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3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39화(439/466)
미궁 내부.
일행들의 압도적인 전세가 예상되는 상황.
돌연 모라의 성유물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모라의 성력이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마나…….’
아델라의 눈이 흠칫 떨렸다.
성유물 내에서 흘러나오는 빛에서 익숙한 마나가 감지된다.
‘하율이의 마나?’
모라의 신력 사이사이, 신하율의 마나가 감지된다.
아주 미세한 마나지만, 확실하다. 이건 신하율의 마나다.
‘저 둘이 눈치챘나?’
아델라가 슬쩍 호데리암과 제나린을 바라봤다.
“제나린. 저거 왜 저래? 봉인된 상태라고 하지 않았어?”
“……나한테 묻지 마. 나도 모르니까.”
한껏 찡그린 표정.
딱히 뭔가를 눈치챈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상황을 파악하려는 것처럼 일단 뒤로 물러나기도 했고.
아무리 봐도 특이한 뭔가를 감지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행이다.’
아델라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이번엔 스텔라와 지순찬에게 시선을 돌렸다.
‘스텔라 양이나 아스란 님도 눈치 못 챘어.’
둘의 표정을 보니, 저쪽도 신하율의 마나를 감지하는 데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엘레나 님은 눈치채셨죠?’
아델라가 다시 시선을 돌려, 옆에 두둥실 떠 있는 엘레나를 향했다.
“물론이에요.”
현재 엘레나는 아델라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
아델라가 느끼고 있는 건 엘레나 또한 느낄 수 있다.
“이 마나. 아무래도 당신의 ‘심안’에만 보이도록 설계해서 흘린 것 같네요.”
‘예.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아델라의 심안으로 봐야 감지할 수 있도록 마나를 흘린다.
바야흐로 신하율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아델라의 심안이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알고, 딱 적절한 수준으로 마나를 변화시켜 밖으로 흩뿌린 것이다.
“무슨 의미일까요?”
문제는 저 마나를 흩뿌리는 행위에 무슨 의도가 담겨있는가다.
“저 마나로 뭔가를 하려는 건 아닐 테고…….”
저런 미약한 마나로는 뭘 할 수도 없다.
저 마나는 사용하기 위해 밖으로 뿌린 게 아니다.
“마나를 뿌리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요.”
엘레나가 고민에 잠겼다.
신하율은 저 마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뭘까.’
아델라도 엘레나와 똑같은 고민에 잠겼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흘러.
돌연 아델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엘레나 님. 지금 마나의 파동이 이상할 정도로 요동치지 않았어요?’
“파동……이요?”
엘레나가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글쎄요. 딱히 그런 건…….”
마나의 파동이 특이하다거나 그런 건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제 착각일까요?’
아델라와 엘레나는 감각이 공유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100% 감각 공유가 아니라, 90% 수준의 감각 공유이기에, 온전히 똑같은 감각을 지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9할 이상은 일치한다.
엘레나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아델라가 착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지금은 또 특이한 게 감지되지 않기도 하고.
아무래도 착각을 한 모양이다.
그렇게 아델라가 생각을 마쳤을 때였다.
웅, 웅!
‘방금 또……!’
마나가 다시금 크게 요동쳤다.
아까 전과 똑같이 파동이 위아래로 요동친 것이다.
‘이번엔 확실히 봤어요. 파동이 요동쳤어요.’
이번엔 확신할 수 있다.
착각이 아니다.
방금 전 신하율이 쏘아 낸 마나가 크게 요동쳤다.
‘이번에도 못 보셨나요?’
“예. 저는 딱히…….”
이번에도 엘레나는 아무런 이상도 감지하지 못했다.
“두 번이나 감지한 이상 착각일 리는 없고. 아무래도 제가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의 미약한 변화가 아닐까 싶네요.”
90%의 감각 동조로는 느낄 수 없는 변화.
온전한 100%의 감각을 지닌 아델라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한 변화로 보인다.
‘지금 또…….’
방금 또 파장이 요동쳤다.
이걸로 세 번째다.
첫 번째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두 번째 파장과 세 번째 파장의 변화폭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정했다.
‘저 파동의 변화에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아델라가 다시금 고민에 잠겼다.
웅, 웅!
그때, 네 번째 파동의 요동침이 시작됐다.
‘확실해. 똑같은 파동을 똑같이 쏘고 있어.’
네 번의 파동을 보고 아델라는 확신을 얻었다.
이 파동의 요동침은 신하율의 메시지다.
‘우리한테 뭔가 말을 전하고자 하고 있어.’
신하율은 마나를 통해 무언가 말을 전하고 있다.
마나를 암호로서, 뭔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근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마나의 파동이 위아래로 급격하게 요동치는 것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는 걸까.
전혀 떠오르는 게 없었다.
‘특이한 거라곤, 파동이 지나칠 정도로 급격하게 위아래로 움직인다는 것뿐인데…….’
그때, 아델라의 뇌리에 전류가 스쳤다.
‘……잠깐만. 급격할 정도로 변화하는 파동?’
마나의 파동.
그리고 그 높낮이의 변화.
‘이거 분명…….’
문득 이전에 신하율과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나의 파동은 마법사의 성취와 관계없이 일정한 값을 지녀. 음악의 음계처럼.’
신하율은 마나의 파동을 음악의 음계라 정의했다.
‘차례대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이게 1. 이게 2. 이게 3…….’
그렇게 정의하며, 아델라에게 파동의 고정된 값을 일일이 보여줬다.
아델라 너라면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거라면서. 봐 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면서.
장난감을 자랑하는 아이 같은 표정을 짓고, 마나를 계속 변화시켰다.
‘맞아. 그거야.’
그때, 다섯 번째 파동의 요동침이 시작됐다.
아델라는 곧바로 파동을 감지하며, 속으로 숫자를 되뇌었다.
‘3.’
가장 먼저 감지되는 건 3의 파동이다.
3의 파동이 시작된 후로, 평탄한 파동을
‘다음은 -1’
그 다음은 아래로 깊게 내리박고.
‘다음이 1.’
그 후 다시 완만하게 상승.
‘그리고 또 -1. 다음은 급격하게 솟구쳐서 8.
파동의 연속된 변화를 놓치지 않고자, 집중했다.
‘다음은 급격히 곤두박질치면서 -5. 마지막으로 완만하게 올라서 -1.’
차례대로 3, -1, 1, -1, 8, -5, -1.
신하율이 마나에 담은 파동은 각각 그런 숫자를 의미하고 있었다.
‘이게 숫자가 뭐지?’
문제는 이 숫자의 의미다.
과연 이 숫자는 무슨 의미일까.
법칙도 뭣도 없어 보이는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
이게 대체 뭘 뜻하는 것일까.
‘……아.’
답은 예상외로 금방 나왔다.
‘이거. 예전에 하율이랑 암호 해독 놀이 할 때…….’
아직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둘이 하던 놀이 중에 암호 해독 놀이라는 게 있었다.
한쪽이 암호를 만들고, 다른 한쪽이 암호를 푸는 놀이.
그 놀이에서 신하율이 냈던 문제 중에 이와 비슷한 느낌의 문제가 있었다.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
이건 자음과 모음을 숫자로 바꾼 가벼운 암호다.
그때 신하율이 냈던 문제에선 1~14는 자음을 -1~-10은 모음을 의미했었지.
그럼 이 파동에 담긴 메시지는…….
‘다가와.’
저 성유물로 가까이 다가와라.
신하율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성유물로 접근해야 해.’
아델라는 해독이 끝남과 동시에 곧장 움직였다.
저쪽도 상황 파악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있기도 하고.
이때를 노리면 어떻게든 접근은 할 수 있을 터였다.
“아델라!”
엘레나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갑작스레 성유물로 달리기 시작한 아델라를 보고, 경악한 것이다.
“멈춰요! 놈들의 목적은 모라의 성유물이에요! 지금 접근했다간……!”
호데리암과 제나린을 자극하는 꼴밖에 안 된다.
위험하다.
엘레나가 그렇게 소리치려 할 때였다.
“어딜……!”
그보다 먼저 제나린이 움직였다.
아델라의 앞쪽에 튀어나온 붉은 쐐기가 아델라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든다.
“그건 베일 님 거야.”
제나린 보다 반 박자 느리게 호데리암도 움직였다.
굳은 표정으로 아델라를 향해 오른손을 내민다.
그러자 호데리암의 손이 길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뱀처럼 변한 오른손이 아델라의 심장을 노리고 허공을 날았다.
“아델라!”
엘레나가 ‘막아요!’라는 의미를 한가득 담아 크게 아델라의 이름을 불렀다.
지금 저 둘의 공격은 견제의 의미가 강하므로, 여기서 멈춰서 방어에 몰두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지금 자리에서 멈춰서, 방어 마법을 준비해야 한다.
‘저 붉은 쐐기는 가시나무 등불로 막을 수 있어.’
붉은 쐐기는 이전에 가시나무 등불로 막아 낸 전적이 있다.
가시나무 등불을 쓰면 두 공격을 동시에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판단을 마친 엘레나가 가시나무 등불을 준비했다.
아델라의 동작에 맞춰서 가시나무 등불을 보조하기 위해, 선 준비에 들어선 것이다.
“아델라?”
그러나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행위였다.
아델라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다리에 마나를 집중시킨 채, 성유물을 향해 달려나갈 뿐.
가시나무 등불을 사용해 공격을 막을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다.
“왜……!”
왜 저런 무리한 짓을 하느냐고.
엘레나가 속으로 아우성쳤다.
‘지금 멈추면 두 번 다시 접근할 기회는 없을 거예요.’
아델라가 말했다.
‘성유물에 접근할 수 있는 타이밍은 지금뿐이에요. 저 둘이 사태 파악을 위해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지금. 이때를 놓치면, 이후 두 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아요.’
아델라도 아무 생각 없이 방어를 포기한 건 아니다.
방어를 할 수가 없기에.
방어를 해선 안 되기에 방어를 포기했을 뿐.
‘지금은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신하율의 메시지대로 성유물에 접근하기 위해선,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아델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성유물을 향해, 다가오는 쐐기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부탁드려요!”
달리며, 소리쳤다.
이 자리에 있는 동료들에게.
어떻게든 막아 달라며 목 놓아 소리쳤다.
그리고 그 직후, 붉은 쐐기가 아델라의 망막을 가득 채웠다.
곧 붉은 쐐기가 아델라의 미간을 꿰뚫는다.
“아델라!”
그때.
“야 이 바보야!”
허공을 뚫고, 지순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팔각문을 사용해, 붉은 쐐기를 막아낸다.
“너 때문에 카드 하나 잃었잖아!”
팔각문은 혹시를 위해 남겨 둔 조커 카드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써 버릴 카드가 아니었는데.
지순찬이 원망의 눈초리로 아델라를 노려봤다.
“……감사합니다.”
아델라는 그런 지순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다시 달려나갔다.
붉은 쐐기를 막아내는 지순찬을 뒤로한 채, 성유물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나갔다.
그런 아델라의 등 뒤로, 호데리암의 오른손이 날아들었다.
이제 곧 아델라의 등에 닿는다.
서걱-!
그때, 호데리암의 손이 잘려나갔다.
뱀이 절반으로 잘린 것처럼, 그대로 끊어져 나갔다.
“흐흐. 그 정도론 못 막아!”
잘려나간 호데리암의 손으로부터 새로운 손이 솟아났다.
호데리암은 신체 변형의 극에 도달한 흑마법사다.
저 정도 상처는 금방 수복할 수 있다.
쒜에에에엑!
금세 원래 상태로 복구되어 날아가는 팔.
그렇게 호데리암의 손이 아델라의 등에 닿은 바로 그때.
“비노슈의 검이 벨 수 없는 건…….”
스텔라의 검에서 찰나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없어요.”
촤자자자자자작-!
호데리암의 팔이 수십, 수백 조각으로 잘려나갔다.
토도도도독-!
동강난 수백, 수천 개의 살점이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척!
스텔라가 다시 검을 검집에 넣었다.
“너…….”
호데리암이 눈을 가늘게 뜨고 스텔라를 노려봤다.
“힘을 아끼고 있었구나?”
지금까지 줄곧 도망치면서, 시간만 끌기에, 이쪽에게 데미지를 줄 수단이 없는 건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런 필살기를 아껴두고 있었단 말이지.”
호데리암이 왼손으로 오른 어깨 밑의 팔을 그대로 잘라냈다.
잘려나간 어깨 아래로, 새로운 팔이 튀어나왔다.
“재생이 안 되는데. 뭘 한 거야?”
“검을 휘둘러서 벴습니다.”
“그런 건 나도 알아.”
호데리암이 큭큭 웃었다.
“재밌네. 아주 재밌어.”
아주 재미있어 졌다는 표정이었다.
“호데리암! 쪼개고 있을 시간에 저년이나 막아!”
제나린이 아델라를 가리키며 막으라 소리쳤다.
그러나.
“뭘 어떻게 막아. 이미 늦었어.”
이미 늦었다.
아델라는 성유물의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다.
지금은 무슨 수를 써도 막을 수 없다.
“포기하지 말고! 네 능력이라면 막을 수 있잖……!”
탁-!
그 순간, 아델라가 성유물에 손을 얹었다.
번쩍!
성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됐다!’
역시.
그 파동은 성유물로 다가오라는 신하율의 메시지가 맞았다.
‘이걸로……!’
그렇게 아델라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때였다.
“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보……!”
뭔가 분노한 듯, 용암을 뿜어내는 듯한 목소리였다.
“멍청아아아!!”
그렇게 순식간에 빛이 멎고.
빛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타난 여인을 보곤, 엘레나가 눈을 부릅떴다.
“……미미르?”
그곳엔 미미르가 있었다.
세상 화난 얼굴로.
이를 까드득 갈며, 눈을 한껏 찌푸리고 있다.
“왜 당신 혼자…….”
“몰라!”
신하율 없이. 홀로.
“나쁜 계승자! 믿는다고만 하고 다 떠넘기면 다야! 진짜…… 진짜로오오!!”
미미르는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