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4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42화(442/466)
모라의 성유물 내부.
신하율은 마나 순환을 실시하고 있었다.
벌써 12시간째다.
그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마나 순환만을 반복하고 있다.
“말씀하신대로, 바깥일은 어찌어찌 잘 해결됐어요.”
그때 모라가 천천히 말을 걸었다.
꽤나 신경 쓰일 법한 화제였으나, 신하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바깥 상황을 듣는 것보다 지금 하고 있는 수행이 더 중요도가 높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 준비는 다 끝났으니까. 마나 순환은 그만하셔도 됩니다.”
준비는 다 끝났다.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신하율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부족하지 않나요?”
신하율의 눈동자 색이 묘하다.
한국인 특유의 갈색, 신안을 활성화했을 때 나타나는 황금색도 아닌, 제 3의 색깔이 발현했다.
“아뇨. 충분해요. 당신은 제 신력을 이미 넘칠 만큼 흡수했어요. 그 이상 흡수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대로 다시 배출될 뿐이에요.”
은색.
모라의 홍채와 똑같은 색깔.
신하율의 눈동자는 모라를 똑 닮아 있었다.
“그 정도면 차고 넘쳐요.”
“그렇습니까.”
신하율이 그대로 마나 순환을 완전히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하율의 체내를 회전하는 마나 또한, 신하율의 눈동자 색처럼 평소와 다르다.
뭔가 더 신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좋아요. 신력이 제대로 자리 잡기 시작했네요.”
신력에서 흘러나오는 신성함이었다.
“이대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완벽하게 자리 잡을 거예요. 그때까진 좀 쉬고 계세요.”
“예.”
신하율이 심호흡을 하며, 다소 깎여나간 정신력을 수습했다.
“그나저나 바깥일이 잘 해결됐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정신력을 추스르며 물었다.
“당신이 말한대로 됐단 의미에요. 미미르 황녀는 아델라 스테어트와 간이 동조에 성공. 그대로 제나린과 호데리암을 처리했어요.”
모두 신하율이 말한 대로였다.
호데리암과 제나린.
두 명은 미미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5분 만에 놈들의 처리를 마치고, 그대로 한국으로 복귀. 미미르 황녀의 데이터는 메인 컴퓨터로 전송됐어요. 거기서부터 이제 당신과 자신을 다시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거겠죠.”
메인 컴퓨터의 처리 능력은 초커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무언가 방법을 찾는다면 저기서 하는 게 제일 효율이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미르 황녀 덕에 목숨을 부지한 당신의 친구 셋은 그대로 세인 비노슈를 돕기 위해 떠났어요.”
“……세인 님을 도와요?”
신하율이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셋이 지금 지원을 갈 이유가 있나, 하고 잠깐 생각한 것이다.
“아. 호데리암과 제나린.”
답은 곧바로 나왔다.
“예. 그 둘이 부활했다는 건, 다른 고위 흑마법사들도 부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니까요.”
“그 둘 정도의 전력이 추가로 있다면 전세가 저희 예상만큼 압도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죠.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겠네요.”
“예.”
“……제가 아주 기본적인 걸 놓치고 있었네요.”
신하율이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맹점이었다.
호데리암과 제나린을 확인한 순간, 곧장 다른 간부들이 부활했을 가능성도 떠올렸어야 하는데.
그 가능성을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이쪽 일에 집중하느라, 바깥일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뭐가 됐던 이후의 정보는 따로 파악하기 힘들겠군요.”
“예.”
그 셋이 모라의 성유물을 들고 지원을 갔을 리가 없다.
모라의 성유물은 연구소에 안전하게 보관시켜 두고, 그 후에 지원을 나섰을 터.
성유물이 연구소에 있는 이상, 바깥의 상황을 살필 방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메인 컴퓨터에서 일을 처리할 미미르를 관찰하는 것도 불가능.
고로, 이후 정보를 얻을 방법은 없다.
“좀 아쉽네요.”
신하율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미미르한테, 수시로 성유물에 상황 보고 좀 해 달라고 할 걸 그랬어요.”
만약 미미르를 밖으로 먼저 내보낼 때, 미미르에게 전할 말에 저 말을 포함시켜 뒀으면, 수시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할 필요 없어요. 이렇게 유유자적 성유물 밖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남았거든요. 미미르 황녀가 성유물 너머로 보고를 하던, 하지 않던 달라지는 건 없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요?”
신하율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불안감이 휩싸인 표정.
최악을 상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신체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신 겁니까?”
모라는 그런 신하율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그건 아니에요.”
“……그건 아니군요.”
신하율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미미르 황녀를 밖으로 내보내느라, 힘을 다소 사용하긴 했습니다만. 형체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소모한 건 아니에요. 한동안은 괜찮아요.”
“한동안…….”
신하율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힘을 ‘다소’나마 사용했다.
‘한동안’은 괜찮다.
의미심장한 표현들에 순간 생각이 복잡해 졌다.
“방금 제가 한 말은 앞으론 밖을 볼 여유가 없을 거란 의미로 한 말이었어요.”
“여유요?”
“예.”
모라가 신하율의 신체를 차례대로 훑으며 천천히 말했다.
“지난 12시간은 당신이 노력해야 하는 훈련의 일종이었습니다만, 지금부턴 다르거든요.”
신하율의 몸 상태가 꽤나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부턴 당신이 아니라 제가 노력해야 해요. 바깥 상황을 살필 여유는 없어요.”
고로, 미미르가 성유물 너머로 무슨 보고를 하던 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깥에서 무슨 말을 하던, 바깥을 지켜보고 있을 관찰자가 없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그런 의미였군요.”
“예. 그런 의미였답니다.”
모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상한 데 아쉬움 느끼지 마시고.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세요.”
신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이쪽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좋아요.”
신하율의 확실한 대답에, 모라가 미소를 지었다.
“근데……. 이쪽 일에만 집중하라는 말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이 이후로는 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신력을 몸에 담는 덴 성공했다.
그다음엔 뭘 어쩌려는 걸까.
“신력을 이용해서 신법을 사용할 수 있게 훈련을 시키실 건 아니실 테고.”
여기서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건 아닐 거다.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키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예. 물론 그건 아닙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신법을 가르치는 것도 생각해 봤겠습니다만, 그 정도의 여유는 없으니까요.”
신하율의 생각대로였다.
“그럼…….”
그럼 뭘 하려는 거냐.
그렇게 물으려고 할 때였다.
“당신의 몸에 새겨진 제 신력을 이용해서, 당신의 시간을 가속시킬 거예요.”
모라의 입에서 상상치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예?”
시간을 가속시킨다.
그 어처구니없는 말에, 신하율의 넋이 나가버렸다.
“시간을 가속…… 시킨다는 말씀은…….”
신하율이 설마설마하는 표정으로 모라를 바라봤다.
설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의미의 ‘가속’은 아니겠지?
설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모라의 대답을 기다렸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모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의 신체를 가속시키는 것으로, 당신이 미래에서 지녔을 터인 신체를 이 시대로 가져올 겁니다.”
미래의 내 신체를 이 시대로 가져온다.
“제 남은 힘으로 가속시킬 수 있는 시간은 꼴랑 3달 정도뿐입니다만…….”
3달 뒤의 내 신체를, 내가 지녔을 가능성을 이 시대로 불러온다.
“3달 뒤의 당신이 지닌 마법사로서의 가능성은 9서클. 그 정도면 충분할 테니까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런 게…… 가능한가요?”
“예. 가능합니다.”
모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는 모라. 시간의 여신이니까요.”
시간의 여신 모라.
그녀의 힘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초월적인 것이었다.
* * *
베일의 임시 거점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세인 비노슈와 두 흑마법사의 싸움이 가장 치열했다.
“크하하! 강하구만! 강해!”
“그러게. 제법이네……. 귀찮게.”
흑마법사 두 명이 서로 상반된 표정으로 상대를 칭찬했다.
한 명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상대의 분전을 치하하였고.
다른 한 명은 완전한 무표정으로,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차고 있다.
“좀 더 분발해 봐! 그게 끝은 아니겠지!”
“아니. 분발하지 마. 가능하면 그대로 죽거나, 여기서 꺼져주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주면 좋을 거 같은데.”
흑마법사라는 것만 같을 뿐. 너무나도 대조되는 두 명이었다.
“사빈. 의욕을 좀 내! 만 년 만에 치르는 전툰데. 기뻐하라고!”
“……가능하면 만 년 더 그렇게 누워있고 싶었어. 지하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스켈레톤들처럼. 계속.”
사빈이라 불린 흑마법사가 짜게 식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어. 만 년 만에 봐도 참 이상한 놈이라니까. 넌 왜 사는 거야?”
사빈이 한숨을 내쉬었다.
“헤킬. 너는 나를 이해 못해. 내가 너를 이해 못하듯이. 그러니까 이해하려는 생각은 버려. 베일 님도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헤킬이라 불린 흑마법사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아무튼 그냥 신경 꺼. 가서 저기 저놈이랑 놀기나 하라고.”
“아하.”
헤킬이 ‘맞다.’하는 표정을 지은 뒤, 곧장 씨익 웃었다.
“헤킬. 가서 물어.”
“오. 물어 죽인다! 나쁘지 않은 방법인데? 좋아. 물어 죽인다!”
헤킬이 그대로 킬킬 웃으며, 허공을 박찼다.
그리곤 진짜 상대를 물어뜯으려는 듯, 입을 벌리고 머리만을 앞세운 채 날아간다.
빈틈투성이였다.
서걱-!
아니나 다를까 헤킬의 목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저 멍청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머리만 앞에 내밀고 날아들었으니, 이렇게 되는 건 당연했다.
사빈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동료가 죽었는데도 냉정하군.”
그런 사빈에게 세인이 말을 걸었다.
“동료? 누가? 쟤가?”
사빈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짐승이랑도 동료가 되고 막 그래?”
진심으로 질색팔색하는 표정이다.
“동물도 때에 따라선 동료가 될 수 있지.”
“……그래? 그건 나랑 생각이 좀 다르네. 난 짐승들은 하나같이 소모품일 뿐이라 생각하는데.”
사빈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무튼 가치관의 차이면 날 같은 짐승 취급한 건 아니라는 말이네. 그럼 됐어.”
순간 분노로 물들었던 사빈의 얼굴이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되돌아왔다.
“……흑마법사란 족속들은 하나 같이 정상이 아니군.”
세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흑마법사란 놈들은 하나 같이 어딘가 비틀려 있다.
“왜 그런 눈으로 봐? 동료가 죽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그건 오해야.”
사빈이 헤킬의 목을 가리켰다.
“안 죽었거든.”
세인이 눈을 찌푸리고 그쪽을 바라봤다.
“아오. 생각해 보니, 얼굴만 내빼고 날아들면 공격을 막을 수가 없잖아.”
목만 남은 헤킬이 말을 하고 있었다.
“씁. 아무래도 물어 죽이는 건 힘들겠구만.”
움직이는 건 목만이 아니었다.
목이 잘려나간 신체 또한,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움직이고 있다.
그대로 터벅터벅 움직여서 목을 쥐어들고, 다시 자신의 목 위에 붙인다.
세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재밌지? 쟤는 불사신이거든. 뭔 짓을 해도 안 죽어.”
신체 변용 마법을 익힌 흑마법사들의 재생력은 거의 몬스터 수준이다.
신체 변용 마법의 극의에 다다르면, 말마따나 불사신에 가까운 재생력을 얻게 되긴 하겠지.
하지만.
“마나 채로 절단해서 죽였다. 불사신이고 뭐고 재생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불사신이고 뭐고, 마나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심검으로 마나를 베어내면 재생할 수 없다.
당연한 상식이다.
“마나를 베고 뭐고, 상관없어. 헤킬의 불사는 마나 같은 걸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사빈이 덤덤하게 말했다.
“일종의 저주 같은 거거든.”
사빈이 다시금 헤킬을 가리켰다.
“쩝. 모르겠다. 물어뜯는 건 포기.”
헤킬의 모습이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근육.
골격 자체가 변화하는 듯, 신체 전체가 팽창하고 있다.
“그냥 찢어 죽여야지.”
그렇게 헤킬의 신체는 순식간에 변화해, 웬 괴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여러 몬스터를 뒤섞어 놓은 듯한 외견의 괴물.
“……키메라?”
그 모습은 과거, 흑색 마탑이 연구하던 키메라와 똑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