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4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49화(449/466)
세인의 검에 베여, 하늘을 날아가던 베일의 머리가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내가 흑언을 풀었다는 건 무슨 말이지?”
신기루처럼 사라졌던 베일의 머리는 어느샌가 다시 베일의 신체 위에 붙어 있었다.
목을 베인 정도는 아무런 타격도 되지 않는다는 듯, 아주 멀쩡했다.
“목을 잘라내도 아무런 타격이 없는가. 안 그래도 괴물이었던 놈이 한층 더 괴물이 됐군.”
세인이 혀를 찼다.
방금 그 일격으로도 아무런 데미지를 줄 수 없다니.
이러면, 사실상 공격 수단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답해라. 내가 흑언을 풀었다는 게 무슨 의미지?”
베일이 눈을 날카롭게 뜬 채, 세인을 노려봤다.
세인의 눈꺼풀이 움찔 떨렸다.
“네가 푼 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흑언을 푼 당사자가 왜 흑언이 풀렸냐고 묻는 건지.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가 없는 물음이었다.
“……내가 풀었다고?”
베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당연하게도, 베일은 흑언을 푼 적이 없다.
세인은 베일이 오만함에 사로잡혀 흑언을 푼 거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아니다.
세인과의 일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흑언을 뭐하러 풀겠는가.
베일은 그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세인이라는 가능성의 결정체를 자유롭게 풀어 줄 만큼 어리석지 않다.
흑언을 해제한 건 베일이 아니다.
흑언이 해제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하하하.”
그렇게 베일이 생각에 잠겨있는 중.
돌연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이런 식으로 꿈을 이루게 될 줄은 몰랐다.”
세인의 목소리다.
“감사한다. 베일 스톨. 흑마법의 시초. 네 욕심에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
“넌…….”
세인의 목소리지만, 세인의 말이 아니었다.
“……누구지?”
베일의 날카로운 시선을 여유롭게 받아내며 미소로 답했다.
“흑마도왕. 지금까진 그렇게 자칭하고 있었다.”
흑마도왕.
그가 이 이상 기쁠 수 없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흑마도왕?”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다.
베일이 부활하기 전, 흑마법사들의 왕이라 불리던 남자의 이름이다.
“네게 그 이름으로 불리니까, 기분이 묘하군. 불쾌하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좋아.”
흑마도왕이 이보다 더 유쾌할 수 없다는 듯이 조소했다.
그리곤 이 기분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다는 듯이, 여운을 느끼고 싶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미친 건가? 거기서 네 이름을 말하면 어쩌자는 거지?’
내면의 세인 비노슈가 이를 까드득 짓씹으며 소리쳤다.
흑마도왕의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세인 비노슈. 내 정체를 밝히는 것 정도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흑마도왕 네놈…….’
세인이 기겁한 표정으로 흑마도왕을 노려봤다.
저기서 사념이 아니라, 직접 말로서 답을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마지막에 와서 배신이라도 할 생각인가?’
베일에게 굴복한 것일까.
베일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베일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려 마음을 먹은 것일까.
그게 아니면 저런 행동을 보일 리가 없다.
베일이 한껏 찌푸린 눈초리로 흑마도왕을 노려봤다.
흑마도왕은 그런 베일의 시선을 가볍게 넘기며 여유롭게 웃었다.
“그럴 리가. 배신이라니 얼토당토않다. 나는 너희 편이야. 세인 비노슈. 그리고 소피아 아네체프리.”
흑마도왕의 귓가에 세인과 소피아가 탄식하는 소리가 꽂혔다.
‘흑마도왕. 갑자기 왜…….’
소피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흑마도왕을 바라봤다.
언젠가 배신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 타이밍에 배신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
흑마도왕은 소피아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웃음만 지을 뿐.
“그 신체.”
베일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부에 영혼이 세 개 공존하고 있군.”
베일의 말에 소피아와 세인, 그리고 주위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스텔라와 지순찬, 아델라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걸렸다!’
다들 속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흑마도왕은 그런 베일과 똑바로 눈을 맞추며 답했다.
“새로운 힘을 얻으며 영혼을 볼 수 있게 되었는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 봤다. 네 말대로 이 신체에는 세 개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라는 9서클 마법사의 영혼. 세인 비노슈라는 최강의 검사의 영혼. 그리고 최악의 흑마법사이자, 이제는 세계 최고의 흑마법사가 된 내 영혼.”
흑마도왕이 대놓고 진실을 털어놓았다.
굳이 공개할 필요 없는 정보까지 모조리 누설해 버렸다.
세인 비노슈를 포함한 모든 일행들이 흑마도왕을 노려보았다.
다들 배신자를 보는 듯한 눈초리다.
“아, 그래. 오해를 푸는 김에 하나 더. 우린 바이테너식을 계승하지 않았다.”
흑마도왕의 이상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는 따로 있다. 우린 그 계승자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계승자를 연기했을 뿐.”
‘흑마도왕!!!’
세인이 포효했다.
아무리 그래도 바이테너식의 계승자에 대한 얘기까지 꺼내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베일 스톨. 너는 바이테너식의 계승자도 아닌, 일개 엑스트라 따위에게 이토록 고전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흑마도왕은 세인의 분노 따윈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어떤 기분이지? 일개 엑스트라 따위에게 발목을 잡혀서 일생일대의 결심을 한 기분은?”
베일에게 비아냥대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세상 띠꺼운 미소를 지은 채, 한껏 입꼬리를 비튼다.
“…….”
베일의 표정이 점점 더 싸늘하게 식어갔다.
덩달아 세인과 소피아의 표정도 굳어갔다.
“하하하!”
베일의 표정이 굳어가면 굳어갈수록, 흑마도왕의 표정은 점점 더 생기를 띄어 갔다.
“정말이지 유쾌하군. 지금 이 상황도. 네 표정도. 세인 비노슈의 표정도. 모든 게 유쾌해.”
베일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살기를 뿜어냄에 따라 눈동자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할 말은 그걸로 끝인가?”
“아니. 아직 하나 더 남았다.”
흑마도왕이 여유로운 미소로 답했다.
“베일 스톨. 세인 비노슈. 그리고 소피아 아네체프리. 뜬금없는 말일 수 있다만.”
흑마도왕의 주위로 검은색 마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를 부를 땐 흑마도왕이 아니라…….”
마나가 만들어 낸 작은 소용돌이는 큰 소용돌이가 되고, 큰 소용돌이는 이내 태풍이 되었다.
“카인이라 부르도록.”
카인 베네체.
“그게 내 진짜 이름이다.”
흑마도왕의 주위를 소용돌이치던 검은 마나가 천천히 흑마도왕의 신체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흑마도왕 네놈…….“
세인이 눈을 크게 뜨고 흑마도왕을 노려봤다.
노려보며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내게 다른 이름 같은 건 없다. 지금의 나는 흑마도왕일 뿐. 흑마법이란 거대한 감옥 속에서만 움직이는 걸 허락받은 우물 속 왕일 뿐이야.’
과거 세인이 흑마도왕에게 진짜 이름이 무엇이냐 물어본 날.
흑마도왕은 저런 대답을 했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이름이 뭔지 말하라던 세인을 보며, 흑마도왕은 이렇게 말을 이었었지.
‘나중에 말해주겠다.’
웃는 듯, 슬퍼하는 듯, 오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온전히 나임을 자각할 수 있게 된 날. 내가 우물 안의 왕이 아니라, 진짜 왕이 되는 날이 온다면…….’
세인과 소피아를 보며 평소처럼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너희 둘에게 가장 먼저 얘기해 줄 것을 약속하지.’
그렇게 말했었다.
고로, 흑마도왕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행위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흑마법이란 족쇄에 묶여있지 않다.
나는 이제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
라는 의미가 말이다.
“베일 스톨.”
흑마도왕. 아니, 카인이 베일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쓰러트리고. 나는 나로서… 오로지 나라는 개체로서 정상에 설 것이다.”
카인의 신체로 집결되었던 마나가, 다시 밖으로 흘러나오며 하나의 마법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사라져라. 과거의 망령.”
3년 전, 흑성에서 펼쳐졌던 광경이 다시금 재현되었다.
하늘에서는 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바다는 성난 해룡처럼 소용돌이치며, 하늘은 화염으로 물들었다.
“이 마법…….”
베일이 주위를 살피며 눈살을 찌푸렸다.
흑마법임이 분명하나, 묘하게 다르다.
깊이도, 밀도도, 형질도, 모든 것이 다르다.
‘비유하자면…….’
10서클.
이 마법은 10서클 흑마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그런 마법들이다.
“놀랍군. 미래를 버린 마법 체계이거늘. 수분 한 점 없는 척박한 대지에서 싹을 피워냈는가.”
베일이 카인을 노려보며 작게 박수를 쳤다.
“칭찬하마. 훌륭하다.”
이건 갈채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위에서 아랫것들을 살피듯이 말하지 마라. 전대 왕.”
카인이 세상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천천히 베일을 향해 올라가는 오른손.
오른손에 마나가 집결되었다.
“너는 이제 내 위가 아니야. 너는 지금 흑마법사가 아니라 신. 자신이 추락한 것도 모르는 멍청한 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마나는 이내 또 다른 마법이 되었다.
“……신화 마법?”
어둠.
3년 전 일행들을 괴롭혔던 어둠의 신화 마법이 다시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우웅-!
어둠 마법이 세계를 잠식했다.
세계를 가득 채운 어둠이 베일을 향해 어금니를 드러냈다.
촤좌좌좌좍!
어둠은 수천, 수만, 수억 개의 바늘이 되어 베일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델라 스테어트. 스텔라 비노슈. 지순찬.”
휘몰아치는 어둠의 세례를 바라보며,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세 명에게 말을 걸었다.
“물러나라. 여기서 너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세 명의 신체가 뒤로 밀려났다.
딱히 흑마도왕이 마법을 사용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흑마도왕은 말만 했을 뿐.
그뿐이다.
“물러나서 만약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를 대비해.”
말만 하고 있을 뿐인데도, 세 명의 신체는 천천히 밀려나고 있었다.
‘무슨 힘이…….’
‘윽…….’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의 여파 때문에.
베일과 흑마도왕의 힘이 격돌하며 흘러나오는 힘의 여파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대로 천천히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아, 대비하라고 했다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기는 건 나일 테니.”
그때 어둠이 모습을 바꾸었다.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일 뿐.”
물량으론 안 된다고 판단한 듯.
어둠은 곧 하나가 되어, 거대한 괴물의 형상을 이루었다.
어둠에서 탄생한 괴물과, 신이 된 괴물이 격돌했다.
안 그래도 강렬했던 힘의 여파가 한층 더 강렬해졌다.
멀리 서 있을 뿐인데도, 몸이 아프다.
“그러니 마음 편히 먹고 물러나라. 물러나서. 본대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
자신만만해 보이는 목소리.
듬직한 등.
절대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법.
흑마도왕은 정말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흑마도왕. 당신, 죽을 생각인가요?”
아델라의 눈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자신만만한 게 아니라, 자신만만한 척을 하는 것 같았다.
“글쎄. 죽을 수도 있지. 말했을 텐데. 내가 질 가능성도 존재는 한다고.”
흑마도왕이 왼손을 뻗었다.
그러자 두 번째 어둠의 괴물이 탄생했다.
이번엔 뱀 같은 형상을 한 괴물이다.
“……쯧. 귀찮게 하는군.”
베일은 그 괴물을 손으로 찢어버렸다.
이래서야 누가 괴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걱정이 된다면 1초라도 빨리 이 장소에서 멀어지도록. 너희를 감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지켜야 할 것이 없다면, 조금 더 유동적으로 힘을 아껴가며 싸울 수 있다.
“……알겠습니다.”
아델라가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스텔라와 지순찬도 뒤따라 뒤로 물러났다.
확실히 이 정도 싸움에서 자신들은 방해밖에 안 된다.
물러나는 게 옳다.
“무사를 빌겠습니다.”
“그래. 소피아와 세인은 무사히 돌려보내 줄 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저들이 걱정하는 건 이 몸에 함께 자리 잡고 있는 두 명일 터.
흑마도왕이 픽 웃으며 답했다.
“이탈하겠습니다.”
그렇게 세 명이 완전히 이탈하려 할 때였다.
“아, 그래. 하나. 전언을 부탁했어야 하는데. 잊고 있었군.”
흑마도왕이 다시금 말을 꺼냈다.
“아델라 스테어트. 신하율에게 전해라.”
아델라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고 흑마도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놈은 이제 더 이상 베일이 아니다.”
흑마도왕은 베일을 노려봤다.
베일 스톨의 얼굴을 하고는 있으나, 품고 있는 기운 자체가 다르다.
저건 이제 베일이 아니다.
흑언이 풀린 것도, 저자는 더 이상 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흑마법의 시초가 아니게 되었기에, 흑언 또한 사라진 것이다.
“아마 이놈은…….”
그렇게 흑마도왕이 베일의 상태를 아델라에게 말하려 말 때였다.
베일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제 슬슬 지니게 된 힘에 익숙해진 듯,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쯧. 가라!”
베일이 하던 말을 끊고 소리쳤다.
“예!”
세 명은 그 즉시 자리를 이탈했다.
그렇게 세 명이 자리를 벗어난 직후.
콰아아아아아앙-!
방금 전까지 세 명이 서 있던 장소를 중심으로 폭발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