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3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33화(433/466)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모라를 흡수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러면 무리를 한 건 문제도 아니게 된다.’
이번 미궁 탐사의 최종적인 목표인 ‘모라 획득’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는데.
이깟 탈진이 뭐가 대수겠는가.
이후에 벌어질 혹시 모를 위험을 생각하면, 이 정도 무리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
‘뒤에 다른 3스테이지, 4스테이지를 공략할 걸 생각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흑성 내 마나량을 생각하면 5스테이지 이상 스테이지가 존재할 지도 모를 노릇이다.
지금 이곳 2스테이지에서 모라를 찾은 건, 천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이제 아델라네랑 합류하는 게 문젠데…….’
목표물이었던 모라의 성유물은 찾았다.
이제 미궁을 더 공략할 필요는 없어졌다.
남은 건 안전하게 미궁을 빠져나가는 것뿐.
그러기 위해선 일단 동료들과 합류부터 해야 한다.
미궁에서 이탈하는 건 그 후의 일이다.
“계승자.”
그렇게 생각을 하는 중.
미미르가 나를 불렀다.
“확인됐어. 계승자의 말대로, 봉인이 풀려 있어.”
모라의 분석이 끝난 듯하다.
“그럼 그냥 아에스에 넣으면 되는 거야?”
봉인이 없다는 건, 따로 만지는 데 지장이 없다는 말과 같다.
그냥 손에 넣어도 될 테지.
“아니. 그건 안 돼.”
미미르가 절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모라의 성유물은 가공되지 않은 날것이야. 손을 댄 순간 성유물 안으로 빨려들어 갈 거야.”
“마나를 차단하고 아에스에 넣으면 되는 거 아냐?”
날것이고 뭐고, 결국 성유물에 내 마나를 불어넣지만 않으면 성유물 내로 빨려 들어가는 일은 없다.
성유물은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
미미르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모라의 성유물엔 시간 고정 마법이 걸려 있어.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손에 넣는 건 불가능해.”
“성유물의 시간이 고정돼 있다고?”
“응. 그래서 저렇게 아무 미동도 없이 떠 있는 거야.”
처음 듣는 말이었다.
시간이 고정 돼 있다니.
마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걸까.
“성유물에 걸려 있는 시간 고정을 풀려면, 피니스를 이용해서 다시 간섭을 해야 해. 그럼 필연적으로 성유물 내에 마나가 닿을 거고. 그러면…….”
“마나가 자연스레 유입되면서, 내 몸이 성유물 내로 빨려 들어간다. 이 말이네.”
“그치.”
미미르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유물 내로 빨려 들어가는 건 정신만이 아니니까. 빨려 들어간다고 해도 계승자의 몸에 문제가 생기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애들을 찾아야 하는 지금 할 만한 짓은 아니네.”
“맞아.”
지금은 동료들과 합류하는 걸 우선시해야 한다.
모라를 손에 넣는 건 모든 안전이 확보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럼 일단 모라는 이대로 두고, 다른 애들부터…….”
찾자.
그렇게 말하려고 할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한쪽 벽이 허물어졌다.
붕괴된 벽면으로부터 먼지가 자욱하게 뿜어져 나와, 안개 같은 형상을 이뤘다.
‘저건…….’
먼지가 만들어 낸 안개 너머로, 실루엣이 보인다.
검을 쥐고 있는 여인의 실루엣.
“큭……!”
스텔라다.
그렇게 확신한 순간, 다시 한번 폭음이 터졌다.
폭음 사이에 희미하게 들려온 철 특유의 충돌음.
그 후에 거센 바람이 불어오며, 먼지를 다 날려버렸다.
‘스텔라?’
뻥 뚫린 시야 너머로, 스텔라가 보인다.
양손으로 검을 쥔 채, 웬 거대한 주먹을 막고 있다.
옷은 이리저리 찢겨나갔고, 전신은 먼지로 범벅이 된 상태다.
지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처만 해도 3개는 된다.
표정도 심각한 게, 딱 봐도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계승자 저거…… 살점 덩어리!”
먼지가 완전히 날아가고, 스텔라가 검으로 막고 있던 몬스터도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상대했던 살점 덩어리와 굉장히 흡사하다.
사지만 달려있을 뿐.
그 특유의 역겨운 분위기와 피부의 재질 같은 게 거의 일치한다.
‘스텔라도 반대쪽에서 나랑 마찬가지로 보스 몬스터의 상대를 한 건가?’
그런 것으로 보인다.
‘스텔라가 고전할 정도면…… 진짜 물리 공격 무시 같은 특성이라도 달고 있는 거야?’
실제로 몬스터는 상처 하나 입고 있지 않기도 하고.
마법 무효화와 비슷한 느낌의 물리 공격 무효화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곧장 스텔라를 향해 몸을 날렸다.
“스텔라!”
“……!”
스텔라가 내 목소리를 듣고 눈을 크게 떴다.
“하, 하율 씨!”
그리곤 세상 안도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후우우우웅-!
그때, 다시금 몬스터가 주먹을 휘둘렀다.
거구라곤 생각되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휘두른다.
“……큭!”
스텔라가 입술을 짓씹고 검을 휘둘렀다.
스텔라의 검이 자아내는 일순의 반짝임.
원래대로라면 주먹 채로 전신을 잘라냈어야 정상인 위력의 검이지만.
카앙-!
스텔라의 검은 놈의 주먹에 상처조차 입히지 못했다.
“꺄악!”
검을 쥔 채,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간다.
‘역시……!’
내 예상대로, 물리 공격 무효화 같은 특성을 지닌 개체인 듯하다.
나는 곧바로 스텔라의 몸을 받아내고, 마법을 시전했다.
“조, 조심해요! 저놈. 공격이 전혀 통하질……!”
스텔라가 다급하게 내게 놈의 특성에 대해 소리쳤다.
“아니까 가만히 있어!”
나는 그런 스텔라의 말을 끊고, 마법을 시전했다.
마법 무효화와 물리 공격 무효화라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리가 없으니.
간단한 마법으로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확신을 갖고 마법을 쏘았다.
그때.
“……히힉.”
내 가슴팍에서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계……!”
미미르의 당황한 목소리도 들렸다.
계승자.
미미르는 그 세 음절 단어를 끝까지 외치지도 못했다.
세상 당황한 표정으로 ‘계……!’라는 한 음절만 외쳤을 뿐.
‘뭐지?’
나는 마법을 쏘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갑자기 들려 온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의 근원과 미미르가 당황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소리가 들린 방향과, 미미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내린 것이다.
히죽.
내 시선이 향한 곳에는 당연하게도 스텔라가 있었다.
“드디어 빈틈을 보여주는구나?”
방금 들린 소름끼치는 웃음소리 보다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은 채, 검을 내게 찔러 넣고 있다.
‘왜……?’
아직 검이 내 가슴을 뚫지는 못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아직’ 뚫지 않았을 뿐이다.
검날은 내 심장 코앞까지 다가왔다.
검이 내 심장을 꿰뚫는 덴, 0.1초도 필요 없을 테지.
‘왜 스텔라가 나를……?’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일까.
모든 것이 느릿하게 보인다.
조금 조금씩 내 심장을 뚫고자 다가오는 검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배신? 아니. 스텔라가 날 배신할 리가…….’
생각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이 상황, 이 타이밍에 스텔라의 검을 피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다면 어찌어찌 반응할 수는 있었겠지만, 지금 내 컨디션은 최악이나 다름없다.
몸도, 마나도 넝마인 지금. 대응은 불가능했다.
푸우욱-!
검이 내 피부를 가르는 감촉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진다.
검은 내 피부를 뚫고, 근육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죽는…….’
그렇게 머릿속을 죽음이란 단어가 가득 채운 바로 그때.
후우우웅-!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검기?’
서걱-!
스텔라가 찔러오는 검의 수직 방향으로, 검기가 하나 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가 회피할 경우를 생각해서 검로를 하나 더 준비해 둔 건가?’
한 번 베는 것으로, 두 개의 검로를 만든다.
어지간한 검사에겐 불가능한 신기겠지만, 스텔라라면 가능할 터.
지금 발생한 두 번째 검기는 나를 더 확실히 죽이기 위해, 준비한 2격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야!’
그때 검기에 담겨 있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알 수 있었다.
‘이 2격은 나를 노리는 게 아니야.’
두 번째 생성된 검기는 내게 살기를 뿜어내지 않고 있다.
살기는커녕, 내게 호의적인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건…….’
이 검은 품 안의 스텔라가 날 죽이기 위해 준비해 둔 후속타 같은 게 아니다.
‘지원!’
그렇게 속으로 소리쳤을 때였다.
카아아아아아앙-!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카앙!
이어 들려온 철이 잘려나가는 소리.
두 번째 날아든 검기가 스텔라의 검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서걱-!
그리고 이어 날아든 세 번째 검기가 내 품 안에 안겨 있던 스텔라의 양손까지 베어버렸다.
“감히…….”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내 품 안에서 들려야 할 목소리가, 저 멀리 반대쪽에서 들린다.
“감히 내 얼굴로……!”
터벅, 터벅.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그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용서 못 해…….”
스텔라가 걸어오고 있었다.
내 품에 안긴 스텔라와 똑같은 얼굴로, 이를 까드득 짓씹으며 터벅터벅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가짜 따위가!”
두르고 있는 오라가 얼마나 흉흉한지, 악귀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보다 더 화가 날 수는 없다.
표정부터 몸짓, 오라까지.
스텔라의 전신이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감히, 감히! 하율 씨한테 상처를 입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내 품 안에 안겨서 여전힌 표정으로 웃고 있는 스텔라의 머리채를 붙잡고, 잡아당겼다.
그리곤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는다.
“너는…… 편하게 죽지 못할 거야.”
잘려나간 팔의 단면부를 갉아내듯이,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른다.
마치 햄이라도 써는 것처럼, 팔을 얇게 썰어낸다.
“음. 나는 너니까. 무슨 심정인지는 알겠는데.”
바닥에 처박힌 스텔라가 조소하며 말했다.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마. 나는 고통 같은 거 못 느껴. 그렇게 돼 있거든.”
재밌다는 듯이, 아쉽다는 듯이, 희희덕대며 웃었다.
“아~ 아쉽다.”
그 상태로 나를 올려다본다.
“겨우 그 단단한 가드를 뚫었는데. 마지막에 다른 데서 도움이 와 버리네.”
올려다 보며, 한숨을 내쉰다.
“아쉬워. 그 타이밍에 하필 결계가 풀릴 게 뭐람.”
그리곤 자조하듯이 옅은 미소를 짓는다.
“아니구나. 결계야 뭐, 스테이지 보스를 쓰러트렸으니 당연히 사라지는 건가.”
“시끄러워. 입 닫아.”
스텔라가 화가 난 듯 바닥에 박은 또 다른 스텔라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손에 한층 더 힘을 강하게 가한다.
가짜 스텔라의 얼굴이 지면에 반쯤 박혔다.
“그럼……. 결국 널 스테이지 보스한테 보낸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말이 되나? 그럼 내 실수네? 뭐야. 아쉬워할 게 아니잖아?”
그 상태로 크게 웃는다.
“아, 그래도 아쉽다 아쉬워. 보스의 마법 무효화라면, 너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걸 뚫을 수단이 있을 줄이야.”
아쉽다고 말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너희만 아니었으면. 다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 처음 온 공략자들이 너희 같은 이단일 게 뭐람. 특별한 인공지능 같은 것만 달고 다니지 않았어도. 다 각개격파할 수 있었을 텐데. 진짜루 너무 아쉬워.”
아쉽긴커녕 아주 즐겁다는 표정이다.
“그래도. 뭐, 재밌었어. 처음 먹어봤는데. 인간의 기억이라는 건 꽤나 맛있네. 씁쓸하면서도 달고. 새콤한 것이.”
그 상태로 입술을 핥는다.
“진미였어. 기회가 된다면 또 맛보고 싶네. 특히 스텔라 비노슈. 네 기억이 제일 별미였는데. 한 번만 더 맛보게 해 줄 수 있어?”
“……해 줄 거라고 생각해?”
“뭐, 안 해 주겠지.”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신체가 소멸하기 시작했다.
“아, 그래. 스텔라 비노슈. 아까. 또 다른 내가 네게 했던 말 있지? 그거. 잘 기억해 둬. 네 기억을 흡수한 자로서, 네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충고야.”
“……시끄러워.”
이제 더 신체를 구성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듯이.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의 신체를 파괴시킨 것이다.
그렇게 가짜 스텔라는 허무하게 소멸했다.
“진짜…….”
진짜 스텔라는 그 광경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 짜증나……. 가짜 주제에……. 다 안다는 표정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짜증난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