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5화(45/466)
김강인과 약속한 날까지 5일이 남았다.
[발신자 : 김강인] [하율 군이 상대할 5서클 마법사가 정해졌습니다.] [프로필을 첨부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합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방금 전, 내가 상대할 5서클 마법사가 정해졌다는 문자가 왔다.
프로필에 상대의 특기 마법을 비롯해 강점과 약점까지 적혀 있다.
이 정도 정보라면 굳이 따로 분석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김강인이 보낸 프로필은 완벽했다.
“잉? 뭐야. 프로필을 거의 뭐 공략집 수준으로 보내 주셨네?”
내 뒤에서 슬쩍 문자를 확인한 순찬이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보내주셨는데요?”
옆에서 땀을 닦고 있던 아델라가 궁금하다는 듯이 다가왔다.
“볼래?”
“네.”
나는 홀로그램 모드를 켜, 아델라를 향해 화면을 돌렸다.
아델라가 빠른 속도로 프로필을 훑었다.
“……진짜 말 그대로 공략집이네요.”
그리곤 곧 순찬이와 똑같은 말을 했다.
“네가 봐도 그래?”
“네. 이렇게 완벽한 분석 데이터는 처음 봤어요.”
아델라의 취미는 분석이다.
그런 아델라가 이렇게 감탄할 정도면, 정말 대단한 거다.
“근데 이거 무슨 의미야? 왜 굳이 이렇게까지 완벽한 프로필을 보내주신 거지?”
순찬이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전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세세한 데이터를 보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데이터 분석에 신경 쓰지 말고 실력 향상에나 힘쓰라는 청색 마탑주님 나름의 배려가 아닐까요?”
“그것도 있겠지만, 내가 너무 불리하니까 어드벤티지를 주신 거겠지.”
“아하. 그런 거였구만.”
순찬이가 납득한 듯했다.
“뭐가 됐던 좋은 일이네? 분석에 투자할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니까.”
“그러게.”
좀 걸리는 게 있긴 한데, 아무튼 지금 당장은 좋은 일이다.
나는 적당히 대꾸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다시 훈련 시작하자.”
“앗, 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아델라도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나 아직 호흡 안 돌아왔어. 5분만 더 쉬자.”
“딱 그때 훈련해야 체력이 느는 거야.”
“……악마 같은 새끼.”
“그 악마의 공동 훈련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신 건 님이시잖아요? 그니까 뒤지기 싫으면 어서 일어나.”
나는 순찬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안 일어나면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담은 미소였다.
“아. 인생…….”
순찬이가 해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해 보자. 어디 다음은 무슨 훈련이냐? 너랑 대련? 아델라랑 대련? 아니면 1:1:1?”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악랄한 사람은 아니야.”
지금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대련 같은 걸 했다간, 무슨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
“그럼 뭔데?”
“간단해.”
나는 훈련장을 가리켰다.
“뛰어. 남은 시간 내내.”
“……아직 1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응. 마지막 마무리 운동으로 딱 좋은 시간이잖아.”
“…….”
“아, 참고로 마나 쓰는 거 걸리면 30분씩 늘린다.”
순찬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악마 보다 더한 사탄 같은 새끼.”
“어허. 이렇게 친구를 생각해 주는 사탄이 어딨다고.”
“그래. 친구를 위하는 네 마음이 너무 갸륵해서 눈물이 다 나네. 너무 감동스러워서 무심코 네 미간에 스크류 펀치를 선물해 주고 싶을 정도야.”
순찬이가 중지만 빼든 채로 주먹을 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1시간 다 뛰고 나면 그 선물 받아 줄 테니까. 일단 뛰고 와.”
그 순간, 순찬이의 표정이 독기로 가득 찼다.
“……분명히 말했다? 아델라 너도 들었지?”
“네? 네…….”
“오케이. 증인 확보 완료. 넌 뒤졌다. 딱 기다려. 1시간 뒤에 보자.”
그렇게 말하곤 곧장 훈련장을 뛰기 시작했다.
순찬이가 체력은 부실해도, 의지만큼은 남들보다 뛰어나니, 어떻게든 할당량을 채울 테지.
“……진짜 한대 맞아 주시려고요?”
조용히 듣고 있던 아델라가 내게 다가왔다.
“아니? 내가 왜?”
“네? 맞아 주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맞아 준다곤 안 했는데? ‘받아’준다고 했지.”
“아?”
미간을 향해 날아드는 순찬이의 스크류 펀치를 가볍게 받아내면 될 뿐이다.
“……1시간 뒤에 엄청 날뛰시겠네요.”
“괜찮아. 어차피 내일이면 다 잊을 거야.”
순찬이의 최고 장점은 뒤끝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렇게 투덜대긴 해도 속으론 나한테 고마워하고 있을 걸?”
“……그런가요?”
아델라가 훈련장을 귀신같은 형상으로 달리고 있는 순찬이를 바라봤다.
표정이 얼마나 살벌한지, 살기마저 느껴진다.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아니야. 분명 속으론 엄청 고마워하고 있을 거야.”
“음…….”
아델라가 말을 흐리며 순찬이를 바라봤다. 사이사이 내 이름과 욕설이 들려왔다.
아델라가 오묘한 표정으로 다시금 탄성을 흘렸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럼 우리도 훈련 시작하자.”
“네? 아, 네.”
아델라가 금세 순찬이에게서 관심을 끄고 내게 집중했다.
“마지막 훈련은 아까도 말했듯이, 너랑 나랑 1:1 대련이야.”
“네.”
아델라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말했듯이 이번엔 4서클 마법까지 모조리 사용할 거고.”
“……네.”
나는 이번에 공진을 사용해서 아델라와 대련을 할 생각이다.
거기에 간섭은 물론, 월광탄 같은 아델라의 마법도 서슴지 않고 사용할 생각이다.
즉, 내 모든 전력을 쏟아 낼 예정이라는 것이다.
“기대되네요.”
아델라의 미소가 짙어졌다.
승부욕과 기대감으로 활활 타오르는 눈빛이 돋보였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네.”
그렇게 나와 아델라의 대련이 시작됐고.
3분 남짓한 전투 끝에, 나는 압승을 거두었다.
* * *
그날 밤.
자신의 방으로 돌아 온 아델라는 곧바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으…….”
피곤하다.
얼마나 피곤한지, 이대로 눈만 감으면 3초 내에 잠들 자신이 있었다.
‘옷은 갈아입고 자야 하는데…….’
이대로 제복을 입은 채 잠들면, 주름이 져서 내일 등교할 때 곤란해진다.
적어도 잠옷으로라도 갈아입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지금은 움직이고 싶지가 않다.
오늘 신하율, 지순찬과 함께한 훈련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어서,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여력도 남아있지 않다.
이대로 눈을 감아, 편안해지고 싶다.
‘안녕히 주무세요…….’
베개에 얼굴을 뭍은 아델라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흐릿해져 가는 정신 사이.
아델라는 1시간 전, 신하율과의 대련을 떠올렸다.
4서클 마법을 사용해 자신을 압도하는 신하율의 모습은 가히 전장의 신 그 자체였다.
정말 손도 발도 못 쓰고 압도당했다.
‘그 월광탄…….’
제일 압권이었던 건, 신하율이 다루던 월광탄이었다.
‘내 월광탄보다 빠르고, 강력했어.’
심지어 아델라의 월광탄과 다르게 유도 기능까지 있었다.
그 위력과 속도로 끊임없이 추격을 해 오는데, 그걸 떨쳐 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월광탄의 마법식을 어떻게 만졌길래 그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걸까.’
그 순간, 아델라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던 수마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 잠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오늘 대련을 되돌아보며, 복기하는 것.
순식간에 또렷한 눈동자로 돌아 온 아델라가 침대에서 일어나, 그대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곤 컴퓨터를 키고, 오늘 훈련을 기록해 둔 USB를 꽂아 훈련 영상들을 분석해 나갔다.
‘여기부터 0.1배속으로 두고, 훈련장의 마나 스캐닝 기능을 키면……. 됐다.’
아마도 아델라는 내일 등교할 때까지 잠들지 않을 터였다.
* * *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
그린우드 숲, 엘레나의 통나무집 앞 공터.
나는 엘레나에게 신안의 수련을 받고 있었다.
“이틀 만에 오감 봉인이 필요 없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음. 조금 아쉽네요.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오감 봉인이 끝난 걸 아쉬워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 거예요.”
엘레나가 기가 찬다는 듯이 웃었다.
“아무튼 이제 마나를 보는 건 완벽하신 것 같네요.”
“네. 오래 보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긴 한데, 보고 싶을 때 볼 수는 있게 됐습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두통에 시달리는 중이다.
“성취가 정말 빠르네요.”
“이게 다 선생님이 훌륭하셔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빈말이라도 감사하네요.”
엘레나가 쓰게 웃었다.
자기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엘레나 님의 오감 봉인이 아니었다면 신안을 개방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만약 오감 봉인이 없었다면 신안을 일깨우는 데 최소 몇 달은 걸렸을 것이다.
그만큼 제 6감을 개방하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신안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저번부터 생각했는데, 당신은 사람을 쑥쓰럽게 만드는 데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엘레나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머쓱하게 답했다.
뭔가 이런 직설적인 감사가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그보다 어때요? 슬슬 두통이 가라앉을 때가 된 거 같은데.”
엘레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네. 마침 조금 전부터 말끔해 졌습니다.”
신안의 부작용인 두통은 조금 전을 기점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그럼 곧바로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도 되겠네요.”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곧바로 잡념을 털어냈다.
훈련을 시작하는 이상, 훈련에만 집중해야 한다.
“다음 훈련에서 뭘 할 건지는 이미 알고 계시죠?”
“네.”
다음은 본격적으로 마법의 본질을 보기 위한 훈련을 한다고 했다.
“지금부터 아주 단순한 형태의 마법진을 펼칠 겁니다. 당신은 신안을 사용해서 제 마법진을 관찰하세요.”
엘레나의 손바닥 앞에 소형 마법진이 떠올랐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마법의 본질, 마법을 부술 수 있는 틈새가 보일 겁니다.”
“틈새요?”
“네. 그 틈새를 이용해서 마법을 캔슬하는 것이 바로 ‘파훼(破毁)’입니다.”
“틈새를 이용한 마법 캔슬…….”
뭔가 와 닿지 않는 말이었다.
“일단 해 보세요. 당신이라면 곧바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네.”
나는 엘레나의 마법진에 손을 얹은 채 신안을 발동시켰다.
마나가 보인다.
상냥하고 따스한 마나.
이 마법진은 엘레나의 성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신안을 활성화하셨으면, 마법진의 구조를 파악하세요.”
“네. 했습니다.”
엘레나의 말처럼 아주 단순한 마법식이어서, 구조를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럼 이제부터 집중하세요. 지금부터 레이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네.”
마법진 사이로 연결된 마나들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마도학에 있어 완벽한 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도학에 완벽이란 단어는 없다.
완벽에 가까운 최선만 있을 뿐.
미미르의 서에서 읽었던 파훼에 관한 서적에 적혀 있던 문구다.
‘이거였구나.’
그 순간, 미미르의 서에서 읽었던 파훼에 대한 정보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신안이 없었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이해되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기에 모든 마법 수식에는 필연적으로 빈틈이 발생한다.”
마법식에 존재하는 일말의 빈틈을 찾는 것.
그게 파훼의 제 1조건이다.
“신안으로 마법의 본질을 꿰뚫어 보거라. 마나의 소리를 들어라. 마법의 빈틈을 포착해라. 그리하면…….”
무언가가 보인다.
녹색 마법진 사이로 빛나는 일말의 틈.
“그 순간부터. 마법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게 될 것이다.”
나는 그 틈에 마나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