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3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30화(430/466)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온 직후.
내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쥐고 있는 문쪽으로 몸이 끌어당겨지는 듯한 느낌.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흡인력.
그 힘에 어떻게든 항명하며, 소리쳤다.
“지금부터 우리 넷 다 갈라질 거야!”
다들 각각 쥐고 있는 문쪽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함정인지, 아니면 원래 이런 구조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대로 분열될 거란 것만은 확실해.”
무슨 짓을 해도 문고리를 쥐고 있는 손을 뗄 수가 없다.
아델라, 순찬이, 스텔라도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보인다.
지금 우리가 무슨 수를 쓴다 해도, 이 상황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부터 각자 살아남아야 해.”
이제부터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이다.
“떨어진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 장소가 넷으로 나뉘면 각 장소별로 그만큼 마나량이 줄어든다는 말이야. 혼자서 대처할 수 없는 수준의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거야.”
장소가 넷으로 나뉜다는 건, 미궁 내 마나 또한 네 등분으로 나뉜다는 말이다.
마나량의 감소에 따라 미궁 내 출현하는 몬스터나, 함정도 덩달아 약해질 것이다.
“분리는 우리한텐 좋은 상황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공략을 진행해라.
그렇게 말하던 중.
쿠구구구구구궁-!
엄청난 굉음과 함께 안 그래도 강했던 흡인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나는 그대로 아무런 말도 추가하지 못한 채, 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계승자.”
미미르의 목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여긴…….”
눈을 뜨자마자 곧바로 주위를 살폈다.
방금 전까지 있던 장소와 생김새나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다.
대충 방금 전 방에서 모든 문을 제거하고, 복도의 형태로 만들면 이런 구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계승자의 말대로 넷 다 뿔뿔이 흩어졌어.”
미미르가 아직 내가 확인하지 않은, 뒤편을 가리켰다.
“문이 있기는 한데. 안 열릴 것처럼 생겼고.”
뒤에는 문이 있었다.
방금 전 나를 빨아들인 문과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문.
아니,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똑같은 문이 맞으리라.
“이대로 각자 흩어져서 공략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
미미르가 허공에 손가락을 타다다닥 움직이며 말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홀로그램 키보드를 조작하고 있는 모양이다.
“연락은…… 안 되네. 연락이 되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더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엘레나 님, 아스란 님과 연결을 해 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다가갔다.
다시 문고리를 쥐고, 돌리기 위해 힘을 주었다.
“역시 안 열리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열릴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마나가 아예 변화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제대로 분열됐네.”
“응.”
미미르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설마 거기서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
“……누가 알았겠어.”
그냥 미로 형태일 뿐이라 생각하지. 누가 그대로 분리될 거라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래도. 아까 계승자가 말했던 것처럼. 마냥 나쁜 상황은 아니니까.”
“그치. 마나량이 이 정도로 대폭 감소했으면 뭐…….”
나는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방금 전까지의 방대한 마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정쩡한 마나만이 남아있다.
솔직히 이것도 상당한 마나량이긴 하지만, 비교 대상이 방금 전 그 방이라 그런가, 상대적으로 엄청 적게 느껴진다.
“아델라랑 순찬이한텐 엘레나 님이랑 아스란 님이 붙어 있으니까, 진짜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에야 문제가 생길 것 같진 않은데…….”
그 둘에 대한 걱정은 딱히 하지 않는다.
걱정되는 건 딱 하나.
초입 부분에 나온 마법에 대한 완전 면역력을 지니고 있는 몬스터가 출현하는 것 정도.
그게 아니면 그 둘에게 뭔가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으리라.
“스텔라가 좀 걱정이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스텔라다.
따로 파트너를 지니지 않고 있는 데다가, 미궁에 대한 지식도 많지는 않을 터라.
문제가 생긴다면 이쪽에서 생길 확률이 매우 높다.
“걔? 걔는 뭐, 걱정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
미미르가 ‘그런가?’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넌지시 말했다.
“지식이 있든 없든 간에 감이 워낙 좋아서 뭐…….”
미미르 머릿속에서 스텔라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못해도 신뢰도 상위권 내에 들어있는 것 같다.
“너무 걱정하지 마.”
미미르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배시시 웃었다.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렇지.”
여기서 뭘 더 할 수 있는 게 없는 이상, 걱정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빨리 공략을 끝마치는 것뿐이다.
누군가가 먼저 도착하는 게 공략 완료 트리거일 수도 있고.
도착지점이 동일하다면, 거기서부터 역으로 동료들을 찾으러 갈 수도 있을 테니.
“가자.”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복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10분을 걸었을까.
“……어?”
복도 모퉁이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과 조우했다.
“……하율 씨?”
“……스텔라?”
스텔라 비노슈.
그녀가 세상 깜짝 놀랐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한편, 다른 복도.
지순찬 또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단단히 잡고, 모든 것을 경계하겠다는 표정과 자세로 천천히 길을 나아가고 있다.
“원숭이 같군.”
그렇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은, 딱 원숭이 같았다.
“동작 예술 같은 자세는 적당히 해 두고, 빨리 걷기나 해라.”
아스란이 뒤에서 팔짱을 낀 채, 한 소리를 했다.
“……빨리 걷다가 함정이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려고요?”
“안 나온다. 근처에 함정 같은 건 없어.”
아스란이 복도를 바라봤다.
공간을 다스리는 마법사이니만큼, 아스란의 공간 지각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레벨이다.
이런 평범한 구조의 복도 따위는 아스란의 눈엔 도면처럼 보인다.
그것도 설계자가 만든 도면처럼 말이다.
함정이 있는지 없는지 따위는 한눈에 알 수 있다.
“……진짜 없는 거 맞아요?”
“없다.”
“진짜로요?”
지순찬의 연이은 의심에 아스란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쫑알대지 말고 내 말대로 해라.”
죽기 싫으면 그냥 처걸어라.
아스란은 그런 의지를 듬뿍 담아, 지순찬을 노려봤다.
지순찬이 흠칫 어깨를 떨고는 입을 다물었다.
“……예, 알겠습니다. 빨리 걸으면 되잖아요.”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는 경직된 자세로 걸음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잘도 함정 같은게 있군. 안 그런가?”
방금 전 진행 속도 대비, 3배는 빠른 속도로 걷고 있는데도, 함정 같은 건 발동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스란의 말대로였다.
“너는 그냥 내 지시만 따라라. 그게 제일 생존율이 높아.”
“……예.”
지순찬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뭐고, 아스란의 말대로 하는 게 맞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아스란이 혀를 끌끌 찼다.
지순찬이 울컥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도 나름 생각을 해서 조심했던…….”
“생각도 생각 나름인 법이다. 변명하지 말고 걷기나 해라.”
지순찬이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그 입. 잘라버리기 전에 넣도록.”
“……옙.”
입술을 오므리고 입을 다물었다. 평소 두 사람이 사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멈춰라.”
그렇게 길을 나아간 지 약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저 멀리 복도 모퉁이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으로 확 꺾여 있어서 너머의 전경을 확인할 수가 없다.
“여기선 천천히 진행해라.”
아스란이 복도의 구조를 확인하기 전에는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예.”
지순찬이 한껏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살금, 살금. 도둑이 걸음을 옮기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발소리도 내지 않고 천천히 길을 나아간다.
그렇게 천천히 모퉁이 너머의 풍경을 확인한 바로 그때.
“왁!”
누군가가 왁 소리를 내며 지순찬의 얼굴 바로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으아아아악! 씹! 뭐야앜!”
지순찬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곧장 마법을 사용하려 마나를 회전시켰다.
“……으잉?”
그러던 중, 상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짜식. 쫄기는.”
익숙한 얼굴.
너무 많이 봐서, 부모님만큼이나 익숙한 친우의 얼굴.
“하율이 네가 왜……?”
신하율.
그가 복도 지순찬의 반응을 즐기듯이 웃으며 다가왔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쭉 걸어왔을 뿐인데, 네가 있네?”
신하율이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원래부터 이렇게 둘 둘씩 만나는 구조로 돼 있는지. 아니면 뭔가 트리거가 있었어서, 만날 수 있게 된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신하율 그 자체였다.
“좀 아쉽네. 이렇게 만날 거면 스텔라나 아델라랑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뭐? 왜?”
“우리 중에 누가 죽게 된다고 치면, 네가 죽는 게 제일 전력 손실이 적잖아?”
“……오호라.”
저런 농담도 신하율 그 자체였다.
“오냐. 최소 전력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지순찬의 긴장은 곧바로 풀렸다. 신하율이라는 믿을 만한 리더의 등장에, 긴장과 경계심 따위는 뜨거운 물을 만난 설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워워, 진정해. 우리 지금 공략 중이야. 진짜 마법을 쓰려는 건 아니지.”
“……공략 중에 그딴 헛소리를 하는 건 맞고?”
“어허. 너무 긴장한 거 같아서 긴장 좀 풀라고 농담한 거잖아. 이걸 몰라주네.”
신하율이 신하율답게 웃었다.
지순찬도 그런 신하율의 웃음을 바라보며, 똑같이 웃었다.
“그래 짜샤. 긴장이 풀리긴 했네.”
“역시 나밖에 없지?”
두 명이 서로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간만에 만난 친구를 환영하듯이.
“그래. 너밖에 없다 인마.”
지순찬이 ‘에휴’하는 한숨과 함께 신하율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근데. 저기서 네가 나타났다는 건, 저쪽도 막힌 길이라는 말인데. 어디로 가야 되냐?”
그렇게 5미터 정도까지 가까워진 바로 그때.
“……물러나라.”
아스란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순찬이 그대로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학습된 공포에서 비롯된 무조건 반사였다.
“……왜?”
신하율이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
지순찬이 뒤로 물러난 자세 그대로 굳었다.
머리가 복잡하다.
왜 아스란은 갑자기 물러나라는 말을 한 것일까.
“신하율.”
아스란이 다시 말을 걸었다.
신하율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신하율.”
또 다시,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미미르 님은 어디 있지?”
“……!”
그제서야 지순찬도 눈치를 챘다.
신하율의 곁에 찰싹 들러붙어 있어야 할 사람.
미미르가 없다.
“순찬아? 왜? 주위에 뭐 느껴지는 거라도 있어?”
지순찬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스란의 말을 듣지 못하고.
미미르를 대동하고 있지 않다.
이 말은 즉.
“……너. 누구야?”
눈앞의 이 남자는 신하율이 아니다.
“누구냐니? 뭔 소리야? 뭐, 환각 마법이라도 걸렸어?”
소름이 돋았다.
표정 행동 몸짓 호흡 시선 처리. 모든 것이 신하율 그 자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닌가? 진짜 하율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하율은 신하율 본인이었다.
“……너. 하율이를 어떻게 한 거야?”
누가 봐도 신하율 본인인데, 이 남자는 진짜 신하율이 아니다.
그렇기에 소름이 돋았다.
“음…….”
신하율의 표정이 굳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그 상태로 뒷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지순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리고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싱긋 웃었다.
“어떻게 알았어?”
신하율이 아닌 무언가가, 신하율인 척을 포기하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