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2화(52/466)
그 후, 나는 아버지에게 내 마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주한욱과의 대련에서 사용한 마법들의 정체를 비롯해서, 김강인이 내게 했던 질문들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 질문에 김강인에게 대답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내 대답에 아버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알았다고 답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였는데.’
아버지가 내 마법에 대해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일생을 마법에 바쳐 온 8서클 대마법사인 만큼, 마법의 비밀을 지키는 걸 존중해 주실 거라 생각했다.
문제는 그 전에 했던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번에도 고서인가. 하율이 네가 어지간히도 운이 좋은가 보구나.’
기숙사로 향하는 리무진 뒷좌석에서 나는 아버지의 말과 표정을 다시금 떠올렸다.
‘역시 의심하시나.’
간섭 마법부터 시작해서 이번 고대의 비약까지.
내가 고서에서 얻었다고 한 것은 제법 된다.
제대로 된 정보를 하나 얻는 것도 어려운 고서적에서 연달아서 이런 대단한 것들을 얻었다고 하니, 아버지가 내 말에 의아함을 품는 건 당연하다.
‘아무래도 아버지께는 조만간 내 마법에 대해 얘기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아버지에게라면 내 마법에 대한 걸 얘기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말하는 게 좋다.
내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체계인지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나를 향한 지지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테니까.
‘진지하게 고민을 좀 해 봐야겠네.’
2학년 초학기 아직 내 신뢰가 0으로 수렴할 때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아버지도 내 말을 헛소리로 치부하시진 않을 터.
진지하게 바이테너식에 대한 얘기를 털어놓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다.
‘굳이 바이테너식에 대한 얘기를 모두 밝히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뭉뚱그려서 설명해도 될 거고.’
그런 생각을 하며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의 교사가 눈에 들어왔다.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나를 바래다주신 기사님께 감사인사를 건네고 차에서 내렸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또 일이 있으면 불러주시길.”
기사님께선 그런 말을 남기고 조용히 떠나가셨다.
‘뭐가 됐던 제일 문제가 되던 고가의 재료 세 개는 해결됐다.’
나는 멀어지는 리무진을 바라보며 내일 일정을 떠올렸다.
‘그럼 내일은 남은 재료를 구하러 몬스터 부산물 거리 좀 갔다 와야겠네.’
* * *
다음날 아침.
나는 체단실로 향하기 전에 미미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오늘 일정은 체단실에서 훈련 후, 전략 회의. 그 후에 부산물 거리에 갔다가 저녁 훈련이야?”
“어.”
“그럼 돌아오는 건 평상시랑 비슷하겠네?”
“아마 그렇겠지?”
학교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건 오늘부터고, 올림피아드 대비 특별 훈련이 진행되는 건 내일부터다.
즉, 오늘은 아무런 일정이 없다.
덕분에 자유롭게 몬스터 부산물 거리를 다녀 올 수 있게 됐다.
“혹시 몰라서 당부하는 건데, 재료 사올 때 주의해.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부산물 판매상들의 태반은 사기꾼들이었거든.”
“……그때도 그랬어?”
“어. 몬스터 부산물이라는 게 워낙 사기 치기 좋잖아.”
“어지간한 베테랑들 아니고선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힘드니까.”
몬스터 부산물을 살 때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무언가의 가죽이나 심장을 살 때. 이게 진짜 해당 몬스터의 가죽이나 심장인지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한다.
피갈퀴 울프의 심장이 펜릴의 심장으로 뒤바뀌는 곳이 바로 몬스터 부산물 거리다.
“그니까 조심하라고. 네가 구해야 하는 재료들은 하나 같이 특이하잖아. 제 아무리 계승자라고 해도 여차하면 호구 잡힐 수도 있어.”
미미르가 신신당부했다.
“주의할게.”
마도신가에서 몬스터 부산물에 관한 교육도 빠짐없이 받았겠다.
사기를 당할 것 같진 않지만, 한층 더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나는 솔직하게 미미르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아, 그리고 계승자. 올 때 책들도 좀 더 사다 줄 수 있을까?”
미미르가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책들. 현대 마법에 관한 서적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20권이나 준비해 줬는데, 벌써 다 읽었어?”
“엉.”
요즘 미미르는 현대 마법을 공부하고 있다.
“재밌었어?”
“재미도 있었고. 범용 마법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고. 여러모로 흥미로웠어.”
범용 마법이 현대 기술과 만나 어떻게 변했는가.
그걸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아무튼 부탁할게.”
미미르가 눈을 빛냈다.
지식의 탐구심으로 빛나는 마법사의 눈이었다.
“나한테 뭐 책에 푹 빠졌다느니 하더니, 미미르 너도 똑같네 뭐.”
“…….”
미미르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불리한 화제는 피하겠다는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뻔뻔함이 나름 귀여웠다.
“아무튼 알았어. 이번엔 좀 더 많이 사 올게.”
“기왕이면 기초서적들 말고 전문가용 서적들로 부탁해.”
내가 추가로 딴지를 걸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한 미미르가 다시 눈을 빛냈다.
“가능하면 특수 자료들도 좀 부탁하고. 아, 그리고 시간 나면 최신 논문들도 좀…….”
내가 내 모습을 직접 볼 방법이 없어서 확신은 못 하겠지만.
무언가에 푹 빠졌을 때의 내 모습이 아마 지금의 미미르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그 후.
평소처럼 신체 단련을 끝마치고.
아델라, 순찬이와 올림피아드 대비 전략 전술 회의까지 끝마친 뒤.
나는 두 명과 함께 상점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델라는 책방에 좀 간다고 했고. 순찬이 넌 어디 가는 거야?”
“나는 선물 좀 사러.”
“선물?”
“부모님 드릴 선물. 오늘 시간 난 김에 집에 좀 돌아갔다 오려고.”
“아하. 뭐 사갈진 정했고?”
“백화점에서 양주 한 병 사 갈까 싶어.”
“갑자기 웬 양주?”
“두 분 다 애주가신데. 평소에 일이 바쁘다고 자제하시거든. 이번에 좋은 소식도 생겼겠다. 좋은 양주 한 병 사가면 간만에 술도 즐기면서 푹 쉬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야. 효자네.”
“효자는 무슨…….”
효자라는 말에 순찬이가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순찬이 얘는 꼭 자기 칭찬하는 것 같은 말만 나오면 이렇게 머쓱해 한단 말이지.
“아델라 너는 집에 안 갔다 와도 돼?”
“……솔직히 별로 생각 없었는데. 저 말을 들으니까 저도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델라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너희 아버지도 양주 엄청 좋아하시잖아. 너도 순찬이처럼 선물로 사 가는 거 어때? 엄청 좋아하실 거 같은데.”
신비위가의 가주 위상철의 딸 사랑은 아주 유명하다.
아델라가 선물을 해 준다면 길가에서 주워 온 자갈을 받아도 기뻐할 테지.
“……음.”
아델라가 한층 고민된다는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선물을 하는 건 좋은데, 오늘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한 표정.
위상철이 보면 ‘지, 지수야…….’ 라고 중얼거리며 눈물을 주르륵 흘릴 만한 모습이었다.
“2학년 시작되고 아직 집에 안 갔다 온 거 아냐?”
“……네. 그렇긴 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안 갔구나.
“화 속성 효자 되고 싶지 않으면 갔다 와.”
“화 속성 효자요?”
아델라가 그게 무슨 의미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불효자 되고 싶지 않으면 갔다 오라고. 부모님께서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하시겠어.”
“아…….”
아델라의 귀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하율아. 그건 좀 어때?”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중.
순찬이가 넌지시 물었다.
“그거라니?”
순찬이가 주위를 훑으며,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5서클의 벽 너머가 좀 보이냐고.”
“아 그 얘기였어?”
아델라의 귀가 쫑긋 솟았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순찬이가 먼저 물어 봐 줘서 기쁜 듯하다.
“어제랑 다를 거 없어. 애초에 하루 만에 뭐가 보이겠냐?”
확장의 고리는 진짜 쉽지 않았다.
미미르의 샘에 있는 온갖 서적들을 독파하며, 방법을 찾아 제일 효율적인 방식으로 고리를 엮으려 해 봤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래?”
“……그런가요.”
두 명이 아쉬워했다.
“어째 너네가 나보다 더 아쉬워하는 거 같다?”
“당연히 아쉽지. 네가 빨리 5서클이 돼야 금메달을 날먹할 수 있을 거 아냐.”
“……이놈이 벌써 인생을 날로 먹으려고 하네.”
“나. 좋아한다. 날로 먹는 것.”
“여름에 날로 먹는 건 조심해야 해요. 배탈나요.”
“……와우. 이걸 그냥 말 그대로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데.”
우리의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는 서로 헤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 * *
몬스터 부산물 거리.
거리 전체가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서울 최대 규모의 몬스터 부산물 시장.
나는 후드를 가볍게 눌러 쓰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가.”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어?”
“싸게 줄게. 피하네일라모스의 갑각 싸게 들어 온 거 있어.”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온갖 호객들이 나를 불러 세운다.
내가 꽤나 맛있는 먹잇감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딱 봐도 젊어 보이는 내가 혼자서 이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으니, 호구로 보이나 보네.’
내게 손짓하는 호객들의 눈에 욕망이란 감정이 번들거린다.
어떻게든 내게 덤탱이를 씌워서 크게 남겨 먹으려는 심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총각. 이거 필요 없어? 세이라틴 스파이더의 거미줄이 새로 들어왔는데.”
그 중, 한 호객이 직접 소재까지 들고 나왔다.
세이라틴 스파이더의 거미줄이라고 주장하는 실뭉치였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듣던 것보다 심한데.’
웃음밖에 안 나온다.
이게 세이라틴 스파이더의 거미줄이라고?
“외뿔거미의 거미줄이 언제부터 세이라틴 스파이더의 거미줄이 됐습니까?”
사람을 어지간히도 호구로 본 모양이다.
“무슨 소리야. 이게 외뿔거미의 거미줄이라니. 괜히 트집 잡지 마.”
“……후.”
이런 덤터기가 한두 번이 아닌 듯, 호객원은 아주 당당했다.
누가 보면 내가 진상 고객인 줄 알 것 같다.
“세이라틴 스파이더의 거미줄은 공기 중의 마나에 반응하여 특수한 광채를 내뿜는 것이 특징입니다.”
“잘 아네. 여기 광채 나는 거 안 보여?”
“네. 빛이 나긴 하네요. 거미줄 전체에 뿌려 놓은 발광액에서.”
“…….”
“제법 잘 만드셨네요. 발광액을 만드는 데 고생 꽤나 하셨겠습니다.”
호객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갔다.
“더 하실 말이 없으시면 지나가 봐도 되겠습니까?”
“…….”
호객이 스르르 길을 터 줬다.
“젊은이가 생각보다 부산물을 보는 눈이 있구만. 허허.”
이번엔 사람 좋은 인상의 할아버지가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리곤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저놈 가게를 봐 주는 조직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어. 미안하네.”
할아버지가 통탄스럽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괜찮습니다. 이런 건 당하는 사람이 바보니까요.”
몬스터 부산물의 가격은 국제적으로 정확히 정해진 가격이 없다.
그렇기에 조금 전 같은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신고해 봐야 벌금을 조금 내고 끝이다.
이 거리를 영역으로 삼고 있는 뒷조직의 선은 경찰 윗선까지 닿아 있다.
“허허. 쿨한 젊은이구먼. 점점 더 마음에 들어. 어떤가. 구경이라도 하고 가게. 내 싸게 주겠네.”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일단 블랙불의 뿔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오. 마침 잘 됐군. 안 그래도 최근에 들어 온 게 있는데. 잠시 기다리게.”
가게 안으로 들어간 할아버지가 곧바로 상자 하나를 가져 왔다.
“여기. 블랙불의 뿔이네. 상처도 거의 없는 S급에, 순도도 99%네. 여기 확인해 보게나.”
할아버지가 같이 가져 온 마나 순도 측정기를 뿔에 가져다 댔다.
내포 마나 수치는 99.4%였다,
“이것도 인연인데, 내 싸게 주겠네. 2700만원. 어떤가.”
블랙불의 뿔은 3000만원을 호가하는 나름의 고급 소재다.
이 정도 상태와 순도라면 4300만은 족히 받을 수 있을 터.
그걸 2700만에 준다는 건, 거의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다.
“아프리카산 바잉불의 뿔이 언제부터 블랙불의 뿔이 됐습니까?”
이게 진짜 블랙불의 뿔이라면 말이다.
“…….”
“첫 번째 호객이 너무 대놓고 가짜 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미끼였다면 이해가 가네요.”
앞선 세이라틴 스파이더 거미줄 판매상과 이 인상 좋은 할아버지는 한패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사기에 당할 뻔한 사람에게 선한 인상으로 다가가, 호의를 보여 주는 척 사기를 치는 형태의 사기를 즐겨 하는 모양이다.
“저한테 사기는 안 통합니다. 그러니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진짜 물건이나 보여주시죠. 진짜가 있다면요.”
그 순간 할아버지의 표정이 180도 변했다. 선한 인상은 순식간에 사라져 건조한 무표정이 되었다.
“……젊은이가 꽤나 노련하군.”
노인이 가게 안으로 몸을 돌렸다.
“따라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