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화(5/466)
햇빛이 눈꺼풀을 때리는 감각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으로 새소리가 청명하게 울린다.
“……아침?”
나는 허겁지겁 일어나서 시간을 확인했다.
[2054년 4월 15일] [AM 7:42]어제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했을 때가 10시였으니, 무려 10시간이나 지난 것이다.
‘마나 순환 10시간이나 유지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맑다.
이 정도로 무리를 했으면 정신력의 고갈로 쓰러져야 정상인데, 마치 10시간 동안 숙면이 취한 것처럼 개운하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나는 허겁지겁 다시 내면 관조에 들어섰다.
서클이 무사히 엮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내 내면을 관조해 나갔다.
어제까진 없었던 새로운 무언가가 내 몸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인피니티 서클…….”
내 신체는 하나의 서클이 되어 있었다.
심장 만했던 이전의 서클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서클이었다.
‘이렇게 거대한데, 마나 순환 효율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사실 서클은 크다고 능사가 아니다.
서클이 크면 그만큼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절대치가 증가하기는 하겠지.
하지만 용적만 늘어나 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서클이 크다는 건 마나가 서클을 일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마나 순환 시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것이고.
마나 순환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마법의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나의 고리를 심장을 두르는 형태로 엮는다.
전신에 혈액을 보내는 기관인 심장에 서클을 만들게 되면, 서클로 정제한 마나를 혈액에 실어 신체 어디로라도 보낼 수 있다.
서클이 작다는 단점은 서클을 여러 개 엮는 것으로 상쇄할 수 있다.
이게 현대 마법의 기본적인 상식이라 할 수 있겠다.
헌데 내 인피니티 서클은 어떤가.
심장 크기는커녕, 내 신체를 아우르는 방대한 서클임에도 마나 순환 속도는 여타 서클들과 다를 바가 없다.
레이싱으로 치면 남들보다 10배는 긴 레일을 달리면서도 남들보다 빠르게 도착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일반적인 서클들보다 회전율이 좋은 거 같은데?’
뭔가 다들 전동 킥보드용 모터를 달고 있는데 나 혼자 고급 스포츠카의 모터를 달고 있는 느낌이다.
‘이게 뇌를 경유하고, 안 하고의 차이인가?’
사령탑의 유무가 이런 차이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근데 이거 제대로 다루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모터가 최신식 스포츠카의 모터로 바뀌면 뭐하겠는가.
정작 바뀐 모터의 사용 방법을 모르는데.
최신식 모터의 사용 방법을 익히려면, 그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법이다.
다행히 내게는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
나는 곧장 바닥에 놓아 둔 [레이 벨 바이테너]를 집어 들었다.
페이지를 넘겨, 원래는 백지였던 8페이지 이후를 확인했다.
[바이테너식 마법에 정식으로 입문한 것을 환영한다.]“역시.”
내 예상대로, 이 책은 내 성취와 함께 새롭게 페이지가 갱신되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는 듯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구태여 잡설은 섞지 않겠다. 네가 바라는 것은 내 잡설 같은 게 아니란 것을 안다.]나는 두근대는 심장을 억누르고, 다음 문장을 읽었다.
[지금부터 바이테너식 마법의 기본을 전수하겠다.]바이테너식 마법.
레이 벨 바이테너의 비전 마법.
[바이테너식 마법의 첫 걸음이자 기본. 나는 이 최초의 한 걸음을 ‘심의(心意)’라 부른다.]심의.
짧은 두 음절 단어가 내 심장을 마구 뛰게 했다.
* * *
그 후로 내 일과는 오로지 바이테너식 마법을 익히기 위해 돌아갔다.
[바이테너식 마법의 상징은 자유.] [자유롭게 생각해라. 그것이 네 힘이 될 것이다.]무한을 상징하는 인피니티 서클.
자유를 상징하는 바이테너식 마법.
이 두 가지의 시너지는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났다.
[바이테너식 마법은 정해진 공식이 없다.] [내 마법에 발동식, 마법식, 알고리즘은 일절 필요 없다.]비단 마법의 성능적인 면에서만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아니라,
습득 난이도라는 면에서도 두 개가 맞물려 시너지 작용을 내고 있다.
요컨대 어려워도 더럽게 어렵다는 말이다.
[사람이 팔을 움직이고, 다리를 움직이고, 호흡을 하며, 눈을 깜빡이는 데 계산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진짜 말은 쉽다.
축구는 공을 발로 차서 골대에 넣으면 되고.
농구는 공을 던져서 골대에 넣으면 된다.
[마나는 너의 팔이다. 다리다. 심장이며, 머리다. 네 마음대로 움직여라.]이 말은 검사에게 네 검을 손발처럼 사용하라는 말이기도 하고,
포수에게 네 총을 손발처럼 다루라는 말이기도 하다.
중요해서 두 번 말하는데, 진짜 말은 참 쉽다.
무언가를 제 수족처럼 다룬다는 게 말처럼 쉬웠으면, 이 세상에 스포츠라는 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롭게 사고해라. 그게 바이테너식 마법의 시작이자 끝. 내 마법의 모든 것이다.]자유라는 게 참 두루뭉술한 개념이어서, 뭐라 개념을 확립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보니 어느덧 3일이라는 시간이 흘러.
오늘은 4월 18일.
토요일이 되었다.
“뇌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는 느낌으로…….”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인피니티 서클을 돌려가며, 마법 단련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려 5시간 동안 ‘심의(心意)’의 습득을 위해 힘썼으나, 아직 제대로 마법이란 형태를 이루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시간은 오후 1시.
알바를 갈 시간이 되었다.
‘조금만 더 하면 감을 잡을 거 같은데…….’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는 내놓은 자식이다.
집안의 지원은 1년 전에 끊긴지 오래다.
식비부터 교재비까지, 모두 내가 벌어서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알바라도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벨리스크 아카데미가 학비 전액 결제 후 입학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덕분에 학비까지 벌어야 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만약 학비까지 벌어야 했다면 진짜 퇴학을 선택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댔을 수도 있겠지.
“빈곤이 죄다, 죄야.”
내일의 식비를 위해선 오늘 내일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쓰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도 돈이 있어야 배울 수 있는 법.
적당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향했다.
“날 좋네.”
하늘은 아주 화창했다.
마치 내 마음처럼.
* * *
무사히 알바를 끝마치고.
나는 곧장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바이테너식 마법의 습득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미치겠네.’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데, 손에 닿지 않는 그런 느낌이다.
뭔가 얇고 투명한 장막이 내 손을 막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마도학에선 이러한 투명한 장막을 ‘깨달음의 벽’이라고 칭한다.
이 벽을 깨 부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뭐가 문제지?”
이론은 이미 빠삭하다.
새로 갱신된 페이지에 적힌 이론들에 내가 새로 수집한 정보들에서 얻은 이론들까지 더해져, 바이테너식 마법에 대한 이론은 이 이상 없을 만큼 완벽하다.
실제로 모두 이해하기도 했다.
인피니티 서클의 구조에 대한 분석도 끝났다.
인피니티 서클과 바이테너식 마법이 어떻게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지 까지도 파악이 끝났다.
“근데 왜 안 되냐고.”
문제는 이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이 제대로 발동하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미치고 팔짝 뛰지 않고 배기겠는가.
이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내가 뭘 놓친 게 있나?’
나는 다시 차근차근 정리한 내용들을 읽어 나갔다.
이론에 대해 정리해 놓은 공책만 세 권에, 페이지로 치면 100페이지를 넘는다.
다시 확인하는 데만 해도 무려 1시간이라는 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완벽한데.”
아무리 봐도 빼 먹은 건 없단 말이지. 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답답하다.
“으…….”
그러자 문득 내가 정리해 놓은 노트와 서류의 산이 눈에 들어 왔다.
손때를 타서 군데군데가 헐었고, 사이사이 수백 개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어 굉장히 난잡하다.
“이 광경…….”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분명 이런 광경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아.”
떠올랐다.
“……2서클을 엮으려 시도했던 날.”
12살.
아직 내가 초신성이라고 불리던 시절.
아직은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시절의 일이다.
나는 두 번째 고리를 엮기 위해 몇 개월을 준비했다.
서클에 대한 개념을 조사하고, 어떤 구조로 엮이는지, 어떤 화학적 작용이 발생하는지, 어떤 크기의 서클이 효율이 좋은지 등.
정말 별에 별 정보를 다 수집했다.
‘나는 완벽하게 2서클을 엮을 거야!’
그런 오만방자한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2서클을 엮는 데 실패했다.
내 인생 최초의 실패였다.
분해서 엉엉 울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율아.’
아직 가족 모두가 내게 상냥하던 시절.
아버지는 실패한 나를 자상하게 안아주시며 말했다.
‘완벽이라는 말은 널 옭아매는 하나의 사슬일 뿐이다.’
‘생각이 많은 것이 네 장점이긴 하지만, 가끔은 우직하게 직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때의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최대한 편한 자세로 앉아서, 정신을 집중했다.
뇌를 비우고, 잡념을 지워낸다.
오로지 마나의 회전에만 집중하며, 생각을 지워야 한다는 생각마저 사라졌다.
‘너무 빙 돌아왔어.’
스승님의 전언에는 그 어디에도 바이테너식 마법과 인피니티 서클에 대해 이해하라는 말이 없었다.
그저 자유롭게 생각하라는 말만 적혀 있었을 뿐.
나는 이 단순한 문장을 너무 깊게 생각했다.
‘완벽은 인간의 거만함이 만들어 낸 허구의 단어.’
마도학적인 측면에서 완벽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급함이라는 이름 아래 시야가 좁아졌던 나는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깨닫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는 작게 웃으며 마나를 돌렸다.
웅, 웅, 웅.
청명한 공명음이 울렸다.
내 머릿속에는 아무런 잡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이 팔을 움직이고, 다리를 움직이고, 호흡을 하며, 눈을 깜빡이는 데 계산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그저, 스승님의 말만이 아지랑이처럼 뇌리를 떠돌아 다녔다.
[마나는 너의 팔이다. 다리다. 심장이며, 머리다. 네 마음대로 움직여라.]그것은 깨달음이었다.
사소하지만, 강렬했던 깨달음.
[자유롭게 사고해라. 그게 바이테너식 마법의 시작이자 끝. 내 마법의 모든 것이다.]가볍게 고개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이는 법이다.
깨달음이란 그런 보잘 것 없는 것이다.
화르르!
내 손바닥 위로 화염이 피어올랐다.
아무 전조도 없이.
그저 내가 생각한 것만으로, 화염은 피어났다.
구시대 마법의 8단계 발동식도, 현대 마법의 2단계 발동식도 필요 없었다.
즉시 시전.
팔을 움직이는 데 생각을 하지 않듯이.
호흡을 하는 데 계산을 하지 않듯이.
마나는 내 의지를 따라 화염의 꽃을 피워 냈다.
[바이테너식 마법의 첫 걸음. 나는 이 최초의 한 걸음을 ‘심의(心意)’라 부른다.]“성공했다…….”
바이테너식 마법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는 데 성공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