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4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45화(445/466)
모라는 말했다.
지금부터 나는 미래의 중요한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될 거라고.
3달 사이에 벌어질 주요한 사건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보게 될 거라고 말이다.
‘간접적이라고 해서 당연히 제 3자의 시점으로 미래를 관찰하는 건 줄 알았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스승님과 대면하게 될 줄이야.
이게 어딜 봐서 간접적인 경험이라는 걸까.
“원래대로였다면 모라의 말대로 나와 미래의 네가 대화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속으로 의문을 곱씹는 중. 스승님이 말을 꺼내셨다.
마치 내 속내를 읽고 계신 듯한 말이었다.
“내가 모라의 신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리되었을 거야.”
진짜로 내 생각을 읽고 계신 것 같았다.
아니, 생각을 읽은 게 아니라 표정을 읽으신 건가?
모르겠다. 방금 전에 내가 무슨 표정을 어떻게 짓고 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스승님이 내 생각을 읽었든, 내 표정을 읽었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얘기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모라의 신법에……개입을 했다 하셨습니까?”
모라의 신법에 개입했다.
이 말이 중요하다.
“그래.”
“……간접적인 체험이었을 것을 직접적인 대면으로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시간을 건드는 모라의 신법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거기에 더해서 저런 극적인 변화까지 일으키다니.
대체 뭘 어떻게 하신 것일까.
“쉽지는 않았으나,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스승님의 표정은 굉장히 여유로웠다.
별거 아닌 일을 했을 뿐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만약 내게 실체가 있었다면 어려웠겠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아스트랄에 간섭하는 건 육체를 지닌 채로는 불가능에 가까우니.”
무슨 말인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아스트랄.
나는 아직 저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이해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상념만 남아 있는 아스트랄체다. 그 어떠한 개념과 법칙에도 얽매여 있지 않은 몸이기에, 시간에 간섭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시간에 간섭할 수 있는 건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무언가’ 뿐이라는 걸까.
그 무언가가 바로 스승님이 말하신 ‘아스트랄체’라는 것이고.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내 상태에 관한 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네게 아스트랄체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이상, 하등 쓸모없는 이야기일 뿐이야.”
요컨대 내게 죽을 생각이 없는 이상 쓸모없는 이야기일 뿐이라는 말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이렇게 내가 모라의 신법에 간섭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그리고 너와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지금 중요한 건 어째서 이렇게 됐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 상황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이것이다.
“먼저 지금 상황에 대한 건 알고 있다. 모라의 신법에 간섭하며, 너와 모라가 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라의 신법에 간섭하며 그런 것까지…….”
순간 다시 의문이 치솟았다.
대체 어떻게 간섭을 하면 저런 것까지 알게 될 수 있는 것일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죠.”
그러나 그런 의문도 잠시.
바로 생각을 지웠다.
의문을 지우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되뇌었다.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계속해 주세요.”
머리를 비우고 스승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보고 많이 놀랐다.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더구나.”
스승님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설마, 내 과거가 그러한 것일 줄은…….”
역시 스승님은 베일과 자신이 하나였던 때의 기억을 지니고 계시지 않은 듯했다.
“얘기를 들은 지금까지도 믿기지가 않는다. 나와 베일이 하나였던 시절, 우리가 영웅이라 불리던 신이었다니.”
“……분열하시면서, 기억은 모두 베일에게만 전해졌나 보네요.”
“그래. 그런 거겠지.”
스승님이 먼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아마 종말신의 계략이었을 거다. 악을 집중시킨 쪽으로 선했던, 영웅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집중시켜 전하는 게 여러모로 형편이 좋았을 테니 말이야.”
“……예.”
종말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신의 몸을 빼앗는 것.
빼앗아서 부활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스승님의 말마따나 악한 쪽에게 기억을 집중시키는 편이 좋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도 참으로 어리석었다. 내게 아무런 기억도 없다고 해서, 베일 또한 아무런 기억이 없을 거라 단정 짓다니.”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다는 듯이, 자조의 웃음을 띠었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후회로 점철된 자조의 웃음이었다. 여러모로 생각나는 게 많으신 것이리라.
‘후회하실 만해.’
이전에 베일에게 들은 말들을 생각해 보면, 베일은 스승님도 당연히 인신이었던 시절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다.
요컨대, 베일은 자신이 인신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있다는 걸 숨길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스승님이 조금만 더 신중하게 행동했다면 베일에게서 인신이었던 시절의 정보를 빼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회하실만하다.
“면목없다. 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제대로된 정보를 남기지 못해 미안하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셨다.
“그래도, 다행이야. 이렇게 늦게나마 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스승님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스승님의 눈동자 너머로 결의라는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신하율. 내 계승자.”
스승님이 천천히 내게 다가오셨다.
“나는 지금부터 나에게 남은 모든 힘을 네게 건넬 것이다.”
코앞까지 다가와 그대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원래라면, 네가 9서클에 오른 날. 할라마니움의 터 마지막 관문에서 건네야 했을 힘이다만, 지금 건네겠다.”
할라마니움의 터,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시험을 치른 날.
나는 스승님의 복제체와 만났다.
그때 이런 말을 들었었다.
지금 이렇게 헤어지지만, 이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때가 되면 모든 걸 다 알게 될 거라고 말이다.
‘그게 이 얘기였구나.’
내가 9서클에 오른 뒤에 진짜 스승님과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할라마니움의 터가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정확히 이해했다.
“……스승님에게 힘을 양도받으면, 베일을 이길 수 있습니까?”
자연스레 드는 의문이었다.
모라는 말했다.
내가 모라에게 도움을 받아, 신체의 시간을 가속시켜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5%가 채 안 된다고 말이다.
즉, 내가 스승님에게 힘을 양도받아도 베일에게 이길 수 있는 확률은 5%가 안 된다는 말이다.
“이기기 힘들겠지.”
아니나 다를까 스승님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네게 힘을 양도한다고 해 봐야, 네 힘은 9서클 초입일 뿐. 베일을 쓰러트리고, 나아가 종말신을 쓰러트릴 수준은 못 된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그러면…….”
“원래대로 일이 진행돼, 할라마니움의 터에서 내게 힘을 양도받았다면 그리되었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그 말은 즉.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는 말인가요?”
“그래.”
내 어깨에 닿아 있는 스승님의 오른손에 마나가 집중되었다.
“할라마니움의 터는 내 아스트랄체를 최대한 손실 없이 구현화시키기 위한 장치다. 그 안에서만 나는 진짜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되지.”
스승님의 영혼을 최대한 효율 좋게 구현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할라마니움의 터다.
이런 말인 것 같았다.
“할라마니움의 터에서 내 손실률은 15.7%.”
바꿔 말하면 84.3%의 재현율이라는 말이다.
“그럼 여기서 질문이다. 15.7%의 손실률이 네게 양도할 힘의 몇 퍼센트를 손해 보게 할까?”
“……15.7% 아닙니까?”
자연스레 생각하면 15% 안팎이어야 한다.
“틀렸다.”
스승님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38.33%. 15.7%의 손실률은 네게 전할 힘의 4할을 손실케 한다.”
“38.33%……. 크네요.”
“아주 크지.”
생각 이상으로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스승님의 손에 깃들어 있던 마나가 한층 더 강렬하게 빛났다.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마나의 밀도 자체가 한층 더 단단해진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곳은 할라마니움의 터가 아니다.”
아니, 진짜로 단단해지고 있다.
안 그래도 경이로운 수준이었던 마나가, 한층 더 거대해지고 있다.
“이곳은 시간과 공간의 틈새. 아무런 시간적, 공간적 법칙도 개입하지 않은 개념적인 공간이다.”
계속, 계속 커지고 있다.
“이곳엔 아스트랄체인 나를 속박할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나는 0.1%의 손실률도 지니지 않는다.”
어깨가 뜨겁다 못해 고통스럽다.
단순히 마나를 집중시키고 있을 뿐인데, 어깨에 인두라도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고 있다.
“모라의 신법이 만든 이 장소에선… 우연과 필연이 겹쳐 생겨난 이 장소에서는 나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통증은 이내 어깨에서 전신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스승님의 손바닥에 서려 있는 마나가 내 전신으로 뻗어 나가며 통증도 같이 뻗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선 아무런 손실 없이 네게 힘을 양도할 수 있다.”
아프다. 너무 아파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내 남은 모든 걸 네게 양도할 수 있다.”
울 것 같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지금의 내겐 눈물을 흘릴 만큼의 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 감각이 통증에 점거되어, 통증을 느끼는 것 이외의 행위는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아니, 딱 하나 예외가 있다.
청각만큼은 살아있다.
시각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청각만큼은 또렷하다.
“운 좋게도. 지금의 네겐 내 힘의 양도를 막는 거름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름망?
무얼 의미하는 걸까.
“미미르 벨 바이테너. 내 딸 말이다.”
미미르?
미미르가 거름망이라고?
그게 무슨 의미일까.
“미미르는 널 보조하고 네 마법적 처리 효율을 끌어올려 주는 최고의 파트너다.”
그때, 다시 통증이 커졌다.
지금까지 신체를 옭아매는 통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정신까지 아파 오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 위해선 네 정신에 100% 동기화해야 한다는 거다.”
아프다.
이대로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네 정신에 미미르가 동기화 해 있기에, 내가 힘을 보내려면 미미르를 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때, 자연스레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지.”
몸속에 스승님의 마나가 가득 찼다.
청각과 통증 외엔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이대로 내 몸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지금 미미르는 없다. 지금의 네겐 아무런 거름망도 없다. 100% 내 힘을 받아 낼 수 있어.”
100%.
기뻐해야 할 말이지만, 기뻐할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서.
도저히 기쁘다는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기뻐하거라.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다.”
스승님이 웃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스승님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계셨다.
“이렇게 아무런 손실 없이 힘을 양도받은 지금이라면. 내게서 모든 힘을 양도받고, 이후, 미미르와 다시 동기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필히.”
마나가 한층 더 거대해졌다.
이젠 서서히 청각도 흐려진다.
이제 정말 끝이다.
잠시 후면, 나는 정신을 잃는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기뻐하거라. 네가 선택한 이 미래는 단언컨대, 최고가 될 미래이니.”
흐려지는 정신 속, 스승님의 마지막 말이 선명하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