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46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465화(465/466)
샤를 단장님을 시작으로 모두에게 해야 할 말을 전했다.
종말신의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모조리 전달했다.
“다들 잘 부탁드립니다.”
“…….”
“…….”
다섯 명 모두가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복잡한 심사가 두 눈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누군가는 내 부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고. 또 누군가는 내 부탁을 어떻게 들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제자. 제자라……. 그런 거 키울 생각은 안 해 봤는데.”
그중 제일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샤를 단장님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갑자기 제자를 키우게 되었으니…….
“일단, 안건이 안건이니만큼, 키우긴 할 텐데.”
샤를 단장님이 조금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제자를 키우는 거랑 종말신의 부활이랑 정말 연관이 있어?”
당연한 질문이었다.
내가 샤를 단장님이었어도 저 질문을 했을 거다.
대체 종말신의 부활과 제자 키우기가 무슨 연관이 있냐고.
그렇게 따지듯이 물었을 게 분명하다.
“제니. 그 아이의 주변 환경은 끔찍한 수준입니다. 가만히 두면 그대로 악에 물들게 됩니다.”
제니. 샤를 단장님이 제자로 받아들일 아이의 이름이다.
“그 천부적인 재능은 오로지 악을 행하는 데만 사용됩니다. 나아가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세계를 원망하고, 증오하며. 종말신을 찬양하게 되죠.”
자신의 불운은 모두 이 세계의 탓이다. 자신을 구해주지 않은 모든 인류가 밉다.
그런 감정이 쌓이고 쌓여, 끝끝내 그녀는 종말신의 화신이 된다.
“그리고 종말신은 그런 제니의 몸을 빌려 부활합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데다가 종말신을 추종하기까지 하는 소체. 그 몸을 통해 부활하는 것으로 종말신은 완전한 부활을 이루게 되죠. 이게 제가 본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입니다.”
이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선, 이 제니라는 아이가 악에 물들 가능성 자체를 지워버려야 한다.
“……내가 구해서 제자로 받아들이면 해결되는 거야?”
“예. 해결됩니다.”
제니. 그 아이는 타고난 환경이 나빴을 뿐. 결코 나쁜 심성을 지닌 아이가 아니다.
“그 아이는 현재 7살.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기도 전입니다. 샤를 단장님이 제자로 받아들여, 잘 가르쳐 주시기만 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어요.”
아이에겐 죄가 없다.
아이에게 죄가 있다면 그건 아이의 죄가 아니라 그 아이를 키운 부모의 죄다.
“……7살이란 말이지.”
샤를 단장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니, 어두워졌다기보단 씁쓸해 보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그것참, 동질감 생기네. 나도 7살 때 마담한테 주워졌는데.”
이전에 소피아 님에게 슬쩍 들은 적 있는 얘기였다.
샤를 단장님이 진짜 야생의 늑대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며, 7살 시절의 이야기를 해 주셨었지.
그때 슬쩍 들은 얘기다.
“그래……. 확실히 7살짜리 꼬마한테 죄는 없지. 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샤를 단장님이 뭔가 크게 결심을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의욕이 생기신 듯하다.
‘제니 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어.’
샤를 단장님이라면 제니를 잘 이끌어 줄 것이다.
종말신 같은 거에 심취하지 않도록, 바른 아이가 되도록 잘 가르쳐 주시겠지.
“아, 근데 7살짜리 애를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는데.”
“괜찮습니다. 잘하실 거예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잘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애를 키워보신 적도 없는 분인데, 어떻게 바로 잘하겠는가.
‘모르는 것도 많고, 미숙할 테지만…….’
제니에겐 그게 더 좋다.
제니를 둘러싼 주위 환경을 생각하면, 적당히 어설픈 게 오히려 좋다.
제니는 저 어설픔을 보고 경계심을 풀 게 될 것이다.
그리고 뭐, 진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소피아 님이 도와주실 테니까.
내가 돕지 않더라도 어찌어찌 잘 해 나갈 거다.
“종말신의 화신이라…….”
옆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김강인이 세상 복잡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그럼 저희에게 부탁하신 일도 화신과 관련된 일이겠군요.”
“비슷합니다.”
나는 김강인 님을 시작으로 아델라, 순찬이, 스텔라와 차례차례 눈을 맞췄다.
“제가 부탁드린 사람들은 모두, 잠정적으로 종말신의 화신이 될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이에요.”
다들 출중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나, 주어진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을 어떻게든 하는 게 종말신의 완전 부활을 막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해했습니다. 갑자기 왜 제자 같은 걸 키우라 하시는지 싶었는데. 그런 이유라면야…….”
청색 마탑주님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그나저나 재능이 출중한 아이들이란 말이죠.”
의욕이 넘쳐흐르는 듯한 눈빛이었다.
애초부터 청색 마탑주님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좋아하셨으니.
재능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 또한 좋아하실 터.
의욕이 생기는 게 당연했다.
“……내가 제자를?”
“…….”
“음…….”
반면 아델라, 순찬이, 스텔라 쪽은 더더욱 복잡한 표정으로 변했다.
다들 제자 같은 걸 둘 나이도 아니기에, 더더욱 머리가 복잡할 테지.
“지금부터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 너희가 제자를 들이는 건 한참 뒤에 일이니까.”
이 셋에게 부탁할 아이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순찬이 넌 특히나 멀었고.”
순찬이가 제자를 들이게 될 날은 12년 후다.
아직 한참 남았다.
“멀었다는 건 아는데……. 뭔가, 실감이 안 나서. 내가 제자를 들인다니.”
“……그러게요.”
아델라가 순찬이의 말에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아델라가 제자를 들이게 될 때는 7년 후다.
“저는 멀었다고 하기 힘들 거 같은데요.”
스텔라가 넌지시 말했다.
아주 복잡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3년 후라니…….”
스텔라가 제자를 받아들이게 될 날은 3년 후.
20대 중반일 때다.
즉, 20대 때 제자를 두게 된다는 말이다.
머리가 복잡할 만하다.
솔직히 난감할 테지.
“힘들겠지만 부탁할게. 그 아이는 검사의 재능을 지닌 아이라서. 너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
하지만 부탁할 사람이 스텔라밖에 없다.
“어머니께 부탁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세인 님은 따로 하실 일이 있어서 안 돼.”
“아하…….”
스텔라가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다.
자신이 없어 보이는 표정이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도와줄 테니까.”
“……하율 씨가요?”
스텔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응. 혼자선 힘들 테니까. 3년 후면, 나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테고. 힘이 닿는 한 최대한 도울게.”
25세의 나이로 6살짜리 아이를 받아들여 제자로 키우는 게 쉬울 리가 없다.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는 거니만큼, 나도 최대한 도와야겠지.
“같이 힘을 모아서 아이를……. 나쁘지 않을지도…….”
스텔라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뭐가 나쁘지 않다는 걸까.
“야. 그럼 나는?”
샤를 단장님이 인상을 찡그린 채로 나를 노려봤다.
“물론 샤를 단장님도 도울 수 있는 선에서 도울 겁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아하.”
표정이 바로 풀렸다.
“난 또, 스텔라 저 앙큼한 년만 특별 취급하는 줄 알았지.”
“……앙큼한 년이 뭐에요. 상스럽게.”
“왜? 앙큼한 년이 싫으면 여우같은 년이라고 불러줄까?”
샤를 단장님이 싱긋 웃으며 스텔라를 노려봤다.
“그게 그거잖아요.”
스텔라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역시 이 둘은 아직까지도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조금은 나아진 것 같지만, 말 그대로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이 둘이 친해질 날은 아직 먼 것 같다.
“아무튼. 도와주신다는 거죠?”
스텔라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열심히 해 볼게요.”
스텔라의 표정에 가득 서려 있던 불안감이 조금 순화되었다.
내가 돕는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이 된 듯하다.
‘사실 나도 제자고 뭐고, 아이를 상대하는 건 못하긴 하는데…….’
솔직히 내가 저렇게 믿을 만한 인선은 아니긴 한데.
뭐, 어떻게든 노력해 봐야지.
이번에 당장 제자를 들일 샤를 단장님을 도우면서 어느 정도 노하우도 생길 테고.
“제 쪽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강인 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 마탑주님은 걱정 안 합니다.”
청색 마탑을 운영하며, 이미 노하우가 쌓일 만큼 쌓이셨을 테고.
알아서 잘하시겠지.
청색 마탑주님을 도울 일은 전혀 없을 거다.
‘도움을 받을 일이 있으면 있어도…….’
솔직히 청색 마탑주님만이 희망이다. 현재의 멤버들 중, 제자를 키워 본 전적이 있는 건 청색 마탑주님뿐이니…….
“에휴. 이제는 숨 돌릴 여유도 없겠네.”
샤를 단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회의실을 나설 듯한 분위기였다.
“아무튼. 얘기는 다 끝난 거지?”
“예.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바로 이동해야겠네.”
기지개를 켜고, 목을 적당히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다.
“바로 가시려고요?”
“어. 가야지.”
테이블에 놓아둔 장비를 챙기고 몸에 장비한다.
“내 잠정적 제자가 놓여있는 상황이 최악이라며. 그럼 하루라도 빨리 데려와야지.”
샤를 단장님은 지금 바로 제니를 찾으러 가실 생각이다.
“후딱 가서 찾아올게.”
샤를 단장님이 순찬이에게 손짓했다.
순찬이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네. 이탈리아로 보내드리면 되는 거죠?”
“엉. 부탁할게.”
요즘 순찬이는 편리한 택시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뭐, 다들 공적인 이유로 공간 이동을 부탁하고 있는 거라, 문제가 될 일은 없다.
“잠시만요. 이탈리아면 거리가 좀 있어서, 준비 좀 해야 해요.”
순찬이가 그대로 가방에서 도구를 꺼내 뭔가 준비를 시작했다.
아스란 님이 있으면 무영창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아스란 님은 부재중이다.
도구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탈리아까지 공간을 연결하는 건 힘들다.
“엉. 천천히 해.”
샤를 단장님도 천천히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쪽은 무법 지대가 많기에, 전투가 벌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어느 정도 준비는 해 둬야 한다.
“아, 그래. 이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장비를 점검하는 중.
샤를 단장님이 뭔가 떠오른 듯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우리가 이렇게 제자를 키울 동안, 너는 뭐하게?”
“저요?”
“엉. 우릴 돕는다는 거 보면, 너는 제자를 들일 거 같지는 않은데.”
“아뇨. 저도 제자 들일 건데요?”
“아, 그래?”
샤를 단장님이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의외네. 너는 제자 같은 거 키울 시간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당연한 추론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건, 종말신이 힘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모두 부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선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하다.
제자 키우기 같은 공이 많이 드는 일에 시간을 소모할 여력은 없다.
이렇게 생각하신 거겠지.
“예. 뭐, 실제로 제가 직접 누군가를 도맡을 만한 여유는 없습니다.”
“……잉?”
도맡을 여유가 없는데 제자를 들인다니.
그건 무슨 말이냐.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제가 들일 제자는 한참 뒤에나 태어날 거라서요.”
“아하. 모든 일이 끝난 뒤에 태어난다는 거구만. 그럼 뭐…….”
샤를 단장님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의 신하율이 제자라……. 궁금하네. 어떤 애려나. 몇 년 후에 태어나?”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다들 내 제자가 누굴지 궁금하다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147년 후요.”
“……뭐?”
“예?”
내 대답에 모두가 벙쪘다.
“147년?”
“그때면 나나 김강인은 물론이고, 너희도 죽은 뒤 아냐?”
“예.”
“……그때 제자를 들인다고?”
“예.”
“……어떻게?”
“뭐, 스승과 제자가 꼭 같은 시대를 살아가라는 법 있습니까.”
나는 내 방에 고이 모셔 둔 두 권의 책들을 떠올렸다.
이드레드의 서와 미미르의 서.
스승님이 남겨주신 두 개의 책.
“책을 쓰려 합니다.”
“……책?”
“예. 미래……. 147년 후에 태어날 제 계승자를 위해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 않더라도.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누군가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제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스승님을 스승님으로 여기는 것처럼.
스승님이 나를 제자라 여기는 것처럼.
나 또한 스승이 될 수 있고, 미래의 내 제자 또한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
“먼 미래. 저희가 종말신의 모든 가능성을 지우는 데 성공한 미래에서. 불완전하게나마 부활에 성공한 종말신에게 쐐기를 박기 위해서.”
나는 책을 쓸 것이다.
스승님이 그러셨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