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1화(51/466)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는 평소처럼 아델라, 순찬이와 함께 사설 훈련장을 이용하고 있었다.
“아, 죽겠다.”
1시간 반 동안의 전력 질주로 모든 체력을 소진한 순찬이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죽을 것 같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고생했어.”
나는 그런 순찬이에게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온 음료를 건넸다.
“병 주고 약주고 아주 그냥.”
“말은 똑바로 해. 내가 언제 병을 줬어. 처방전을 주고 약까지 준 거지.”
“……그래. 고맙다. 유능한 의사선생님께서 날 봐주셔서 아주 행복하다, 야.”
순찬이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내게서 이온 음료를 채가듯 건네받았다.
그리곤 단숨에 들이마셨다.
“후. 쪼잔한 놈. 그제 내가 좀 골렸다고…….”
500ml의 음료를 다 마시고 나니, 조금은 힘이 돌아 온 듯.
날 원망하는 눈초리가 한층 강렬해 졌다.
“인마. 내가 진짜 그런 이유로 네 훈련 강도를 강화했겠냐.”
“어. 너라면 그러고도 남아.”
순찬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 일말의 의심도 보이지 않는다.
“아닌데? 올림피아드 출전도 확정된 김에, 조금 더 훈련 강도를 올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건데?”
“헛소리하지 마 인마. 그제 내가 까불었다는 이유로 훈련 강도를 예정했던 것보다 더 올린 거 다 알아.”
“……전혀 아닌데?”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 이 새끼야.”
순찬이의 미간이 짜증으로 꿈틀거렸다.
나는 그런 순찬이를 무시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델라. 쉬는 중에 미안한데 잠시 이쪽으로 와 줄래?”
그리곤 저 멀리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아델라를 불렀다.
“……아오. 쪼잔한 놈. 진짜 내가 억울해서라도 빨리 체력 부족을 극복하던지 해야지.”
내 뒤에서 순찬이가 이를 깨문 채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말은 저렇게 해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게 순찬이다.
내가 시킨 거고 뭐고, 하기 싫으면 설렁설렁해도 될 것을, 정말 전력으로 달리기에 임하고 있다.
그걸 알고 있기에 훈련 강도를 한층 더 올리고 있는 거고.
‘이 기세면 정말 1달 내로 체력 부족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겠어.’
순찬이의 의지가 꺼지지만 않으면 1달 내에 체력이란 약점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리라.
“할 얘기라뇨?”
그렇게 생각을 하는 중 아델라가 다가왔다.
아델라도 조금 전 훈련에서 꽤나 고생을 해서 그런가, 안색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올림피아드 선발 멤버가 확정된 김에, 훈련 계획 좀 다시 짜려고.”
“계획을 다시 짜요?”
“어. 이제 내일부턴 합법적으로 수업을 빠질 수 있게 됐잖아.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더 생길 테니, 조금 일정을 바꾸는 게 어떤가 해서.”
올림피아드 출전 멤버는 올림피아드까지 모든 수업이 면제된다.
수업을 받는 대신 올림피아드 경기 준비를 하라는 학교 측의 배려다.
그 외에도 컨디션 조절을 하라는 이유도 있다.
“수업은 안 들어도 된다고 해도, 모레부터는 올림피아드를 대비한 특별 훈련이 시작되잖아요. 훈련을 다시 짤 필요가 있을까요?”
“그 훈련은 하루 8시간밖에 안 하잖아. 그 전후 훈련 스케줄을 맞춰보자 이거지.”
“아하.”
올림피아드 대비 2, 3학년 공동 특별 훈련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총 8시간 밖에 진행되지 않는다.
즉,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설마 이 지옥 같은 훈련을 아침에도 하자는 건 아니겠지?”
순찬이가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제발 아침 훈련만큼은 안 된다고 애원하는 표정이다.
“걱정 안 해도, 아침에 이런 고강도 훈련을 할 생각은 없어.”
“……어, 그래?”
순찬이가 굉장히 의외라는 듯이 날 바라본다.
이 악마 새끼가 웬일이지? 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다.
“누가 보면 내가 너 괴롭히려고 달리기 시키는 줄 알겠다 짜샤.”
운동은 많이 한다고 꼭 좋은 게 아니다. 운동보단 휴식이 더 중요하다. 아침에 훈련을 해 봐야 큰 도움은 안 된다.
아침에 이런 고강도 훈련을 하게 되면 10시에 특별 훈련에서 완전히 퍼지기도 할 테고.
여러모로 아침 훈련은 독 밖에 안 된다.
“그럼 아침 훈련엔 뭐 하려고?”
“전술 전략 회의.”
“전술 전략?”
“어. 올림피아드 경기가 한두 개가 아니잖아? 올해 바뀐 룰을 뜯어보면서, 이길 방법을 고찰해 봐야지.”
“아하. 본격적으로 올림피아드 준비에 들어선다 이거구나.”
순찬이가 납득했다.
“그럼 아예 다른 나라의 전력 분석도 같이 겸하는 게 어떨까요?”
조용히 듣고 있던 아델라가 손을 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건 다른 나라 출전 멤버가 완전히 확정나면 겸할 생각이야.”
아직 출전자 명단이 확정나지 않은 국가들도 존재한다.
다른 나라의 전력 분석은 그 나라들의 출전 멤버가 확정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요주의 인물들의 정보는 지금부터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안 그래도 지금도 시간 날 때 계속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으니까.”
“벌써요?”
“어.”
“말씀하시지. 그럼 도와드렸을 텐데…….”
아델라가 서운함 반, 미안한 반의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사실 내가 하는 건 많이 없거든. 정보 수집은 지금 정수아 님께서 맡아주시고 계셔서.”
“아~”
주요 인물 분석에 대한 건 현재 청색 마탑에 일임 중이다.
청색 마탑도 이번에 본격적으로 한국 팀을 지원하기로 한 이상, 할 수 있는 건 다 해 준다는 느낌이다.
“그런 거였군요.”
아델라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궁금한 건 없지? 그럼 내일부턴 아침에 전략 전술 구상 회의를 하는 걸로 한다?”
“잠시만. 나 하나 궁금한 게 있어.”
순찬이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뭔데?”
“그, 우리가 전술을 구상하는 건 좋은데. 3학년 선배들이 우리 작전을 따라 줄까?”
좋은 질문이다.
“그야 그냥은 안 따라 주겠지.”
선배들도 자존심이 있으니, 후배인 우리들의 말에 쉽사리 따르려 하지 않을 터다.
“그럼 어쩌게?”
“생각해 둔 게 있어.”
“그래?”
“어.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선배들을 납득시킬 방법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진짜 너도 참 징글징글하다. 준비를 안 해둔 게 없네.”
순찬이가 혀를 내둘렀다.
뭔가 욕 같기도 하고 칭찬 같기도 한 묘한 말이었다.
“아무튼 됐지? 그럼 내일 매일 아침 7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전략 전술 회의를 하는 걸로 한다?”
“어.”
“네. 이의 없어요.”
두 명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아, 그리고 미안한 말인데. 저녁 훈련 시간 조금만 줄이자.”
“갑자기 저녁 훈련은 왜?”
“혼자서 조금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혼자서요?”
아델라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어.”
“혼자서 훈련할 만한 건 마나 순환 훈련 정도밖에 없지 않나요?”
현대 마도학에서 조용히 혼자 훈련을 할 만한 건, 아델라의 말처럼 마나 순환밖에 없다.
“맞아. 마나 순환 훈련을 좀 하려고.”
“매일요?”
“어.”
“…….”
아델라가 ‘굳이?’ 라는 표정으로 한층 고개를 더 기울였다.
마나 순환 훈련을 굳이 저녁 훈련 시간까지 쪼개가며 할 이유가 있냐는 표정이다.
“깨달음의 벽이 좀 보여서 그래.”
“……네?”
“뭐요?”
내 태연한 말에, 두 명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깨, 깨달음의 벽이요? 그니까, 지금 5서클의 벽이 보이고 있다, 이건가요?”
아델라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4서클 마법사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아델라가 5서클이라는 말을 꺼내고 있는 거다.
“어. 맞아.”
사실은 4서클의 벽을 허물 준비를 하고 있는 거지만, 굳이 설명할 이유도, 필요도 없어서 대충 긍정했다.
“18살에 5서클……? 진짜 미친 사람이세요?”
순찬이가 한층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아델라의 놀람도 한층 커졌다.
“만약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 최연소 5서클 달성이잖아요…….”
나는 내게 쏠린 두 명의 시선을 적당히 받아 넘기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져야 할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해 좀 해 줘.”
“야, 미안할 게 뭐 있어. 깨달음의 벽이 보였다는데.”
“맞아요. 그런 이유라면 아예 저녁 훈련을 빼도 되요.”
“아니야. 깨달음의 벽이 보인다고 해서, 계속 방에 박혀만 있으면 오히려 역효과야.”
집중에도 효율이라는 게 있다.
한 가지에만 몰두한다고 꼭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니다.
“아무튼 한 동안 양해 좀 구할 게.”
남은 기간은 한 달.
그 전에 어떻게든 네 번째 서클을 엮어야 한다.
* * *
그날 밤.
모든 훈련이 끝나고, 나는 마도신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에 도착한 즉시,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서재에서 서류 업무를 보고 계셨다.
“늦은 밤에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나는 평소처럼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는 아버지께 고개를 숙였다.
“상관 안 한다. 안 그래도 한번 부르려고 했던 참이었으니.”
아버지가 서류에서 눈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거라.”
그리곤 서재 앞 손님용 탁상 앞에 앉으며 말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게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나를 부를 참이었다고 하셨으니,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말이겠지.
“흠. 내 말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먼저 네 용건부터 말하도록.”
아버지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셨다.
오늘은 또 어떤 흥미로운 용건을 들고 왔느냐.
그런 기대를 하시는 듯한 표정이다.
“아버지께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부탁이라. 뭐지?”
나는 아버지께 미리 적어 온 쪽지를 건넸다.
“여기 적힌 재료들이 필요합니다.”
아버지가 건네받은 쪽지를 훑었다.
“팔각수의 뿔에 카타스트로피의 심장. 레비아탄의 눈동자?”
아버지의 눈매가 조금 날카로워졌다.
“셋 다 말도 안 되게 비싼 재료들이군.”
“……네.”
“이걸 어디다 쓸 생각이지?”
세 재료 모두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소재들이다.
아버지가 제 아무리 날 좋게 보고 계시다곤 해도, 아무 질문 없이 구해주실 만한 물건들이 아니다.
적어도 아버지를 납득시킬 이유가 필요하다.
“제 마법적인 성취에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납득시킬 가장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
“마법적인 성취?”
“네.”
“……무슨 말인지 정확히 설명해 보도록.”
나는 아버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현재 저는 깨달음의 벽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뭐?”
아버지의 눈이 떨렸다.
“깨달음의 벽이라고 한 게 맞느냐.”
“네.”
“5서클의 벽을 넘어 설 준비가 되었다고?”
“네. 그 재료들은 제가 서클의 벽을 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내가 아버지께 건넨 쪽지에 적힌 재료들은 내가 확장의 고리를 엮는 데 도움을 주는 재료들이다.
정확히는 미미르의 샘에서 읽은 서적에 적혀 있는 비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 중 일부다.
‘확장의 고리를 엮는 데 도움이 되는 비약.’
다른 건 나 혼자서도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데, 이 세 재료만큼은 나 혼자서 구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아버지를 찾아 온 것이다.
지금의 내게 이런 고가의 재료를 구할 방법은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것밖에 없으니까.
“……거짓은 아니겠지?”
“네. 아닙니다.”
나를 시험하는 듯한 아버지의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제가 굳이 지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건, 아버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것 아닙니까?”
“…….”
아버지가 내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이 내 눈동자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아버지의 묵직한 눈빛이 내 심연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거짓은 아닌 것 같군.”
“네. 진실입니다.”
내 눈에서 진심을 느끼신 듯, 아버지가 곧바로 납득했다.
“그렇다면 이 소재들은 비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인가?”
“네. 그렇습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아버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난생 처음 듣는 배합식이군. 이 비약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은 거지?”
“고서에서 얻은 정보입니다.”
“……고대의 비약이라고?”
“예.”
고대의 비약.
옛 서적들에 기록되어 있는 특수한 조합식의 비약으로.
현존하는 비약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효과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그렇군. 고대의 비약이라.”
아버지가 납득하셨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재료 정도는 얼마든지 구해 줄 수 있지.”
“그럼…….”
“그래. 구해주마.”
“감사합니다.”
예전이었다면 이 정도 말로는 설득은커녕 말을 들어주시지도 않으셨겠지만. 지금의 나는 꽤나 굳건한 신뢰를 쌓아 둔 상태다.
지금까지 보여 준 것도 있겠다, 이 정도는 바로 내어 주실 거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아버지가 세상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이번에도 고서인가.”
그리곤 아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율이 네가 어지간히도 운이 좋은가 보구나.”
“…….”
아주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