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4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41화(441/466)
그 후, 약 2분 가량의 시간이 흘러.
제나린이 그대로 허물어지듯이 지면에 쓰러졌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숨이 멎은 것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쯧. 귀찮게 하기는.”
미미르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제나린의 주검을 내려다본다.
승기가 없다는 걸 알았으면 그냥 쉽게 포기할 것이지.
덕분에 2분이라는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
“…….”
일행들은 그런 미미르를 바라보며, 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헛웃음을 지었고, 누군가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아무튼… 끝났으니까 됐나.”
미미르가 제나린에게서 시선을 떼고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빨리 나가자.”
“……나가요?”
아델라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되물었다.
“안 기다리고요?”
“누굴 기다려? 계승자?”
“네.”
미미르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말했잖아. 나오려면 한참 남았다니까? 그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게?”
“……그렇게 오래 걸려요?”
“어. 그렇게 오래 걸려.”
미미르가 몸을 돌려, 모라의 성유물을 바라봤다.
“계속 기다리는 건 시간 낭비야. 챙겨서 나가는 게 훨씬 낫지.”
“챙긴다고 해도 방법이…….”
성유물을 만질 수 있는 건 신하율 뿐이다.
지금 저걸 챙겨서 옮길 방법은 없다.
“내가 말하는 대로 하면 만질 수 있으니까 챙기는 건 걱정 안 해도 돼.”
“아하.”
방법이 있구나.
아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미안한데 질문은 나중에 받을게.”
미미르가 아델라의 말을 끊었다.
“아까부터 말했지만, 시간이 없거든.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나가서 준비해야 해.”
“무슨 준비를…….”
“질문은 나중에 하라니까?”
미미르가 성유물을 가리켰다.
“빠르게 성유물 부터 챙겨.”
“아, 네.”
아델라가 곧장 성유물 쪽으로 이동했다.
“성유물에 손을 대고 내가 시키는 대로 마나를 움직여.”
“……네.”
그리고는 미미르의 지시대로 마나를 움직이며, 모라의 성유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잠시 후.
“……됐다.”
“잘했어.”
모라의 성유물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그럼 빠르게 나가자.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해.”
* * *
그 후, 약 20분이 흘러.
미궁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지나온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위험 같은 건 일절 없었다.
그냥 이동 거리가 상당하기에, 20분이 걸렸을 뿐이다.
“후우. 바깥 공기가 좋긴 하네.”
지순찬이 기지개를 키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긋지긋한 미궁에서 빠져나와, 행복하다는 표정이다.
“감동하는 중에 미안한데, 공간 마법 좀 써 줄래? 말했듯이 내가 시간이 없어서.”
미미르가 세상 단호한 표정으로 지순찬의 말을 끊고 말했다.
“아, 넵.”
지순찬이 머쓱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스란 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쯧.”
아스란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아델라는 엘레나의 보조 없이도 마목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는데.
이쪽은 기본적인 공간 이동 마법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 사실이 아주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쓴소리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우둔한 놈…….”
그렇게 지순찬에게 쓴소리를 좀 하려 할 때였다.
“아스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아 줘.”
미미르가 아스란의 말을 끊었다.
싱글싱글 웃으며, 눈으로 ‘알지?’라고 말한다.
아스란이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세상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지순찬을 노려본 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곤, 지순찬과 동기화를 시작했다.
“한국으로 귀환하겠습니다.”
지순찬과 동기화를 마친 아스란이, 지순찬의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할게.”
미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일행들의 발아래로 거대한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간 멀미에 대비하도록.”
아스란이 아델라와 스텔라를 바라보며 짧게 경고를 건넸다.
그리고 잠시 후, 게이트가 일행들을 삼켰다.
‘윽…….’
공간을 뛰어넘으며 발생하는 특유의 어지럼증이 한 차례 아델라와 스텔라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했습니다.”
일행들은 한국, 마도신가의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후우.”
스텔라가 그대로 깊게 숨을 내뱉었다.
어지럼증을 털어내기 위한 심호흡이었다.
옆에서 아델라도 마나 순환을 실시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흐트러진 정신을 다잡기 위함이었다.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요?”
지순찬이 주변의 조용한 분위기를 살피며 말했다.
“흥. 당연한 말을.”
동기화를 해제하고, 다시 지순찬의 배후에 자리 잡은 아스란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가 미궁에 가 있는 동안, 이쪽에선 베일의 거점을 습격할 거라고. 분명 얘기했던 것 같은데.”
“……아. 맞다.”
지순찬이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이번엔 전원 출전하신다고 했죠. 진짜 아무도 없겠네요.”
이번엔 아예 신인혁까지 작전에 투입된다고 하였으니.
저택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귀환 보고고 뭐고, 일단 쉬면 되려나요.”
그렇게 지순찬이 휴식을 바라는 표정으로 모두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였다.
“아니. 지금은 휴식이나 취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미미르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연구실로 가자.”
“연구실…… 이요? 거길 왜…….”
“다 출전하고 뭐고, 테룬은 남아 있을 거 아냐.”
테룬은 연구원이다.
출전했을 리가 없다.
“테룬한테 현재 상황에 관한 얘기도 좀 들을 겸…….”
미미르가 아델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데이터를 메인 컴퓨터에 전송시킬 겸.”
“……네?”
마나 순환에 집중하고 있던 아델라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메인 컴퓨터로 전송해요? 하율이가 돌아오면 바로 하율이한테 전송하는 게 아니라요?”
“……그럴 수 있었으면 그렇게 했겠지.”
“……그럴 수 있었으면요?”
아델라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 게 있어.”
미미르가 인상을 찡그리고 혀를 찼다.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난다는 표정이다.
“그런 게 있다는 게…….”
“아델라.”
아델라의 말을 엘레나가 끊었다.
말을 끊고, 눈으로 ‘됐으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하세요.’ 라고 말한다.
“……네.”
아델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상황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조용히 해야 하는 상황인 건 이해했다.
“그럼 테룬 님한테 갈게요.”
“부탁할게.”
그렇게 아델라가 방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너희 둘도 따라와.”
“……저희도요?”
아델라 보다 살짝 늦게, 정비를 마친 스텔라가 되물었다.
“필요해서 따라오라는 거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이유는 가면 알게 될 거야.”
“……? 네.”
스텔라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순찬도 뒤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렇게 일행들은 연구소를 향해 이동했다.
미리 등록해 둔 지문과 홍채를 이용해 보안을 해제하고, 연구소 깊숙한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뭐야? 너희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
연구소 최심부에선 예상대로 테룬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이 좀 빨리 끝났어요.”
“그래?”
테룬이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라고 조용히 덧붙이며 일행들을 향해 다가왔다.
“찾던 물건은 찾았고?”
“예.”
아델라가 가방 안에 넣어 둔 모라의 성유물을 꺼내 테룬에게 보여줬다.
“오……. 이게 너희가 찼던 성유물이구나. 재밌는 형태네.”
테룬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성유물을 이리저리 살폈다.
“근데 이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아니, 그보다 신하율은?”
테룬이 주위를 살폈다.
신하율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계승자는 그 안에 있어.”
미미르가 무덤덤하게 답했다.
“……응?”
테룬이 그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일이 좀 있었어. 설명하면 길어져.”
미미르가 아델라에게 손짓했다.
저쪽, 메인 컴퓨터 쪽으로 가 달라는 제스처였다.
“자세한 얘기는 메인 컴퓨터로 내 데이터 링크를 옮긴 후에 할게.”
“메인 컴퓨터로 링크를 옮겨? 왜…….”
테룬의 눈이 서서히 커져갔다.
미미르의 말에 담긴 진의를 바로 이해한 것이다.
“설마…….”
미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
“말했듯이, 좀 복잡한 사정이 있었어. 그것도 차차 설명할게.”
미미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아델라가 메인 컴퓨터에 접속할 준비를 끝마쳤다.
초커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메인 컴퓨터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미안하지만, 전송이 끝나면 난 한동안 밖으로 못 나올 거야.”
메인 컴퓨터의 모니터 위로 로딩창이 떠올랐다.
저 로딩 게이지가 모두 차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이유는 말 안 해도 알지?”
미미르의 말에 엘레나와 아스란, 그리고 테룬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초커와 AI 데이터의 구조를 알고 있는 셋이기에, 이유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안한 말인데. 지원은 너희 셋 끼리 가줘야 돼.”
허나 다음 이어진 말은 그 셋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원이요?”
엘레나가 무슨 지원이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세인 비노슈 쪽 말이야.”
미미르가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쪽에 지원을 갈 필요가 있을까요? 전력은 저희 쪽이 압도적일 텐데요.”
베일이 없는 지금, 세인은 무적이나 다름없다.
이쪽이 지원을 갈 이유가 없다.
“원래대로라면 그랬겠지. 근데 지금은 아니야. 변수가 생겼잖아.”
“변수요?”
“어.”
미미르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제나린이랑 호데리암.”
“아!”
엘레나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제나린과 호데리암이 부활했다는 건, 다른 흑마법사들도 부활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 된다. 이런 말이군요.”
“그거야.”
제나린과 호데리암에 준하는 거대 전력들이 거점에 남아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다른 간부들이 부활했든 뭐든, 세인 비노슈가 있는 이상 전세가 불리하진 않겠지만…….”
“그렇게까지 유리하지도 않을 거다?”
“맞아. 엘레나랑 아스란은 알겠지만. 다들 하나같이 까다로운 힘을 지닌 놈들이니까.”
“그렇죠. 세인 비노슈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어요.”
엘레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귀환을 서두른 거였군요.”
“반은 맞아.”
반은 빠른 지원을 위해서.
그리고 반은 신하율과 자신의 링크를 다시 엮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
미미르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귀환을 서두른 것이다.
“아무튼 그쪽은 부탁할게.”
“예. 어떻게든 해 볼게요.”
엘레나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띵!
그때, 로딩 게이지가 100%까지 차올랐다.
그와 동시에 미미르의 신체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전송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 같은 변화였다.
“이제 빨리 가 봐.”
미미르가 일행들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여기서 어물쩍거리지 말고 어서 지원이나 가라는 제스처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다시금 지순찬의 몸의 주도권을 빼앗은 아스란이 엘레나와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곧장 손을 휘저어, 게이트를 하나 만들어냈다.
“이동하겠다.”
게이트는 바로 일행들을 삼켰다.
“……부탁할게.”
일행들이 서 있던 자리를 보며, 미미르가 입술을 짓씹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이 원망스러웠다.
“후…….”
허나 그런 자조도 잠시.
미미르는 곧바로 원래의 당당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테룬. 내가 출발하기 전에 만들어 달라 부탁했던 거. 얼마나 완성됐어?”
“아, 그거라면…….”
테룬이 벽면에 위치해 있는 캐비넷들 중 하나를 열었다.
“9할 이상 완성됐어.”
캐비넷 안엔 웬 사람 한 명이 들어 있었다.
녹색 머리가 도드라지는 여인.
“그래. 거의 다 완성됐구나. 그건 진짜 불행 중 다행이네.”
미미르를 똑 닮은 여인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