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6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64화(464/466)
“100년? 뭐야 그 애매한 시간은?”
샤를은 종말신이 부활한다는 말 보다 100년이란 시간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부활할 거면 당장 부활하든가, 한참 뒤에 부활할 것이지 100년이 뭐야 100년이.”
종말신의 부활 자체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100년……. 단장님의 말마따나, 애매한 시간이긴 하군요.”
김강인의 반응도 비슷했다.
종말신이라는 재앙의 부활보단, 100년이란 시간에 더 포커싱을 두고 있다.
“100년이면……. 우리가 123세네. 우리가 그때까지 살아있으려나?”
“음. 가능하지 않을까요? 마나 사용자는 원래부터 평균 수명이 길기도 하고…….”
지순찬과 아델라의 반응도 앞선 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들 굉장히 여유롭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120세까지 사는 건 일도 아닐 거라 생각해요.”
그나마 스텔라의 반응이 제일 경직되어 있었다.
‘……으. 땀 냄새나는 거 아니겠지?’
하지만 이런 스텔라 또한 종말신이 부활한다는 말을 듣고 경직된 건 아니다.
그냥 씻지도 못하고 왔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걸릴 뿐.
“100년 안에 다시 한번 라그나로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건데. 되게 여유로우시네요?”
신하율이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다섯 명의 시선이 신하율에게로 일제히 집중되었다.
“라그나로크?”
샤를이 콧방귀를 뀌었다.
“글쎄요. 그런 게 일어날 확률은 0.0001%도 채 안 될 것 같습니다만.”
김강인이 작게 웃었다.
다섯 명 모두 그런 걱정을 왜 해야 하냐는 표정들을 짓고 있다.
“그러게. 한 천 년 뒤에 부활한다고 했으면 조금은 걱정했을지도?”
지순찬이 소파에 푹 기댄 채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100년 정도 있으면 저도 해 볼 만할 거 같은데요.”
아델라는 아예 전의를 뿜어내고 있다.
종말신과 다시 싸울 날을 기대하는 듯한 표정이다.
“아델라. 당신 혼자선 무리에요. 저번에 하율 씨가 말했잖아요. 신력에 대응할 방법이 없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스텔라가 넌지시 태클을 걸었다.
여기까진 굉장히 합리적인 말이었다.
“그러니까 놈의 상대는 제가 할게요.”
그러나 다음 말부터는 아니었다.
“신력에 대응할 방법이 없으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면서요?”
“괜찮아요. 100년 정도면 알아서 생길 거예요.”
스텔라가 싱긋 웃으며 ‘비노슈가의 검이 벨 수 없는 건 없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굉장히 낙관적인 발언이었다.
“그 이론대로면, 저도 100년 정도면 신력을 상대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요.”
아델라가 약간 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안 되지만, 나는 될 거다.
스텔라의 말은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다.
“당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마법사와 검사의 차이를 생각했을 뿐이죠.”
스텔라가 진지한 표정으로 아델라를 바라봤다.
“마법사는 검사랑 달라요. 신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검사는 신력을 베는 수련을 하면 될 뿐이지만, 마법사는 신력을 다루는 훈련을 해야 해요.”
기존의 체계를 연마하는 것과 새 체계를 연마하는 것.
어느 쪽의 난이도가 더 높은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러니까 마땅한 때가 오면, 그놈의 상대는 저한테 맡기시고, 뒤에서 편안하게 쉬고 계세요.”
스텔라가 싱긋 웃었다.
“싫어요. 종말신의 상대는 제가 할 거예요.”
아델라가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스텔라의 말마따나, 신력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배우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겠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100년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
“…….”
두 명이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서로 한 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해져 온다.
“너흰 뭐 그딴 걸로 싸우냐?”
샤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그때 가서 둘 중 더 센 놈이 싸워. 뭘 그런 간단한 걸 가지고.”
“……아하?”
“아……?”
스텔라와 아델라가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방법이 있었구나!’
라고 말하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너네한테까지 기회가 가겠냐. 저기 저 괴물 같은 놈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샤를이 소파에 푹 몸을 기댄 채, 뒷목에 팔짱을 끼고는 고개만 살짝 돌려 신하율을 바라봤다.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요.”
“모든 변수를 생각해 둬야죠.”
스텔라와 아델라가 같은 말을 조금 다르게 표현했다.
“혹시 모를 일? 변수?”
그런 둘을 보며 샤를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니까 한 마디로 너흰 100년 후에 하율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네?”
“……네?”
두 명이 동시에 굳었다.
“아니, 뭐. 혹시 모를 상황이랄게 하율이한테 문제가 생겼을 때밖에 없지 않나 싶어서.”
“그건…….”
맞는 말이다.
종말신과 이 둘이 싸우게 될 상황은 신하율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밖에 없다.
“뭐,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한데…….”
샤를이 너무하다는 표정으로 두 명과 신하율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래도 좀 너무하네. 100년 뒤 일인데. 벌써부터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냐.”
“고, 고사를 지내는 게 아니라……!”
스텔라가 세상 당황한 얼굴로 횡설수설했다.
“아냐. 이해해. 100년 뒤면 하율이가 없을 수도 있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스텔라 보단 덜하지만, 아델라도 당황한 듯한 눈치였다.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곤 하나, 친구의 죽음을 기원하는 듯한 말을 했다는 건 사실이다.
괜히 양심에 찔린다.
“됐어. 이해한다니까 그러네.”
샤를이 그런 둘을 보며 세상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아. 재밌어.’
역시 신하율을 이용해서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반응이 진짜 기깔난다.
“저기. 하율 씨. 그런 거 아니에요. 아시죠?”
“그냥 종말신을 이겨서 내 힘을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두 명이 신하율에게 다가가 괜히 변명을 했다.
“그럼. 당연히 알지.”
신하율이 싱긋 웃었다.
“뭐,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100년 후면 내가 죽어 있을 수도 있지.”
샤를에게 밀리지 않는 굉장히 장난스러운 미소였다.
“당장 내일 죽어버릴 수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니겠어?”
스텔라의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뭔가 저렇게 말하니까 진짜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
“그런 게 아니라…….”
두 명이 고장 난 장난감 같은 몸짓으로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그런 셋을 보며 지순찬이 소리 내어 웃었다.
“순진한 스텔라 양이랑 아델라 그만 괴롭혀.”
“괴롭힘 당한 건 나 아니냐?”
“헛소리 하지마 이 악질아. 누가 봐도 네가 괴롭히고 있는 건데 뭔.”
말은 그만하라고 하지만, 입은 웃고 있다.
지순찬도 이 상황이 즐거운 것이다.
“풋풋하고 보기 좋네요.”
김강인도 웃고 있었다.
그냥 지금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 자체가 아주 좋았다.
“……씨이.”
방금 전 지순찬의 말로 상황 파악을 마친 스텔라가 토라진 표정으로 신하율을 노려봤다.
신하율이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살짝 볼에 공기가 들어갈랑 말랑한 저 표정. 세인 님 공인 삐짐 3단계의 전조야.’
이대로 놔두면 제대로 토라질 것이 분명하다.
역시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 좀 과했나?
‘뭐가 됐던 일단 빠르게 수습부터 하자.’
신하율은 생각을 마치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크흠. 아무튼 얘기가 좀 샜는데. 종말신은 100년 내로 확실히 부활할 거예요.”
행동이라 해도 대수로운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화제를 원래대로 돌렸을 뿐.
“다들 말하는 걸 보니까, 종말신이 부활해 봐야 어쩌겠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맞나요?”
스텔라가 뭐라 따지려 했지만, 화제가 화제인지라 일단 입을 닫았다.
심호흡을 반복하며 일단 기분 상한 감정은 속에 집어넣는다.
토라진 건 토라진 거고, 중요한 얘기는 중요한 얘기다.
저 말을 듣는 게 우선이다.
‘감사합니다. 세인 님.’
세인 왈.
스텔라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성격이니까, 사적으로 불리한 일이 생기거든 공적으로 중요한 얘기를 꺼내, 화제를 전환하면 잘 먹힌다.
바야흐로 그 말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렇지 뭐. 23세의 신하율도 이겼는데, 123세의 신하율이 못 이기겠어?”
샤를이 대표로 답했다.
“막말로 10년 뒤에 부활한다고 해도, 33세의 신하율이면 어찌어찌 되지 않겠어?”
당연한 생각이었다.
23세.
마법사의 전성기라 하기엔 거리가 먼 나이.
신하율은 그런 젊은 나이로 종말신을 이겼다.
미래에 종말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든 말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음. 그렇게 생각하실 만도 하긴 합니다만…….”
신하율이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번에 종말신을 압도할 수 있었던 건, 종말신이 베일 스톨의 몸을 흡수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약이 없는 상태로 다시 부활하게 된다면, 이번처럼 되진 않을 겁니다.”
베일 스톨의 몸을 흡수한 채가 아니라면, 신력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힘들다.
신력에서 밀리게 되면 전투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번 부활은 베일 스톨을 이용한 불완전한 부활 같은 게 아니라. 완전 부활이에요.”
“……완전 부활?”
“예.”
모두가 그건 무슨 말이냐는 눈으로 신하율을 응시했다.
“완전 부활이라는 게 그리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요?”
아델라가 대표로 물었다.
“원래는 불가능해.”
신하율은 아델라를 바라보며 답하고 다시 모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종말신은 17만 년이란 시간을 들여서 베일 스톨의 몸을 이용해 불완전하게 부활하는 데 겨우겨우 성공했다.
베일 스톨이란 매개체까지 완전히 사라진 지금, 완전 부활 따윈 불가능해야 한다.
허나.
“……제가 이번에 놈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한 시간 가속이 문제가 됐어요.”
지금은 상황이 좀 골때리게 돌아가고 있다.
“시간 가속?”
“예. 종말신을 상대하기 위해 미래의 제 가능성을 이 시대로 당겨오는 그런 신법입니다만…….”
신하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신법 때문에 시간이 굴절되며, 종말신이라는 존재 자체에 변화가 발생했어요.”
“변화? 무슨 변화?”
“일일이 설명 드리긴 힘듭니다. 저도 미미르와 움브라 님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겨우 이해할 수 있었던 이론이라서요.”
대가 없는 힘 같은 건 없다.
마나를 대가로 마법을 사용하듯, 모든 일에는 그에 따른 대가가 필요한 법이다.
“결론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미래의 힘을 끌어다 쓴 대가로 종말신 또한 미래의 힘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먼 미래에서 부활했어야 할 종말신이 100년 이내에 부활할 수 있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종말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에서 ‘가능성’을 가지고 올 거예요.”
“가장 이상적인 미래……. 그게 완전 부활이라는 거구만.”
샤를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예.”
이대로면 과거, 신화시대를 파멸로 이끌었던 괴물, 종말신이 그 시절 그대로의 힘을 지니고 부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아무리 신하율이라 할지라도 100% 승산을 장담할 수는 없다.
100년의 준비 기간이 온전히 주어지면 모를까.
10년 후, 20년 후에 돌연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막을 수단이 없다.
“……위험하잖아?”
“예. 그래서 이렇게 모두를 부른 겁니다.”
애초에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굳이 모두를 소집하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네.”
샤를이 생각에 잠겼다.
완전한 상태로 부활할 종말신을 상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하게도 떠오르는 건 없었다.
샤를에게 신력이나 신은 미지의 존재이기에, 대응법 같은 게 떠오를 리가 없었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준비해 둔 게 있어요.”
“아, 뭐야. 있어?”
샤를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해야지. 당황했잖아.”
기껏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됐는데. 또 불면증이 재발할 뻔했다.
“무슨 방법인데?”
“종말신이 미래에서 가져올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해 버리려고 합니다.”
“……가능성을 차단해? 어떻게? 미래에 갔다 오기라도 하게?”
신력을 쓰면 미래에 갔다 오는 게 가능한 걸까.
“아뇨. 그런 건 불가능해요.”
미래로 시간을 옮기는 건, 시간의 여신 모라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시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면, 과거든 미래든 자유롭게 이동해서 종말신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렸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게? 미래로 이동할 수 없으면, 미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잖아.”
“가능해요.”
미래로 이동할 수 없어도, 미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 가능하다.
“미래를 미리 관측해서, 종말신에게 형편 좋게 흘러갈 만한 가능성을 지닌 모든 주요 분기점을 컨트롤할 겁니다.”
“미래를 관측해? 그것부터가 문제 아냐?”
“원래라면 문제죠.”
모라가 소멸한 지금, 미래를 관측할 방법 따윈 없다.
원래대로라면 이 방법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근데. 저는 종말신과 제가 엮여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보고 왔잖습니까.”
“아.”
나는 내가 지녔을 터인 미래의 가능성을 끌어오기 위해, 수많은 미래를 보고 왔다.
나와 종말신이 엮여 있는 주요 분기점들은 모두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했다.
즉, 나는 미래를 관측할 필요가 없다.
이미 관측은 끝내 뒀다.
“물론 미래를 알고 있다고 해서, 쉽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 그렇겠지.”
주요 분기점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걸 일일이 컨트롤해야 하는 작업이 쉬울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여러분들의 도움을 좀 받고자 합니다.”
“……우리?”
샤를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막 대수로운 걸 부탁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미래는 굉장히 사소한 일로도 변화한다.
모라의 힘을 직접 체험한 신하율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먼저, 샤를 단장님. 제자 한 명 들이실 생각 없으십니까?”
사소한 게 쌓이고 쌓여, 미래는 변화하게 된다.
고로, 지금 해야 할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 사소한 일들뿐이다.
“……제자? 갑자기?”
“예. 아마 키울 맛 좀 나실 겁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오늘 하루 한 걸음을 더 나아간다.
그게 내가 찾은 종말을 물리칠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