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6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61화(461/466)
결계 외부.
종말신의 마나와 신력이 뒤섞여 몬스터의 형상을 이뤄가는 와중.
두 여인이 허공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역시 어색하군. 미세하게 감각이 어긋나 있는 느낌이야.”
세인 비노슈.
“그런가요? 저는 아무 이상도 없는 거 같은데요.”
소피아 아네체프리.
두 명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네 감각이 어지간히도 둔한 가보군.”
“……제 감이 둔한 게 아니라, 당신의 감이 날카로운 거겠죠.”
“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두 명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래서. 그 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소피아가 힐끔 세인의 몸을 바라봤다.
3년 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어딜 어떻게 봐도 가짜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 적응할 시간 따윈 필요 없다.”
세인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
날카로운 금속 마찰음이 선명하게 울렸다.
“어색한 게 있긴 하나, 네 몸을 다룰 때에 비할 바는 아니야. 이 정도면 싸우는 중에 자연스레 해결될 거다.”
소피아가 약간 넋이 나간 얼굴로 세인을 바라봤다.
“……제 몸을 다룰 때 감각에 문제가 있었어요?”
“있었다.”
“근데 왜 말 안 했어요?”
“말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세인이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또 괜히 약점이 될 만한 정보를 흑마도왕에게 넘기고 싶지도 않았고.”
“……아.”
둘 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고 대놓고 말해 봐야 사기만 떨어질 뿐이다.
말해 봐야 흑마도왕에게 세인 비노슈가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는 정보만 알릴 뿐.
아무런 득도 없었을 것이다.
“흑마도왕이나 너나. 내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는 건 금방 알아챘지만 말이야.”
어떤 이유로 컨디션에 문제가 생긴 건지는 모르는 듯했으나.
뭐가 됐던 세인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는 건 둘 다 눈치채고 있었다.
“예. 뭐……. 보면 아니까요.”
세인의 검을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세인의 검은 3년 전에 비할 바가 못 될 만큼 약화된 상태였으니까.
“저는 그냥 제 몸의 스펙이 떨어져서 그런 걸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감각의 문제였군요.”
“사실대로 얘기하면, 둘 다 문제였다.”
세인이 쓰게 웃었다.
소피아의 몸을 다루던 때를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진다.
“신체와 감각에 문제가 있었는데, 용케도 그리 잘 싸우셨네요.”
소피아가 감탄했다.
그게 양손 양발에 족쇄를 차고 있던 상태였다니.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다.
“다름 아닌 나잖나. 그 정도는 당연히 해내야지.”
세인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긴. 그런 걸 태연하게 해내는 게 바로 세인 비노슈죠.”
소피아가 그런 세인을 보며 작게 웃었다.
세인이 마지막으로 소피아와 눈을 맞추고 픽 웃어 보인 뒤, 다시 괴물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상황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건지를 모르겠군.”
세인 비노슈와 소피아 아네체프리는 깨어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5분 전 갑작스레 테룬의 연구소에서 눈을 떴고.
위험한 상황이라는 얘기만 전해 듣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이동했다.
“여전히 감만 좋으시네요. 이런 대국적인 상황을 읽는 능력도 키우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소피아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건 일부러 남겨 둔 약점이다. 이런 약점이라도 없으면, 인간이라 취급받지 못할 거 같아서 말이야.”
“말은 진짜 청산유수네요. 그냥 공부하기 싫으신 것뿐이면서.”
“틀렸다. 공부하기 싫은 것도 맞지만, 복잡한 걸 굳이 더 복잡하게 꼬아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 말이 그 말이잖아요.”
소피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소피아. 너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건가?”
“예.”
소피아가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지금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과 이전에 얻은 정보들.
그리고 테룬에게 들은 작은 정보들을 부합하면, 자연스레 하나의 답이 도출된다.
“제 생각이 맞으면 저 결계 안에서 하율이랑 종말신이 싸우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굉장한 결계다.
세인 비노슈가 전력으로 검을 휘두른다고 해도 흠집이나 낼 수 있을까 싶은 수준의 결계.
저 결계를 만든 사람은 십중팔구 신하율 아니면 종말신 둘 중 하나다.
그리고 현재 신하율과 종말신 둘 다 보이지 않는다.
즉, 신하율과 종말신은 저 결계 안에서 1:1로 싸우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저 몬스터들은 종말신이 만든 거예요. 하율이를 조급하게 만들기 위해 바깥에 몬스터를 흩뿌린 거겠죠.”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상식을 초월한 수준의 마나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바깥의 전력으론 놈들을 막을 수 없다.
종말신은 그걸 노린 것이다.
신하율의 성격을 생각하면, 바깥의 상황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 저 몬스터들은 종말신이 지닌 신력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보여요.”
소피아가 주위 몬스터들을 다시금 뚫어져라 응시했다.
마나 사이사이 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된다.
아직 세인 비노슈, 흑마도왕과 한몸이었던 때.
베일 스톨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다루던 기운과 굉장히 흡사하다.
놈들의 몸속에 자리 잡은 미지의 에너지는 십중팔구 신력이다.
“흠. 굳이 1:1 전투 중, 몬스터를 밖으로 흩뿌린다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짓을 했단 말이지.”
세인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소피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챈 것이다.
“그럼 현재 전황은 종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되겠군.”
“예. 유리한 상황에서 이렇게 쓸데없이 신력을 낭비할 리가 없으니까요.”
현재 종말신과 신하율의 싸움은 신하율이 압도하고 있다.
아니, 압도까진 모르겠지만, 일단 우세를 점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건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로군.”
신하율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지금. 굳이 신하율을 도우러 갈 필요는 없다.
“예. 하율 군이 종말신과의 전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바깥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 그게 저희의 역할이에요.”
신하율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위를 정돈한다.
그게 현재 이 둘이 해야 할 일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단순 노동이 되겠어.”
세인이 검을 살포시 쥐었다.
그리곤 천천히 치켜들어, 정석적인 종베기의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보며, 소피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 괴물들을 처리하는 일을 단순 노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을 거예요.”
소피아도 곧장 마법을 준비했다.
공격적인 마법이 아닌, 보조 마법 위주로 마법을 준비한다.
그때, 슬라임처럼 꾸물거리던 검은 살덩이들이, 일제히 몬스터의 형상으로 변화하였다.
어떠한 것은 드래곤의 형상으로.
어떠한 것은 천사의 형상으로.
또 어떠한 것은 악마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호오. 천사와 악마. 그리고 드래곤인가. 하나같이 신화시대의 상징들이로군.”
“저게 종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생명체인 거겠죠.”
“가장 강력한 생명체라.”
세인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저런 게 신화시대의 최강자라면 신화시대도 별거 아니로군.”
웃으며 검을 내리쳤다.
그 순간, 공간이 비틀렸다.
세인의 검이 휘둘러진 장소를 시작으로 몬스터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까지.
세상이 비틀리는 것처럼 모든 게 비틀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걱-!
천사의 형태로 변한 몬스터 한 마리가 정수리를 기준으로 절반으로 나뉘었다.
아직 날개도 제대로 펴 보지 못한 천사형 몬스터는 그대로 숨이 멎어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아아아아아아-!
동료의 죽음에 분개하듯, 다른 천사형 몬스터들이 포효했다.
마치 돌고래가 초음파를 통해 이야기를 하듯.
천사들의 울음소리가 하울링치기 시작했다.
“내구력이 좋긴 하군. 세 마리를 동시에 벨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세인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지루한 단순 노동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나쁘지 않아. 감을 되찾기엔 딱 좋은 샌드백이야.”
세인이 다시금 자세를 취했다.
자세를 낮추고 검을 우측으로 내뺀다.
이번엔 횡베기로 놈들을 베려는 것이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본대는 나 혼자 처리하겠다.”
소피아가 마법을 준비하며, 세인을 바라봤다.
“미리 말해두겠다만, 거절은 거절하겠다. 지금 이 상황에선 내가 혼자 본대를 맡는 게…….”
“거절 안 해요.”
소피아가 세인의 말을 끊고 말했다.
“처음부터 본대는 당신에게 맡길 생각이었어요.”
세인 비노슈의 전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의 세인에겐 보조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신은 자유롭게 날뛰세요. 저는 아델라 양쪽과 합류해서 본대를 빠져나와 단독으로 행동하려 하는 개체들의 처리를 맡을게요.”
이 정도로 전투력에 차이가 나면, 협공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정도 전투력 차이라면 전투를 분단시키는 게 낫다.
세인 비노슈는 혼자 날뛰게 하고, 소피아 아네체프리는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여, 세인이 놓친 개체들을 처리한다.
이게 최상의 포메이션이다.
“괜히 몇 달이나 함께 생활한 게 아니라는 건가. 날 아주 잘 아는군.”
세인이 웃었다.
아주 마음에 든다는 표정이다.
“그럼요. 잘 알죠.”
소피아도 웃었다.
“그럼 전 저쪽에 합류한 뒤 주위에서 대기할게요. 힘내세요.”
“그래. 부탁하겠다.”
그 웃음을 끝으로, 소피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반대쪽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아델라와 샤를 쪽을 도우러 간 것이다.
“그럼 우리도 시작해 볼까.”
소피아가 사라진 걸 확인함과 동시에 세인이 검을 휘둘렀다.
후우우우우웅-!
검에서 마치 비행기가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까 전의 날렵한 느낌과는 전혀 다른, 거친 느낌의 검이었다.
“천사와 악마. 그리고 드래곤인가.”
‘선’이 아닌 ‘면’을 강타하기 위한 검.
검이 아니라 둔기로 펼친 듯한 둔탁한 검기가 몬스터들에게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검기가 격돌함과 동시에 몬스터들이 일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볼링공에 맞아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볼링핀처럼.
열댓 체의 몬스터들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마치 내가 신화시대의 사람이 된 것만 같군.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물론 죽은 건 아니다.
베기가 아닌 타격이었기에, 공격력 자체는 어느 정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격이 워낙 커서, 신체가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뿐.
타격 당한 몬스터들 모두 멀쩡히 숨이 붙어 있다.
그리고 목숨이 붙어있는 이상,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복될 것이다.
몬스터들의 재생력을 생각하면, 방금 전 ‘면’에 의한 공격은 마우런 의미도 없는 헛짓거리에 불과했다.
“미안하지만, 내 실험대가 되어줘야겠다.”
하지만 이 헛짓거리 자체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현재 세인 비노슈는 컨디션을 되찾아 가는 와중이다.
면에 의한 타격이고, 점에 의한 집중이고, 선에 의한 베기고, 뭐든 상관없이 써 봐야 한다.
뭐든 써 봐야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내게 올지도 모르는 기회를 확실히 붙잡기 위해서.”
세인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종말신과 싸울 때를 대비해, 내 몸풀기 상대가 되어 줘야겠어.”
세인 비노슈의 목표는 고작 저런 몬스터들이 아니다.
세인 비노슈의 진짜 목표는 종말신.
신하율에게 혹시 모를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종말신과 싸울 준비를 해 둬야 한다.
“물론 내게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겠다만…….”
혹시라는 게 있는 법.
미리 준비 해 둬서 나쁠 건 없다.
“부디, 몸이 다 풀리기까진 버텨주길 바란다.”
세인이 허공을 박차고 몬스터들의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서걱, 촤라라라락-!
세인이 자리 잡은 장소로부터, 세 마리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베어졌다.
“손맛이 나쁘지는 않아.”
세인 비노슈의 학살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