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5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52화(452/466)
종말신은 평온한 표정으로 자신의 신체를 살피고 있었다.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가.
어깨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목을 이리저리 꺾어보기도 한다.
자신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행위들이었다.
“기분이 썩 좋아보이진 않는군. 타인의 몸이라 어색한가?”
흑마도왕이 그런 종말신을 보며 비아냥대듯이 한 마디를 건넸다.
“…….”
종말신은 그런 흑마도왕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흑마도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눈앞에서 개미가 기어 다니든, 파리가 날아다니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오직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왜 대답이 없지? 청각에 문제라도 생겼나?”
흑마도왕이 다시 한번 비아냥댔다.
아까보다 더 기분 나쁜 표정과 말투로.
이래도 무시할 거냐는 듯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
허나 종말신은 여전했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디서 개가 짖든, 소가 울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발목과 손목을 돌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쯧.”
종말신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뭔가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인상을 찌푸린 채로 혀를 찬다.
“내 신물을 흡수하고도 고작 이 정도인가.”
지금 자신이 활동을 개시한 걸 보면, 이 반쪽짜리 인신이 십중팔구 자신이 준비해 둔 신물을 사용했다는 말인데.
그 신물을 사용하고도 고작 이 정도 힘이라니.
너무 약해서 말도 안 나온다.
“호오. 놈이 심장에 박아넣은 뿔은 역시 신물이었나.”
흑마도왕이 다시금 말을 걸었다.
이번엔 비아냥대고자 한 말이 아니라, 의문을 풀고자 자연스레 나온 질문이었다.
종말신이 흑마도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놈. 이놈이 자신의 심장에 뿔을 꽂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나?”
“계속 무시하더니. 뿔 얘기가 나오니 바로 반응하는군.”
“쓸데없이 짖지 말고 내 질문에나 대답해라. 가축.”
가축이란 말에 흑마도왕이 작게 웃었다.
“가축. 가축이라. 네게 있어 인간은 모두 가축이라는 의미인가?”
종말신의 눈이 살짝 빛났다.
“호오. 제법 머리가 도는 가축이로군. 스스로가 어떤 입장에 놓여있는지 자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능은 지니고 있는 모양이야.”
종말신이 박수를 쳤다.
비아냥대려는 의도가 명확히 보이는 건들대는 박수였다.
“그 지능을 높이 사, 방금 전에 저지른 무례는 한번 넘어가 주지.”
무례.
방금 전, 종말신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단, 두 번은 없다.”
종말신의 눈에 새겨진 성흔이 시뻘겋게 빛났다.
“대답해라. 아까 전, 이 신체의 주인이 자신의 심장에 뿔을 꽂아 넣는 걸 확인했나?”
흑마도왕이 잠시 고민했다.
저 질문에 답을 해 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대답하지 않는 게 좋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어차피 눈치채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대로 말해도 될 테지.
“그래. 이 눈으로 확실히 확인했다. 기형적인 형태의 뿔을 심장에 박아넣었지.”
“……쯧.”
종말신이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다.
“진정 신물을 사용했음에도 이 꼬라지라는 건가. 웃음도 안 나오는군.”
인상을 찌푸린 채 헛웃음을 터트린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는 표정이다.
“이게 나를 쓰러트린 영웅신, 인신의 말로란 말인가.”
종말신이 유일하게 인정했던 숙적.
종말신으로 하여금, 패배를 경험케 한 장본인. 인신.
그 신의 반쪽에 자신의 신물을 꽂았음에도 원래 힘의 반의반의 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대체 얼마나 엉망인 상태로 신물을 꽂아 넣어야 이런 상태가 될 수 있는 걸까.
“불쾌하군. 너무 불쾌해서 전신의 피부를 도려내고 싶은 기분이야.”
이딴 저급한 신체가 자신의 신체라는 것도 불쾌하고.
자신을 쓰러트린 인신이란 자가 이렇게 영락했단 것도 불쾌하다.
“흐음.”
그때, 흑마도왕이 의미심장하게 탄성을 흘렸다.
종말신의 시선이 다시금 흑마도왕에게로 향했다.
“방금 그 탄성. 무슨 의미지?”
아까 전까지는 개가 짖든, 소가 울든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까 전과 달리, 지금 종말신은 아주 기분이 나쁘다.
지금 놈의 울음소리는 신경에 거슬린다.
“무얼. 별다른 의미는 없다.”
흑마도왕이 여유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답했다.
“신이라고 하여, 우리와는 다른 존재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종말신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흑마도왕을 바라봤다.
어디 계속 말해 봐라.
종말신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꼬라지를 보니, 우리랑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여서 말이야.”
흑마도왕이 기분 나쁘라는 듯이 웃었다.
“……다를 바 없다? 내가? 너희 가축 따위랑?”
종말신이 흑마도왕 쪽으로 몸을 돌렸다.
“참기 힘든 모욕이군. 내 신생(神生)을 통틀어, 가장 큰 모독이야.”
종말신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눈앞의 날파리를 떨쳐내려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
그러자 흑마도왕의 신체가 비틀렸다.
뭔가 거창한 신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종말신은 그냥 손만 휘적였을 뿐이다.
‘온몸이 비틀린다.’
그 별 볼 일 없는 휘적거림 한번에, 흑마도왕의 신체가 꽈배기처럼 꼬이고 있다.
전신의 뼈가 짓이겨지고, 덩달아 장기가 짓눌린다.
‘대항할 수단은…… 딱히 없는 것 같군.’
어떻게든 대응하려 하였으나, 대응할 수가 없었다.
종말신이 쏘아 낸 신력의 힘이 너무 강하다.
막을 방법이 없다.
“네가 범한 모독에 대한 천벌을 내리겠다.”
흑마도왕의 신체가 점점 구체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다리와 팔이 꺾이고, 접혀 신체에 딱 달라붙었고.
머리도 완전히 앞으로 꺾여 배에 닿았다.
뿌득, 뿌드득!
그 상태에서도 몸은 계속 비틀리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완전무결한 ‘구체’가 되리라.
“네 몸으로 만든 공은 밖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가축들에게 선물로 줄 것이다.”
종말신이 작게 웃었다.
“가축들은 공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 튼튼한 공이 생겼다고 아주 기뻐할 거야.”
감히 자신의 기분을 언짢게 하다니. 이 가축은 그냥 죽이지 않을 거다.
“무얼. 죽는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너는 죽지 않아.”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서 영원히 고통에 몸부림치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너는 살아있는 공이 된 상태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내가 새로 만든 세상에서 내가 새로 만들 신인류들의 장난감으로서 영겁의 시간을 살아가게 될 거야.”
정신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신 보존의 마법을 걸고.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누군가의 발에 치이는 감각만을 느끼며 살아가게 한다.
주제도 모르는 가축에게 내리는 벌로는 이 정도가 딱이다.
“그래. 밖에 있는 가축들도 너와 똑같이 만들어 주면 되겠군. 네가 범한 무례는 너 하나가 짊어지기엔 너무나도 큰 것이니.”
종말신이 그대로 흑마도왕에게 다가갔다.
아니, 흑마도왕‘이었던’ 것으로 다가갔다.
“흠. 발로 차기엔 다소 크군.”
종말신이 손을 뻗어, 흑마도왕의 신체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천천히 신력을 불어넣었다. 신체를 더 압축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때였다.
“과연. 이게 신력인가.”
흑마도왕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근간을 파고들어 보면, 마나와 크게 다를 것도 없군.”
“네놈…….”
종말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 그런 표정이지? 내가 말을 하고 있는 게 그리도 놀라운가?”
흑마도왕은 현재 입은 물론, 성대까지 모조리 짓눌려 있는 상태다.
말 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래를 봐라.”
흑마도왕이 썩 유쾌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종말신의 시선이 살짝 아래로 향했다.
“……입?”
구체로 고정된 몸 바로 아래에 수도꼭지처럼 입 하나가 튀어나와 있다.
“신체 변형은 흑마법의 기초다. 몸을 둥글게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
흑마도왕은 모든 흑마법을 섭렵하고 있다.
메타몰포시스를 이용해 신체를 둥글게 만들거나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리석은 가축이 또다시 죄를 범하는가.”
종말신이 혀를 차고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리쳤다.
손날을 세운 채, 눈앞의 불쾌한 고깃덩이를 그대로 일도양단 내겠다는 듯이.
그대로 수직으로 손을 내리친다.
서걱-!
구체로 변했던 흑마도왕의 신체가 그대로 반으로 나뉘었다.
종말신은 그걸로도 만족스럽지 않은지 이번엔 수평으로 손을 휘둘렀다.
서걱-!
반으로 나뉘었던 흑마도왕의 신체가 다시금 반으로 나뉘어 4등분이 되었다.
서걱-!
다음 수도에 다시 반으로 나뉘어 8등분.
서걱-!
다시 반으로 나뉘어 16등분.
그리고 32등분.
64등분.
“정말이지 나를 불쾌하게 하는 덴 도가 튼 놈이야.”
종말신의 손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마구 휘둘러졌다.
그에 따라 흑마도왕의 신체가 수백, 수천 등분으로 나뉘었다.
그렇게 약 10초.
흑마도왕의 신체는 먼지만큼 작은 크기까지 나뉘어, 사방에 흩뿌려졌다.
“가축 따위가. 감히 신의 영역을 넘보지 마라.”
불사.
그것은 신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영역이다.
일개 인간 따위가 들어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불사의 힘을 지닌 인간의 존재 따윈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종말신이 주위에 흩날리는 신체 가루들을 털어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호오. 신의 영역이라.”
그때,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고작 이런 게 신의 영역이라니. 김이 새는군.”
“…….”
종말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 온 방향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아까 전에 본 입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먼지가 뭉쳐 입술의 형상을 이룬 듯, 재질이 모래 같다.
“실망이 커. 내가 신이라는 존재에 너무 큰 환상을 품었던 건가?”
그렇게 만들어진 입을 중심으로, 살점 가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 만, 십만, 백만.
셀 수도 없는 수로 분열된 신체가 빠르게 한곳으로 보여, 원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고작 이 정도가 신의 영역이라면. 오늘 내로 신의 자리를 탐할 수도 있겠어.”
살점 가루는 모여, 다시 흑마도왕의 모습을 이루기 시작했다.
종말신의 표정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분노를 극한까지 응축시킨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 아주 마음에 들어. 내가 딱 좋아하는 표정이야.”
흑마도왕이 그런 종말신의 표정을 보며 비아냥댔다.
상대를 분노케 하는 화법을 주로 구사하는 흑마도왕에게 있어, 신의 분노는 천상의 감미나 마찬가지였다.
아주 즐겁다.
“간만에 원래 몸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인가. 여러모로 기분이 좋아.”
머리를 시작으로, 몸통, 팔, 허벅지, 다리.
분열된 살점 가루들이 다시 집결되며, 빠르게 사람의 형태를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신체의 재구축이 끝나고.
“가축. 그 몸은 뭐지?”
종말신이 흑마도왕의 몸을 바라보며 물었다.
신체 구조가 아까 전과는 전혀 다르다. 아까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흑마도왕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평소처럼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게 내 원래 몸이다.”
흑마도왕은 흑언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는 상태로도 10서클에 도달한 천재 중의 천재다.
그런 흑마도왕이 족쇄를 풀고 자유를 되찾았다.
현재 흑마도왕은 흑마법과 백마법을 통틀어 명실상부 최강의 마법사다.
가히 신의 영역에 도달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금 전에 다른 몸을 하고 있었던 건 일종의 핸디캡이었다. 네 실력이 내 예상보다 한참 형편없으면 김이 샐 테니 말이야.”
흑마도왕의 신체 주위로 검은 마나가 휘몰아쳤다.
“다행히 내 예상보다 한참 형편없진 않군. 썩 괜찮은 신법이었다. 나쁘지 않았어.”
흑마도왕이 2~3초의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박수를 쳤다.
아랫것의 분투를 치하하듯이.
아주 천천히, 거들먹거리면서.
“하지만 딱 그뿐이다. 나쁘지 않을 뿐. 그닥 좋지도 않아.”
종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점수를 매긴다면 대충, 70점 정도인가. 80점은 못 주겠군. 80점을 주기엔 신법이 너무 약해.”
종말신의 코앞에 서서 종말신과 눈을 맞추고 웃었다.
“다음에는 80점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보도록. 응원하지.”
아주 재수 없는 미소였다.
“…….”
종말신이 북극의 한파 같은 표정으로 흑마도왕을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