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0화(50/466)
다음날 아침.
나는 아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서 깨어났다.
“으…….”
공진의 후유증은 과연 어마어마해서, 8시간 가량을 내리 잤음에도 피로는 여전했다.
오히려 어제 잠들 때보다 더 피곤한 것 같다.
‘공진에 추가로 파훼까지 써서 그런가, 평소보다 후유증이 기네.’
원래라면 12시간 정도면 후유증이 풀려야 하는데.
이번엔 공진에 더해 5서클 마법의 파훼까지 했기 때문인지, 12시간이 지났음에도 몸은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등교해야 하는데.’
오늘은 월요일이다.
현재 시간은 7시 20분.
등교를 해야 할 시간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 상태로 등교하긴 좀 힘들 거 같은데.’
공진의 후유증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는 이상, 등교는 자제하는 게 좋다.
‘다행히 오늘은 실내 훈련이랑 가벼운 체력 단련 훈련 정도밖에 없으니까 쉬는 데 부담도 없고.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하루만 쉰다고 해야겠다.’
어제 전투에서 무리를 좀 한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 병가 처리 정도는 아무 말 없이 해 주시겠지.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꺼냈다.
“음?”
그런데 이게 웬걸.
아버지한테 먼저 연락이 와 있었다.
[발신자 : 아버지] [어제 전투에서 다소나마 무리를 좀 했을 테지.] [병가 처리를 해 뒀다. 오늘은 푹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도록.]“…….”
순간 당황했다.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날 배려해 주신 다고?’
이게 정말 아버지의 문자가 맞는 건가 의심까지 들었다.
‘그만큼 어제 내 전투에 만족하셨다는 건가?’
아버지의 배려는 상대에 대한 기대와 비례한다.
즉, 아버지는 내게 큰 기대를 안고 계시다는 말과 같다.
‘어제 대련이 끝나고, 말도 없이 돌아가셨길래 뭔가 불만이 있으신 게 아닌가 걱정했더니…….’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이 문자를 보는 한, 아버지는 내 바이테너식에 확실히 사로잡히셨다.
‘좋네.’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번 대련으로 아버지께 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버지도 이제 금메달이라는 게 마냥 먼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실 터.
‘아버지가 내게 기대하는 만큼 나에 대한 경비는 더 삼엄해 지겠지.’
최소 올림피아드가 끝날 때까진 신지한을 비롯한 온갖 외부 세력들의 견제에서 나를 완벽하게 지켜 주실 것이다.
즉, 이제 나는 정말로 올림피아드 준비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말이다.
‘그럼 남은 1달 동안 내가 해야 할 건…….’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 * *
내가 다시 눈을 뜬 건 6시간이 지난 후였다.
공진을 사용한 뒤로 약 18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웅, 웅, 웅!
일말의 미동도 없이 꽁꽁 얼어붙었던 세 개의 인피니티 서클이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굳어 있던 만큼 평소보다 조금 삐걱이긴 하는데, 이 정도라면 3시간 정도만 지나면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 갈 테지.
‘공진에 파훼까지 사용하면 18시간의 후유증이 남는구나. 기억해 놔야겠어.’
18시간의 마나 동결이면 효과에 비해 썩 나쁘지 않은 페널티다.
올림피아드의 경기 별 시간을 생각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경기가 없나 체크해 봐야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단 옆에 걸어 둔 스승님의 로브를 걸쳤다.
‘이거지.’
피로했던 몸과 뇌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듯한 감각.
스승님의 로브의 효능은 과연 엄청났다.
난 이제 이 로브 없이는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안락함과 쾌적함은 절대 버릴 수 없다.
나는 스승님의 로브가 주는 포근함에 감싸인 채 마나 순환을 시작했다.
인피니티 서클이 빠르게 회전하며 내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약 2시간이 흘러.
“완벽해.”
나는 평소처럼 베스트 컨디션 상태가 되었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18시간 동안 너무 시달려서 그런가?
‘몸도 원래대로 돌아왔겠다. 미미르한테 보고할 겸, 미미르의 서에 갔다 와야겠다.’
나는 미미르의 서를 펼쳤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짧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나는 미미르의 샘에 들어 서 있었다.
“미미르. 나 왔어.”
그리곤 평소처럼 소파에 엎드려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미미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미미르는 내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읽고 있는 책에 완전히 빠져 있는 듯하다.
나는 한층 더 조심스럽게 미미르에게 다가갔다.
“……미미르?”
그리곤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 깜짝이야! 야!”
미미르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따졌다.
“깜짝 놀랐잖아! 왜 기척도 없이 들어와서 귀에다가 소곤대?”
미미르가 자신의 팔뚝을 마구 비볐다. 피부에 닭살이 올라와 있다. 방금 내 소곤거림에 진심으로 놀란 모양이다.
“말 좀 하고 들어 와! 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미미르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을 했다.
“들어왔을 때. 인사했는데?”
“잉? 그래?”
“어.”
‘미미르. 나 왔어.’ 라고 분명히 말했다.
“……내가 집중하고 있느라 못 들었나?”
미미르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고 생각에 잠겼다.
“……하기야. 읽던 책이 재밌긴 했으니까.”
그리곤 자기가 책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은 듯했다.
“계승자. 내가 못 들은 건 미안한데. 다음부턴 내가 못 들어도, 귓가에 대고 속삭이고 그러진 마. 나 그런거 딱 질색이란 말이야.”
미미르가 자신의 귀를 비비며 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억해 둘게.”
아무래도 미미르는 귀가 예민한 모양이다.
“됐어. 그보다 승부는 어떻게 됐어? 이겼어?”
미미르가 소파 옆을 퉁퉁 두드리며 여기 앉으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나는 그 위치에 앉았다.
“설마 진 건 아니지?”
미미르가 나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만약 졌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한 강인한 눈빛이었다.
“당연히 이겼지. 가뿐하게 이겼어.”
미미르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은근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가뿐하게 이긴 거 확실해?”
내가 가뿐하게 이겼을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쉽진 않았어. 여차했으면 그대로 졌을 거야.”
5서클 마법사는 만만치 않았다.
작전이 잘 먹혔고,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변수가 있었다면, 십중팔구 패배한 건 내가 됐을 거다.
“상대가 내 마법에 대한 정보를 조금만 알고 있었어도, 못 이겼을 거고.”
내 승리는 철저하게 정보의 독점에서 비롯된 승리다.
만약 주한욱이 내가 4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걸 알고 있었다면, 파이어 레인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파훼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마지막에 인페르노를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내 빈틈을 노려서 장기전으로 끌고 갔을 테지.
그렇게 하면 나는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겼는데도 도통 개운하지가 않아. 뭔가 내 부족한 점만 더 자세히 알게 된 기분이야.”
정보의 우위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내 마법에 대한 정보는 올림피아드의 경기를 치뤄나가다 보면 무조건 분석될 것이다.
정보의 우위가 사라진다면, 나는 5서클 마법사를 이길 수 있을까?
지금 이 상태론 절대 이길 수 없다.
하물며 올해 올림피아드에 출전하는 강력한 우승 후보 두 명은 5서클 마법사임에 더해 비전 마법 사용자다.
평범한 5서클 마법사도 이기지 못하는데, 비전 마법을 보유한 5서클 마법사를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더 노력해야겠어.”
그들을 이기고 금메달을 따 내려면, 지금보다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그게 내가 이번 주한욱과의 시합으로 얻은 결론이다.
“난 계승자의 그런 자만하지 않는 점이 참 좋아. 도와 줄 맛이 난다고 해야 하나.”
미미르가 활짝 웃었다.
뭔가 날 바라보는 두 눈에 대견함이 엿보인다.
“도와 줄 맛이 나면, 가서 4서클에 대한 서적이나 좀 가져다 줘.”
내가 오늘 곧바로 미미르의 샘에 들어 온 건, 비단 미미르에게 승패 보고를 하기 위해서 만이 아니다.
주된 목적은 네 번째 서클을 엮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 뭐 부터 가져다 줄까?”
미미르가 소파에서 일어나 한쪽 책장으로 향했다.
“너한테 맡길게.”
미미르라면 굳이 내가 뭐라고 더 덧붙이지 않아도, 내게 필요한 정보들부터 차근차근 가져다 줄 테지.
“오케이. 그럼…….”
내가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를 통과하며 한층 넓어진 미미르의 샘.
배 이상은 커진 도서관 안을 천천히 걸어다니던 미미르가 한쪽 서랍장에 서서 책을 하나 꺼냈다.
“일단 이것부터 읽어. 기초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미미르가 그 책을 내게 던졌다.
적당한 속도로 날아오는 그 책을 나는 가뿐히 잡았다.
[네 번째 인피니티 서클, 확장(擴張)의 고리에 대하여]그 책은 그런 이름이었다.
* * *
다음날 아침.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체단실에서 신체 단련을 마친 뒤에 등교를 했다.
‘확장의 고리라.’
내 자리에 앉아서 확장의 고리에 대한 정보를 다시금 떠올렸다.
[확장의 고리는 앞선 세 개의 고리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심의의 고리, 공명의 고리, 간섭의 고리는 서로 병행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세 인피니티 서클은 성질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구조는 얼추 비슷한 형태를 띤다.
미니카 레일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어떤 레일은 360도 회전하는 구간이 있고, 어떤 레인은 낙차 구간이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구조는 비슷한.
세 고리는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확장의 고리는 다르다.] [세 고리의 옆에 나란히 병렬로 서는 구조가 아닌, 세 고리를 감싸는 구조를 지닌다.]하지만 확장의 고리는 앞선 세 고리와는 다른 독자적인 노선의 마나 순환로를 지닌다.
그렇기에 스승님께서 앞선 세 고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말을 한 것이다.
[확장의 고리가 앞선 세 개의 고리를 감싸는 것으로, 세 개의 서클은 한층 더 안정된 형태의 순환로를 지니게 된다.] [그 결과 인피니티 서클이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마법의 효율이 상승한다.]확장의 고리는 앞선 세 개의 서클들과 달리 막 버라이어티한 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앞선 세 개의 서클을 안정화시키고, 전체적인 서클의 효율을 끌어올릴 뿐.
단순히 이렇게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니다.
확장의 고리는 사기다.
애초에 바이테너식에 별거 아닌 것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서클이 안정화됨에 따라 심의의 고리가 지니는 필연적인 단점인 정신력의 소모가 줄어든다.]1서클 심의의 고리.
바이테너식의 근원이기도 한 자유로운 마법의 절대적인 지지기반.
확장의 고리는 이것의 유일한 단점인 정신력의 소모를 줄인다.
[공명의 횟수도 늘며, 공진의 시간도 늘어나고, 공진의 페널티도 감소한다.]2서클 공명의 고리.
내 원래 성취보다 한 단계 진보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조커 카드와도 같은 고리.
확장의 고리는 이 조커 카드의 단점 마저도 순화시킨다.
[간섭의 고리 자체의 부하도 줄어들며, 파훼를 사용하는 데 부담도 줄어든다.] [당연히 신안을 사용하는 데도 부담이 줄어든다.]그 외에도 바이테너식이 지닌 약점 전부를 확장의 고리가 커버한다.
즉, 확장의 고리는 안 그래도 대단했던 앞선 세 고리의 퀄리티 자체를 한층 끌어 올려주는 일종의 마스터 피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대단하지 않다면 뭐가 대단하겠는가.
[앞선 세 고리를 완전히 감싸, 새로운 거대 고리로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고리인 만큼, 확장의 고리를 엮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앞선 세 개의 고리를 엮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난일 테지.]문제가 있다면 이것이다.
확장의 고리를 엮는 게 말도 안 되게 힘들다는 것.
[확장의 고리를 엮는 덴 최소 1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한 것이니, 너무 안달내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도록 하여라.]그것도 말도 안 되게 힘들다는 것이다.
‘서클이 늘어날 수록 성취가 어려워지는 건 당연한 거지만…….’
확장의 고리 습득 난이도는 어렵다는 수준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