이 아니다.
“그나저나 미미르를 만났으면 그린우드 숲이나 저에 대한 것도 미리 알고 계셨을 텐데…….”
엘레나가 한쪽 뺨을 부여잡고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가 왜 그렇게 놀란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몰랐습니다.”
“어라? 미미르가 말 안 해줬나요?”
“네.”
알았으면 그렇게까지 안 놀랐을 거다.
“엘레나 님과 무슨 약속을 한 게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말을 안 해주더라고요.”
약속.
그 두 음절 단어가 나온 순간, 엘레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군요. 저는 더 이상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는데…….”
뭔가에 후회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엘레나 님?”
“아, 죄송해요. 저 때문에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졌네요.”
“아뇨. 그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엘레나가 언제 우중충했냐는 듯이 다시 활짝 웃었다.
꽃이 활짝 만개한 듯했다.
“그나저나 약속이라는 말을 꺼낸 걸 보면, 미미르가 꽤나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이네요.”
“네?”
뜬금없는 말이었다.
미미르가 날 마음에 들어 한다고?
“아닌가요?”
“음. 사이가 나쁘진 않은데…….”
오히려 사이는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쵸?”
엘레나가 그럴 줄 알았다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저러니까 괜히 더 신경 쓰이네.
“그, 대체 무슨 약속을 한 건가요?”
사적인 일이기도 하고, 두 명의 반응도 좀 그래서 어지간하면 안 물어 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너무 궁금하다.
대답 안 해 줄 확률이 높다곤 생각하지만, 일단 물어는 봐야겠다.
“그런 게 있어요.”
“……역시 비밀이군요.”
예상대로 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럼요. 둘만의 약속이라서요. 계승자님은 물론이고 레이한테도 말할 수 없답니다.”
옛 일을 회상하는 듯, 엘레나의 미소가 아련해졌다.
“그럼 그, 미미르와는 무슨 사이인가요?”
“친구에요.”
“친구…….”
미미르와 엘레나는 친구 사이다.
그리고 엘레나는 자신을 레이의 지기라고 소개했으며, 과거에 실존했던 인물이다.
“그 말은 즉, 미미르도 엘레나 님처럼 과거에 실존했던 사람이란 거네요.”
내 말에 엘레나가 조금 놀란듯했다.
“……아직 그런 것도 말 안 해 줬군요. 참…… 미미르답네요.”
그리곤 다시 쓰게 웃었다.
아까완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철없는 아이의 행동에 쓴웃음을 짓는 어머니 같은 미소라고 해야 할까.
“계승자님껜 죄송하지만, 그 질문엔 제가 대답해 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친구가 비밀로 하고 있는 걸 제가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미미르에게 직접 들으라는 말이군요.”
“예.”
“알겠습니다.”
굳이 억지로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다.
“아무튼 고마워요. 계승자님께서 이런 이른 단계에 미미르의 서를 발견해 주신 덕분에, 마지막으로나마 이렇게 그 아이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어요.”
엘레나가 다시금 내게 감사를 전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냥 운 좋게 미미르의 서를 발견한 것뿐이에요.”
“어머. 그럼 계승자님의 천운에 감사를 해야겠네요.”
엘레나가 입을 가리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까 전과 다르게,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신 듯하다.
보고 있는 나까지 기분 좋아지는 미소였다.
“이 일에 대한 보답은 신안의 훈련으로 갚아드릴게요.”
“아, 그럼 감사하죠. 최대한 빡세게 부탁드립니다.”
훈련은 빡세야 제 맛이지. 음.
“누가 레이의 계승자 아니랄까 봐. 그런 면도 똑같네요.”
엘레나가 키득키득 웃었다.
“그럼 계승자님의 부탁대로, 혹독하게 훈련시켜드리겠습니다. 각오하세요.”
엘레나가 웃었다.
뭔가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미소였다.
“그럼 이쪽으로 오셔서 제 앞에 등을 보이고 앉으시겠어요?”
“네.”
나는 엘레나가 가리키는 나무 밑동에 걸터앉았다.
엘레나가 내 등에 손을 얹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엘레나의 마나는 순식간에 내 인피니티 서클과 하나가 되어 내 신체 내부를 회전했다.
“일단 신안에 대한 걸 설명할게요. 신안에 대한 건 하나도 모르시죠?”
“네. 제 눈의 이름이 신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드레드의 서에는 물론 미미르의 서에도 신안이라는 단어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신안에 대한 정보는 4서클이 되신 후에 미미르의 서에서 찾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4서클부터요?”
신안을 일깨우는 건 3서클 때인데, 정보는 4서클 때 나온다고?
“네. 레이가 어차피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 제가 있다는 이유로 신안에 대한 건 모조리 빼 버렸거든요.”
“……굳이 정보를 뺄 이유가 있나요?”
엘레나가 살짝 화가 난 표정이 되었다.
“만약 계승자가 혼자서 신안을 익히기라도 하면 제가 할 일이 없어져서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재밌죠?”
“…….”
하나도 재미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약간 자존심이 상한 것 같기도 하고.
“그 외에도 정보량 과다, 점유율 과다 등의 문제도 있었구요.”
“아.”
미미르도 했던 말이다.
이드레드의 서에는 정보량, 처리량, 점유율 과다 등의 이유로 축약된 정보만이 기록되게 되었다고.
그것과 부합되는 말이리라.
“앗. 또 얘기가 샜네요.”
엘레나가 다시 내 신체의 인피니티 서클에 집중했다.
“아무튼 신안은 인피니티 서클과 쌍벽을 이루는 바이테너식의 근간이에요. 인피니티 서클에 맞춰 성장하는 게 특징이죠.”
내 신체를 회전하던 엘레나의 마나가 서서히 내 머리, 정확히는 눈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신안은 마나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을 지녔어요. 1서클에는 마나의 색을 볼 수 있고. 2서클 때는 마법식의 단편적인 구조를 볼 수 있어요.”
동시에 엘레나가 내 어깨에 얹고 있던 손을 내 눈으로 옮겼다.
눈이 가려져 순식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3서클에는 마법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됩니다.”
“마법의 본질…….”
“그걸 위해선 일단 보고 싶을 때 마나를 볼 수 있어야 해요.”
마나가 내 망막에 스며들었다.
엘레나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던 일말의 빛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신안으로 볼 수 있는 마나는 시각과는 전혀 관계없는 제 6의 감각이에요. 그 감각을 깨우치기 위해선 일단 다른 감각을 완전히 봉인할 필요가 있어요.”
내 얼굴에서 엘레나의 손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은 캄캄한 어둠인 채다.
눈을 깜빡깜빡해 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때요? 하나도 안 보이죠?”
“……이건 무슨 마법인가요?”
다크니스 블라인드를 비롯한 시야 차단 마법은 말 그대로 눈앞에 어둠을 드리워, 시야를 막는 마법이다.
즉, 눈에 직접 작용하는 게 아니라 눈 위에 안대를 씌우는 형태의 마법이란 것이다.
하지만 엘레나가 쓴 마법은 내 눈을 무언가가 가렸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실명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나로 눈의 신경을 차단했어요. 시야 차단 마법으론 시각을 완전하게 차단할 수가 없으니까요.”
“눈의 신경을…… 차단해요?”
그런 마법, 듣도 보도 못했다.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돼요. 아직 시작도 안 했거든요.”
“네?”
“말했죠? 신안은 오감과는 다른 제 6의 감각이라고. 제 6감을 단련하는 데, 다른 감각은 방해밖에 안 돼요.”
그 순간, 내 신체 전체에 위화감이 생겼다.
뭔가 내 신체가 내 것이 아닌 듯한 감각.
내 손으로 피부를 만져 봐도 아무런 감각이 없다.
“촉각을 지웠어요.”
다음엔 냄새가 사라졌다.
숲을 가득 감싸고 있던 싱그러운 내음이 순식간에 무미무취로 변했다.
“후각. 다음으로 미각.”
미각은 크게 느껴지는 게 없었다.
하지만 분명 사라졌을 테지.
“마지막으로.”
청각.
나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 말을 듣기 전에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나는 지금…… 살아 있는 건가?’
모든 감각이 사라진 세상.
그것은 가히 죽음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