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3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31화(431/466)
나는 스텔라와 합류한 직후, 새로 나타난 문을 열고 다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다행이에요.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스텔라가 진심으로 안도했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궁이나 던전에 대한 건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짓는다.
“혼자서도 잘했을 거 같은데.”
“아뇨. 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요.”
스텔라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련하게 웃었다.
공략을 진행하며, 어느 정도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어느 정도’ 수준만 되찾은 것 같다.
원래의 위풍당당한 모습까지 돌아가기까진 아직 한참 남은 것 같다.
“여러모로 다행이긴 하지. 셋 중에 제일 걱정되는 게 얘였으니까.”
미미르가 뒤에서 슬쩍 한 마디를 건넸다.
스텔라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뭐가 됐던. 이렇게 합류해서 다행이야.”
이렇게 우리 둘이 합류했다는 건, 저쪽도 순찬이랑 아델라랑 합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1명씩 뿔뿔이 흩어지는 것보다, 2명씩 나뉘는 게 훨씬 안정도가 높다.
공간이 넷에서 둘로 합쳐지는 것으로 공략 자체의 난이도가 오르긴 했겠지만, 그걸 다 감안하고서도 합류가 훨씬 이득이다.
미궁은 마나가 2배가 되며 난이도가 2배 상승했을 뿐이지만, 이쪽은 둘이 합쳐져서 셋 이상의 시너지를 낼 테니 말이다.
“오는 길에 뭐, 이상한 건 없었어?”
“예. 없었어요.”
“……그래? 의외네. 내 쪽에도 뭐가 없었어, 그쪽엔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럴 거면 왜 굳이 처음에 넷으로 분단시킨 걸까.
굳이 아무것도 없는 복도를 쭉 걸어가서, 팀원들과 합류하게 둘 거면 왜 굳이?
‘그냥 랜덤으로 둘씩 나뉘게 하는 게 목적이었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운 좋게 전위와 후위를 각각 분리할 수 있게 되면, 여러모로 곤란해질 테니까.
……물론 우리 파티는 모두가 전위이자, 후위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서도.
“음…… 그냥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뭐가 나오기야 하겠지.”
이대로 아무것도 없이 쭉 걷게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몬스터나 함정 정도는 수시로 등장하겠지.
흑성에 설치되어 있던 함정만 100개가 가뿐히 넘어간다고 했으니까.
함정이 없을 리가 없다.
“여기부턴 조심해서 가자. 내가 앞장설게.”
“예.”
“신종 몬스터가 나오면 부탁해.”
“네. 그놈들은 맡겨두세요.”
스텔라가 검집에 꽂아 둔 검을 손바닥으로 살짝살짝 두드리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최대한 주의해 볼게.”
미미르도 내 뒤에 찰싹 붙은 채,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살폈다.
내 감각과 미미르의 분석력, 그리고 스텔라의 속도면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거다.
무슨 함정이던 나와 보라지.
나는 그런 자신감을 갖고 길을 나아갔다.
그러나.
‘왜 아무것도 없지?’
함정도, 몬스터도 나올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장장 20분 동안 걸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
기분 나쁠 정도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조용할까요?”
너무 조용해서 반대로 불안해진 듯, 스텔라가 눈살을 찌푸린 채, 차갑게 말했다.
“모르겠어. 보통, 미궁이나 던전은 보유 마나량에 비례해서 몬스터나 함정이 준비되어 있기 마련인데…….”
몬스터고 뭐고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건 대체 무슨 조화일까.
“이러면…… 최심부에 상당한 수준의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
마나량에 어울리는 몬스터나 함정이 없다.
이 말은 즉, 이 방대한 마나량을 혼자 독식하고 있는 몬스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마나량을 생각하면…… 우리 둘이서 힘을 합쳐도 버거운 상대겠어.”
“……고작 몬스터가 그 정도로 강할 수가 있어요?”
“가능해. 충분한 양의 마나만 있으면 뭐든지 될 수 있는 게 몬스터란 존재들이니까. 실제로 내 마법을 완전히 무효화하는 몬스터도 출현했었잖아?”
그런 어처구니없는 몬스터가 존재하는데, 궤를 달리하는 강함을 지닌 몬스터라고 존재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마법 무효화 특성은 지니지 않은 놈이면 좋겠는데.”
마법 무효화 특성만 없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마법 무효화 특성을 지니고 있어도 크게 문제는 없어. 그 특성의 밸류를 생각하면, 그 특성을 지니는 대가로 신체 능력은 대폭 떨어질 거야. 그 정도면 스텔라 비노슈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어.”
“……그러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특성의 사기성을 생각하면 해당 특성을 지니기 위해 필요한 마나량은 상당한 것일 터.
스텔라와 함께 있는 이상,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는 특성이다.
내가 마법 무효화를 너무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스텔라. 만약 마법 무효화 개체가 나오면 부탁 좀 할게.”
“네? 아, 네.”
상념에 잠겨있던 스텔라가, 내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물리 공격 무효화 특성 같은 걸 지닌 개체가 나오면 나한테 맡겨 두고.”
“예. 그땐 부탁드릴게요.”
스텔라가 배시시 웃었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궁-!
돌연 복도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지진은 아니다.
지진치고는 너무 진동이 약하다.
‘뭔가…… 던전의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는 듯한…….’
구조가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진동 같은 느낌이었다.
“하율 씨!”
그때, 스텔라가 내 몸을 밀쳤다.
그리고 그 순간.
쒜에에에에엑-!
무언가가 우리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창인가?’
아니. 창이 아니다.
기둥. 이 복도의 벽면과 똑같은 광석으로 만들어진 기둥이 우리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계승자! 또 와!”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기둥들도 날아들었다.
‘타겟이…….’
이 기둥들은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한 함정인가?’
기둥은 정확히 나와 스텔라 사이로 날아들고 있었다.
네 개, 다섯 개.
셀 수도 없이 많은 기둥들이 날아들었다.
“하율 씨!”
촘촘하게 날아드는 기둥들.
기둥의 틈새로 스텔라의 눈동자가 보인다.
당황한 듯하면서도, 뭔가를 결의한 듯한 눈빛이었다.
“조심하……!”
스텔라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뒤따라 날아든 기둥들이 틈새를 모조리 막아버렸다.
도중에 완벽하게 소리가 끊긴 걸 보면, 소리의 이동까지 막을 만큼 견고한 외벽인 걸로 보인다.
쿠구궁-!
완벽하게 둘로 분열됨과 동시에 다시 한번 떨리는 공간.
아까보다 훨씬 약한 진동이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려 뒤쪽을 바라봤다.
“벽이…… 열려?”
벽이 열리고 있다.
마치 미닫이문이라도 된 것처럼 스르르 움직여, 벽 너머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계승자. 여기…….”
벽 너머에는 공터가 있었다.
아니, 공터가 아니라 대공동이라고 해야 할까.
평범하게 공터라 말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거대하다.
“……보스존인 거 같아.”
미미르가 저 멀리서 웅크리고 있는 역겨운 살점 덩어리를 가리켰다.
“……그래 보이네.”
익숙하다면 익숙한 외견의 몬스터.
오는 길에 수십 마리나 봤기에, 못 알아볼 수가 없는 외형의 몬스터.
그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크기 정도뿐이다.
“뭐가 저렇게 커?”
다만, 그 크기의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
초입에서 만난 몬스터들이 대형견 정도의 크기였다고 치면, 지금 눈앞에 있는 몬스터는 적당한 빌라 정도의 크기다.
“설마…….”
미미르가 침을 꼴깍 삼키고 말했다.
“초입에서 우릴 습격한 몬스터는…… 저놈의 일부였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미미르의 가설은 곧 현실이 됐다.
“……맞는 거 같은데?”
놈의 끈적거리는 살점에서, 뭔가가 껌처럼 쭈욱 떨어져 내리더니, 이내 하나의 몬스터로 변하였다.
미미르의 말마따나, 초입에서 만났던 몬스터들은 저놈의 일부인 듯하다.
키긱, 키기기기긱, 키긱!
그렇게 놈의 피부로부터 탄생한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
놈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그 외견에 걸맞은 역겨운 울음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계승자!”
미미르의 호령과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그리고 곧장 마법을 준비.
그대로 놈들에게 격발한다.
파앙!
허나 내 마법은 놈들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나름 전력을 담은 마법이었거늘, 놈들의 피부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
“마법 무효화…….”
아무래도 이놈들 전부 마법 무효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
“미미르!”
미미르가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가 다 끝났다는 신호였다.
나도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시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초입에서는 마나가 불안정해서 사용할 수가 없었지만, 여기서라면……!’
지금 이 공간에서라면 사용할 수 있다.
“이그니스!”
“이그니스!”
손을 내뻗고, 그대로 마법의 시동어를 외쳤다.
나와 미미르의 목소리가 하나 되어 울려 퍼졌다.
화륵, 화르르르륵!
순식간에 주위를 가득 채운 태초의 불꽃.
세상 만물 모든 것을 불태우는 신화시대의 화염.
그것이 몬스터 놈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제아무리 마법 무효화라고 해도 이그니스는 막을 수 없을 터.’
마법을 무효화하는 데도 한계라는 게 있을 터.
이그니스라면 뚫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화르르르륵!
끼에에에에에엑!
내 예상대로, 이그니스는 몬스터 놈들을 불태우는 데 성공했다.
내게 다가오던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화염에 휩싸인 채 고통스러운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땅을 굴렀다.
“……형체가 남아있어?”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설마 이그니스를 정통으로 맞고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을 수가 있다니.
대체 마법 무효화가 얼마나 강력하면 저럴 수 있는 걸까.
‘이러면 본체까지 데미지를 줄 수가 없어.’
마법 저항력이 너무 높다.
이그니스로는 이놈들을 뚫고 저 거대한 본체까지 데미지를 줄 수가 없다.
“계승자! 또 와!”
미미르가 다시 소리쳤다.
방금 막 태어난 몬스터들이 내 쪽을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이그니스로 안 된다면, 이그니스 보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면 될 뿐이다.
동료가 있거나,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야생마.
그놈을 풀어헤친다.
“디솔루티오!”
“디솔루티오!”
이번에도 나와 미미르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발현된 디솔루티오.
파괴의 근원이 똬리를 내렸다.
“미미르! 미리 말해두지만 제어할 생각은 버려!”
“알아! 그냥 풀어헤치는 거라며!”
저 거친 에너지를 100% 컨트롤하는 건 불가능하다.
디솔루티오는 이대로 방생해 두는 게 올바른 사용법이다.
쒜에에에에에엑-!
회색빛 에너지가 야생마처럼 거칠게 달려나갔다.
내가 지정한 공간의 모든 걸 파괴하겠다는 듯이.
거칠게 포효하며 난동을 부린다.
키에에에에에엑!
가히 압도적인 폭력.
디솔루티오에 닿은 몬스터들이 먼지가 되어 허공을 흩날렸다.
‘뚫을 수 있겠어.’
디솔루티오는 멈추는 법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이, 계속해서 진격했다.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짓밟으며, 계속해서 전진해 나갔다.
그리고.
‘닿았다.’
디솔루티오는 곧 목표에 도달했다.
거대한 살점 덩어리.
콰아아아악!
몬스터를 무한히 잉태하고 있는 역겨운 보스 몬스터의 중심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됐다! 성공했어!”
미미르가 쾌재를 불렀다.
나도 미미르와 마찬가지로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본체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걸로 상황은 종료다.
나도 미미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꿈틀.
그런 우리의 예상은 곧, 산산이 부서졌다.
꿈틀, 꿈틀!
정중앙에 구멍이 뻥 뚫린 살점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그리고는 그 위로, 웬 마법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난생처음 보는 형태의 마법진.
하나부터 열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온갖 룬어들이 가득 새겨진 마법진이 살점 덩어리를 감쌌다.
“재생하고 있어?”
미미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점 덩어리가 재생하기 시작했다.
아니, 마법진이 살점 덩어리를 회복시키고 있다.
“아니, 저건 재생이 아니야.”
재생은 세포 분열을 촉진시켜 강제로 상처를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저렇게 세포 분열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그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고 재생이라곤 하지 않는다.
“재생이 아니면 뭔데?”
“저건…….”
나는 한층 더 눈에 마나를 집중시키고, 살점 덩어리의 상태를 관찰했다.
떨어졌던 살점의 파편들이 그대로 중력을 거슬러,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마치 동영상을 되감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시간 역행.”
살점 덩어리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고 있는 거야.”
모라의 힘을 사용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