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5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55화(455/466)
신하율의 마법이 완성됨과 동시에 전격의 비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치지직! 콰아아앙!
종말신은 뇌전의 비를 대수롭지 않게 튕겨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용인가.’
쏟아져 내리는 뇌전의 비 사이로 한 마리의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빛의 비늘과 새하얀 뿔.
그런 두 색과 대비를 이루듯이, 눈동자의 색깔은 시뻘겋다.
신화 속 뇌룡을 그대로 재현한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쿠오오오오-!
뇌룡이 뇌전의 비를 누비며 포효했다.
목소리에 분노가 잔뜩 서려 있다.
안 그래도 붉은 눈동자도 한층 더 붉게 물들었다.
자신의 영역에 무단으로 침입한 침입자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축생 따위가. 감히 누굴 내려다보고 있는 거지?”
그런 뇌룡의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종말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감히 일개 축생 따위가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축생이면 축생답게, 지면이나 구르고 있으면 될 것을.”
종말신이 신력을 쏟아냈다.
노리는 건 뇌룡.
신력을 물리력으로 치환해, 뇌룡의 신체를 그대로 찢어버릴 생각이었다.
신력은 소리보다 빠르게 이동해, 뇌룡의 신체를 강타했다.
이제 신력을 물리력으로 치환하기만 하면, 뇌룡의 전신은 걸레짝처럼 찢겨나갈 것이다.
“사라져라. 미물.”
그렇게 종말신이 그대로 신력을 물리력으로 치환하려 할 때였다.
쿠구궁-!
다시 한번 벼락이 내리쳤다.
지금 주위에서 숱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는 벼락보다 훨씬 약한 날벼락.
‘저 벼락은…….’
소리 자체도 일반적인 벼락들보다 약하고, 느껴지는 위력도 훨씬 나약하다.
당장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 봤을 땐, 신경 쓸 가치도 없는 마법이다.
하지만 이는 겉만 봤을 때의 이야기일 뿐.
속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신력?’
저 벼락은 신력으로 만들어진 벼락이다.
신력을 숨기기 위해 온갖 고안을 해 둔 것처럼 보이지만, 종말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저 날벼락은 다른 벼락들과는 다르다.
마법이 아닌 신법.
저 벼락에 직격을 맞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쓸데없는 짓을…….”
종말신이 뇌룡에게 쏟아 낸 신력의 통제를 포기하고 쏟아지는 날벼락을 막기 위해 새로운 신법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감히 신력으로 내게 정면 승부를 건 그 배짱만큼은 높이 사 주겠다.”
순식간에 완성된 종말신의 신법.
종말신의 머리 위로 특이한 형태의 방패 하나가 솟아났다.
마치 번개를 형상화한 듯한 외견의 방패였다.
그때, 벼락이 방패를 후려쳤다.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력이 생각 이상으로 별 볼 일 없군.”
광량 자체는 확실히 엄청나다.
수십, 수백 개의 번개가 일제히 번쩍이는 듯한 착각이 일 만큼의 엄청난 광량이다.
다만, 엄청난 건 광량뿐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듯이, 빛만 강렬할 뿐. 위력은 하찮기 짝이 없다.
“내 시력을 앗아가는 게 목적인가.”
이 신법은 자신의 시력을 빼앗기 위해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하찮아.”
종말신은 그 빛을 똑바로 마주하며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고작 빛 정도로 내 눈에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라,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가?”
만약 상대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충분히 통용됐을 전략이다.
하지만 상대는 평범한 인간 같은 게 아니다.
신.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신계를 소멸시킨 최고위 신이다.
이까짓 빛으로는 종말신의 시력에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다.
“좀 더 분발해 보거라. 인신의 반쪽.”
종말신이 빛 너머로 보이는 신하율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카인 베네체는 홀로 6일을 버텼다. 너는 그 이상을 버텨내야 해.”
인신의 힘을 물려받은 것도 아닌 일개 인간 따위가.
홀로 쌓아 온 힘으로 종말신을 무려 6일이나 막아 냈다.
이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업적이다.
그 거만한 종말신조차도 인정할 만한 위업이다.
“이 이상 카인 베네체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듯한 행위는 하지 마라.”
그 위업을 저 남자가 다 깎아내리고 있다.
그게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인정한 누군가의 가치가 타의에 의해 강제로 깎여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상상 이상으로 불쾌했다.
“최소 3일. 네가 날 상대로 버텨야 할 시간이다. 그 전에 쓰러지는 건 용납치 않는다.”
흑마도왕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시간을 번 건, 저 남자를 믿었기 때문이다.
고로, 저 남자는 흑마도왕 이상으로 시간을 버텨 주지 않으면 안 된다.
“……3일인가요.”
그때, 빛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신하율의 신법이 힘을 잃고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글쎄요. 3일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종말신의 눈이 사납게 가늘어졌다.
‘3일을 버티겠다는 기개조차 없는가.’
어처구니가 없다.
흑마도왕은 저런 쓸데없는 남자를 위해 모든 걸 걸었단 말인가.
‘카인 베네체. 너는 사람 보는 눈만큼은 글러 먹은 것 같군.’
그렇게 종말신이 흑마도왕의 주검을 바라보며 작게 혀를 찼을 때였다.
“당신이 절 상대로 3일이나 버틸 수 있을지.”
신하율이 도발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오…….”
종말신의 눈에서 일순간 이채가 흘렀다.
“내가 그 전에 쓰러질 것이다?”
신하율이 긍정의 의미를 한가득 담아 미소를 지었다.
“……헛소리도 그 정도까지 허황되니 화도 안 나는군.”
종말신이 큭큭 웃었다.
아주 유쾌하다는 표정이다.
“나를 이기겠다라……. 포부는 나쁘지 않아.”
흑마도왕이 믿고 모든 걸 맡긴 남자는 적어도 의지조차 없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는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까. 묘하게 기분이 좋다.
“다만, 포부뿐이면 좀 곤란해.”
종말신이 그대로 신력을 사방으로 쏟아냈다.
그 순간, 쉴 새 없이 몰아치던 뇌우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를 쓰러트릴 수 있다 단언하려면, 적어도 그 가능성은 보여라.”
마치 동영상을 일시정지 시킨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만일 지금 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멈춘 세상 속.
종말신은 홀로 허공을 걸었다.
“지금 바로 널 죽이고, 널 없었던 것으로 만들겠다.”
종말신이 인정하는 남자, 흑마도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남자를 먼저 없었던 것으로 만들 것이다.
종말신의 얼굴은 세상 진지했다.
“그러니 최소, 지금 움직여 보기라도 하여라.”
터벅, 터벅.
걸음을 옮기던 종말신은 어느덧 신하율의 코앞에 서 있었다.
“카인 베네체. 그 남자는 이 세계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였다. 아무런 제약 없이.”
동상처럼 굳은 신하율.
종말신은 신하율과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맞추었다.
신하율이 움직이기를 기대하면서. 무려 10초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역시 말뿐인 개뼈다귀인가.”
그렇게 약 15초가 흘러.
종말신이 세상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 남자는 역시 쓰레기다.
“꼴도 보기 싫군. 이대로 사라져라.”
그리곤 쓰레기를 소각하기 위해, 신력을 화염으로 치환했다.
화륵, 화르륵!
그렇게 화염의 신법이 신하율의 전신을 감싸려 할 때였다.
“종말신.”
“……!”
신하율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가 까먹은 거 같지 않습니까?”
입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네놈…….”
입만이 아니다.
눈과 코, 목, 양손과 양발까지.
언제 동상처럼 굳어있었느냐는 듯이 신체 전체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는 척을 하고 있었나.”
종말신이 미간을 찌푸렸다.
“치졸한 짓만 골라서 하는군.”
빈틈을 노리고자 움직이지 못하는 척을 한 것 같은데.
참으로 하찮다.
고작 세운 전략이 빈틈 기다리기라니.
“감상은 됐으니, 제 질문에나 답해주시겠습니까?”
신하율이 주위를 가득 채운 화염을 살피며 답했다.
“뭐 까먹은 게 있지 않냐고 물었잖습니까.”
그리곤 천천히 손을 움직여, 화염을 어루만졌다.
만약 이 광경을 다른 신들이 봤다면, 눈을 부릅뜨고 미쳤냐고 소리쳤을 것이다.
움브라가 이 광경을 봤다면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냐고 고래고래 소리쳤을 게 분명하다.
그만큼 지금 신하율이 한 행동은 위험한 행동이다.
“네놈…….”
종말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무슨 짓을 한 거냐는 표정으로 뚫어져라 신하율을 노려본다.
“아, 죄송합니다. 이그니스랑은 많이 다른 느낌의 화염이라. 호기심이 생겨서요. 허락도 없이 만져 버렸네요.”
신하율은 종말신의 화염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신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화염을 손바닥 위에 얹고, 이리저리 돌리며 놀고 있다.
“…….”
종말신이 침묵한 채로 신하율을 노려봤다.
뭘 한 거냐고.
종말신의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아, 어떻게 당신의 신법에 손을 댔는지가 궁금하신 건가요?”
신하율이 화염을 적당히 던져버리고, 손을 탁탁 털었다.
“별로 대단한 걸 한 건 아닙니다. 그냥…….”
싱글싱글 웃던 신하율의 표정이 단숨에 반전되었다.
사나운 맹수 같은 표정으로 종말신을 노려본다.
“제 신력이 당신의 신력보다 격이 높아서요. 그래서 만질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
마나에는 위아래가 없다.
마나로 태어난 이상, 모두가 동등하다.
하지만 신력은 아니다.
신들이 지닌 신력에 따라 대우받고, 차별받았듯이.
신력은 명백한 상하 관계가 존재한다.
“당신의 신력은 제 아래입니다. 타고난 격이 달라요.”
종말신의 신력은 신하율의 신력 보다 아래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신하율은 종말신의 신법을 가지고 놀 수 있었던 것이다.
“헛소리를…….”
종말신이 코웃음 쳤다.
종말신은 신계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거대하고 정순한 신력을 품고 태어난 최고위 신이다.
신력으로 누군가에게 뒤떨어질 수가 없다.
저 말은 모두 헛소리다.
“헛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신하율이 픽 웃고는 왼손을 뻗었다.
그 순간, 굳어있던 뇌룡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그니스.”
이그니스라는 부름에 뇌룡이 반응했다.
하늘을 수영하듯이 움직여 신하율을 향해 날아온다.
“어느덧 세 번째 질문이네요. 뭔가 잊은 거 없으십니까?”
다가오는 뇌룡을 보며 신하율이 다시금 아까 했던 질문을 반복했다.
“뇌룡…….”
종말신이 눈살을 찌푸렸다.
뇌룡을 보자 하나, 까먹고 있던 게 떠오른 것이다.
“기억나신 모양이네요.”
뇌룡이 신하율의 배후에 자리 잡았다.
그리곤 애교라도 부리듯이 신하율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곤, 그대로 신하율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아까 전. 당신은 뇌룡에게 신력을 쏟아냈습니다.”
“…….”
신하율이 광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벼락을 떨어트리기 직전.
종말신은 뇌룡을 처리하기 위해 신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뇌룡에게 신력을 불어넣은 뒤, 물리력으로 치환해서 갈기갈기 찢어버리려 하였다.
“그리고 제 이그니스를 막는 걸 우선시하고, 뇌룡에게 불어넣은 신력을 그대로 방치했죠.”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신하율의 벼락에 담긴 신력을 경계해, 그쪽을 먼저 처리하고자 하였다.
“그 신력이 어떻게 됐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신하율이 왼손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신하율이 본연의 마나도 아닌, 레이에게 양도받은 신력도 아닌, 제 3의 신력.
“네놈. 설마 내 신력을…….”
“예.”
종말신의 신력.
“흡수했습니다.”
신하율은 종말신의 신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뇌룡이 흡수한 신력을 가다듬어, 자신도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환시켰다.
“……헛소리. 신력의 강탈 같은 건 불가능하다.”
신력을 양도하는 건 가능하다.
허나, 강제로 흡수하거나 강탈하는 건 불가능하다.
“원래라면 신력의 강제 강탈 같은 건 불가능하죠. 신력을 빼앗기 위해선, 대상을 완전히 소멸시켜, 신력의 귀속을 해제시키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신력을 강탈하기 위해선 대상을 죽여야 한다.
대상을 죽이고, 주인을 잃은 신력을 흡수하는 것만이 유일한 강탈 방법이다.
그리고 현재 종말신은 멀쩡히 살아있다.
신력의 강탈 같은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라고 종말신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니다.
“만약 당신이 베일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흡수 같은 건 생각도 안 했을 겁니다.”
“……뭐?”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게 있는 법.
바야흐로 종말신과 신하율의 관계가 그렇다.
“당신이 흡수한 베일 스톨과 제가 힘을 물려받은 레이 벨 바이테너의 힘은 본디 같은 곳에서 비롯된 힘.”
레이와 베일은 태초에 인신이라는 하나의 존재였다.
고로, 신력은 둘 모두에게 귀속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는 원래 제 힘이었던 것을, 다시 흡수했을 뿐입니다.”
신하율은 종말신에게서 신력을 강탈할 수 있다.
종말신이 베일을 흡수했기에.
베일의 신력이 종말신에게 완전히 흡수되었기에.
신하율은 종말신의 신력을 아무 제한 없이 빼앗을 수 있다.
“이렇게요.”
신하율이 주위에 넘실거리는 화염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 순간, 화염이 신하율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
종말신이 눈을 부릅뜨고, 쏟아냈던 신력을 다시 회수했다.
그러나 이미 흡수된 힘을 다시 회수할 수는 없었다.
종말신이 회수한 신력은 고작 절반.
절반의 신력은 신하율에게 흡수되었다.
“당신이 어정쩡한 상태로 베일의 몸을 빼앗은 순간부터. 이미 승부는 난 거나 마찬가집니다.”
“…….”
종말신이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