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3화(53/466)
서울 외곽 순환도로를 달리는 고급 세단 뒷좌석.
신인혁은 김석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하율 도련님만 보내도 됐던 걸까요?”
김석현이 다소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신하율 혼자 몬스터 부산물 거리에 가게 해도 괜찮았던 걸까.
“몬스터 부산물 거리는 말 그대로 마경입니다. 카드 사용 내역도 심상치 않고, 혹여 사기를 당하고 계신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신인혁은 신하율에게 소재를 구입할 때 쓰라고 하며 카드를 하나 건넸다.
현재 신하율은 그 카드를 사용해 소재를 모으는 중이다.
신인혁이 턱을 괸 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진품과 가품을 못 알아 볼 정도로 멍청하게 키우지 않았다.”
신인혁이 괜히 신하율을 혼자 그 마경으로 가게 했겠는가.
신하율 혼자 가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그리 한 것이다.
“하율 도련님의 명석함이야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몬스터 부산물이라는 건 어지간한 지식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게…….”
“하율이의 두뇌를 너무 얕보는군.”
신인혁이 김석현의 말을 끊었다.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에 등재된 4만 개가량의 마법식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게 하율이다. 부산물에 대한 정보 따위 모두 머릿속에 들어 있을 거다.”
“……아.”
신하율이 사기를 당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그렇기에 신인혁은 신하율을 몬스터 부산물 거리로 혼자 가게 한 것이다.
좋은 경험도 될 테고 말이다.
“그보다 팔각수의 뿔은 어떻게 됐지?”
신하율이 별도로 구해 달라 부탁한 세 개의 고급 재료들 중 하나.
팔각수의 뿔.
이건 다른 두 개의 소재와 달리 아직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
“얼추 가계약은 완료된 상태입니다. 지금은 가격을 조율 중에 있습니다.”
“조율까지 대충 얼마나 걸릴 것 같지?”
“길어야 이틀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쪽도 계속해서 배짱을 부리기엔 부담이 이만저만 아닐 테니까요.”
현재 상대측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시간을 끌어서 어떻게든 가격을 높여 받겠다는 속셈이다.
“흠. 그럼 국내로 반입하는 시간까지 하면…….”
“일주일은 족히 소모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주일이라. 나쁘지 않군.”
신하율이 부탁한 재료가 모두 모일 때까지 남은 시간은 약 일주일.
올림피아드 개최까지 남은 시간이 한 달임을 생각하면, 적당한 기간이다.
“내부 감찰은?”
신인혁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다소 가볍던 분위기가 묵직하고 진중한 분위기가 되었다.
김석현도 마찬가지였다.
신인혁의 표정에 감화되듯 세상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흑색 마탑과 내통하고 있는 자가 있는 건 확실한 듯합니다. 흑색 마탑이 관련되어 있는 보고서 몇 개가 조작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신인혁의 표정이 한층 더 사나워졌다.
“누구인지는 파악 못 했나?”
“죄송합니다. 아직 누구인지는 파악하지 못 했습니다.”
흑색 마탑과 관련된 보고서가 수정, 조작되어 있는 건 확인했지만, 그걸 누가 행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 했다.
증거를 찾지 못 했다.
“일단, 가문 내 최심부의 보고서를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들로 수색 범위를 추려서 조사를 하곤 있습니다만…….”
“의심스러운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네. 모두 하나 같이 깨끗합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고, 깨끗하다. 그거 자체가 하나의 증거군.”
신인혁의 얼굴에 살기가 깃들었다. 흑색 마탑과 내통을 한 쓰레기를 생각하자 절로 살기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일단 더 조사는 해 보겠습니다만…….”
“네가 깨끗하다고 단언할 정도면, 더 조사를 한다고 해도 증거를 잡긴 힘들겠지.”
“……예.”
지금까지 아무런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내통자가 이미 모든 증거를 지웠다는 말이다.
이 이상 조사를 해 봐야 달라질 건 없다.
“내통자가 추가로 한번 더 흑색 마탑과 접촉하는 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당장 따로 증거를 잡을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그게 최선인 것 같군.”
신인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통자가 다음에 행동할 것을 대비해서, 증거를 잡을 준비를 해 두겠습니다.”
* * *
오후 6시.
장장 7시간의 노가다 끝에 나는 목표로 삼았던 모든 재료를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진이 다 빠지네.”
몬스터 부산물 거리는 상상 이상이었다.
괜히 사람들이 마경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다.
진짜 다들 어쩜 그렇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는지.
“그래도 다 잘 사 왔네?”
내가 사 온 소재들의 확인을 마친 미미르가 대견하단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고생했어. 이제 딱 세 개만 더 구하면 비약을 만들 수 있겠네.”
비약.
마나의 축복.
섭취하게 되면 마나와 동화율이 높아져, 평소 보다 훨씬 많은 마나를 신체 중에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걸 섭취하면 확장의 고리를 엮는 데 필요한 무지막지한 마나량을 다소나마 커버할 수 있게 된다.
“남은 재료 구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오는 길에 아버지께 연락드려봤는데. 대충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
“일주일이면 딱 적당하네.”
비약을 만들어도 곧바로 바로 섭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비약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많다.
그 준비를 끝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일주일.
비약이 완성되는 것과 얼추 비슷할 예정이다.
그렇기에 미미르가 딱 적당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럼 이제 비약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남은 건 비약을 섭취할 장소인데, 생각해 둔 데 있어?”
말했듯이 이번에 만드는 비약, 마나의 축복은 마나 흡수량을 대폭 상승시켜 주는 효과를 지닌 비약이다.
당연히 공기 중의 마나 농도가 짙을수록 효과가 커진다.
비약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선 마나 농도가 짙은 장소에서 비약을 섭취한 뒤에 마나 순환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생각나는 곳이 없는 건 아닌데……. 좀 더 찾아보려고.”
“좀 더 좋은 데가 있을까 싶어서?”
“어.”
아직 시간도 좀 남아 있겠다. 비약이 완성될 때까진 천천히 조사를 해 볼 생각이다.
“마녀의 연못 같은 게 남아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마녀의 연못?”
“어. 내가 살던 시대에 나름 유명했던 호수인데, 여기 몸을 담그고 마나 순환을 하면 그냥 서클이 하나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나 농도가 엄청났거든.”
“그 시대엔 그런 게 있었구나.”
그런 게 있다면,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
“뭐, 없는 걸 찾아서 어쩌겠어. 아무튼 잘 찾아 봐. 마나의 축복은 대기 중 마나 농도에 따라 효율이 확 달라지니까, 진짜 잘 선택해야 해.”
“명심할게.”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스승님의 로브를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훈련가는 거야?”
“어.”
현재 시간은 6시 반.
슬슬 훈련장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잘 갔다 와.”
“어. 갔다 올게.”
나는 미미르에게 인사를 한 뒤에 미미르의 샘을 나섰다.
* * *
다음날 아침.
오늘은 올림피아드 대비 특별 훈련이 처음으로 시작되는 날임과 더불어, 처음으로 올림피아드 출전 멤버 전원이 모이는 날이다.
“후. 괜히 떨리네.”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중, 순찬이가 한껏 긴장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가요?”
아델라가 의아하다는 듯이 답했다. 순찬이가 왜 긴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넌 안 떨려?”
“네.”
“선배들이랑 만나는 게 안 무서워?”
“무서워할 이유가 있나요?”
“그 있잖아. 그 뭐냐. 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이걸…?”
순찬이가 끙끙대며 말을 흐렸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선배라는 호칭이 지니는 묘한 불편함이 있긴 하지.”
뭔가 딱해서 적당히 순찬이의 속마음을 대변해 봤다.
“그래! 그거! 왠지 막 어렵고 무섭고 불편하고 그렇지 않아?”
순찬이가 바로 그거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딱히…….”
물론 아델라에겐 공감 받지 못했다.
“……왜?”
아델라가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태연하게 답했다.
“제가 이기니까요.”
“이긴다니?”
순찬이가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싸우면 제가 다 이기는데, 두려워 할 이유가 있나요?”
“…….”
순찬이가 벙쪘다.
설마 저런 대답이 나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는 얼굴이다.
“그런 말이 아니었는데…….”
“?”
아델라의 고개가 한층 더 기울어졌다. 순찬이의 마음에 아예 공감하지 못 하는 듯했다.
나는 그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니야. 됐어.”
“?”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뒤에서 작게 웃었다.
아마 저 둘의 공감대가 일치하는 일은 미래영겁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듣던 것보다 훨씬 건방진 후배님이네.”
그때.
뒤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동시에 몸을 돌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봤다.
“야야. 참아.”
“놔 봐. 아주 우리를 개무시 하잖아.”
그곳엔 두 명의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참으라니까. 앞으로 최소 2달은 함께 할 텐데, 초장부터 싸우면 어쩌려고?”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키와 태산 같이 넓은 어깨.
그 거대한 신장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하는 거대한 근육들.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거구의 남성이 여성을 말리고 있었다.
“놔 보라니까. 내가 뭐 싸운대? 앞으로 2달은 함께 할 거니까, 할 말은 하자는 거야.”
170cm는 되어 보이는 키에 짧은 단발의 여성이 남성의 손을 뿌리치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마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맹수 같은 표정이었다.
“후배님. 아까 했던 말 다시 해 볼래?”
여성이 아델라의 코앞에 서서 아델라를 내려다보며 사납게 미소 지었다.
“아까 했던 말이요?”
“우리랑 싸우면 네가 다 이긴다느니 뭐니 했던 말. 내 앞에서 다시 해 보라고.”
무서운 미소였다.
그 미소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델라가 태연하게 답했다.
“굳이 다시 듣고 싶으시다면……. 네. 현재 3학년에 재적 중인 재학생들 중에 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야, 야!”
순찬이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순찬이가 다급하든 말든 아델라는 여전히 태연했다.
뭐 문제라도 있냐는 표정이다.
“…….”
여성의 표정이 한층 더 살벌하게 변했다.
뒤에서 조용히 상황을 보고 있던 남성의 표정도 조금 일그러졌다.
분위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순찬이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세 명의 안색을 살폈다.
“우리 후배님.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네.”
“객관적인 사실에서 기반한 진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아델라의 말이 맞긴 하다.
현재 오벨리스크 아카데미 재학생 중에서 아델라를 이길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눈앞의 두 선배도 4서클 유저이긴 하지만, 두 개의 비전 마법을 지닌 아델라에겐 상대가 안 된다.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으면 한판 붙어 볼까?”
“대련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당장이라도 사달이 날 것 같은 분위기다.
‘야, 이대로 보고만 있을 거야?’
순찬이가 내 귓가에 대고 다급하게 속삭였다.
내가 중재를 위해 나설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까지고 보고만 있으니까 조바심이 난 모양이다.
‘걱정 마. 안 그래도 슬슬 나설 생각이었어.’
내 대답에 순찬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나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미안해서 어쩌나.
나는 이 상황을 해결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데.
오히려 지금 이런 분위기는 바라던 바다.
“붙으실 거라면, 아예 2학년 대 3학년으로 팀을 나눠서 단체전으로 붙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야!”
순찬이의 안색이 다시 시퍼레졌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얼굴.
‘브루투스 너마저……!’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게 확실한 표정이었다.
“단체전으로 붙자고?”
두 선배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 서로의 힘을 확인해 보는 덴 직접 붙어 보는 게 최고니까요.”
나는 처음부터 단체전을 하자고 제시할 생각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올림피아드 팀 전체의 실권을 잡기 위해선 일단 압도적인 실력으로 선배들을 찍어 누를 필요가 있다.’
내가 이 팀의 지휘권을 잡기 위해선 일단 선배들의 자존심부터 꺾어야 한다.
자존심을 꺾고 나를 중심으로 팀을 형성해야 비로소 금메달이 가시권 내에 들어온다.
“그니까 2학년 대 3학년. 3:3으로 한판 붙어보자, 이거야?”
“아뇨. 말 그대로 2학년 대 3학년으로 나뉘어서 붙어보자는 겁니다.”
“……뭐?”
“너…….”
“더 자세히 말씀드릴까요?”
그리고 자존심을 박살 낼 방법으론 이것 만한 게 없다.
“2학년 대 3학년. 3:7로 붙자는 의미입니다.”
분위기가 무거운 것을 넘어 단숨에 살벌해졌다.