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6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63화(463/466)
짧다면 짧았고 길다면 길었던 전쟁이 끝이 났다.
결과는 우리의 승리.
세계는 종말신이라는 거대한 악을 완전히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오늘의 세계를 있게 해 준 영웅들을 기리며.] [살아남은 36인의 영웅들에게 감사를.] [그리고 우리의 곁을 떠난 72인의 영웅들에게 경의를.]희생이 적지는 않았다.
종말신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108명의 정예들 중, 무려 72명이 사망했다.
그중에는 8서클 마법사가 무려 21명이나 속해 있고, ‘기(氣)’급 검사도 29명이나 속해 있다.
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세계 전체의 전력은 7할가량 약해졌다.
이 크나큰 전력 손실은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각국의 몬스터 에어리어에서 몬스터들이 수시로 빠져나오기 시작.] [전문가들, ‘우려했던 전력 손실의 후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고 말해.]몬스터를 억제할 전력이 사라졌기에 몬스터들은 한층 더 격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범죄율 전년도 대비 107% 상승.] [억제력의 소멸로 인한 것인가. 경제가 무너지며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인가.]범죄자들에 대응할 전력이 부족해졌기에, 범죄자들 또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 이후 문제가 생긴 경제 때문에 삶에 지장이 생겨, 범죄 행위에 손을 대기 시작한 시민들이 대폭 늘어나며, 범죄율은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결전, 통칭 라그나로크에 참여하지 않은 12개국. 미국에게 전쟁을 선포하다.]여기에 더해, 각국의 정세에도 문제가 생겼다.
미국을 포함해 종말신과의 전투를 위해 모든 걸 걸었던 80여 개국의 전력은 이번의 전투로 인해 크게 감소했다.
그에 반해 자국의 실리를 위해 지원을 보내지 않았던 15개 국가의 전력은 그대로 보존되었다.
이로 인해 각국의 파워 밸런스는 크게 변화했다.
전쟁 이전 독보적인 군사력을 지니고 있던 미국은 이제 독보적이지 않게 되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의 전력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12개국의 전력보다 못하다.
이대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 쪽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었다.
[미국에게 전쟁을 선포한 12국. 통칭 ‘십이국’의 만행에 전 세계가 반발하고 일어섰다.]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전 세계가 십이국의 만행에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이탈리아. 세계가 위태로운 지금. 개인의 이득을 위해 전쟁을 선포한 십이국의 만행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 [독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자국의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미국을 도울 것이라 선언.]몬스터와 범죄자를 막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전쟁 따위를 선포한 십이국의 만행을 용인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종말신과의 결전에선 줄곧 조용하던 것들이 종말신이 사라지자마자 활개치는 꼬라지를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십이국. 각국의 참전 선언에도 불구하고, 전쟁 선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 밝혀.]하지만 각국에서 미국을 지원한다는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십이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대부분의 힘을 소모한 지금이라면, 저들 전체와 싸워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우위를 차지한 건 십이국.] [인정하기 싫지만, 미국을 포함한 각 대국은 너무나도 큰 손실을 입었다.] [이대로면 패배는 확정적.]실제로 미국의 패색이 짙은 상황이기도 했다.
그만큼 최종 결전에서 입은 손실은 어마어마했다.
[아직 결전의 후폭풍을 다 수습하기도 전, 새로운 세계 전쟁이 발발하나?]그렇게 새로운 전쟁이 서막을 열려던 바로 그때.
줄곧 침묵을 고수하던 세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도신가. 이 이상의 만행은 용인하기 힘들어.]최종 결전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영웅을 리더로 두고 있는 가문. 마도신가.
결전 이후, 지금껏 침묵만을 고수하던 마도신가에서 처음으로 대외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마도신가는 전쟁에 참여하겠다 선언한 모든 국가의 발언을 철회할 것을 요구.] [만약 이 요구를 거절할 경우 무력적인 개입도 서슴지 않을 것.]굉장히 오만한 요구였다.
나라에서 요구한 것도 아니고, 일개 가문이 각 나라에게 저런 협박이나 다름없는 요구를 하다니.
원래대로라면 모두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넘어갔을 테지.
하지만.
[독일, 발언을 철회.]놀랍게도 그 오만하고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브라질, 스위스를 시작으로 전쟁에 참전하겠다고 선포한 국가들이 차례차례 발언을 철회하고 있다.]다들 언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냐는 듯이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 우리는 본래부터 전쟁 따위 할 마음이 없었다.] [미국은 언제까지고 자국의 방위에만 전념할 것.]종국에는 미국까지 꼬리를 내렸다. 먼저 도발을 당해, 누구보다도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미국은 마도신가와 영웅 신하율의 업적을 높이 사고 있다.] [세계가 위태로운 지금, 세계를 더더욱 혼란케 하는 짓은 피하고 싶다.]모두가 일개 가문의 경고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 일은 세계를 혼돈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마도신가고 신하율이고.
대단한 업적을 세운 건 알지만, 난다긴다하는 강국들이 저렇게까지 쉽게 꼬리를 내리다니.
마도신가가 대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모든 커뮤니티가 마도신가에 대한 얘기로 불타올랐다.
[십이국. 우리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이때, 십이국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거절이었다.
미국에게 전쟁을 직접 선포하기까지 했는데, 일개 가문의 협박에 굴할 리가 있겠는가.
각 커뮤니티가 다시금 불타올랐다.
미국을 비롯한 온갖 강국들이 일제히 꼬리를 내렸는데.
십이국은 무슨 헛소리냐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거절했다.
두 세력이 이렇게 극적인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미국은 왜 저렇게 얌전하고, 십이국은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까.
마도신가는 대체 뭘 가지고 있는 걸까.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아. 혹시 이거 아님?]그때, 한 커뮤니티에서 이런 게시글이 올라왔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마도신가한테 약점을 잡혀서 꼬리를 내린 게 아니라, 그냥 마도신가의 신하율이 무서워서 꼬리를 내린 거지.] [걔네들은 라그나로크에서 신하율이 싸우는 걸 자기 눈으로 확인했을 테니까. 보고, 쟨 못 이길 거라고 단정 지은 거야.] [근데 십이국은 라그나로크에 참전하지 않았잖아? 신하율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니까,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고.] [이거 아닐까?]커뮤니티에선 이 게시글을 헛소리라 치부했다.
개인의 전력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냐고.
신하율 한 명이 강하다고 해서 미국을 포함한 온갖 강대국들이 꼬리를 내리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런 댓글들이 우후죽순 달렸다.
“……이 말이 맞는데 말이지.”
그 글과 댓글들을 보며,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바로 꼬리를 내린 이유는 이게 맞다.
“그런 놈들이랑 싸우라고?”
비서실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남자는 전투 당시 전투용 드론 너머로 신하율과 신하율의 동료들이 얼마나 괴물 같은 전력을 지녔는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런 괴물들과 싸우는 건 사양이다.
“어우.”
비서실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상만 했을 뿐인데 오한이 든다.
“갑자기 얘네가 불쌍해지네.”
비서실장이 십이국의 공식 입장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세계의 안위 따윈 생각도 없고 자기 이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놈들. 십이국.
아까까지 만해도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싶었으나.
지금은 좀 불쌍하게 보인다.
“그러니까 라그나로크에 참전했어야지.”
라그나로크에 참여만 했으면 이렇게 마도신가와 전면전을 할 일도 없었을 텐데.
“잘 가라.”
비서실장이 작게 묵념했다.
신하율을 직접 상대하게 된 십이국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그때, 비서실의 전화가 울렸다.
비서실장이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받았습니다.”
―급하게 보고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비서실장의 직속 부하이자, 현장에서 일을 도맡아 하는 직원의 목소리였다.
“뭐죠?”
―방금 막, 십이국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네?”
비서실장이 그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항복을 선언해요? 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0분 전에 마도신가가 뭔가를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긴 했는데…….
“……10분 전에요?”
―예. 10분 전에 신비위가의 소가주와 스텔라가의 소가주가 마도신가에 들어 선 걸 확인했습니다. 그 후에, 청색 마탑주를 비롯해 온갖 거물들도 마도신가로 들어섰습니다.
“라그나로크의 영웅들이 마도신가에 집결…….”
확실히 뭔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긴 하다.
“근데. 10분 전에 집결한 거면, 뭔가를 할 시간은 없었을 텐데요.”
―예. 저도 그래서 바로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집결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조금 더 뭔가가 정확해지고 나면 보고를 올릴 생각이었다.
“집결하고 10분 뒤 십이국이 항복을 선언했다라…….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다.
상상도 안 간다.
“또 보고할 게 있나요?”
―아뇨. 보고는 이상입니다. 조금 더 알아보고 뭔가 확실해지면 연락드리겠…….
그렇게 남자가 보고를 마치려고 할 때였다.
―……뭐? 수도가 어째?
남자가 경악한 목소리로 뭐라뭐라 중얼거렸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왜 그러시죠?”
―……지금 막 새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십이국에 속해 있는 나라의 수도에 위치해 있는 대통령저가…….
남자가 침을 꼴깍 삼켰다.
―모두 일제히 소멸했다고 합니다.
“……소, 소멸?”
―예. 인적 피해는 전혀 없고. 건물만 사라졌다고…….
“그건 또 무슨 기이한…….”
비서실장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렸다.
설마…….
“설마 신하율이…… 한 겁니까?”
―예.
남자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신하율이 홀로. 차례차례 12국가의 대통령저를 지워버렸다고 합니다.
“……허, 허허…….”
비서실장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헛웃음 밖에 나오질 않았다.
* * *
마도신가의 저택 안에 존재하는 대회의장엔 온갖 거물들이 모여 있었다.
“……얘는 뭐, 사람을 모아두고 코빼기도 안 보이냐?”
전 사냥개의 단장이자, 지금은 세이비어라는 단체의 부단장을 맡고 있는 여인. 샤를.
“뭐, 바쁜 일이 있으신 거겠죠.”
청색 마탑의 장, 김강인.
“요즘 잠도 못 자고 하루 종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테룬 님한테 들었어요.”
신비위가의 소가주이자, 실질적 가주, 아델라.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갈아입고 올걸 그랬네요.”
한국에 귀화해, 한국에 새롭게 가문을 설립하는 데 성공한 스텔라 가.
그리고 그 스텔라가의 소가주.
스텔라 비노슈.
“그러고 보니 훈련복이시네요. 훈련 중에 오셨나 봐요?”
이번에 청색 마탑주의 정식 후계자가 된 지순찬.
이렇게 다섯 명이 회의장에 모여앉아 있다.
“……예.”
스텔라가 자신의 복장을 이리저리 살피며 울상을 지었다.
“급한 일인가 싶어서 바로 왔는데…….”
팔을 들어 냄새를 맡는다.
땀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진다.
샤워라도 하고 올걸.
“신경 쓰지 마. 하율이 걔가 뭐 땀 냄새 좀 난다고 눈치 줄 애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좋아하면 좋아하지.”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스텔라가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열심히 한다고 칭찬받는 것과, 여자로서 인식받는 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지금은 칭찬 보다, 여자로서 인식받는 게 더 중요하다.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미미르 양을 넘어서지 않으면…….’
스텔라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대로는 24시간 함께 붙어 생활하는 미미르를 이길 수가 없다.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이대로 자연스레 패배하게 될 것이다.
“……저. 빠르게 가서 샤워만 하고 올게요.”
그렇게 스텔라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신하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텔라가 깜짝 놀라 몸을 작게 떨고는 빠르게 자리에 앉았다.
‘힝…….’
조금만 늦게 오지.
괜히 신하율이 원망스러웠다.
“…….”
아델라는 그런 스텔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요즘 들어 많이 친해져서, 어느 정도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왜 이러시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들을 모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신하율이 곧장 회의실 단상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알아. 십이국 때문이잖아.”
샤를이 신하율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이 타이밍에 모두를 소집할 이유는 그것밖에 없다.
“……? 아뇨. 그 일은 이미 해결됐습니다.”
“……응?”
샤를이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눈을 찡그렸다.
“방금 무력시위를 좀 하고 왔거든요. 다들 항복하겠다고 합니다.”
“……무력시위? 어떻게?”
신하율이 작게 웃었다.
“그냥, 살짝. 대통령저를 일괄적으로 지워 봤습니다.”
“……대통령저를? 12개 다?”
“네. 이그니스를 써서 일괄로 건물만 딱 태워버렸습니다.”
“……언제?”
“방금요.”
샤를이 헛웃음을 지었다.
어이가 없다.
“그런 큰일을 무슨 화장실 좀 다녀왔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하냐.”
“음. 실제로 별로 큰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아, 그래요? 그게 큰일이 아니었구나.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날 뻔한 일 정도는 큰일이 아니지. 그렇고말고.”
샤를이 허허허 웃었다.
“뭐, 안 일어날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신하율이 싱긋 웃었다.
“그래. 아무튼 뭐, 해결됐다니 다행이네.”
샤를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저도 십이국 관련 일 때문에 부른 줄 알았습니다만, 해결됐군요.”
김강인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일이 아니면 무슨 일인가요?”
십이국 관련 일 외로, 이렇게 모두를 소집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신하율이 PPT를 열어, 스크린에 자료를 띄웠다.
“이게,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료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종말신의 신력 분석과 그에 따른 부활 예정일 계산 결과.]그 자료를 가리키며, 신하율이 말했다.
“종말신은 100년 이내에 다시 부활할 겁니다.”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